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매의 발톱’을 드러내자 아시아 증시가 휘청거렸다. Fed의 긴축이 빠르고 강하게 이뤄질 것이란 전망에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13개월 만에 2700선을 내주며 아시아 증시에서 유일하게 약세장(베어마켓, 고점 대비 20% 하락)에 진입했다. 불안한 대외경제 여건에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이 겹친 영향이다.

27일 코스피지수는 3.5%(94.75포인트) 급락한 2614.49에 장을 마쳤다. 2700선을 밑돈 건 2020년 12월 3일(2696.22) 후 처음이다. 닛케이225지수는 3.11%,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1.78% 내렸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의 강경 발언이 상승하던 나스닥지수를 끌어내린 데 이어 아시아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노동시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금리를 인상할 여력이 꽤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는 더 이상 통화정책이 필요하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빠르고 강한 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이다. 이 영향에 급반등하던 나스닥지수는 보합에 마감했다. 연 1.01% 수준에 머무르던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연 1.19%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올랐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5원10전 오른 1202원80전에 마감했다. 2020년 7월 20일(1203원20전) 후 가장 높았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강력한 긴축을 시사하자 27일 코스피지수가 2600선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강력한 긴축을 시사하자 27일 코스피지수가 2600선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외국인은 이런 움직임을 매도 사인으로 받아들였다. 이날 하루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7142억원어치 주식을 내다 팔았다. 아시아에서 한국 증시의 낙폭이 유독 컸다. 코스피지수는 전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해 약세장에 진입했다. 홍콩H지수를 제외하면 아시아 증시에서 약세장에 진입한 건 코스피지수가 유일하다. 여기에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이 영향을 미쳤다. 이날 기관투자가는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8478억원 순매수했다. LG에너지솔루션을 3조447억원어치 매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른 주식 2조원대를 매도한 셈이다.

한편 미 상무부는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6.9%(연율 기준 속보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취합한 전문가 전망치(5.5%)를 웃도는 것으로, 3분기 증가율(2.3%)보다 세 배 높았다. 이로써 미국은 6분기 연속 성장을 이어갔다. 지난해 GDP 증가율은 5.7%로 집계돼 1984년 7.2% 후 가장 높았다.

이슬기/김익환 기자/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