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을 원하는 이들의 실체는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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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즐기는 세력들은 누구 - 주간 증시 전망
러시아, 16일에 우크라이나 침공하나
러시아, 16일에 우크라이나 침공하나
곳곳이 지뢰밭입니다. 우크라이나와 인플레이션이라는 지뢰입니다. 새로운 지뢰도 아닌데 여전히 두렵습니다. 하나는 실제 전쟁이고 또 하나는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와 전쟁을 한 결과입니다. 당장 지뢰 제거반을 투입해 "상황 종료"를 외치고 싶지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전대미문의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와 인플레이션이 얽히고 설킨 실타래처럼 꼬이고 꼬여 있습니다. 주식 뿐 아니라 채권과 외환, 원자재 시장까지 요동치게 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파생돼 에너지 가격과 환율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고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긴축 리스크 때문에 시중금리가 널뛰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주엔 2월 16일을 주목해야할 것 같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막 던지고 있는 우크라이나발 뉴스이기는 하지만 16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으로 알려진 날입니다.
그리고 '의사록 쇼크'를 주의해야하는 날입니다. 16일엔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공개됩니다. "양적긴축을 앞당길 수 있다"는 한 마디로 시장을 공포로 몰고간 12월 FOMC 의사록처럼 이번엔 어떤 말로 시장에 충격을 줄 지 예의주시해야합니다. 하지만 '기회는 위기의 탈을 쓰고 온다'는 말처럼 현재 일촉즉발의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는 이들이 있습니다. 정치 권력과 증시의 큰 손들이 대표적입니다.
그들의 속내를 알아야 '잃지 않는 투자'를 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이번 주 '정인설의 워싱턴나우'에선 우크라이나 사태와 인플레이션 위기를 즐기는 세력들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정인설의 워싱턴나우'는 매주 월요일마다 유튜브 영상과 온라인 기사 등으로 알짜 정보를 전해주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을 통해 찾아뵙고 있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우크라이나에 있는 미국인에게 미국시간으로 13일까지 "우크라이나를 떠나라"고 권고했습니다. 최소한의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들에게도 철수 명령을 내렸습니다.
여기까진 확인된 공식 정보이고 미확인 뉴스도 넘쳐납니다. 16일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란 정보가 나왔습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전한 소식이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방국 정상들에게 화상으로 이런 정보를 공유했다는 구체적인 정황도 전했습니다. 물론 러시아는 부인했습니다.
그래도 러시아는 이런 상황을 즐깁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최대 수혜자임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러시아와 관련된 모든 자산 가치가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유와 천연가스는 말할 것도 없고 위험과 부실의 대명사인 러시아 루블화 가치도 다시 뛰고 있습니다. 러시아 채권 가치도 상승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러시아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연초보다 3.5배 급증했습니다. 러시아 외화보유액은 작년 12월 6300억달러로 역대 최대 수준입니다.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 우크라이나발 공포를 즐기고 있습니다. 먹을 게 많은 판이기 때문입니다. 더 오래 가기를 원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전체 병력의 10% 이상을 우크라이나 동부에 몰아넣고 있습니다. 지상군 10만명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선 별 것 아닌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유럽에선 엄청난 병력입니다. 단적인 예로 네덜란드의 정규군 수도 4만명 남짓입니다. 러시아가 없는 살림에 10만 대군을 동부에 집중시킨 이유입니다.
그래서 이번엔 "우크라이나를 떠나라"고 수차례 방송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탈레반의 능력을 과소평가했던 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러시아 전투력과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에 대한 뉴스는 과할 정도로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건 우크라이나 사태가 명예회복의 장이기 때문입니다. 질서없던 아프가니스탄 철수에서 구겨진 미국인의 자존심을 회복해야 본인의 지지율이 반등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인플레이션 문제를 푸는 지렛대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인플레이션을 합리화할 명분이 됩니다. "내 탓이 아닌 남 탓"하는 구조로 바꿔갈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나라로 프랑스가 꼽힙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핵심 돈줄이자 최대 병력 공급원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프랑스인들의 마음 속에 남아 있는 앙금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과 호주의 배신입니다. 호주가 프랑스 핵잠수함을 도입하기로 약속했다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로 바꿔탔죠. 지난해 9월 미국 영국과 함께 3개국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를 출범시키면서 일어난 일입니다.
