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중 최고의 투자처는 러시아 루블화?!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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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만에 50%↑' 루블화 상승 이어지나 / 美증시 주간전망
평화협상과 3월 FOMC 의사록 주목
평화협상과 3월 FOMC 의사록 주목
'회복력 시험'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조정 장세나 최악의 위기를 벗어난 뒤엔 누가 먼저 체력을 회복하느냐가 승부의 관건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그렇고 내 주식에서도 강한 회복 탄력성을 기대해봅니다.
러시아는 6주 간의 전투에서 바닥 난 병력과 장비를 다시 채워넣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키이우(키예프) 주변에서 철수해 벨라루스 주변에서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빼앗긴 대도시 주변 지역을 속속 탈환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키이우 점령을 포기하고 돈바스 해방으로 목표를 축소한 건 당연히 우크라이나의 전투력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러시아를 무시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가 예상 외로 선전한 것처럼 러시아도 서방 세계와의 경제 전쟁에서 잘 버티고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국가 부도가 날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바닥을 뚫고 지하로 들어갈 것 같은 루블화 가치는 그 어떤 우량주보다 높은 회복 탄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제재 폭탄을 맞을 때 루블화에 투자했다면 3주 만에 50%에 가까운 수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루블화가 회복력 1위라는 사실은 '전쟁의 역설'과도 같습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평화협상이 누구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우크라이나가 대부분 국가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어떠 나라에서도 병력 파견을 받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왕따 국가'인 것 같지만 직간접적으로 중국과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양국의 팽팽한 평화협상에서 들려올 소식 못지 않게 미 중앙은행(Fed)발 뉴스도 이번 주 글로벌 증시에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입니다.
우선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난상토론 현장을 주목해야 합니다. 6일(현지시간) 공개될 3월 FOMC 의사록(Minutes)을 통해 '빅 스텝' 금리 인상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5월 50bp(1bp=0.01%) 인상을 넘어 6월에도 50bp 인상으로 갈 것인지 관심입니다. 그리고 5월 양적긴축(대차대조표 축소) 착수 확률과 속도 등을 점쳐볼 수 있습니다. 최근 장·단기 금리 역전을 통해 논란이 된 경기 침체 또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언급도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Fed 2인자인 레이엘 브레이너드 부의장 지명자를 비롯해 많은 Fed 인사들도 출동합니다. 이들의 발언 강도에 따라 증시가 반응할 전망입니다. 이번주는 한·미 동맹 주간이기도 합니다. 박진 국민의힘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미국 대표단이 7일까지 워싱턴에 머물면서 백악관과 국무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여러 현안을 논의합니다.
1년 3개월 간 공석이었던 주한 미국대사가 채워지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7일에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의 상원 인사청문회가 열립니다. 청문회가 끝나고 상원 외교위원회와 본회의 표결을 통과하면 미국 내 인준 절차가 마무리됩니다.
요약하면 이번 주는 'U·F·A' 주간입니다. 우크라이나 평화협상(Ukraine) 소식으로 일희일비하면서 미 중앙은행(Fed)의 의사록을 통해 긴축을 예상해보고 한·미 동맹(Alliance)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볼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알렉산더 포민 러시아 국방차관은 지난달 29일 "우크라이나 내 군사적 활동을 축소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당연히 완전 철수가 아닌 전력 재배치를 위해 일시적인 전략적 철수입니다.
러시아군이 잠시 물러나 있는 곳은 벨라루스입니다. 이 병력들은 이르면 이번주 후반 늦어도 2~3주 후에 전선에 재투입될 예정입니다. 물론 러시아군이 키이우와 하르키우로 재투입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 돈바스 등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병력은 거의 빼지 않고 키이우를 비롯한 북부 지역 병력만 이동시켰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러시아군은 1999년 체첸의 수도 그로즈니 폭격 때처럼 도시를 폐허로 만들지 않는 한 키이우 함락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상태입니다.
현재 양국 협상에서 쟁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우크라이나의 무장해제 여부입니다. 양국 모두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포기와 중립국화에 대해선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문제는 러시아는 비무장 형태의 중립국을 원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50만명에 가까운 우크라이나 병력 수를 5만명으로 줄이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말도 안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기 위해선 현재 병력을 더 늘려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둘째는 휴전선 위치입니다. 다시 말해 영토를 어디까지 가져가느냐입니다. 더 많은 땅을 가져가기 위해 양국은 이번 주에도 협상 와중에 치열하게 돈바스 지역에서 전투를 벌일 전망입니다.
