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바이든이 비축유 푸는 이유…중간선거해, 이때부터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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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미 동부시간)은 원래 물가의 날이어야 했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이 가장 중요한 물가지표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발표가 예정된 날이니까요. 하지만 에너지 관련 소식들로 인해 요란하게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유럽에서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4월 1일부터 '비 우호국' 가스 구매자로부터 대금을 루블화로만 받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밝혀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이에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푸틴과 통화한 뒤 "나는 유로, 달러 지불이 그대로 유지될 것임을 분명히 했고, 푸틴도 그럴 수 있다고 말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기존 계약에는 루블화 지불 조항이 없다는 것이죠. 러시아는 독일 등이 유로, 달러 등을 러시아 가스프롬 은행에 송금한 뒤 루블화로 환전해 결제하는 걸 받아들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신 러시아는 4월부터 종료되는 계약에 대해 갱신할 때 루블화 결제를 요구할 계획입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가스 대금을 즉시 루블로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하면서 ”점진적 절차”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푸틴의 대통령령 서명 사실이 나온 뒤 급등했다가, 이후 보합세를 보였습니다. 월가에서는 러시아 정부는 그동안 가스프롬이 가스 대금을 받으면 80% 이상 즉시 루블화로 환전하도록 했는데, 이 비율이 100%로 올라가는 것 외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전날 밤부터 유가를 잡기 위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전략 비축유를 대량 방출할 것이란 보도가 나돌았습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푸틴 때문에 유가가 상승했다"라면서 "유가 안정을 위해 향후 6개월간 역대 최대 규모인 하루 100만 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하겠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이 소식은 유가를 대폭 끌어내렸습니다. 미국의 벤치마크인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7% 하락한 배럴당 100.28달러, 브렌트유는 5.4% 내린 107달러 선에 거래됐습니다. 요즘 유가가 내리면 주가는 오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드니까요. 하지만 이날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장 초반 주요 지수는 약보합 수준으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오후 3시까지도 주요 지수의 내림 폭은 0.5% 미만이었습니다. 하지만 3시가 넘자 갑자기 매물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별다른 뉴스도 없었습니다. 결국, 다우는 1.56%, S&P500 1.57% 떨어졌고 나스닥도 1.54% 내린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끝까지 버티던 유틸리티 업종마저 -0.17% 하락하면서 11개 업종이 모두 내림세로 마감했습니다. 한 월가 관계자는 "최근 유틸리티 업종이 꾸준히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라며 "이는 경기 사이클 후반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유가는 이날은 내렸지만 지켜봐야 합니다. 미국 등 각국은 지난 1일 6000만 배럴 방출에 합의했지만 이후 유가는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미국의 전략 비축유는 지난주 기준으로 5억6800만 배럴입니다. 6개월간 하루 100만 배럴씩 방출할 경우 1억8000만 배럴을 쓰게 됩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클리어뷰에너지의 케빈 북 파트너는 "이는 전략 비축유 45년 역사상 발표된 최대 규모"라며 "2분기 글로벌 소비가 하루 80만 배럴을 초과할 수 있는데, 비축유에서 하루 100만 배럴을 방출하면 추가 차질이 없는 한 대략 수급 균형을 이룰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비축유 방출은 일시적 효과밖에 없으며 러시아 침공에 따른 공급 부족분 50만~400만 배럴(추정)을 다 채울 수도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게다가 미국의 비축유는 3억 배럴 이하로 떨어질 수 있는데,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 권장량인 3억1500만 배럴보다 적습니다. 내년부터는 원유를 사서 다시 채워 넣어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 에너지 업계에 증산을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그는 "너무 많은 기업이 할 일을 하지 않고 비정상적 이익을 내는 일을 선택하고 있다. 생산 허가를 받고도 시작도 하지 않은 유전이 9000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석유 시추용 국유지를 임대했지만, 원유를 생산하지 않는 땅에 과태료를 물리는 방안을 의회에 요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비축유 방출 발표 직후 보고서를 내고 올해 브렌트유 전망치를 배럴당 125달러에서 115달러로 낮췄습니다. 