프랑스인 DNA에 남아 있는 '앵글로 색슨족에 대한 불신감'은 극에 달했습니다. 이런 국민적 감정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모를 리 없습니다. 게다가 4월10일 프랑스 대선을 코 앞에 두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11월에 중간선거가 있는 바이든 대통령보다 마음이 더 급합니다.
그래서 마크롱 대통령은 철저히 적극적으로 혼자 움직이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하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미국의 뒷통수를 쳐서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겁니다.
러시아도 그 점을 알기 때문에 미국 뿐 아니라 프랑스도 상대합니다. 푸틴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전화 통화 할 때마다 마크롱 대통령과도 통화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지난 7일 마크롱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회담 때 사용된 길쭉한 테이블을 보면 러시아와 프랑스의 간극도 여전합니다.
겨울이 올 때마다 천연가스 때문에 '난방열사'가 돼 러시아에 굽신굽신해야 합니다. 러시아에서 생산한 가스는 중간에 우크라이나 같은 나라를 거쳐야 해서 그 나라 눈치도 봐야 합니다. 지금처럼 에너지 가격이 뛰고 있는 인플레이션 시대엔 입지가 더 좁습니다. 게다가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처럼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는 올라프 숄츠 총리가 뛰어야 합니다. 매번 저자세로 있기 힘들어 만든 게 러시아와 독일을 해상으로 직접 잇는 가스관인 '노드 스트림2'입니다. 우크라이나 등을 거치지 않고 직항과도 같은 가스관입니다. 그런데 유럽연합(EU)의 반대와 미국의 제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쳐 이 가스관 개통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1%대 물가상승율이 5%대가 된 뒤 독일의 애간장은 더욱 녹습니다. 그래서 그 누구보다 러시아에 호전적이지 않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조용히 빨리 끝나길 원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조용히 우크라이나 주변에 병력을 늘리면 미국과 NATO는 "러시아 때문에 우리도 군비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맞장구를 칩니다. 러시아는 "서방이 갈등과 전쟁을 조장한다"고 비판합니다. 이에 미국은 "곧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위해 준비를 마쳤다"며 "푸틴 결정만 남았다"고 정리해줍니다. 그러면 러시아는 "가짜 뉴스"라고 대응하고 미국은 "러시아가 침공하면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엄포를 놓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꼭 하는 말이 있습니다. 미국은 NATO를 지원하는 것이지 러시아와 직접 맞짱뜨고 싸울 일은 없다는 얘기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건 또다른 세계대전"이라고 러시아와 직접 전쟁 가능성은 일축했습니다. 외교적 해결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습니다. 최악의 경우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그 책임은 러시아에 있다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러시아는 반대로 미국과 서방이 갈등을 조장한다고 홍보전을 해왔습니다. EU가 존재감 없는 가운데 프랑스와 독일은 단독 플레이를 해왔습니다. 4개국 생각이 다들 다른데 우크라이나 사태의 결말은 어떨까요. 긴장과 갈등이 너무 오래가면 피로가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이번주면 막을 내리고 에너지의 극성수기인 겨울도 끝나가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를 둘러싼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가 '원샷 대화'로 대립을 끝낸 장면을 다시 보게 될까요.
문제는 다들 생각이 제각각이라는 겁니다. 선거를 앞두고 있어 '제 코가 석 자'고 '손 안대고 코 풀고 싶은 생각'이 우선합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를 포함해 주요 4개국 정상 사이에 신뢰가 투텁지 않은 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먼저 나를 칠 지 모르다는 두려움에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생각으로 시작된 1차 세계대전을 떠올리는 건 기우(杞憂)일까요. 1914년 8월에 시작된 1차 세계 대전은 "낙엽이 지기 전에 끝날 것"이라던 당시 독일의 빌 헬름 황제의 호언장담과 달리 1918년 11월에 끝났습니다. 유럽 국가들은 낙엽을 네 번이나 더 보면서 혹독한 대가를 치렀던 것이죠.