러시아는 당연히 크름반도(크림반도)와 광의의 돈바스 지역으로 이어지는 남동부 벨트를 장악하길 원합니다. 내심 자포리치아까지 점령해 드니프로강까지 진출하고 싶어합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크름반도까진 건드릴 순 없어도 협의의 돈바스 지역으로 러시아를 묶으려 하고 있습니다. 크름반도와 돈바스를 잇는 벨트도 끊으려 합니다. 그러면서 영토 범위를 확정하지 않고 "향후 협상을 진행한다"는 미완의 형태로 남고 싶어합니다.
어찌되든 우크라이나는 남북한처럼 분단국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돈바스 지역의 두 공화국을 독립국으로 인정하는 순간 공식적으로 영토는 동서로 분단됩니다. 그 시기는 언제일까요. 5월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우크라이나 매체인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지난 24일 우크라이나 육군 총참모부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가 오는 5월 9일까지 전쟁을 끝내길 원한다는 말을 상부로부터 들었다”고 보도했습니다. 5월 9일은 러시아가 1945년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로부터 항복을 받아낸 승전 기념일입니다.
러시아는 매년 이날 승전 기념행사를 열어 자축했습니다. 지난해까지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부분의 행사를 취소했지만, 이 행사만큼은 강행했습니다. 그만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애착을 갖고 있는 날이죠. 5월 25일도 분수령이 되는 날입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규제로 러시아 중앙은행이나 금융사와의 거래를 금지했지만 한시적으로 예외를 둔 유예 기간이 이때까지입니다. 따라서 5월 25일 이전까지 러시아가 전쟁을 끝내고 각종 제재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러시아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 때문에 늦어도 5월 말까지 불완전한 형태로라도 휴전협상이 일단락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맷집도 예상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바이든의 지지율은 떨어지고 있지만 푸틴의 지지도는 올라가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잘 버티는 건 중국과 인도, 사우디 등이 러시아의 백기사 역할을 하고 있는 영향이 큽니다. 이 나라들은 대놓고 러시아를 지원하지 않지만 대러 제재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다양한 형태로 러시아를 돕고 있습니다.
중국은 러시아의 최대 교역국으로서 숨쉴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인도는 루피화와 루블화 동맹을 맺은 뒤 "저가 매수 기회"라면서 러시아산 원유 등을 더 구입하고 있습니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는 미국과 관계가 가까워진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의 원유 증산 요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도 사우디 등과 연합전선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러시아 루블화는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달러당 130루블까지 치솟았던 가치는 70루블 수준으로 되돌아왔습니다. 그 어느 자산보다 강력한 회복력이었습니다. 러시아는 또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지난달 27일 루블화 가치를 지키기 위해 금 본위제를 부활시켰습니다. 6월까지 금 1g 당 5000루블로 고정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루블화 가치 하락을 막을 수 있습니다. 동시에 달러나 유로 같은 다른 나라 화폐 가치에 거품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국제 금 시세를 나타낼 때 쓰는 1트로이온스는 31.1g 정도 됩니다. 1트로이온스는 15만5500루블 정도 됩니다. 이걸 27일 이전까지 달러당 100루블 정도하는 루블화 환율로 계산하면 1트로이온스당 1555달러 가량 됩니다. 당시 국제 금 시세는 1950달러를 오르내렸습니다.
결국 달러 가치가 25% 이상 고평가돼있다는 것이고 반대로 루블화 가치는 그만큼 저평가돼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런 이유 등으로 루블화 가치는 급등해 지난 1일 기준으로 달러당 83루블이 됐습니다. 그래도 달러대비 3% 가량 평가절하돼 있습니다. 언제까지 루블화 가치가 유지되고 이 제도가 지속가능할까요. 러시아에 있는 금이 씨가 마를 때까지겠지요. 러시아 중앙은행은 대략 그 시기를 6월로 본 것이고 그 이전에 사태가 종료되지 않겠나하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론적으론 달러나 원화를 루블로 환전해 러시아에서 금을 사서 본국으로 돌아가 금을 팔면 이익을 얻을 수 있겠죠. 마침 러시아 내 금 채굴업체들은 국제 시세보다 낮게 거래되는 러시아 국내 시장을 피해 금 수출 대상국을 찾고 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6일에 나오는 3월 FOMC 의사록에선 크게 세 가지를 주목해야 합니다. 첫째는 Fed의 자산을 축소하는 양적긴축입니다. 이미 지난달 FOMC 때 양적긴축에 대해 논의를 했다고 얘기를 했기 때문에 다양한 단서를 얻어야 합니다. 기준금리 인상과 똑같이 양적긴축 착수 시기와 속도가 중요합니다.
