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에서 렌털 종합회사로 변신한 SK네트웍스가 1조4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앞세워 대규모 신사업 인수합병(M&A)을 준비하고 있다. 조(兆) 단위 투자는 당분간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판단에 따라 M&A 대상 기업을 신중하게 선택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블록체인 등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사업형 투자회사로도 발돋움할 계획이다.

지난달 사내이사로 처음 선임되면서 본격적인 경영 시험대에 오른 ‘오너 3세’ 최성환 사업총괄이 이 같은 변신을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4조 실탄' SK네트웍스, 신사업 M&A 나선다

“1조원 매물 인수 적극 검토”

17일 업계에 따르면 SK네트웍스는 최근 시장에 매물로 나온 여러 기업을 놓고 인수 검토 작업을 하고 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회사의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사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1953년 설립된 SK네트웍스는 SK그룹의 모태 격인 회사다. 수십 년 동안 SK그룹 계열 종합상사로서 입지를 굳혔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SK텔레콤 관련 휴대폰·통신기기 유통도 핵심 사업 중 하나였다. 하지만 2016년 동양매직(현 SK매직), 2019년 AJ렌터카(현 SK렌터카)를 잇달아 인수하며 종합 렌털사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꿨다.

국내 대표 고급호텔인 워커힐도 운영하고 있다. 상사 본연의 업무로 불리는 중계무역(트레이딩)의 비중은 작년 매출 기준 24.1%에 불과하다. 4년 전인 2017년(47.1%)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철강 분야 중계무역을 올해부터 중단할 예정이어서 비중이 더 줄어들 전망이다.

SK네트웍스는 올해 M&A를 통해 휴대폰 유통과 렌털에 이은 회사 성장의 핵심 축을 발굴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보유 현금이 충분하기 때문에 1조원이 넘는 매물 인수를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매출 11조181억원, 영업이익 1219억원을 올렸다. 매년 1000억~15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어 ‘곳간’이 넉넉하다. 작년 말 기준 SK네트웍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3729억원에 달한다. 9353억원의 단기차입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 원재료·물품 대금 지급을 위한 어음이어서 7786억원에 달하는 매출채권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시험대 오른 ‘3세 경영’

SK네트웍스는 지난해 침대 매트릭스 제조업체인 지누스를 1조1000억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막판에 포기했다. 사외이사들이 인수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당시 사외이사들은 미래 방향성에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1조원 넘는 투자가 사실상 마지막이라는 판단에 따라 지누스보다 더 매력적인 매물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올 들어 SK네트웍스가 신중하게 M&A 매물을 검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SK네트웍스의 이 같은 변신은 지난달 사내이사로 처음 선임된 최성환 사업총괄이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안팎의 분석이다. 1981년생인 최 총괄은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의 장남이자 최태원 회장의 조카다. SK㈜(39.1%)에 이어 개인주주 중 가장 많은 1.9%의 SK네트웍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09년 SKC 전략기획실 과장으로 입사한 최 총괄은 SK㈜ 사업지원담당, 글로벌사업개발실장을 지낸 뒤 2019년부터 SK네트웍스에서 근무하고 있다.

경제계에선 최 총괄의 사내이사 선임으로 SK네트웍스의 ‘3세 경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SK네트웍스 M&A를 통해 성과를 내면 최 총괄의 입지가 한층 탄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