[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파월 나오자 또다시 급등…하지만 쫓아가지 말라?
뉴욕 금융시장의 투자자들은 정말 미 중앙은행(Fed)의 제롬 파월 의장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Fed가 매파적 전환을 해도 파월 의장이 이에 대해 친절히 설명하면 증시가 상승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도중 기술주들이 급등했었죠. 11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의 상원 인준청문회가 진행되던 도중에도 하락하던 뉴욕 증시가 상승세로 전환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0.51%, S&P500 지수는 0.92% 올랐고 나스닥은 1.41%나 급등했습니다. 이들은 보합세로 출발했다가 오전 10시대까지는 마이너스권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아마존이 2.4% 올랐고 애플은 1.7%, 엔비디아는 1.5% 상승했습니다. 업종별로 가장 많이 오른 건 유가 급등 혜택을 본 에너지주(3.41%)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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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의장이 오전 10시 발언하기 전까지 분위기는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Fed 내 매파인 로레타 메스터, 에스터 조지, 라파엘 보스틱 등 지역연방은행 총재들이 줄줄이 3월 금리 인상, 조기 대차대조표 축소 등을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3월이 금리 변동을 고려하는 회의가 되기를 전적으로 희망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자산 축소에서 Fed가 공격적이어야 한다"라며 한 달에 적어도 1000억 달러씩 보유액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Fed는 지난 2017년 대조대조표 감축을 시작할 때 한 달에 100억 달러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최대 월 500억 달러씩 줄였습니다. 이와 비교하면 얼마나 공격적인 감축 주장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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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난주부터 뉴욕 증시가 흔들린 데는 Fed 위원들의 자산 감축에 대한 공격적인 주장이 큰 몫을 했습니다. 지난번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 때를 돌아보면 테이퍼링이 2014년 1~10월에 실시됐고 첫 기준금리 인상은 1년이 넘게 흐른 2015년 12월에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자산 축소가 2017년 하반기 시작됐습니다. 상당한 시차가 있었죠.

하지만 12월 FOMC 회의록에 따르면 오는 3월 테이퍼링이 끝나면 바로 금리 인상이 이뤄지고, 이르면 6~7월 자산 감축을 시작할 모양새입니다.

월가가 자산 감축을 두려워하는 건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그동안 한 차례밖에 실시하지 않아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불확실합니다. 그리고 계속된 자산 감축이 증시를 급락시켰던(2018년 12월) 기억도 갖고 있습니다. 양적 완화 및 긴축은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흡수하는 조치인 만큼 기준금리 조정보다 위험자산(주식 등) 가격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아카데미증권의 피터 치르 전략가는 "대차대조표 축소가 내년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그 생각을 바꿔야 한다. 테이퍼가 왜 그렇게 늦게 시작되었는지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많은 이는 이제 채권 구매를 중단할 뿐만 아니라 대차대조표도 축소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양적 완화(QE)가 위험자산에 도움이 된다면(나는 그것이 엄청나게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양적 긴축(QT)은 의도적 채권 매도 없이 그냥 놔둬도(만기 상환만 받아도) 위험자산에 피해를 줄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이 발언을 시작하자 모든 게 잊혀졌습니다.

인플레이션 등에 대한 발언은 원론적이었습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되돌리기 위해 우리의 도구를 사용할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금리를 더 인상해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공급 제약이 계속되고 있으며, 많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오미크론이 공급망을 다시 정말 다시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Fed가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파월 나오자 또다시 급등…하지만 쫓아가지 말라?
한 민주당 상원 의원이 모든 노동자가 경제 회복의 혜택을 받기 전에 브레이크를 밟는 것에 관해 묻자, 파월은 "어떤 면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은 최대 고용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Fed가 최대 고용보다 물가 안정에 대한 책무를 우선시하지 않지만, 강조점은 바뀔 수 있으며 현재는 인플레이션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는 더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라면서 "2022년은 정상화를 향한 조치를 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는 오는 3월 자산 구매를 종료하는 것, 연방 기금 금리를 인상하는 것, 그리고 아마도 올해 후반에 대차대조표 감축을 시작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그는 통화정책 정상화로 가는 길은 매우 먼 길이 될 것이며, 우리는 아마도 매우 낮은 금리 시대에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자산 매입에 대해선 3월에 종료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선 시점을 뚜렷이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피텟웰스매니지먼트의 토마스 코스터그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첫 번째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계속되는 모호함은 다른 이사들의 강력한 3월 인상 주장과 대조를 이룬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대차대조표 감축에 대한 계획을 알리는 데는 더 신중했습니다. 그는 올해 축소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으며 “대차대조표가 훨씬 더 크기 때문에 유출이 더 빨라질 수 있다(sooner and faster)"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언제 시작할지는 역시 모호함을 유지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대차대조표 감축 관련 결정은 내려진 게 없으며, 우리는 1월 회의에서 논의할 것이다. 2, 3, 4번의 회의를 거쳐 그런 결정을 내릴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파월 의장이 이렇게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식으로 말하자 증시는 상승세로 전환했습니다. 특히 금리에 민감한 나스닥이 크게 반등했습니다. FBB캐피털파트너스의 마이크 베일리는 "파월 의장이 대차대조표 축소를 위한 다음 단계를 결정하기 위해 여러 번의 회의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증시에 구원에 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날리지바이털은 "파월이 '아마도 올해, 어느 시점에 대차대조표 축소를 허용할 수 있다'라고 말한 건 최근 다른 Fed 이사들의 발언이나 FOMC 회의록보다 훨씬 비둘기파적인 터치였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요점은 "아직도 정해진 게 없다. 데이터에 따를 것"이라는 겁니다. 데이터에 따르면 Fed가 그렇게 매파적이지 않을 것이란 기대는 여전합니다. 핌코는 "인플레이션이 올해 1분기에 정점을 칠 것이고 올해 말이면 Fed의 목표 수준으로 둔화할 것"이라면서 "채권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지는(기준금리를 올리면 통상 채권 수익률 곡선은 평탄화됩니다) 데 포지셔닝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피치는 "Fed는 2022년에 2번, 2023년에 4번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 등의 올해 4번 금리 인상과는 다른 견해입니다.

