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추종자금이 1조7700억달러에 이르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에서 러시아가 빠지기로 하면서 한국의 반사 수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최대 4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한국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지수보다는 개별 종목별로 수혜 정도가 달라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최대 4조원 유입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MSCI는 러시아를 신흥국 시장에서 독립 시장으로 재분류하기로 했다. 사실상 지수 퇴출과 다름없는 이례적 조치다. 오는 9일 마감 이후부터 적용이 된다. 러시아는 MSCI 신흥국 지수내 비중이 1.5% 수준이었다.

증권업계에서는 러시아로 인해 신흥국지수에 있는 한국 증시로의 자금 유입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MSCI 기대감이 선반영되는 등의 효과로 1.61% 오른 2747.08에 거래를 마쳤다. 니케이지수가 0.7%대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2배 이상이다.

한국의 신흥국지수 내 비중은 현재 12.2%다. 러시아가 퇴출되면 12.4%로 0.2%포인트가 늘게 된다. 신흥국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은 액티브가 1조4000억달러, 패시브가 3700억달러로 추산된다. 지수 비중 조정에 따른 수급 변화는 주로 패시브 자금에 기반한다. 패시브자금만 따지면 약 7억달러, 8000억원 규모다.

1조4000억달러에 이르는 액티브 펀드의 추종자금까지 비중에 따라 한국을 매수한다고 가정하면 한국으로의 자금 유입 규모는 34억달러, 최대 4조원까지 계산이 나온다. 다만 액티브 펀드는 지수 변화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다. 만일 액티브펀드가 지수 비중을 50%만 따른다면 유입 규모는 2조원 안팎이 되는 식이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의 신흥국지수 내 비중은 이미 3%대에서 1.5%로 줄어든 상황"이라며 "실질적인 수급 영향은 제한적이다"고 설명했다.

실질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지만 외국인 수급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만으로도 코스피지수에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개인과 기관의 선매수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러시아 퇴출효과는 9일이 대선으로 휴장하는 만큼 오는 8일부터 국내 시장에 반영될 전망이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수 관련 수급은 한국에 반사 이익이 될 수 있는 이슈"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우·KT&G·SK이노베이션 수혜


추종자금이 늘어나면 어떤 업종이나 종목이 수혜를 입을지가 관건이다. 패시브 자금은 업종별 비중이 중립적이기 때문에 기존 비중대로 종목을 기계적으로 매수한다. 이 과정에서는 거래 대금이 크지 않아 단기간 자금이 유입될 때 주가가 크게 움직일 수 있는 종목이 유리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사려는 돈은 들어오는데, 팔려는 물량은 달리는 종목들이다.

신한금융투자는 10일 평균 거래대금 대비 패비스 매수 비율 상위종목으로 삼성전자우, LG화학우, 현대차우, KT&G, 코웨이, 삼성에스디에스, 에스원 등을 제시했다. 거래대금이 낮아 추종자금 유입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들이다. 시총 상위주들도 자금 유입 기대를 받는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한국 증시에 최대 4조원에 자금이 유입됐을 때 삼성전자만 1조2800억원의 순매수가 일어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액티브 자금은 접근법이 달라진다. 펀드 내 업종별 비중과 각 나라별 비중이 동시에 고려된다. 업종별 비중을 유지하면서 해당 업종 내에서 종목별 비중을 달리할 수도 있다.

러시아는 에너지 비중이 높은 시장이다. 50% 가량이다. 소재가 23%, 금융이 16% 정도로 뒤를 잇는다. 나머지 업종은 미미하다. 하나금융투자는 에너지 업종에서만 12조7000억원이 빠져나온다고 추정했다. 이들 업종이 상대적으로 더 큰 액티브 수급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 내 업종별 비중을 고려하면 에너지 업종인 SK이노베이션, S-Oil, GS, 현대중공업 지주 등에 5200억원, 소재 업종에 5500억원 가량의 자금 유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