대략 유가를 배럴당 10달러 정도 낮추는 효과를 인정한 것이지요. 골드만삭스는 그러나 "비축유 방출은 올해 시장 균형을 맞추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지만, 구조적인 원유 시장의 공급 부족을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렇게 석유 돼지저금통(?)을 깬 이유는 오는 11월 중간선거가 다가오고 있는데, 상황이 너무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날 "이런 대규모 방출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이는 (중간선거가 있는?) 연말 원유 생산이 확대될까지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치 도박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을 다 장악할 확률은 7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워낙 바이든 대통령의 인기가 없는 탓입니다. 지난 29일 발표된 여론조사(Harvard CAPS-Harris)를 보면 2024년 대선 가상대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41% 지지를 얻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47%에 크게 뒤졌습니다. 카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신 출전할 경우는 38%대 49%(트럼프)로 차이가 더 벌어졌습니다. 네드데이비스 리서치는 지난 30일 중간선거와 증시에 관련된 보고서를 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중간선거가 있는 해에는 통상 네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① 중간선거가 있는 해에는 대통령 임기 4년 중 가장 증시가 약한 해였으며, 특히 민주당 출신 첫 번째 임기 대통령 때는 더욱 그랬다. ② 증시 약세는 전반기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하반기에는 랠리를 보인다.
③ 중간선거가 있는 해 초반에는 통화 및 재정 정책에서 높은 수준의 긴축이 나타난다. ④ 증시 수익률은 민주당이 백악관과 양원을 모두 장악했을 때 더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왜 중간선거가 있는 해에는 증시가 부진하고 통화 및 재정 정책이 긴축으로 돌아설까요? 네드데이비스는 "이는 이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시행됐던 경기 부양책이 1년 넘게 지속한 뒤 끝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경기 부양책은 중간선거 직전에 바닥을 친 뒤, 가속화되어 다음 대통령 선거까지 계속되는 경향이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네드데이비스의 에드 클리솔드 전략가는 "올해 초반은 많은 투자자가 잊고 싶어 할 정도로 좋지 않다. 인플레이션이 40년 만에 최고 수준이고, 미 중앙은행(Fed)은 긴축 사이클에 돌입하고 있으며, 소득 성장은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여전히 공급망을 교란하고 있으며, 재정 부양책은 감소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원자재 부족 사태를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중간선거가 있는 해 상반기에는 통상 약한 경향이 있으며, 위험 요인은 약간씩 다르지만 통상 재정 부양책의 감소, Fed의 긴축, 정치적 불확실성 등 세 가지는 항상 공통적 고민이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좋은 소식은 3분기 말이 되면 분위기가 좋아진다는 것이고, 이런 반전은 개선된 재정, 통화 정책 및 정치 환경에 의해 주도된다"라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몇 달은 어렵겠지만 증시는 살아난다는 것이죠. 이날 발표된 2월 PCE 물가는 전년 대비 헤드라인 수치는 6.4%, 에너지와 음식료를 제외한 근원 물가는 5.4%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1월(6.1%, 5.2%)에 비해 또다시 올라서 각각 1982년, 198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또 전월 대비로는 각각 0.6%, 0.4% 올랐습니다. 1월(0.6%, 0.5%)보다 근원 수치가 0.1%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이날 물가는 그리 높은 주목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이미 월초에 나오는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인플레이션이 높다는 게 나온 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 집계된 수치여서 유가 폭등 등이 많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점이 아니란 뜻입니다.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휘발유 평균가는 2월 갤런당 3.52달러에서 3월 4.22달러로 급등했습니다.
그러나 몇 가지 특징은 눈길을 끌었습니다.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세 가지를 주목했습니다.
① 실질 가처분소득(real disposable income)의 감소
개인 소득(Personal income)은 전달보다 0.5% 늘어났습니다. 가처분소득도 0.4%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가처분소득은 0.2%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워낙 인플레이션이 높은 탓입니다. 여기에는 재정 부양책에 따른 지원이 줄어든 것도 한몫했습니다. ② 소비는 나쁘지 않았다
오미크론 변이의 여파가 줄어들면서 여행과 식당 지출 등 서비스 지출은 전달보다 0.9%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상품 지출은 자동차 등 내구재 소비가 줄어들면서 감소했습니다. 자동차 소비 감소(-4%)는 재고 부족+가격 상승에 따른 것입니다. 이에 따라 2월 개인소비지출은 0.2%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월가 예상 0.5% 증가를 밑돌았습니다.
