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 주가가 일제히 급등하며 다시 상승궤도에 올라탈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e커머스 공룡’이 된 쿠팡이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겠다고 밝히면서 유통업체 간 출혈 경쟁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를 풀어줄 것이란 기대감까지 더해지고 있다.

증권가에선 이 같은 기대감이 실현될지 여부는 지켜봐야겠지만 단계적 거리두기 완화(리오프닝)가 곧 실현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실적 개선 가능성은 높다고 분석했다.
출혈경쟁 완화되고 규제 풀릴까…유통株의 시간 온다

경쟁 완화·새 정부 기대감에 주가 쑥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1일 이마트는 4.1% 올랐다. 쿠팡 효과라는 분석이다. 이마트의 직접적 경쟁자인 쿠팡발 출혈경쟁 완화 기대감이 영향을 미쳤다. 쿠팡은 지난 2일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지난해 3월 상장 이후 벌써 다섯 번째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현재 쿠팡의 국내 온라인 유통 시장 점유율은 약 20%로 압도적 1위다. 1위 업체인 쿠팡마저 자금 조달이 절실한 상황이라면 국내 유통업계 간 벌어졌던 출혈 경쟁은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이마트 주가를 밀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이날 신세계도 3.44% 오른 27만1000원에 장을 마쳤고, 롯데쇼핑현대백화점도 각각 6.4%, 2.72% 올랐다. 코스피지수가 0.71% 하락 마감했음에도 유통주는 전반적으로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전반적으로는 유통 관련 규제 완화 기대감도 주가를 끌어올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달 16일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유세에서 복합쇼핑몰 유치를 약속했다. 업계에선 그동안 대형 유통업계에 부정적이었던 현 정부와 달리 새 정부는 우호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재검토 등 유통업계를 옭아매는 여러 규제가 없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부푼 이유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유통주의 주가 상승은 쿠팡이 겪는 어려움과 리오프닝, 영업시간 제한 규제 완화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리오프닝 호재까지…“주가 상승여력”

증권가에선 e커머스 업체 간 경쟁 완화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쿠팡은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말 와우멤버십 요금을 월 2900원에서 4900원으로 인상한 게 대표적이다. 거라브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올해는 효율성을 제고하고 운영 레버리지를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쿠팡의 물류 인프라 확대 속도는 작년 대비 둔화될 가능성이 높고 향후 예상되는 적자 및 투자 규모를 감안하면 2024년에는 흑자전환이 필요한 시기로 판단된다”며 “올해 e커머스 내 경쟁 강도는 일부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유통 관련 규제 완화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당장 리오프닝에 따른 실적 반등은 기대해볼 만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오는 21일부터 해외입국자 7일 격리를 면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월 유통업체 매출은 전년 대비 13.9% 증가하는 등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급증에도 불구하고 영업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다”며 “리오프닝 기대감이 기대감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실적 개선에 동반되고 있는 만큼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