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씨티, 갑자기 美 주식 '사라'…월가의 반응은?
뉴욕 증시에선 방향을 종잡을 수 없는 장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요 지수는 뉴스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고 있습니다.

3일(미 동부 시각) 아침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2차 평화 협상이 시작되고, 이란 핵 협상이 곧 타결될 것이란 뉴스에 한때 배럴당 119달러까지 치솟았던 유가(브렌트유)가 내림세로 꺾어지자 주요 지수는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도 11% 하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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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께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90분간 통화한 직후 엘리제궁에서 "아직 최악은 오지 않았다"라는 메시지가 나오자 시장은 흔들렸습니다. 푸틴이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와 '중립화'를 어떻게든 달성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는 겁니다.

오후 12시 20분께 제롬 파월 의장은 상원에서 리처드 셸비 의원(공화당)이 '1980년대 폴 볼커 전 의장처럼 경제를 침체에 몰아넣더라도 인플레이션을 잡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고 묻자 "당신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예스'였다고 기록되길 바란다"라고 답했습니다. 물론 추궁에 따른 억지 대답이었지만 시장은 잠시 멈칫했습니다. 볼커는 1979년 토요일 아침 긴급회의를 열고 한 번에 4%포인트 금리를 올리기도 했던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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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뒤인 12시 30분엔 순간적으로 치솟기도 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이 평화 협상에서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통로 개설'에 합의하면서 이를 위해 대피하는 동안 '일시 휴전'(ceasefire)하기로 했다고 밝힌 게, 진짜 휴전하는 것으로 잠시 오인된 탓입니다. 어쨌든 양국은 며칠 내에 다시 회담하기로 한 게 협상에서 거둔 가장 좋은 소식입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미국 정부가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 등 러시아 엘리트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하고, 미 의회가 초당적으로 러시아 에너지 수입금지 법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나오자 장 후반으로 갈수록 하락 폭이 커졌습니다. 결국 다우는 0.29%, S&P500 지수는 0.53% 내렸고, 나스닥은 1.56%나 하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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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상황은 매우 유동적입니다. 푸틴만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아니 단기에 전쟁을 끝내려는 계획이 좌초되어 푸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수 있습니다.

웰스파고는 네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① 발칸 스타일 화해, 즉 우크라이나의 안정을 전제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서부 영토 일부를 얻는 것. 확률은 50% 이하
②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저항에 푸틴이 물러서는 것
③ 러시아의 계속된 폭격으로 우크라이나가 항복하는 것. 서방의 더욱 강력한 제재로 인해 제 2 냉전이 시작됨.
④ 전쟁이 장기화하고 러시아 경제가 제재로 무너지면서 푸틴이 권력에서 물러나는 것(가장 가능성이 작음)