③ 저축을 까먹고 있다
2월 저축률은 6.3%로 나타났습니다. 전달(6.1%)보다는 높아졌지만, 이는 장기 추세보다도 낮은 것입니다. 실질 소득이 감소하는 가운데 소비를 위해 저축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정리하면 물가는 더 높아질 것이고, 이렇게 높은 물가는 실질 소득과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알렉스 린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전망은 확실히 예전만큼 장밋빛이 아니다"라며 "성장이 둔화하고 소비자 지출도 이에 따라 약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고용에서는 긍정적 소식이 이어졌습니다. 지난주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1만4000명 증가한 20만2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월가 예상(19만5000명)보다 많았지만,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입니다.
고용이 강하다는 건 1일 아침 8시 30분 발표될 3월 고용보고서에서도 나타날 것입니다. 월가는 지난달 신규고용이 대략 49만 개(블룸버그 집계)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골드만삭스는 57만5000개, JP모간과 모건스탠리, 바클레이스는 55만 개, 뱅크오브아메리카와 UBS는 52만5000개 등 월가 컨센서스보다 높게 보고 있습니다. 판테온이코노믹스는 '0'으로 예상하면서 컨센서스가 좀 낮아진 상태입니다.
ING는 이날 "개인소비지출과 소득, 고용과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모두 물가 압력을 통제하기 위해 통화 정책이 훨씬 더 제한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최근 Fed의 움직임을 볼 때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하지 않는다면, 절대 인상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라고 밝혔습니다.' 버티던 JP모건도 전날 50bp 인상 진영으로 투항했습니다. JP모건의 마이크 페롤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ed 인사들이 50bp 인상에 한발씩 다가가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5, 6월에 각각 50bp씩 올리고 이후에는 25bp 인상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을 바꿨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시장이 이미 50bp씩 두 세 번 올리는 것을 가격에 책정했는데, Fed가 굳이 안 올릴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경제 지표들이 강력한 긴축을 가리키면서 이날 뉴욕 채권 시장에서는 오후 5시께 미 국채 2년물 금리가 오르고 10년물 금리는 내리면서 '진짜' 수익률 곡선 역전이 나타났습니다. 지난 29일 일시적으로 나타났지만, 이번에는 역전된 상태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수익률 곡선 역전과 관련, "침체 신호다", "이번만은 다르다"라는 논쟁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파이퍼샌들러는 "수익률 곡선을 놓고 잡음이 많다"라면서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파이퍼샌들러는 "역사적으로 수익률 곡선이 역전되었을 때 미국 경제는 꽤 강력했다"라면서 "과거 역전 시점에 ISM PMI의 신규주문(new order) 지수는 평균 60을 기록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곡선 역전 이후 12개월 이내에 이 지수는 평균 19포인트 하락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파이퍼샌들러는 "현재 신규수주 지수 61.7은 역사적 사례와 정확히 일치한다"라면서 "앞으로 PMI가 점점 낮아지면서 경기 침체 공포가 향후 15개월 동안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파이퍼샌들러는 "우리는 역사가 반복될 것이라고 믿는다. 신규주문 지수는 내년 초에는 45 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50보다 높으면 확장, 50보다 낮으면 위축을 가리킵니다. 즉 경기 위축 국면에 들어간다는 것이죠. 다만 파이퍼샌들러는 "PMI 하락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한동안은 위험을 감수하는 시장 리더십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덧붙였습니다. 4월이 시작됩니다. 내일, 1일에는 3월 고용보고서만 나오는 게 아닙니다. 3월 ISM PMI도 발표됩니다. 신규수주 지수를 잘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또 다음 주 6일엔 3월 FOMC 회의록 공개가 있습니다. 양적 긴축(QT) 관련 내용이 구체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상한 한도, 기간, 유예 기간 등에서 시장 예상보다 공격적일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4월12일에는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되고, 4월13일에는 JP모건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등 본격적인 어닝시즌이 개막합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유럽에서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4월 1일부터 '비 우호국' 가스 구매자로부터 대금을 루블화로만 받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밝혀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이에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푸틴과 통화한 뒤 "나는 유로, 달러 지불이 그대로 유지될 것임을 분명히 했고, 푸틴도 그럴 수 있다고 말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기존 계약에는 루블화 지불 조항이 없다는 것이죠. 