구체적으로 언제 시작해 얼마나 빨리 Fed의 자산을 줄이냐가 관건입니다. 그 종착역이 얼마냐도 함께 봐야 합니다. 현재 9조달러에 가까운 Fed 자산을 얼마까지 줄이냐가 큰 변수라는 얘기입니다. 가령 "연내 상당한 양의 자산을 줄여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정도의 얘기만 있어도 시장은 적잖은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둘째는 금리 인상 속도입니다. 5월 50bp 인상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6월 이후에도 50bp를 올려야 한다는 뉘앙스를 풍기면 시장은 휘청거릴 가능성이 큽니다. 셋째는 장·단기 금리 역전으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 여부입니다. 물론 지난달 FOMC를 할 때만 해도 금리역전이 일어나지 않은 시점이어서 이 부분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했을 공산은 작습니다.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은 관심은 꾸준히 이어졌기 때문에 Fed 인사들도 이 부분에 대해 언급을 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시장의 이런 관심사에 대해 Fed 인사들이 의사록 발표 전후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 예정입니다.
의사록 공개 전날인 5일엔 브레이너드 부의장 지명자와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은행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가 공식석상에 섭니다. 7일에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인스 연은 총재,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 등이 연설을 합니다.
2분기를 시작하는 첫번째 주에도 여전히 시장의 관심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Fed입니다. 전쟁이 평화협상으로, Fed가 FOMC 의사록으로 각각 바뀐 정도입니다. 2분기는 조정을 졸업하고 뛰어난 회복 탄력성을 보여줄 수 있는 때가 되었으면 합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러시아는 6주 간의 전투에서 바닥 난 병력과 장비를 다시 채워넣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키이우(키예프) 주변에서 철수해 벨라루스 주변에서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빼앗긴 대도시 주변 지역을 속속 탈환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키이우 점령을 포기하고 돈바스 해방으로 목표를 축소한 건 당연히 우크라이나의 전투력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러시아를 무시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가 예상 외로 선전한 것처럼 러시아도 서방 세계와의 경제 전쟁에서 잘 버티고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국가 부도가 날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바닥을 뚫고 지하로 들어갈 것 같은 루블화 가치는 그 어떤 우량주보다 높은 회복 탄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제재 폭탄을 맞을 때 루블화에 투자했다면 3주 만에 50%에 가까운 수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루블화가 회복력 1위라는 사실은 '전쟁의 역설'과도 같습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평화협상이 누구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우크라이나가 대부분 국가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어떠 나라에서도 병력 파견을 받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왕따 국가'인 것 같지만 직간접적으로 중국과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양국의 팽팽한 평화협상에서 들려올 소식 못지 않게 미 중앙은행(Fed)발 뉴스도 이번 주 글로벌 증시에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입니다.
우선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난상토론 현장을 주목해야 합니다. 6일(현지시간) 공개될 3월 FOMC 의사록(Minutes)을 통해 '빅 스텝' 금리 인상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5월 50bp(1bp=0.01%) 인상을 넘어 6월에도 50bp 인상으로 갈 것인지 관심입니다. 그리고 5월 양적긴축(대차대조표 축소) 착수 확률과 속도 등을 점쳐볼 수 있습니다. 최근 장·단기 금리 역전을 통해 논란이 된 경기 침체 또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언급도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Fed 2인자인 레이엘 브레이너드 부의장 지명자를 비롯해 많은 Fed 인사들도 출동합니다. 이들의 발언 강도에 따라 증시가 반응할 전망입니다. 이번주는 한·미 동맹 주간이기도 합니다. 박진 국민의힘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미국 대표단이 7일까지 워싱턴에 머물면서 백악관과 국무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여러 현안을 논의합니다.
1년 3개월 간 공석이었던 주한 미국대사가 채워지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7일에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의 상원 인사청문회가 열립니다. 청문회가 끝나고 상원 외교위원회와 본회의 표결을 통과하면 미국 내 인준 절차가 마무리됩니다.
요약하면 이번 주는 'U·F·A' 주간입니다. 우크라이나 평화협상(Ukraine) 소식으로 일희일비하면서 미 중앙은행(Fed)의 의사록을 통해 긴축을 예상해보고 한·미 동맹(Alliance)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볼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크라의 빼앗긴 땅에도 일단 봄은 왔다"
우크라이나는 거점 도시 주변 지역을 속속 탈환하고 있습니다. 키이우 서쪽 지역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면서 키이우와 하르키우(하르키프) 주변의 포성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화재정보관리시스템(FIRE)을 통해 보면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NASA의 FIRE는 열감지 시스템으로 전 세계의 화재나 교전 상황을 파악하는 시스템입니다. 키이우 내 화재는 전무하고 하르키우의 화재도 일주일 전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러시아군의 철수 때문입니다.알렉산더 포민 러시아 국방차관은 지난달 29일 "우크라이나 내 군사적 활동을 축소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당연히 완전 철수가 아닌 전력 재배치를 위해 일시적인 전략적 철수입니다.