다만 이런 파월 의장의 등장과 기술주 반등은 일시적일 수 있습니다. 작년 12월 15일 기술주는 급반등했지만, 이후 20일까지 계속 하락했었습니다.

게다가 오늘 파월 의장의 청문회에 이어 12일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되고, 13일에는 레이얼 브레이너드 Fed 부의장의 인준청문회도 진행됩니다.

CPI는 미국 시각 12일 오전 8시 30분, 한국 시각으로는 밤 10시 30분에 나오는데요. 헤드라인 수치가 1982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7% 이상 상승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월가는 12월 CPI가 7.1% 올라 11월 6.8%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으며, 전월 대비로도 0.5% 증가라는 높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파월 나오자 또다시 급등…하지만 쫓아가지 말라?
이와 관련, 바이탈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이들 이벤트에 대한 시장 예상이 워낙 매파적이기 때문에 예상보다 비둘기파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어제 나타난 것과 같은 기술주 반등을 끌어낼 수 있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그는 "기술주 반등은 기술적인 것으로 곧 퇴색할 수 있는 만큼 쫓아갈 필요는 없다"라고 내다봤습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미국 주식 전략가도 "미국 증시에서 가장 큰 잘못된 가격 책정은 매출의 예상 성장률은 높지만 마진이 낮거나 마이너스인 회사, 그리고 마진이 긍정적이거나 매우 좋은 고성장 주식 사이에서 발생했다. 그 격차는 작년(말)에 극적으로 조정되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매출은 높지만 이익이 거의 없는 기술 회사들이 큰 인기를 누린 뒤에 투자자들에 의해 매도되고 있다고 믿으며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파월 나오자 또다시 급등…하지만 쫓아가지 말라?
혼란스럽다고요? 월가 관계자는 "지금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이어져 온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가 전환되는 시기"라면서 "올해 내내 혼란스럽고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월가의 컨센서스는 어떨까요?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의 크리스 하이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10일 팟캐스트에서 자신의 시각을 정리했습니다. 이를 요약해서 옮깁니다.

"2022년 증시의 불안정한 시작은 여러 원인이 있지만 가장 첫 번째는 Fed 통화정책 체제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통화정책이 2022년 바뀔 가능성을 알고 있었지만 한 가지는 시장을 놀라게 하고 있다. 대차대조표 축소에 대한 것이다. Fed 위원들은 빠른 감축을 원하고 있는데, 이건 시장이 꼭 예상했던 바가 아니다. 이제 시장은 이르면 여름이면 대차대조표 감축이 시작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공식 예측은 여전히 9월이지만 시장은 이것이 초여름에 일어날 수 있다는 인식이 더 굳어지고 있다. 대차대조표 축소(양적 긴축)와 관련하여 과거 체제 변경은 기준금리를 약 4~5회 인상(약 100~125 bps)한 뒤에 발생했었다. 따라서 시장은 금리 인상에 대차대조표 축소까지 올해 이뤄질 수 있고, 이런 변화가 인플레이션만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경제를 둔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약간 놀라고 있다. 이는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부르고 있고, 2022년 증시가 불안하게 시작한 이유다.

사실 지난 10년 이상 세계와 미국의 장기적 경기 침체 체제 속에서 유럽 일본 등에서는 금리가 마이너스까지 떨어졌다. 그래서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은 두 가지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했다.

첫 번째는 성장주, 대형 기술주에 대한 노출을 늘렸다는 것이다. 이들은 팬데믹 시대의 승자이기도 했지만, 일반적으로 저금리, 낮은 인플레이션 추세의 승자였다. 이런 성장에 방점을 둔 포트폴리오는 현재 금리 인상으로 가장 압박을 받는 포트폴리오이다.

두 번째는 가치주라고 부르는 경기순환 부문을 적게 보유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장기 침체 기간 실제로 큰 이익 성장을 이뤄내지 못했다. 그런데 이렇게 저투자된 금융, 에너지 등 영역이 2022년에는 모든 부문에서 가장 높은 이익 증가율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다. 이른바 가격 결정력이 있는 고수익, 고품질, 경기순환 분야다.

이렇게 포트폴리오를 바꿔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는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계속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일반적으로 기술, 특히 고품질 메가테크에 대해서는 여전히 기대를 하고 있다. 이들은 가격 결정력을 갖고 있으며 약간의 경기순환성, 낮은 이익 변동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메가테크가 몇 주 내에 바닥을 칠 것이며, 2월로 향하면서 더욱 균형 잡힌 시장이 공고화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는 2022년 다섯 가지를 핵심적으로 주장한다.

첫 번째, 채권을 능가하는 주식이 여전히 남아 있다.
두 번째, S&P500 지수는 올해도 소폭 상승할 것이다. S&P 기업들의 이익 성장이 금리 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하락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세 번째, 높은 품질과 경기순환 편향은 주식, 채권 모두에서 강력한 추세다.
네 번째, 최근 오미크론 변이에도 불구하고 올해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일부)는 완전한 재개가 이뤄질 것이다.
다섯 번째, 분산 투자는 올해 가장 중요한 포트폴리오 특성이 될 것이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