러시아는 독일 등이 유로, 달러 등을 러시아 가스프롬 은행에 송금한 뒤 루블화로 환전해 결제하는 걸 받아들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신 러시아는 4월부터 종료되는 계약에 대해 갱신할 때 루블화 결제를 요구할 계획입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가스 대금을 즉시 루블로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하면서 ”점진적 절차”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푸틴의 대통령령 서명 사실이 나온 뒤 급등했다가, 이후 보합세를 보였습니다. 월가에서는 러시아 정부는 그동안 가스프롬이 가스 대금을 받으면 80% 이상 즉시 루블화로 환전하도록 했는데, 이 비율이 100%로 올라가는 것 외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전날 밤부터 유가를 잡기 위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전략 비축유를 대량 방출할 것이란 보도가 나돌았습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푸틴 때문에 유가가 상승했다"라면서 "유가 안정을 위해 향후 6개월간 역대 최대 규모인 하루 100만 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하겠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이 소식은 유가를 대폭 끌어내렸습니다. 미국의 벤치마크인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7% 하락한 배럴당 100.28달러, 브렌트유는 5.4% 내린 107달러 선에 거래됐습니다. 요즘 유가가 내리면 주가는 오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드니까요. 하지만 이날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장 초반 주요 지수는 약보합 수준으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오후 3시까지도 주요 지수의 내림 폭은 0.5% 미만이었습니다. 하지만 3시가 넘자 갑자기 매물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별다른 뉴스도 없었습니다. 결국, 다우는 1.56%, S&P500 1.57% 떨어졌고 나스닥도 1.54% 내린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끝까지 버티던 유틸리티 업종마저 -0.17% 하락하면서 11개 업종이 모두 내림세로 마감했습니다. 한 월가 관계자는 "최근 유틸리티 업종이 꾸준히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라며 "이는 경기 사이클 후반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유가는 이날은 내렸지만 지켜봐야 합니다. 미국 등 각국은 지난 1일 6000만 배럴 방출에 합의했지만 이후 유가는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미국의 전략 비축유는 지난주 기준으로 5억6800만 배럴입니다. 6개월간 하루 100만 배럴씩 방출할 경우 1억8000만 배럴을 쓰게 됩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클리어뷰에너지의 케빈 북 파트너는 "이는 전략 비축유 45년 역사상 발표된 최대 규모"라며 "2분기 글로벌 소비가 하루 80만 배럴을 초과할 수 있는데, 비축유에서 하루 100만 배럴을 방출하면 추가 차질이 없는 한 대략 수급 균형을 이룰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비축유 방출은 일시적 효과밖에 없으며 러시아 침공에 따른 공급 부족분 50만~400만 배럴(추정)을 다 채울 수도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게다가 미국의 비축유는 3억 배럴 이하로 떨어질 수 있는데,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 권장량인 3억1500만 배럴보다 적습니다. 내년부터는 원유를 사서 다시 채워 넣어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 에너지 업계에 증산을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그는 "너무 많은 기업이 할 일을 하지 않고 비정상적 이익을 내는 일을 선택하고 있다. 생산 허가를 받고도 시작도 하지 않은 유전이 9000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석유 시추용 국유지를 임대했지만, 원유를 생산하지 않는 땅에 과태료를 물리는 방안을 의회에 요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비축유 방출 발표 직후 보고서를 내고 올해 브렌트유 전망치를 배럴당 125달러에서 115달러로 낮췄습니다. 대략 유가를 배럴당 10달러 정도 낮추는 효과를 인정한 것이지요. 골드만삭스는 그러나 "비축유 방출은 올해 시장 균형을 맞추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지만, 구조적인 원유 시장의 공급 부족을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렇게 석유 돼지저금통(?)을 깬 이유는 오는 11월 중간선거가 다가오고 있는데, 상황이 너무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날 "이런 대규모 방출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이는 (중간선거가 있는?) 연말 원유 생산이 확대될까지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치 도박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을 다 장악할 확률은 7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워낙 바이든 대통령의 인기가 없는 탓입니다. 지난 29일 발표된 여론조사(Harvard CAPS-Harris)를 보면 2024년 대선 가상대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41% 지지를 얻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47%에 크게 뒤졌습니다. 카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신 출전할 경우는 38%대 49%(트럼프)로 차이가 더 벌어졌습니다. 네드데이비스 리서치는 지난 30일 중간선거와 증시에 관련된 보고서를 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중간선거가 있는 해에는 통상 네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① 중간선거가 있는 해에는 대통령 임기 4년 중 가장 증시가 약한 해였으며, 특히 민주당 출신 첫 번째 임기 대통령 때는 더욱 그랬다. ② 증시 약세는 전반기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하반기에는 랠리를 보인다.
