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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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지수펀드(ETF)는 빠르다. 개인투자자가 직접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다. 운용사들은 새로운 투자 수요와 산업의 변화를 발빠르게 포착해 ‘세상에 없던’ ETF를 내느라 분주하다. 메타버스, 블록체인, 기후변화…. 상장 절차로 인해 일부 시차가 있긴 하지만 신규 상장된 ETF를 살펴보면 지금 이 순간 금융투자업계의 고민과 기회를 파악할 수 있다. 세계 ETF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의 최근 화두는 뭘까.

헤지 전략 ETF 줄 이어

2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작년 11월 이후 지난 25일까지 미국 증시에 신규 상장한 ETF는 116개다.

최근 들어 눈에 띄는 건 헤지, 즉 리스크 관리다. 1년에 한 개꼴로 등장하던 ‘인플레이션 대응 ETF’가 석 달 새 3개 출시됐다.
美 ETF 최신 트렌드는 '헤지·ESG·혁신'
지난 5일 상장한 ‘레어뷰 인플레이션·디플레이션(FLTN)’은 미국 물가연동국채(TIPS) 등에 투자하면서 인플레이션·디플레이션 환경에서 물가 상승률을 초과하는 수익률을 내는 걸 목표로 한다. 지난해 11월 15일 상장한 ‘디멘셔널 인플레이션-프로텍티드 시큐리티(DFIP)’도 비슷한 투자 전략을 구사한다. DFIP는 상장 이후 25일까지 2.57% 내렸는데 이 기간 S&P500 지수가 7.33% 떨어진 데 비해 선방했다. 작년 12월 30일 출시된 ‘AXS 아스토리아 인플레이션 센서티브(PPI)’는 에너지 기업 등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이익을 낼 수 있는 기업들에 투자한다.

이 밖에 변동성 제어에 초점을 맞춘 ‘심플리 헤지드 에퀴티(HEQT)’, 워런 버핏 등 저명한 투자 고수들의 헤지펀드 포트폴리오를 분석해 투자 종목을 선별하는 ‘구루 페이보릿 스톡스(GFGF)’, 저평가된 주식만 골라 담는 ‘컬티바(CVAR)’ 등 변동장세에 대비한 ETF들이 줄을 이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혁신 역시 주요 키워드다.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는 기업을 담는 ‘JP모간 기후변화 솔루션(TEMP)’, 임원들의 성별·인종 다양성을 검토하고 투자 대상을 선별하는 ‘V-셰어즈 US 리더십 다이버시티(VDNI)’ 등이 대표적이다. ‘캐시우드표 ESG’로 일찌감치 입소문을 탄 ‘ARK 트랜스패런시(CTRU)’는 작년 12월 8일 미국 증시에 입성했다.

‘밴에크 퓨처 오브 푸드(YUMY)’는 특히 농업 분야의 혁신기술에 집중한다. 대체 단백질, 자동화 농법, 종자 유전학 관련 기업들이 투자 대상이다.

이슬람법·안티-아크…이색 테마 경쟁도 여전

운용사들은 이색 테마 ETF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와이드 다우존스 이슬라믹 월드(UMMA)’는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기준으로 투자 기업을 고른다. 돼지, 술 등 샤리아가 금지하는 분야의 매출 비중이 5%를 넘는 기업은 제외하는 식이다.

기존 유명 테마 ETF를 뒤집은 상품은 손쉽게 투자자들의 이목을 끈다. ‘배드(BAD)’는 카지노, 대마초 등 ESG ETF들이 기피하는 기업에 투자한다. ‘안티-ESG’ ETF인 셈이다. 아크인베스트의 주력 상품인 ‘ARK 이노베이션(ARKK)’을 역으로 추종하는 ‘터틀 캐피털 숏 이노베이션(SARK)’은 최근 금리 인상 국면에서 성장주가 흔들리자 한 달 새 30% 넘게 오르며 반사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공급망 차질로 해상·항공 운임이 오르는 걸 투자 기회로 삼은 상품도 나왔다. 20일 상장한 ‘US 글로벌 시 투 스카이 카고(SEA)’의 기초지수는 해운회사를 70%, 항공 화물선을 30% 비중으로 담는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