16일에 나올 1월 FOMC 의사록을 잘 봐야 합니다. 3월 '빅스텝 인상'을 시사하거나 조기 양적긴축을 암시하는 발언이 들어가 있으면 '12월 쇼크'가 재현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 다음으로 스포트 라이트를 받고 있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가 잇따라 공개 석상에 섭니다. 미국시간으로 14일 오전에 CNBC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17일 목요일에도 공개석상에 섭니다.
불러드 총재는 올해 FOMC 투표권이 있어 그런 지 매파(통화 긴축 선호) 대표주자 인걸 은근히 즐기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3월 50bp 금리 인상"과 "2월 긴급 FOMC 개최" 등을 주장했는데 또 다른 충격적 발언을 준비했을 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18일엔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도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 레이얼 브레이너드 Fed 부의장 등과 함께 한 포럼에서 연설자로 나섭니다. 그리고 미국시간으로 15일(한국시간 15일 밤)에 나오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중국 PPI(한국시간 16일)도 잘 봐야 합니다.
결국 이런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변동성으로 가장 많은 혜택을 보는 이들은 월가 금융사들과 큰 손들입니다. 이들은 보합을 가장 싫어합니다. 거래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출렁거려야 누군가는 두려움에 팔고 누군가는 저가매수의 기회로 삼기 때문에 변동성을 즐깁니다. 한 방향으로 몰아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어 때로는 의도적으로 위기를 부풀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이 오래됐지만 위력은 여전한 '우크라이나 위기'와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잘 이용하는 배경인 것 같습니다. 이번 주에도 양대 변수로 인한 출렁거림을 이겨낼 수 있는 좋은 소식들이 전해졌음 합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우크라이나와 인플레이션이 얽히고 설킨 실타래처럼 꼬이고 꼬여 있습니다. 주식 뿐 아니라 채권과 외환, 원자재 시장까지 요동치게 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파생돼 에너지 가격과 환율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고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긴축 리스크 때문에 시중금리가 널뛰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주엔 2월 16일을 주목해야할 것 같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막 던지고 있는 우크라이나발 뉴스이기는 하지만 16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으로 알려진 날입니다.
그리고 '의사록 쇼크'를 주의해야하는 날입니다. 16일엔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공개됩니다. "양적긴축을 앞당길 수 있다"는 한 마디로 시장을 공포로 몰고간 12월 FOMC 의사록처럼 이번엔 어떤 말로 시장에 충격을 줄 지 예의주시해야합니다. 하지만 '기회는 위기의 탈을 쓰고 온다'는 말처럼 현재 일촉즉발의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는 이들이 있습니다. 정치 권력과 증시의 큰 손들이 대표적입니다.
그들의 속내를 알아야 '잃지 않는 투자'를 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이번 주 '정인설의 워싱턴나우'에선 우크라이나 사태와 인플레이션 위기를 즐기는 세력들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정인설의 워싱턴나우'는 매주 월요일마다 유튜브 영상과 온라인 기사 등으로 알짜 정보를 전해주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을 통해 찾아뵙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푸틴의 셈법은
이번주가 우크라이나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우크라이나에 있는 미국인에게 미국시간으로 13일까지 "우크라이나를 떠나라"고 권고했습니다. 최소한의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들에게도 철수 명령을 내렸습니다.
여기까진 확인된 공식 정보이고 미확인 뉴스도 넘쳐납니다. 16일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란 정보가 나왔습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전한 소식이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방국 정상들에게 화상으로 이런 정보를 공유했다는 구체적인 정황도 전했습니다. 물론 러시아는 부인했습니다.
그래도 러시아는 이런 상황을 즐깁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최대 수혜자임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러시아와 관련된 모든 자산 가치가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유와 천연가스는 말할 것도 없고 위험과 부실의 대명사인 러시아 루블화 가치도 다시 뛰고 있습니다. 러시아 채권 가치도 상승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러시아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연초보다 3.5배 급증했습니다. 러시아 외화보유액은 작년 12월 6300억달러로 역대 최대 수준입니다.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 우크라이나발 공포를 즐기고 있습니다. 먹을 게 많은 판이기 때문입니다. 더 오래 가기를 원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전체 병력의 10% 이상을 우크라이나 동부에 몰아넣고 있습니다. 지상군 10만명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선 별 것 아닌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유럽에선 엄청난 병력입니다. 단적인 예로 네덜란드의 정규군 수도 4만명 남짓입니다. 러시아가 없는 살림에 10만 대군을 동부에 집중시킨 이유입니다.
