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30명 증발"…'억'소리 나는 연봉에도 떠나는 이유 [돈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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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 수 작년 대비 30명 급감
"'남의 일' 아닌 '나의 일' 해보고자"
두나무·다날·두물머리 등 핀테크사 이직
적 옮긴 애널들 "그 때도 좋았지만…지금에 만족한다"
"'남의 일' 아닌 '나의 일' 해보고자"
두나무·다날·두물머리 등 핀테크사 이직
적 옮긴 애널들 "그 때도 좋았지만…지금에 만족한다"
증권사 금융투자분석사(애널리스트)가 핀테크(금융+정보기술) 회사로 이직하는 사례가 여럿 포착되고 있다. 애널리스트마다 떠나는 사정은 각기 다르다. 다만 "(적을 옮긴) 지금에 만족한다"고 입을 모은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5일 기준 국내 증권사 48개사 소속 애널리스트 수는 총 1035명으로 나타났다. 작년 같은 날 협회에 등록된 애널리스트 수가 1065명(증권사 47개사)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년 사이 증권사는 한 곳 늘고 애널리스트는 30명 감소한 셈이다.
통계가 보여주듯 애널리스트 규모는 현상유지조차 어려워지고 있다. 여기에는 업무 과중과 함께 위상에 대한 위기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른바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이 떨어지는 직업군으로 인식돼 떠나는 이들이 늘었다는 얘기다.
증권사 안에서 리서치센터는 수익을 내지 못하고 돈만 나가는 '비용부서'라는 인식이 강하다. 최근 수년간 리테일 중심의 증권사 수익 구조가 자산관리(WM)와 투자은행(IB) 부문 중심으로 옮겨 가면서 이런 인식은 더 굳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매도' 의견을 찾아보기 힘든 증권사 리포트에 불신을 갖는 투자자들이 많아지면서 대외적인 위상도 급격히 추락했다는 평가다.
매일 같이 제기되는 '공매도 음모론'도 애널리스트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다. 목표가·투자의견 하향과 수급이 맞물리는 날이면 "공매도 세력과 결탁했느냐"는 비난이 쏟아진다. 관련 소식에 애널리스트를 비난하는 댓글이 달리거나 개인 이메일 등으로 항의내용이 오면서 솔직한 분석 자료를 내기가 더 꺼려진다는 것이다.
일부 투자자들이 생각하듯 무작정 '음모론'으로 단정 짓기엔 학계 등에서 지적된 사례가 많다. 2012년 한국재무관리학회에 실렸던 '애널리스트 투자등급 하락 변경에 대한 투자자별 공매도 거래행태'의 연구진은 "애널리스트 투자등급 하락 전후로 살펴봤을 때 공매도 거래량과 비정상공매도 거래량은 변경일 전일 최고치를 기록한 후 변경일 이후 감소하는 패턴을 보였다. 공매도 거래자들이 투자등급 하락과 관련한 정보를 취득해 거래에 이용했을 가능성을 뜻한다"는 결론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위상 위기론', '공매도 음모론' 등 대내외적인 환경만이 핀테크 업계 이직 러시를 이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새로운 회사에서 주체적인 역할을 해 보겠다는 애널리스트의 호기심과 금융지식과 인적 네트워크를 고루 갖춘 애널리스트를 스카우트하려는 IT 회사의 수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로도 볼 수 있다.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뚫고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들어선 애널리스트들이 근무 여건이 비교적 녹록치 않은 핀테크 회사로 이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1월부터 가상자산(암호화폐) '페이코인'의 운영사 다날핀테크의 신설 조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유진투자증권에서 2014년 7월부터 7년 넘게 IT 분야 전반을 다뤄온 노 연구원이 코인 회사에서 새로운 이력을 이어가게 된 것이다. 그는 다날핀테크의 금융투자본부에서 블록체인 전략적 투자(SI) 업무를 총괄하는 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최근 덱스터스튜디오로부터 제프(다날 계열사)에 대한 투자 유치를 이끌어 낸 것이 조직의 첫 성과다.
노 팀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애널리스트 시절 대체불가토큰(NFT) 등 블록체인 관련 보고서를 쓰면서 이 시장이 상당히 빠르게 변하고 있단 것을 알게 됐고 직접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마침 그 시기에 좋은 제안이 들어와 고심 끝에 합류하게 됐다"며 "코인 등 핀테크 분야는 이제 막 제도화가 되는 단계여서 향후 성장폭이 크다는 장점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애널리스트 중에선 벤처캐피털(VC)이나 사모펀드 운용사(VC)로 이직한 이들도 많아서 인적 네트워크 관련해서도 보탬이 될 게 많은 상황"이라며 "멀찍이서 분석하던 자리에서 직접 사업을 기획하고 기여할 수 있는 위치로 옮겨온 셈인데 지금으로선 이런 변화가 기분 좋다"고 전했다.
작년 7월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로 전직한 이민아 대신증권 연구원도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 연구원은 하이투자증권과 KTB투자증권, 대신증권 등에서 10년가량 근무하며 인터넷·게임 섹터에서 이름을 날렸다. 현재는 두나무 핀테크사업실에서 핀테크사업개발 분야를 총괄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기자에 "애널리스트는 제3자 입장에서 회사의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를 예측하고 분석하는 업무이지 않느냐"며 "이 업을 10년 이어가다 보니 실무자로서 나서 사업을 주도하고 전략적인 결정을 내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거시경제 전문가인 김두언 KB증권 이코노미스트 역시 작년 5월께 로보어드바이저 기업인 두물머리로 옮겨갔다. 퇴직연금 시장이 큰 폭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그해 연말부터는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전략팀의 총괄을 맡고 있다. 김 총괄은 "남의 일을 하는 것보다는 나의 일을 시작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리서치 산업의 변화까지 점차 체감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확신을 갖게 된 것 같다"며 "이런 도전을 했다는 것에 있어서 후회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투자 업계는 리서치센터에서 유망한 스타트업으로의 이직 러시가 앞으로 더 빨라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리서치업도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따른 대체분야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에 이같은 감소세는 필연적일 것이라고 본다"고며 "핀테크나 스타트업을 선호하는 것은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5일 기준 국내 증권사 48개사 소속 애널리스트 수는 총 1035명으로 나타났다. 작년 같은 날 협회에 등록된 애널리스트 수가 1065명(증권사 47개사)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년 사이 증권사는 한 곳 늘고 애널리스트는 30명 감소한 셈이다.