③ 중간선거가 있는 해 초반에는 통화 및 재정 정책에서 높은 수준의 긴축이 나타난다. ④ 증시 수익률은 민주당이 백악관과 양원을 모두 장악했을 때 더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왜 중간선거가 있는 해에는 증시가 부진하고 통화 및 재정 정책이 긴축으로 돌아설까요? 네드데이비스는 "이는 이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시행됐던 경기 부양책이 1년 넘게 지속한 뒤 끝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경기 부양책은 중간선거 직전에 바닥을 친 뒤, 가속화되어 다음 대통령 선거까지 계속되는 경향이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네드데이비스의 에드 클리솔드 전략가는 "올해 초반은 많은 투자자가 잊고 싶어 할 정도로 좋지 않다. 인플레이션이 40년 만에 최고 수준이고, 미 중앙은행(Fed)은 긴축 사이클에 돌입하고 있으며, 소득 성장은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여전히 공급망을 교란하고 있으며, 재정 부양책은 감소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원자재 부족 사태를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중간선거가 있는 해 상반기에는 통상 약한 경향이 있으며, 위험 요인은 약간씩 다르지만 통상 재정 부양책의 감소, Fed의 긴축, 정치적 불확실성 등 세 가지는 항상 공통적 고민이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좋은 소식은 3분기 말이 되면 분위기가 좋아진다는 것이고, 이런 반전은 개선된 재정, 통화 정책 및 정치 환경에 의해 주도된다"라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몇 달은 어렵겠지만 증시는 살아난다는 것이죠. 이날 발표된 2월 PCE 물가는 전년 대비 헤드라인 수치는 6.4%, 에너지와 음식료를 제외한 근원 물가는 5.4%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1월(6.1%, 5.2%)에 비해 또다시 올라서 각각 1982년, 198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또 전월 대비로는 각각 0.6%, 0.4% 올랐습니다. 1월(0.6%, 0.5%)보다 근원 수치가 0.1%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이날 물가는 그리 높은 주목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이미 월초에 나오는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인플레이션이 높다는 게 나온 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 집계된 수치여서 유가 폭등 등이 많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점이 아니란 뜻입니다.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휘발유 평균가는 2월 갤런당 3.52달러에서 3월 4.22달러로 급등했습니다.
그러나 몇 가지 특징은 눈길을 끌었습니다.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세 가지를 주목했습니다.
① 실질 가처분소득(real disposable income)의 감소
개인 소득(Personal income)은 전달보다 0.5% 늘어났습니다. 가처분소득도 0.4%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가처분소득은 0.2%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워낙 인플레이션이 높은 탓입니다. 여기에는 재정 부양책에 따른 지원이 줄어든 것도 한몫했습니다. ② 소비는 나쁘지 않았다
오미크론 변이의 여파가 줄어들면서 여행과 식당 지출 등 서비스 지출은 전달보다 0.9%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상품 지출은 자동차 등 내구재 소비가 줄어들면서 감소했습니다. 자동차 소비 감소(-4%)는 재고 부족+가격 상승에 따른 것입니다. 이에 따라 2월 개인소비지출은 0.2%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월가 예상 0.5% 증가를 밑돌았습니다.
