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LG에너지솔루션에 뺏겼던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2위 자리를 되찾았다. 올해 1월 27일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처음(장 마감 기준)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코스피200지수 편입에 따른 공매도 집중, 원자재 가격 급등, 의무보유확약물량 부담 등으로 주춤하는 사이 SK하이닉스는 실적 기대감을 안고 상승 중이다.

호재 계속되는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vs LG엔솔, 뒤바뀐 시총 2위
17일 SK하이닉스는 6.44% 오른 12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의 종가 기준 시총은 90조2722억9326만원으로 LG에너지솔루션(87조9840억원)을 제쳤다. LG에너지솔루션도 이날 3.44% 올라 37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그간의 하락폭을 만회하지 못해 2위 수성에 실패했다.

SK하이닉스가 오른 건 불확실성 해소와 실적 반등 전망 덕분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간 반도체 전망 개선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리스크 등 시장 전반에 대한 우려가 주가를 억눌러왔다”며 “이 같은 우려가 다소 진정되면서 반도체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전날 미국 증시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협정 진전, 시장 예상치에 부합한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소식에 3대 지수가 모두 상승 마감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5.03% 올랐다.

D램과 낸드플래시는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경쟁사 일본 키옥시아 공장이 웨이퍼(반도체 원판) 오염 사고로 약 한 달간 생산을 중단한 게 SK하이닉스에는 반사이익을 안겨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세계 낸드플래시 1분기 공급량의 8%, 연간 공급량의 2% 이상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 2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공급자 위주 시장으로 진입할 것”이라며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4조원으로 반등할 전망”이라고 했다. 현재 주가는 단기 저점 수준이라고 봤다. 전날 기준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6.55배에 불과하다.

투자회사 번스타인은 전날 “D램 반도체 가격이 1~2분기에 바닥을 칠 것”이라며 마이크론, SK하이닉스, 삼성전자의 투자등급을 ‘시장 수익률 하회(underperform)’에서 ‘시장 수익률 상회(outperform)’로 올렸다. 이날 마이크론은 8.97% 급등했다.

유가증권시장 2위 다툼 치열할 듯

LG에너지솔루션은 2차전지 산업의 성장성에도 불구하고 단기 수급 악재에 발이 묶여 있다. 코스피200지수 편입에 따른 공매도 허용, 줄줄이 대기 중인 의무보유확약물량 해제일 등이 부담이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되지만, 금리 상승 국면인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의 낮은 수익성과 높은 밸류에이션은 고민거리”라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12개월 선행 PER은 16일 기준 97.86배다.

당분간 유가증권시장 시총 2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현재 목표주가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대로면 LG에너지솔루션이 앞선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16일 기준 16만1087원, LG에너지솔루션은 52만1750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예상 시총(122조895억원)이 SK하이닉스(117조2717억원)보다 크다.

하지만 격차는 줄고 있다. SK하이닉스 목표주가는 1개월 전 15만7522원, 3개월 전 13만8739원에서 꾸준히 상향됐지만 LG에너지솔루션 목표주가는 한 달 전(53만1600원)보다 하향됐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