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새 '세계 1위→5위' 추락…도쿄증시, 9년만에 꺼내든 카드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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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4개시장→3개시장' 재편
뉴욕거래소와 격차 5배로 벌어져
도쿄증시 순위 1년새 2계단 하락하자 '승부수'
명문기업 상징 '1부시장' 61년만에 사라져
차별화 내세웠지만 '가분수 시장' 그대로
뉴욕거래소와 격차 5배로 벌어져
도쿄증시 순위 1년새 2계단 하락하자 '승부수'
명문기업 상징 '1부시장' 61년만에 사라져
차별화 내세웠지만 '가분수 시장' 그대로
도쿄증시가 4일부터 4개 시장에서 3개 시장으로 재편된다. 세계 1위였던 시장 규모가 글로벌 투자자금의 외면 속에 30여년 만에 5위까지 떨어지자 일본거래소가 9년 만에 내놓은 승부수다.
일본거래소그룹은 현재의 도쿄증시1부 2부 자스닥 마더스 등 4개 시장을 4일부터 프라임 스탠더드 그로스 등 3개 시장으로 재편한다고 3일 밝혔다. 2013년 도쿄증권거래소와 오사카증권거래소가 합병해 일본거래소그룹이 탄생한 지 9년 만의 대규모 시장 재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신흥기업이 뒤섞인 시장을 대기업 중심의 프라임 시장, 중견기업들로 구성된 스탠더드 시장, 신흥기업이 성장자금을 조달하는 그로스 시장으로 명확히 구분한게 특징이다.
'명문 기업'의 상징으로 통하던 도쿄증시 1부시장은 1961년 탄생한 지 61년 만에 사라진다.
버블경제 붕괴 이후 2011년 도쿄증권거래소의 시가총액 합계는 251조엔으로 반토막 났다. 2020년까지는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시장에 이어 세계 3위를 유지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일본증시가 부진을 거듭하면서 순위가 크게 밀렸다.
작년 11월 기준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사의 시총 합계는 715조엔으로 상하이증권거래소(901조엔)와 유럽의 유로넥스트(875조달러)에 밀려 세계 순위가 5위로 떨어졌다. 뉴욕증권거래소는 3220조엔, 나스닥시장은 2753조엔으로 도쿄와 격차가 4~5배로 벌어졌다. 미국 애플 1곳의 시가총액(약 3조달러)이 도쿄증시 전체의 절반에 달한다.
글로벌 투자자금의 외면이 도쿄증시의 추락을 가속화했다는 분석이다. 애매한 시장 구분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최상위 시장인 도쿄증시 1부시장은 시가총액 40억엔짜리 중소기업과 40조엔의 도요타자동차가 섞여 있다. 2002년 1부시장 승격 기준을 시가총액 500억엔에서 40억엔으로 완화한 이후 20년새 1부 상장사가 700곳 급증한 탓이다.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 1부시장 상장사 지위는 우량 기업의 보증수표로 통한다. 인재채용과 거래처 확대에도 유리하다고 인식한다.
그 결과 도쿄증시는 3769개 상장사 가운데 58%인 2176곳이 1부시장 소속인 '가분수 시장'이 됐다. 2013년 합병 당시 도쿄증시의 마더스시장과 오사카증시의 자스닥시장을 그대로 남긴 탓에 신흥기업의 상장(IPO) 무대도 2개로 나뉘어 있다.
유통주식 시가총액 100억엔 이상, 유통주식 비율 35% 이상 등 글로벌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규모의 상장사만 프라임 시장에 들어갈 수 있는 기준도 포함됐다.