③ 저축을 까먹고 있다
2월 저축률은 6.3%로 나타났습니다. 전달(6.1%)보다는 높아졌지만, 이는 장기 추세보다도 낮은 것입니다. 실질 소득이 감소하는 가운데 소비를 위해 저축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정리하면 물가는 더 높아질 것이고, 이렇게 높은 물가는 실질 소득과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알렉스 린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전망은 확실히 예전만큼 장밋빛이 아니다"라며 "성장이 둔화하고 소비자 지출도 이에 따라 약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고용에서는 긍정적 소식이 이어졌습니다. 지난주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1만4000명 증가한 20만2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월가 예상(19만5000명)보다 많았지만,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입니다.
고용이 강하다는 건 1일 아침 8시 30분 발표될 3월 고용보고서에서도 나타날 것입니다. 월가는 지난달 신규고용이 대략 49만 개(블룸버그 집계)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골드만삭스는 57만5000개, JP모간과 모건스탠리, 바클레이스는 55만 개, 뱅크오브아메리카와 UBS는 52만5000개 등 월가 컨센서스보다 높게 보고 있습니다. 판테온이코노믹스는 '0'으로 예상하면서 컨센서스가 좀 낮아진 상태입니다.
ING는 이날 "개인소비지출과 소득, 고용과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모두 물가 압력을 통제하기 위해 통화 정책이 훨씬 더 제한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최근 Fed의 움직임을 볼 때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하지 않는다면, 절대 인상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라고 밝혔습니다.' 버티던 JP모건도 전날 50bp 인상 진영으로 투항했습니다. JP모건의 마이크 페롤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ed 인사들이 50bp 인상에 한발씩 다가가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5, 6월에 각각 50bp씩 올리고 이후에는 25bp 인상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을 바꿨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시장이 이미 50bp씩 두 세 번 올리는 것을 가격에 책정했는데, Fed가 굳이 안 올릴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경제 지표들이 강력한 긴축을 가리키면서 이날 뉴욕 채권 시장에서는 오후 5시께 미 국채 2년물 금리가 오르고 10년물 금리는 내리면서 '진짜' 수익률 곡선 역전이 나타났습니다. 지난 29일 일시적으로 나타났지만, 이번에는 역전된 상태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수익률 곡선 역전과 관련, "침체 신호다", "이번만은 다르다"라는 논쟁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파이퍼샌들러는 "수익률 곡선을 놓고 잡음이 많다"라면서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파이퍼샌들러는 "역사적으로 수익률 곡선이 역전되었을 때 미국 경제는 꽤 강력했다"라면서 "과거 역전 시점에 ISM PMI의 신규주문(new order) 지수는 평균 60을 기록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곡선 역전 이후 12개월 이내에 이 지수는 평균 19포인트 하락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파이퍼샌들러는 "현재 신규수주 지수 61.7은 역사적 사례와 정확히 일치한다"라면서 "앞으로 PMI가 점점 낮아지면서 경기 침체 공포가 향후 15개월 동안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파이퍼샌들러는 "우리는 역사가 반복될 것이라고 믿는다. 신규주문 지수는 내년 초에는 45 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50보다 높으면 확장, 50보다 낮으면 위축을 가리킵니다. 즉 경기 위축 국면에 들어간다는 것이죠. 다만 파이퍼샌들러는 "PMI 하락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한동안은 위험을 감수하는 시장 리더십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덧붙였습니다. 4월이 시작됩니다. 내일, 1일에는 3월 고용보고서만 나오는 게 아닙니다. 3월 ISM PMI도 발표됩니다. 신규수주 지수를 잘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또 다음 주 6일엔 3월 FOMC 회의록 공개가 있습니다. 양적 긴축(QT) 관련 내용이 구체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상한 한도, 기간, 유예 기간 등에서 시장 예상보다 공격적일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4월12일에는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되고, 4월13일에는 JP모건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등 본격적인 어닝시즌이 개막합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