이런 우크라이나 관련 불확실성은 연일 유가를 밀어 올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벤치마크인 서부텍사스원유(WTI)의 가격은 새벽 한때 배럴당 116달러까지 치솟아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셰일 오일이 본격 생산되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겁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19달러까지 거래됐습니다. 서방의 정유회사들이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제재 불확실성을 피하고자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꺼리고 있는 탓입니다. 서방 기업들은 제재를 넘어 러시아와 관련된 모든 것을 피하고 있습니다. 원유뿐 아니라, 보험 가입을 거부하고, 제재 목록에 없는 기업과도 금융 거래를 차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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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은 이날 보고서에서 "러시아 원유의 70%가 구매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20달러에 달하는 기록적 할인가에 내놓았는데 사겠다는 신호가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JP모건은 이런 공급 충격의 규모가 너무 큰 만큼 유가가 수개월 동안 배럴당 120달러에서 유지되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평화 협상에 돌파구가 없는 한 수요를 줄여 수급을 맞추려면 120달러는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게다가 서방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하면서 러시아 에너지를 제재하라는 압력을 받을 겁니다. JP모건은 러시아 원유 공급 차질이 1년 이상 지속한다면 브렌트유가 올해 말 배럴당 185달러로 마감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JP모간은 브렌트유 가격이 2분기 배럴당 평균 110달러, 3분기 100달러, 4분기 90달러라는 기존 전망은 유지했습니다. 만약 이란 핵 협상이 없다면 2분기 평균 115달러, 3분기 105달러, 4분기 평균 95달러로 각각 5달러씩 더 높을 것으로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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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높은 유가는 인플레이션을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파월 의장은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 등 원자재 가격이 올랐다"라면서 "에너지 가격 상승의 지속성"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는 인플레이션 기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또 제재와 전쟁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매우 불확실하지만 적어도 한동안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상승 압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가뿐이 아닙니다. 밀은 부셸당 12달러, 아연은 톤당 4000달러를 넘어 각각 2007년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고, 알루미늄은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씨티, 갑자기 美 주식 '사라'…월가의 반응은?
이런 원자재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면서 침체 공포를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일반적으로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할 때마다 인플레이션이 약 0.2% 포인트씩 상승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bp 하락하고, 2년물 금리는 2bp 오르면서 스프레드(금리 차이)는 32bp 수준까지 낮아졌습니다. 채권 수익률 곡선이 급격히 평평해지면서 '침체 신호'로 불리는 역전까지 얼마 남지 않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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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비앙코리서치에 따르면 모든 경기 침체가 유가 폭등(50% 이상)을 동반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유가가 50% 이상 폭등한 경우는 모두 침체로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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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데이타트렉리서치는 "역사를 보면 1년간 유가가 100%가량 상승할 경우,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가 촉발됐다"라고 밝혔습니다. 데이터트랙리서치는 1990년의 걸프 전쟁, 2000년의 닷컴 버블,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유가가 급등했던 사례 등에서 침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데이터트렉리서치는 "유가 상승이 여러 방식으로 경제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가계 예산을 급격히 압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발표된 공급관리협회(ISM)의 2월 서비스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전달보다 3.4포인트 하락한 56.5로 집계되어 월가 예상(61)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신규 수주는 전월 61.7→2월 56.1로 낮아져 1년 만에 가장 느린 성장률을 보였고, 기업활동 지수는 59.9→55.1로 떨어져 2020년 5월 이후 최저로 낮아졌습니다. 고용지수는 52.3→48.5로 낮아져 위축 국면에 들어갔습니다(50보다 낮으면 위축). 그러나 가격지수는 82.3→83.1로 더 높아졌습니다. ISM의 앤서니 니베스 회장은 "기업들이 공급망 혼란, 생산능력 제약, 인플레이션, 물류 어려움, 인력 부족 등의 영향을 계속 받고 있다. 이는 기업활동과 경제 성장을 냉각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라고 말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씨티, 갑자기 美 주식 '사라'…월가의 반응은?
물론 월가는 침체를 말하기에는 좀 이르다는 분석이 다수입니다. 사실 미국 경제는 오미크론 변이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살아나고 있습니다. 이날 발표된 전주(~26일)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이전보다 1만8000명 감소한 21만5000명을 기록해 작년 12월 이후 최저를 나타냈습니다. 고용시장은 여전히 호황입니다. 내일 발표될 2월 고용보고서의 신규 고용도 42만 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또 공장 주문도 1월에 예상보다 강한 1.4%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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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톤의 조 지들 전략가는 보고서에서 "올해 경제 성장이 강력한 모멘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그 이유로 "6조 달러에 달한 지난해 재정 부양책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미 연방정부는 불과 몇 달 만에 2019년 GDP의 약 30%를 경제에 투입했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가계는 2조 달러를 훌쩍 넘는 잉여 저축액을 갖게 됐고 이는 경기 침체 위험을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제가 정상화되면 소비자 지출이 서비스에 쓰이면서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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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에서 이날 가장 많이 회자된 보고서는 씨티가 펴낸 것이었습니다. 미국 주식과 글로벌 IT 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로 높이는 내용이었습니다. 로버트 버클랜드 수석 전략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최근의 금리 하락세가 성장주에 대한 선호도를 높일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버클랜드는 "우크라이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주식은 상당한 강세를 보여왔다. 손실은 러시아에 직접 노출된 주식에 집중되어 있다. 최근의 실질 수익률의 하락은 올해 성장주에 대한 선호도 하락이 멈춰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면서 투자의견을 상향 조정했습니다. 그는 글로벌 IT 업종에 대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주가가 오히려 2%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우리는 여전히 하락세를 사고 싶다”라며 “과거에 지정학적 위기 이후 글로벌 주식이 10~20% 상승했다는 점을 강조한다”라고 권고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씨티, 갑자기 美 주식 '사라'…월가의 반응은?
JP모건도 주식 매수를 권하고 있습니다. JP모건자산운용의 데이비드 레보비츠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상황이 미국 경제를 약화시키거나, Fed가 정책 오류를 범하는 수준까지 긴축을 확대되지 않는 한 이번 하락은 매수 기회"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주가의 회복은 금리 변동성 감소와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3월 중순에 Fed의 발표가 있을 때까지는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여러 가지 전제 조건이 있지만, 변동성이 치솟을 때가 통상 좋은 매수 기회라는 논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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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데니리서치는 약간 중립적입니다. 야데니리서치는 이날 모닝브리프에서 "역사적으로 전쟁, 암살, 테러 공격 등은 시장을 움직이는 요인으로 그다지 의미가 없다. 주가를 이끄는 요인은 기업 매출과 이익의 증가이며, 지정학적 사건은 이를 크게 변화시킬 만큼 크지 않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에 미쳤던 몇 가지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는 영향이 미미하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야데니리서치는 "우크라이나 위기는 원자재 가격을 치솟게 하고 인플레이션을 더욱 높일 것이다. 파월 의장이 '볼커 2.0'식 긴축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것 같지는 않지만, 금리 인상을 시작해야 한다. 투자자에게 가장 큰 위험은 에너지 부족 및 가격 급등으로 인한 에너지 시장 혼란이며, 이는 경기 침체와 약세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