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코로나19 유행 후 2년간 유지하던 ‘제로 금리’ 시대를 마감했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다. 이르면 오는 5월 금융시장에 뿌린 돈을 회수하는 ‘양적긴축’에 들어간다는 계획도 밝혔다. 팬데믹 후 경기 부양에 집중해 온 Fed의 중심축이 물가 잡기로 완전히 전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Fed는 16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연 0.25~0.5%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FOMC가 마지막 금리 인상에 나섰던 것은 2018년 12월이다. 2019년 7월 기준금리를 연 2~2.25%로 0.25%포인트 낮추면서 금리 인하에 들어갔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3월 파격적인 제로 금리 시대를 열었다.

FOMC 위원들이 예상한 올해 말 미국 기준금리 평균치는 연 1.9%다.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단계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려면 남은 여섯 차례 회의에서 모두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의미다. 한 차례 회의에선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에 나설 수도 있다.

미국 긴축 시간표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미 주식시장엔 한때 경기 침체 우려가 번졌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미국 경제가 긴축 정책을 견디기에 충분할 정도로 강하다”며 우려를 불식했다. 세계 주식시장은 일제히 상승했다. 뉴욕증시에서 S&P500지수는 2.24%, 나스닥지수는 3.77% 급등했다.

코스피지수는 17일 1.33% 오른 2694.51에 장을 마쳤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3.46%,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4%, 홍콩항셍지수는 7% 넘게 뛰었다. 미국의 금리 인상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약해졌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1원40전 내린 1214원30전에 거래를 마쳤다. 2020년 3월 27일 이후 2년 만의 최대 하락폭이다.

이지현 기자/워싱턴=정인설 특파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