미국, '아프간 트라우마'와 '인플레 불만' 극복이 최우선
미국인들에게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철수는 그야말로 충격이었습니다. 아수라장 속에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한 미군 18명이 어이없게 목숨을 잃었고 미국 시민권자들도 탈출하지 못했습니다. "국가가 나를 지켜주지 못하는구나"라는 걸 생생히 목도하면서 바이든 정부에 대한 실망감은 극에 달했습니다.그래서 이번엔 "우크라이나를 떠나라"고 수차례 방송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탈레반의 능력을 과소평가했던 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러시아 전투력과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에 대한 뉴스는 과할 정도로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건 우크라이나 사태가 명예회복의 장이기 때문입니다. 질서없던 아프가니스탄 철수에서 구겨진 미국인의 자존심을 회복해야 본인의 지지율이 반등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인플레이션 문제를 푸는 지렛대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인플레이션을 합리화할 명분이 됩니다. "내 탓이 아닌 남 탓"하는 구조로 바꿔갈 수 있습니다.
배신당한 프랑스 "미국에 복수"
우크라이나 사태의 핵심은 '미·러 전쟁'이지만 유럽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그 가운데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나라로 프랑스가 꼽힙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핵심 돈줄이자 최대 병력 공급원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프랑스인들의 마음 속에 남아 있는 앙금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과 호주의 배신입니다. 호주가 프랑스 핵잠수함을 도입하기로 약속했다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로 바꿔탔죠. 지난해 9월 미국 영국과 함께 3개국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를 출범시키면서 일어난 일입니다.
프랑스인 DNA에 남아 있는 '앵글로 색슨족에 대한 불신감'은 극에 달했습니다. 이런 국민적 감정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모를 리 없습니다. 게다가 4월10일 프랑스 대선을 코 앞에 두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11월에 중간선거가 있는 바이든 대통령보다 마음이 더 급합니다.
그래서 마크롱 대통령은 철저히 적극적으로 혼자 움직이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하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미국의 뒷통수를 쳐서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겁니다.
러시아도 그 점을 알기 때문에 미국 뿐 아니라 프랑스도 상대합니다. 푸틴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전화 통화 할 때마다 마크롱 대통령과도 통화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지난 7일 마크롱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회담 때 사용된 길쭉한 테이블을 보면 러시아와 프랑스의 간극도 여전합니다.
어쩌다 평화주의자가 된 독일 "빨리 끝내자"
독일도 마음이 급합니다. 탈원전에 탈석탄까지 해서 유럽 내 최대 에너지 수입국이 됐습니다. 원전으로 무장한 프랑스에 매번 손을 벌려야 합니다.겨울이 올 때마다 천연가스 때문에 '난방열사'가 돼 러시아에 굽신굽신해야 합니다. 러시아에서 생산한 가스는 중간에 우크라이나 같은 나라를 거쳐야 해서 그 나라 눈치도 봐야 합니다. 지금처럼 에너지 가격이 뛰고 있는 인플레이션 시대엔 입지가 더 좁습니다. 게다가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처럼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는 올라프 숄츠 총리가 뛰어야 합니다. 매번 저자세로 있기 힘들어 만든 게 러시아와 독일을 해상으로 직접 잇는 가스관인 '노드 스트림2'입니다. 우크라이나 등을 거치지 않고 직항과도 같은 가스관입니다. 그런데 유럽연합(EU)의 반대와 미국의 제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쳐 이 가스관 개통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1%대 물가상승율이 5%대가 된 뒤 독일의 애간장은 더욱 녹습니다. 그래서 그 누구보다 러시아에 호전적이지 않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조용히 빨리 끝나길 원하고 있습니다.