러시아군이 잠시 물러나 있는 곳은 벨라루스입니다. 이 병력들은 이르면 이번주 후반 늦어도 2~3주 후에 전선에 재투입될 예정입니다. 물론 러시아군이 키이우와 하르키우로 재투입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 돈바스 등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병력은 거의 빼지 않고 키이우를 비롯한 북부 지역 병력만 이동시켰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러시아군은 1999년 체첸의 수도 그로즈니 폭격 때처럼 도시를 폐허로 만들지 않는 한 키이우 함락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상태입니다.
협상 쟁점은 우크라 무장 해제와 국경
이번 주엔 마리우폴의 운명이 분수령이 될 수 있습니다. 마리우풀을 포함해 돈바스 지역의 전황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담판 분위기를 좌우할 전망입니다. 우크라이나가 지난 1일 처음으로 러시아 본토인 벨고로트의 석유 저장소를 공격한 사례가 늘면 양국 협상 방향이나 쟁점이 바뀔 가능성도 있습니다.현재 양국 협상에서 쟁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우크라이나의 무장해제 여부입니다. 양국 모두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포기와 중립국화에 대해선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문제는 러시아는 비무장 형태의 중립국을 원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50만명에 가까운 우크라이나 병력 수를 5만명으로 줄이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말도 안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기 위해선 현재 병력을 더 늘려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둘째는 휴전선 위치입니다. 다시 말해 영토를 어디까지 가져가느냐입니다. 더 많은 땅을 가져가기 위해 양국은 이번 주에도 협상 와중에 치열하게 돈바스 지역에서 전투를 벌일 전망입니다.
러시아는 당연히 크름반도(크림반도)와 광의의 돈바스 지역으로 이어지는 남동부 벨트를 장악하길 원합니다. 내심 자포리치아까지 점령해 드니프로강까지 진출하고 싶어합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크름반도까진 건드릴 순 없어도 협의의 돈바스 지역으로 러시아를 묶으려 하고 있습니다. 크름반도와 돈바스를 잇는 벨트도 끊으려 합니다. 그러면서 영토 범위를 확정하지 않고 "향후 협상을 진행한다"는 미완의 형태로 남고 싶어합니다.
우크라이나 '제2의 한반도' 되나
마지막 쟁점은 재발 방지입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다시는 침공하지 않도록 안전을 보장받고 싶어합니다. 그동안 민스크 협정과 부다페스트 양해각서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종이조각에 불과했습니다. 그래서 좀더 구속력이 있는 협정이 되길 원합니다. 지난달 29일 끝난 5차 평화협상에서 우크라이나가 제안한 '새로운 안보 보장 시스템'이 그런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옛 소련에 맞서 싸운 뛰 영구적인 중립국이 된 핀란드의 길을 가고 싶어합니다. 그러려면 군사력과 경제력을 키우고 외교력으로 무장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 번은 버텼지만 결국 러시아에 귀속된 체첸의 운명을 답습하게 됩니다.어찌되든 우크라이나는 남북한처럼 분단국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돈바스 지역의 두 공화국을 독립국으로 인정하는 순간 공식적으로 영토는 동서로 분단됩니다. 그 시기는 언제일까요. 5월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우크라이나 매체인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지난 24일 우크라이나 육군 총참모부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가 오는 5월 9일까지 전쟁을 끝내길 원한다는 말을 상부로부터 들었다”고 보도했습니다. 5월 9일은 러시아가 1945년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로부터 항복을 받아낸 승전 기념일입니다.
러시아는 매년 이날 승전 기념행사를 열어 자축했습니다. 지난해까지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부분의 행사를 취소했지만, 이 행사만큼은 강행했습니다. 그만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애착을 갖고 있는 날이죠. 5월 25일도 분수령이 되는 날입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규제로 러시아 중앙은행이나 금융사와의 거래를 금지했지만 한시적으로 예외를 둔 유예 기간이 이때까지입니다. 따라서 5월 25일 이전까지 러시아가 전쟁을 끝내고 각종 제재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러시아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 때문에 늦어도 5월 말까지 불완전한 형태로라도 휴전협상이 일단락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루블화의 안정이 평화협상을 방해하나
최근까지만 해도 러시아가 오래 버티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았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선전과 서방 세계의 전방위적인 제재 때문입니다.하지만 러시아의 맷집도 예상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바이든의 지지율은 떨어지고 있지만 푸틴의 지지도는 올라가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잘 버티는 건 중국과 인도, 사우디 등이 러시아의 백기사 역할을 하고 있는 영향이 큽니다. 이 나라들은 대놓고 러시아를 지원하지 않지만 대러 제재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다양한 형태로 러시아를 돕고 있습니다.
