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마형 ETF 시장…1년 새 128% 성장
수익률 톱10 전부 '테마형'
게임·소셜미디어 빼고, 메타버스·ESG 넣고
종목 이름만 바뀔 뿐 온라인 주식 게시판에 종종 올라오는 사연입니다. '관심 가는 업종은 있지만 한 종목에 몰아서 투자하기는 싫다'라는 투자자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하지만 해결책은 의외로 가까이에 있습니다. 향후 고성장이 예상되는 사회·경제적 트렌드 변화에 투자하는 '테마형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하면 됩니다. 좀 더 쉽게 풀어 말하면 트렌드 변화의 수혜를 받는 기업의 주식으로 이뤄진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방식으로 운용되는 상품입니다.
미국 ETF 운용사인 글로벌엑스(Global X)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테마형 ETF의 자산가치는 128% 성장했습니다. 아직 미국 전체 ETF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지만 가파른 증가세입니다. 관련 기업을 일일이 조사하지 않고도 한 번에 관심 업종에 투자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종합주가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닌 듯합니다. 작년 한 해 펀드 시장의 화제가 온통 테마형 ETF였으니까요. 한국거래소에서 지난 10월12일부터 이달 12일까지 3개월간 수익률 톱 10개 ETF 상품을 집계해보니 모두 테마형 ETF였습니다. 신한자산운용의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S&P(H)'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H)'가 각각 34.19%, 33.95%의 수익률로 선두에 섰습니다. KB자산운용의 'KBSTAR 비메모리반도체액티브' 등 반도체 관련 ETF들이 24%대 수익률로 뒤를 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올 상반기에는 어떤 테마형 ETF가 시장을 주도할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무려 155쪽을 할애한 책이 있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지난 6일 출간한 책 'ETF투자, 11대 테마에 주목하라' 입니다. 2020년 말 처음 출간 된 이 책은 새해를 맞아 개정 작업을 거쳤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ETF 시장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국내 운용사 중 최초로 전세계에서 운용하고 있는 ETF 규모가 100조원을 돌파할 정도입니다. 해외 시장에 뛰어든 지 10년 만의 성과인대요. 전 세계 ETF 종목 수는 2011년 말 93개에서 2021년 말 396개까지 늘었습니다. 그만큼 집필진들은 ETF의 '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센터는 개정판을 내놓으면서 일부 테마를 바꿨는데요. △전기차 △클라우드 △중국 바이오 △중국 소비 △반도체 △인공지능(AI)·로봇 △원격의료 △메타버스 △사이버 보안·핀테크 △이커머스 △ESG·친환경 등 총 11개 테마를 제시했습니다. 이 가운데 새로 진입한 테마는 '메타버스' 'ESG·친환경' '사이버 보안 등 3개입니다. 반면 자리를 내준 테마는 '게임' '소셜미디어' 입니다.
'메타버스'는 작년부터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적어도 '광역버스'의 오명은 벗은 듯합니다. 작년 말 페이스북이 메타버스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사명을 '메타'(Meta)로 바꾼다고 선언했고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메타버스와 AI를 핵심으로 한 신규 기술과 서비스를 공개했습니다. 글로벌 공룡들의 발 빠른 행보 덕일까요? 글로벌 컨설팅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전 세계 메타버스 시장이 2019년 455억 달러에서 2030년 1조50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 산업을 선제적으로 이끌고 있는 것은 모바일·온라인 게임입니다. 주요 게임 회사들은 이른바 '샌드박스 게임'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입니다. 목표를 달성해 성취감을 얻는 기존의 게임을 벗어나, 아바타로 가상의 세계를 탐험하는 체험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죠. 여기에 엔터테인먼트 회사들도 게임 업계 못지않게 적극적입니다. 방탄소년단(BTS)은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포트나이트'에서 다이너마이트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하고 온라인 콘서트로만 50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센터가 '사이버 보안'을 주목할 테마로 편입한 것은 핀테크의 급성장과 맞닿아 있습니다. 간편결제와 온라인투자연계(P2P) 금융, 크라우드 펀딩 등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가 발전하면서 랜섬웨어나 디도스 공격 등 사이버 범죄에 대한 노출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100억~2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사이버 보안 강화에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주요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투자 계획이 발표되는 만큼 관련주도 반응할 것이라는 게 센터의 분석입니다.
아울러 '친환경' 테마도 소개했습니다. 정부가 2020년 하반기 한국판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그린뉴딜'을 제시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기 시작한 이후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관련 행보에 나서는 상황입니다. 친환경 요소에다 사회 요소와 지배구조 요소까지 아우른 'ESG'라는 개념이 화두입니다. 글로벌 3대 연기금 중 하나인 국민연금은 ESG 관련 투자 비중을 올해 중으로 50%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죠. 센터는 환경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으로 '신재생에너지'가 거론되는 만큼 관련 기업들을 반영한 친환경 ETF도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승원 미래에셋자산운용 ETF마케팅부문 본부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새 트렌드 수용 기간이 단축되면서 '테마형 ETF'의 수익률 실현 시기도 빨라지고 있다"라며 "우리가 제시한 테마들 가운데 아직 국내 상장하지 않은 종목들도 여럿 있다. 올해도 투자자들이 중장기적으로 수익률을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ETF 상품들을 내놓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임종욱 ETF디지털솔루션 팀장은 "ETF를 발행하는 운용사 입장에서 전체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만한 테마들로 지정했다"라며 "모든 상품이 그렇듯 장 상황 등과 맞물려 단기간의 부침이 있을 수는 있다. 테마형 ETF 자체가 길게 보고 유망산업에 투자하는 것이란 점을 미리 숙지하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