통계가 보여주듯 애널리스트 규모는 현상유지조차 어려워지고 있다. 여기에는 업무 과중과 함께 위상에 대한 위기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른바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이 떨어지는 직업군으로 인식돼 떠나는 이들이 늘었다는 얘기다.
증권사 안에서 리서치센터는 수익을 내지 못하고 돈만 나가는 '비용부서'라는 인식이 강하다. 최근 수년간 리테일 중심의 증권사 수익 구조가 자산관리(WM)와 투자은행(IB) 부문 중심으로 옮겨 가면서 이런 인식은 더 굳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매도' 의견을 찾아보기 힘든 증권사 리포트에 불신을 갖는 투자자들이 많아지면서 대외적인 위상도 급격히 추락했다는 평가다.
매일 같이 제기되는 '공매도 음모론'도 애널리스트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다. 목표가·투자의견 하향과 수급이 맞물리는 날이면 "공매도 세력과 결탁했느냐"는 비난이 쏟아진다. 관련 소식에 애널리스트를 비난하는 댓글이 달리거나 개인 이메일 등으로 항의내용이 오면서 솔직한 분석 자료를 내기가 더 꺼려진다는 것이다.
일부 투자자들이 생각하듯 무작정 '음모론'으로 단정 짓기엔 학계 등에서 지적된 사례가 많다. 2012년 한국재무관리학회에 실렸던 '애널리스트 투자등급 하락 변경에 대한 투자자별 공매도 거래행태'의 연구진은 "애널리스트 투자등급 하락 전후로 살펴봤을 때 공매도 거래량과 비정상공매도 거래량은 변경일 전일 최고치를 기록한 후 변경일 이후 감소하는 패턴을 보였다. 공매도 거래자들이 투자등급 하락과 관련한 정보를 취득해 거래에 이용했을 가능성을 뜻한다"는 결론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위상 위기론', '공매도 음모론' 등 대내외적인 환경만이 핀테크 업계 이직 러시를 이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새로운 회사에서 주체적인 역할을 해 보겠다는 애널리스트의 호기심과 금융지식과 인적 네트워크를 고루 갖춘 애널리스트를 스카우트하려는 IT 회사의 수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로도 볼 수 있다.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뚫고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들어선 애널리스트들이 근무 여건이 비교적 녹록치 않은 핀테크 회사로 이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1월부터 가상자산(암호화폐) '페이코인'의 운영사 다날핀테크의 신설 조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유진투자증권에서 2014년 7월부터 7년 넘게 IT 분야 전반을 다뤄온 노 연구원이 코인 회사에서 새로운 이력을 이어가게 된 것이다. 그는 다날핀테크의 금융투자본부에서 블록체인 전략적 투자(SI) 업무를 총괄하는 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최근 덱스터스튜디오로부터 제프(다날 계열사)에 대한 투자 유치를 이끌어 낸 것이 조직의 첫 성과다.
노 팀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애널리스트 시절 대체불가토큰(NFT) 등 블록체인 관련 보고서를 쓰면서 이 시장이 상당히 빠르게 변하고 있단 것을 알게 됐고 직접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마침 그 시기에 좋은 제안이 들어와 고심 끝에 합류하게 됐다"며 "코인 등 핀테크 분야는 이제 막 제도화가 되는 단계여서 향후 성장폭이 크다는 장점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애널리스트 중에선 벤처캐피털(VC)이나 사모펀드 운용사(VC)로 이직한 이들도 많아서 인적 네트워크 관련해서도 보탬이 될 게 많은 상황"이라며 "멀찍이서 분석하던 자리에서 직접 사업을 기획하고 기여할 수 있는 위치로 옮겨온 셈인데 지금으로선 이런 변화가 기분 좋다"고 전했다.
작년 7월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로 전직한 이민아 대신증권 연구원도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 연구원은 하이투자증권과 KTB투자증권, 대신증권 등에서 10년가량 근무하며 인터넷·게임 섹터에서 이름을 날렸다. 현재는 두나무 핀테크사업실에서 핀테크사업개발 분야를 총괄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기자에 "애널리스트는 제3자 입장에서 회사의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를 예측하고 분석하는 업무이지 않느냐"며 "이 업을 10년 이어가다 보니 실무자로서 나서 사업을 주도하고 전략적인 결정을 내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거시경제 전문가인 김두언 KB증권 이코노미스트 역시 작년 5월께 로보어드바이저 기업인 두물머리로 옮겨갔다. 퇴직연금 시장이 큰 폭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그해 연말부터는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전략팀의 총괄을 맡고 있다. 김 총괄은 "남의 일을 하는 것보다는 나의 일을 시작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리서치 산업의 변화까지 점차 체감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확신을 갖게 된 것 같다"며 "이런 도전을 했다는 것에 있어서 후회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투자 업계는 리서치센터에서 유망한 스타트업으로의 이직 러시가 앞으로 더 빨라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리서치업도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따른 대체분야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에 이같은 감소세는 필연적일 것이라고 본다"고며 "핀테크나 스타트업을 선호하는 것은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