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최근 420억원을 들여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 1%가량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우호 주주(백기사)로 분류되는 네이버가 지분을 사들였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을 겪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이 한층 단단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원태 회장 '우군' 네이버…한진칼 지분 1%까지 늘렸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진칼 지분 0.99%(66만3000주)를 보유 중이다. 2020년 12월 21일 한진칼 지분 0.26%(17만4636주)를 85억7300만원에 사들인 네이버는 작년 0.73%(48만8364주)의 지분을 341억3900만원에 추가로 매입했다. 총매입 가격은 427억1200만원, 주당 매입 가격은 6만4422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5일 종가(5만8300원)를 고려하면 네이버는 현재 40억591만원(평가수익률 -9.5%)의 평가손실을 기록 중이다.

네이버는 한진칼 지분 매입 배경과 관련해 “전략적 제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2월 24일 한진칼 자회사인 대한항공과 항공 서비스 분야 디지털 혁신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네이버는 협약을 맺기 위한 교섭이 진행된 2020년 12월 한진칼 지분을 매입했다. 조 회장을 비롯한 한진그룹 경영진의 백기사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네이버는 한진칼 지분 추가 매입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에게 네이버의 지분 확보는 희소식이다. 최근 3년 동안 한진칼을 놓고 3자 연합(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경영권 분쟁을 겪은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은 한진칼 지분 18.75%(조 전 부사장 지분 제외)를 보유 중이다. 델타항공(지분율 13.21%) 산업은행(10.50%) 등 우호 주주 지분까지 합치면 43.45%에 이른다.

조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반도건설 지분율은 17.91%다. 조 전 부사장(2.06%) 지분을 더해도 20%를 넘지 못한다. 문제는 중견 건설사인 호반건설이다. 이 회사는 이달 초 KCGI 지분 17.43%를 6839억원에 매입했다. 호반건설은 단순 투자 목적으로 한진칼 지분을 사들였고, 경영에 개입할 계획은 없다고 한진그룹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15년 아시아나항공 모회사인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했던 호반건설이 반도건설과 손잡고 조 회장의 경영권을 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 적잖다. 호반건설은 작년 말 기준 유동성 자산이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등 자금력이 탄탄하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우군인지 적군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며 “네이버와는 마케팅 협업 차원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