미·러·불·독 '동상이몽' 속 출구전략은
그동안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갈등 전개는 이랬습니다.러시아가 조용히 우크라이나 주변에 병력을 늘리면 미국과 NATO는 "러시아 때문에 우리도 군비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맞장구를 칩니다. 러시아는 "서방이 갈등과 전쟁을 조장한다"고 비판합니다. 이에 미국은 "곧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위해 준비를 마쳤다"며 "푸틴 결정만 남았다"고 정리해줍니다. 그러면 러시아는 "가짜 뉴스"라고 대응하고 미국은 "러시아가 침공하면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엄포를 놓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꼭 하는 말이 있습니다. 미국은 NATO를 지원하는 것이지 러시아와 직접 맞짱뜨고 싸울 일은 없다는 얘기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건 또다른 세계대전"이라고 러시아와 직접 전쟁 가능성은 일축했습니다. 외교적 해결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습니다. 최악의 경우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그 책임은 러시아에 있다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러시아는 반대로 미국과 서방이 갈등을 조장한다고 홍보전을 해왔습니다. EU가 존재감 없는 가운데 프랑스와 독일은 단독 플레이를 해왔습니다. 4개국 생각이 다들 다른데 우크라이나 사태의 결말은 어떨까요. 긴장과 갈등이 너무 오래가면 피로가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이번주면 막을 내리고 에너지의 극성수기인 겨울도 끝나가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를 둘러싼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가 '원샷 대화'로 대립을 끝낸 장면을 다시 보게 될까요.
문제는 다들 생각이 제각각이라는 겁니다. 선거를 앞두고 있어 '제 코가 석 자'고 '손 안대고 코 풀고 싶은 생각'이 우선합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를 포함해 주요 4개국 정상 사이에 신뢰가 투텁지 않은 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먼저 나를 칠 지 모르다는 두려움에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생각으로 시작된 1차 세계대전을 떠올리는 건 기우(杞憂)일까요. 1914년 8월에 시작된 1차 세계 대전은 "낙엽이 지기 전에 끝날 것"이라던 당시 독일의 빌 헬름 황제의 호언장담과 달리 1918년 11월에 끝났습니다. 유럽 국가들은 낙엽을 네 번이나 더 보면서 혹독한 대가를 치렀던 것이죠.
12월의 '의사록 쇼크' 재현될까
이러다 우크라이나가 아닌 인플레이션에서 폭탄이 터질 수 있습니다. 이번 주엔 통계지표가 아닌 '말 폭탄'입니다.16일에 나올 1월 FOMC 의사록을 잘 봐야 합니다. 3월 '빅스텝 인상'을 시사하거나 조기 양적긴축을 암시하는 발언이 들어가 있으면 '12월 쇼크'가 재현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 다음으로 스포트 라이트를 받고 있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가 잇따라 공개 석상에 섭니다. 미국시간으로 14일 오전에 CNBC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17일 목요일에도 공개석상에 섭니다.
불러드 총재는 올해 FOMC 투표권이 있어 그런 지 매파(통화 긴축 선호) 대표주자 인걸 은근히 즐기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3월 50bp 금리 인상"과 "2월 긴급 FOMC 개최" 등을 주장했는데 또 다른 충격적 발언을 준비했을 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18일엔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도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 레이얼 브레이너드 Fed 부의장 등과 함께 한 포럼에서 연설자로 나섭니다. 그리고 미국시간으로 15일(한국시간 15일 밤)에 나오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중국 PPI(한국시간 16일)도 잘 봐야 합니다.
결국 이런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변동성으로 가장 많은 혜택을 보는 이들은 월가 금융사들과 큰 손들입니다. 이들은 보합을 가장 싫어합니다. 거래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출렁거려야 누군가는 두려움에 팔고 누군가는 저가매수의 기회로 삼기 때문에 변동성을 즐깁니다. 한 방향으로 몰아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어 때로는 의도적으로 위기를 부풀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이 오래됐지만 위력은 여전한 '우크라이나 위기'와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잘 이용하는 배경인 것 같습니다. 이번 주에도 양대 변수로 인한 출렁거림을 이겨낼 수 있는 좋은 소식들이 전해졌음 합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