일본 주식시장의 얼개를 대대적으로 바꾸는 재편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지 않다. 차별화를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1부시장 상장사 2176곳 가운데 84%인 1838곳이 프라임시장으로 편입됐기 때문이다. 스탠더드 시장과 그로스 시장 상장사는 1466곳과 466곳으로 가분수 구조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
프라임시장 상장사의 16%인 295개사는 기준에 미달하고도 최상위 시장에 남았다. 일본거래소가 향후 계획서를 제출하면 프라임시장에 편입될 수 있도록 경과조치를 마련한 덕분이다. 프라임시장에 잔류한 295곳 가운데는 기준 충족 시점을 '향후 10년'으로 제시한 곳도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일본거래소그룹은 현재의 도쿄증시1부 2부 자스닥 마더스 등 4개 시장을 4일부터 프라임 스탠더드 그로스 등 3개 시장으로 재편한다고 3일 밝혔다. 2013년 도쿄증권거래소와 오사카증권거래소가 합병해 일본거래소그룹이 탄생한 지 9년 만의 대규모 시장 재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신흥기업이 뒤섞인 시장을 대기업 중심의 프라임 시장, 중견기업들로 구성된 스탠더드 시장, 신흥기업이 성장자금을 조달하는 그로스 시장으로 명확히 구분한게 특징이다.
'명문 기업'의 상징으로 통하던 도쿄증시 1부시장은 1961년 탄생한 지 61년 만에 사라진다.
1년만에 상하이·유럽에도 밀렸다
일본거래소가 도쿄증시를 대대적으로 손보는 것은 추락하는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버블(거품)경제가 최고조에 달했던 1989년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사들의 시가총액 합계는 590조엔(약 5872조원)으로 뉴욕증권거래소를 누르고 세계 1위였다.버블경제 붕괴 이후 2011년 도쿄증권거래소의 시가총액 합계는 251조엔으로 반토막 났다. 2020년까지는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시장에 이어 세계 3위를 유지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일본증시가 부진을 거듭하면서 순위가 크게 밀렸다.
작년 11월 기준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사의 시총 합계는 715조엔으로 상하이증권거래소(901조엔)와 유럽의 유로넥스트(875조달러)에 밀려 세계 순위가 5위로 떨어졌다. 뉴욕증권거래소는 3220조엔, 나스닥시장은 2753조엔으로 도쿄와 격차가 4~5배로 벌어졌다. 미국 애플 1곳의 시가총액(약 3조달러)이 도쿄증시 전체의 절반에 달한다.
글로벌 투자자금의 외면이 도쿄증시의 추락을 가속화했다는 분석이다. 애매한 시장 구분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최상위 시장인 도쿄증시 1부시장은 시가총액 40억엔짜리 중소기업과 40조엔의 도요타자동차가 섞여 있다. 2002년 1부시장 승격 기준을 시가총액 500억엔에서 40억엔으로 완화한 이후 20년새 1부 상장사가 700곳 급증한 탓이다.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 1부시장 상장사 지위는 우량 기업의 보증수표로 통한다. 인재채용과 거래처 확대에도 유리하다고 인식한다.
그 결과 도쿄증시는 3769개 상장사 가운데 58%인 2176곳이 1부시장 소속인 '가분수 시장'이 됐다. 2013년 합병 당시 도쿄증시의 마더스시장과 오사카증시의 자스닥시장을 그대로 남긴 탓에 신흥기업의 상장(IPO) 무대도 2개로 나뉘어 있다.
도쿄1부 84%가 프라임 잔류
시장 구분을 명확히 해 프라임시장은 글로벌 투자가들이 즐겨찾고, 스탠더드와 그로스시장은 일본 투자가들이 투자하는 시장으로 차별화한다는게 일본거래소의 구상이다. 프라임시장 상장사들에 사외이사 비중을 30% 이상으로 늘리고, 사업보고서를 영어로도 공시하는 등 글로벌 기준을 요구하는 이유다.유통주식 시가총액 100억엔 이상, 유통주식 비율 35% 이상 등 글로벌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규모의 상장사만 프라임 시장에 들어갈 수 있는 기준도 포함됐다.
일본 주식시장의 얼개를 대대적으로 바꾸는 재편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지 않다. 차별화를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1부시장 상장사 2176곳 가운데 84%인 1838곳이 프라임시장으로 편입됐기 때문이다. 스탠더드 시장과 그로스 시장 상장사는 1466곳과 466곳으로 가분수 구조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
프라임시장 상장사의 16%인 295개사는 기준에 미달하고도 최상위 시장에 남았다. 일본거래소가 향후 계획서를 제출하면 프라임시장에 편입될 수 있도록 경과조치를 마련한 덕분이다. 프라임시장에 잔류한 295곳 가운데는 기준 충족 시점을 '향후 10년'으로 제시한 곳도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