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부터 기업공개(IPO) 때 기관투자가 수요예측 경쟁률이 전보다 눈에 띄게 낮아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오는 5월부터 IPO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투자일임 회사의 자격을 제한하기로 해서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오는 5월 이후 국내 등록된 투자자문 및 일임 회사 중 66%가 IPO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금융투자협회는 IPO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투자일임 회사의 자격을 제한하는 내용의 ‘수요예측 시장 질서 유지를 위한 인수 업무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투자일임 회사는 등록 후 2년이 지나야 하고, 투자일임 재산 규모가 50억원을 넘어야 한다. 등록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투자일임 재산 규모가 30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개정안을 적용하면 지난해 9월 기준 투자일임 회사로 등록된 투자자문사 176곳 중 116곳이 수요예측 참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이들을 배제할 경우 기관 청약 주식 수는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IB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지난 2월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의 수요예측에 개정안 적용을 가정하면, 기관 경쟁률은 2023 대 1에서 1884 대 1로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운용사 448곳 등 총 1988개 기관이 참여했는데, 이 중 6%가 자격 미달로 공모주를 신청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경쟁률 1000 대 1을 넘는 유망 공모 기업을 가정했을 때 수요예측 경쟁률 숫자가 200~300 정도는 빠진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2000 대 1 이상으로 경쟁률이 치솟는 현상은 다시 보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개정안 시행 이후에도 기관들이 자산 규모를 크게 뛰어넘는 공모주를 신청하는 ‘오버 베팅’은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참여 기관별 자산과 자기자본 규모를 파악해 신청 한도를 제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수요예측 제도의 역할인 ‘합리적인 가격 결정’ 기능 강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