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게임주가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어닝쇼크가 이어지며 주가가 급락 중이다. 미국 게임주는 코로나19로 인한 수혜가 끝난 영향을, 한국 게임주는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새로운 영역에서 수익성을 입증하지 못한 영향을 받았다. 당분간 게임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흥행 콘텐츠 유무가 주가 향방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 끝나자 美게임주 어닝쇼크

실망과 악재…韓·美 '게임 대장주 동반쇼크'
미국 게임사 로블록스는 메타버스의 상징으로 불리며 지난해 주가가 급등했다. 하지만 실적은 기대 이하였다. 15일(현지시간) 로블록스(종목명 RBLX)는 작년 4분기 주당순이익(EPS)이 -0.25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증권가 예상치(-0.12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치였다.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산에도 다시 문을 여는 학교들이 늘어나자 게임 시간이 줄며 실적이 악화됐다. 메타버스에서는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실망스러운 성적표에 로블록스는 시간외 거래에서 15% 하락하며 62달러 선까지 추락했다.

로블록스만이 아니다. 앞서 미국 시장에서 실적을 발표했던 게임사 일렉트로닉아츠(EA) 역시 4분기 EPS가 3.2달러로 시장 예상치(3.5달러)를 밑돌았다. 액티비전블리자드(ATVI)의 4분기 EPS도 시장 예상치(1.31달러)보다 낮은 1.25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어닝쇼크임에도 일렉트로닉아츠는 ‘피파 시리즈’ 등이 호조를 보이면서 실적 발표 이튿날인 지난 2일 5%대 상승했다. 액티비전블리자드는 마이크로소프트(MSFT)에 인수된다는 소식에 지난달 19% 뛰었다.

韓 게임주도 울상

인수합병(M&A) 등 호재가 있는 미국과 달리 한국 게임주는 어닝쇼크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4분기 매출이 7572억원, 영업이익은 1095억원으로 증권가 컨센서스(추정치 평균)를 한참 밑돌았다.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2211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큰 폭의 어닝쇼크다.

다만 미국 게임주가 코로나19 수혜 종료로 인한 어닝쇼크였다면, 엔씨소프트를 비롯한 한국 게임주는 기대가 너무 큰 탓이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매출 하향폭이 생각보다 커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신성장동력으로 평가받았던 NFT의 게임 내 적용 일정은 이번에도 확실히 발표되지 않았다. 이 영향으로 16일 엔씨소프트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4% 떨어진 49만2500원에 마감했다. 2019년 12월 후 최저점이다. 엔씨소프트는 코로나19로 인한 폭락장에도 50만원을 밑돈 적이 없었다. 이 밖에 크래프톤 등 다른 한국 게임주들의 어닝쇼크엔 인건비 상승도 한몫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수혜를 맞은 게임사들이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앞다퉈 인센티브 등 인건비를 올렸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한국과 미국의 게임주 모두 당장 NFT나 메타버스로 수익성을 개선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미 발표된 작품의 흥행 지속 여부나 올해 발표할 신작들이 각 게임사의 주가를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정용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게임 시장은 거리두기 정상화 기조와 더불어 주요 게임의 판매량 부진에 따라 3개월째 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중”이라며 “핵심 콘텐츠가 확대되는 기업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 확대 대표 기업으로는 피파가 호조를 보이는 일렉트로닉아츠를 꼽았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