중국은 러시아의 최대 교역국으로서 숨쉴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인도는 루피화와 루블화 동맹을 맺은 뒤 "저가 매수 기회"라면서 러시아산 원유 등을 더 구입하고 있습니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는 미국과 관계가 가까워진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의 원유 증산 요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도 사우디 등과 연합전선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러시아 루블화는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달러당 130루블까지 치솟았던 가치는 70루블 수준으로 되돌아왔습니다. 그 어느 자산보다 강력한 회복력이었습니다. 러시아는 또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지난달 27일 루블화 가치를 지키기 위해 금 본위제를 부활시켰습니다. 6월까지 금 1g 당 5000루블로 고정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루블화 가치 하락을 막을 수 있습니다. 동시에 달러나 유로 같은 다른 나라 화폐 가치에 거품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국제 금 시세를 나타낼 때 쓰는 1트로이온스는 31.1g 정도 됩니다. 1트로이온스는 15만5500루블 정도 됩니다. 이걸 27일 이전까지 달러당 100루블 정도하는 루블화 환율로 계산하면 1트로이온스당 1555달러 가량 됩니다. 당시 국제 금 시세는 1950달러를 오르내렸습니다.
결국 달러 가치가 25% 이상 고평가돼있다는 것이고 반대로 루블화 가치는 그만큼 저평가돼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런 이유 등으로 루블화 가치는 급등해 지난 1일 기준으로 달러당 83루블이 됐습니다. 그래도 달러대비 3% 가량 평가절하돼 있습니다. 언제까지 루블화 가치가 유지되고 이 제도가 지속가능할까요. 러시아에 있는 금이 씨가 마를 때까지겠지요. 러시아 중앙은행은 대략 그 시기를 6월로 본 것이고 그 이전에 사태가 종료되지 않겠나하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론적으론 달러나 원화를 루블로 환전해 러시아에서 금을 사서 본국으로 돌아가 금을 팔면 이익을 얻을 수 있겠죠. 마침 러시아 내 금 채굴업체들은 국제 시세보다 낮게 거래되는 러시아 국내 시장을 피해 금 수출 대상국을 찾고 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5월 FOMC에서 75bp 올리나
6일에 나오는 3월 FOMC 의사록에선 크게 세 가지를 주목해야 합니다. 첫째는 Fed의 자산을 축소하는 양적긴축입니다. 이미 지난달 FOMC 때 양적긴축에 대해 논의를 했다고 얘기를 했기 때문에 다양한 단서를 얻어야 합니다. 기준금리 인상과 똑같이 양적긴축 착수 시기와 속도가 중요합니다.
구체적으로 언제 시작해 얼마나 빨리 Fed의 자산을 줄이냐가 관건입니다. 그 종착역이 얼마냐도 함께 봐야 합니다. 현재 9조달러에 가까운 Fed 자산을 얼마까지 줄이냐가 큰 변수라는 얘기입니다. 가령 "연내 상당한 양의 자산을 줄여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정도의 얘기만 있어도 시장은 적잖은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둘째는 금리 인상 속도입니다. 5월 50bp 인상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6월 이후에도 50bp를 올려야 한다는 뉘앙스를 풍기면 시장은 휘청거릴 가능성이 큽니다. 셋째는 장·단기 금리 역전으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 여부입니다. 물론 지난달 FOMC를 할 때만 해도 금리역전이 일어나지 않은 시점이어서 이 부분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했을 공산은 작습니다.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은 관심은 꾸준히 이어졌기 때문에 Fed 인사들도 이 부분에 대해 언급을 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시장의 이런 관심사에 대해 Fed 인사들이 의사록 발표 전후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 예정입니다.
의사록 공개 전날인 5일엔 브레이너드 부의장 지명자와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은행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가 공식석상에 섭니다. 7일에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인스 연은 총재,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 등이 연설을 합니다.
2분기를 시작하는 첫번째 주에도 여전히 시장의 관심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Fed입니다. 전쟁이 평화협상으로, Fed가 FOMC 의사록으로 각각 바뀐 정도입니다. 2분기는 조정을 졸업하고 뛰어난 회복 탄력성을 보여줄 수 있는 때가 되었으면 합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