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다리' 일손 돕다 창업..."요식업계 '슈퍼 앱' 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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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태순 캐치테이블(와드) 대표 인터뷰
월 이용자 128만명... 클릭 한 번으로 식당 예약
B2B 데이터 선점해 고객 서비스 확장
1년 만에 고객 예약 12배 증가
영화감독을 꿈꿨던 낭만주의자
불혹에 창업 목표 이뤄
VC 누적 투자금 425억
기업가치 2000억 육박
월 이용자 128만명... 클릭 한 번으로 식당 예약
B2B 데이터 선점해 고객 서비스 확장
1년 만에 고객 예약 12배 증가
영화감독을 꿈꿨던 낭만주의자
불혹에 창업 목표 이뤄
VC 누적 투자금 425억
기업가치 2000억 육박
"금요일 저녁 7시, 강남역 근처, 6명, 한우, 주차 가능, 룸"
이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식당을 찾으려면 포털 사이트에서 '강남역 한우 회식' 같은 키워드를 넣어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 리뷰를 뒤져보거나, 식당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확인해야 했다. 회식 장소 예약을 '빠릿빠릿'하게 해야 하는 막내 신세라면, 시간이 흘러갈수록 팀장님의 따가운 눈초리를 견뎌야 할 게 뻔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한 앱이 있다. 3000여 개 레스토랑이 입점한 캐치테이블이다. 지역, 메뉴, 매장 이름을 선택해 식당을 예약할 수 있다. 기존 예약 서비스들은 이용자가 예약하면 앱 내 직원이 매장에 전화를 걸어 예약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아날로그'적인 시스템이었다. 캐치테이블에선 매장에 구축된 데이터베이스(DB)와 연동해 실시간으로 예약을 확정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예약 실패 사례를 확 줄였다.
캐치테이블은 2020년 9월 출시 이후 폭발적으로 이용자가 늘었다. 월간 이용자 수(MAU)는 128만 명에 달한다. 벤처캐피털(VC)의 러브콜도 잇따랐다. 케치테이블 운영사 와드는 최근 300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금은 425억원이 됐다.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벌써 2000억원에 육박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면서 다시 찾아온 '외식 열풍'의 중심에 서 있다는 평가다.
19일 기자와 만난 용태순 와드 대표(사진)는 캐치테이블을 요식업계의 '슈퍼 앱'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숙박 앱에서 시작한 야놀자가 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 이상 비상장사) 기업을 넘보는 종합 여가 플랫폼으로 성장한 것처럼, 캐치테이블도 외식할 때 떠올리는 '넘버 원'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 대표가 야놀자를 예시로 든 건 기업 간 거래(B2B)와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를 모두 장악하는 게 목표이기 때문이다. 야놀자가 호텔자산관리시스템(PMS) 같은 B2B 서비스를 통해 고객 서비스를 확대한 것처럼 캐치테이블도 B2B와 B2C를 아우르는 플랫폼이 되기 위한 길목에 서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캐치테이블은 레스토랑에 고객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B2B 서비스를 구독 모델로 내놓은 게 첫 출발이었다. 각 매장에 고객들의 예약 현황이나 방문 횟수·노쇼 여부와 같은 고객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와 연결해주는 식이다. 예약 건수에 따라 매월 3만3000~9만9000원을 받는다. 이를 통해 방대한 매장 DB를 확보했다.
용 대표는 "DB가 없는 채 예약이 진행되면 이 지점에서 고객의 '경험'이 줄줄 새게 된다"며 "DB를 먼저 확보하고 소비자를 공략하는 게 올바른 접근법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B2B 데이터를 쌓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던 용 대표의 판단은 적중했다. 기껏 예약했더니 실시간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30분 뒤 '예약 거절'이라는 알림이 오는 경우가 사라졌다. 입소문을 탄 앱은 매월 12만 건의 예약이 이뤄질 만큼 인기를 끌게 됐다. 그는 "DB를 모은 덕에 B2C 이용자가 많이 유입됐고, 늘어난 이용자는 DB를 더 많이 확보하게 하는 일종의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 대표는 1990년대 서울 면목동에서 호프집 '투다리'를 운영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종종 가게 일을 돕곤 했다. 요식업을 하는 어머니를 보며 자연스럽게 '나도 사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어왔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가 출근 후 항상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노트를 펴는 것이었다. 일자로 선을 긋고, 테이블 번호를 적어넣었다. 손님이 떠난 뒤 술값을 계산할 땐 '쌀집 계산기'를 이용했다. 귀찮고 주문 정보를 빠뜨리기 일쑤였지만, 당시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포스기(POS)'라는 신문물을 접하게 됐다. "우리도 포스기를 놓자"는 어머니의 말에 처음엔 시큰둥했다. 하지만 막상 써보니 '이렇게 편할 수가 있나'란 생각이 들었다. 용 대표는 그때 요식업계에 디지털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는 "포스기 하나로 삶의 질이 확 달라진 걸 보고 디지털 요식업 시장이 엄청나게 커지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신방과 연극 동아리에도 들어갔다. 하지만 이내 꿈을 접었다. 30명의 연극부원은 하나같이 '나보다 더 영화에 미쳐있는 사람'이었다는 게 용 대표의 회상이다.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접고 고민하던 그는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게 됐다. 그는 "돌이켜보면 영화감독처럼 무언가를 기획하고 창의적으로 만들어내는 게 내 적성이라고 생각했다"며 "내가 해야 할 건 결국 창업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스쳤다"고 말했다.
스물일곱, 대학 졸업을 앞둔 그는 어머니를 따라 투다리를 창업하려 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를 막았다. 투다리는 몇 년 뒤에도 할 수 있다며, 더 큰 세상을 경험하고 오라고 했다.
그는 딱 마흔 살이 되기 전 창업을 하겠다 다짐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광고, 게임 회사를 거쳐 NHN으로 이직했다. 창업이라는 '빅 픽처'를 그렸던 그는 사업에 도움이 될 만한 모든 직무를 경험했다. 사업 프로젝트매니저(PM), 데이터 분석, 기획 등을 거쳤다.
창작 이전 마지막 2년은 크래프톤에 인수된 지노게임즈에 몸담았다. 그곳에서 당시 PD였던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 밑에서 기업가 정신을 배웠다. 이후 지노게임즈가 매각되고 마흔 살이 되던 해 퇴사했다. 2016년 NHN 출신 3명이 손을 맞잡고 매장용 고객관리 솔루션 '테이블노트'를 창업했다. 캐치테이블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창업 초기 온갖 시련을 겪었다. 우선 B2B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발로 뛰어야 했다. 판교 식당들을 이 잡듯 찾아다녔지만 가진 것 없는 이들을 환영해주는 식당은 찾기 어려웠다. 열이면 열 퇴짜 놓기 일쑤였다. 한여름 무더위 속 땀에 절어 있거나, 비를 쫄딱 맞아 생쥐 꼴이 된 그들을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반겨줄 리 만무했다. 용 대표는 "잡상인 취급에 욕먹는 건 기본이고, 재수 없다며 소금을 뿌려대는 매장도 있었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매장 고객들을 유치하자, 가능성을 눈여겨보는 VC들이 속속 생겨났다. B2B와 B2C를 아우르겠다는 용 대표의 비전에 공감하기 시작했다. 2년 동안 모은 B2B 데이터는 캐치테이블의 자산이 됐다. 시리즈A부터 시리즈C 라운드까지 VC들은 이 지점에 캐치테이블의 승부수가 담겼다고 봤다.
DB를 모은 뒤 내놓은 소비자를 위한 식당 예약 플랫폼은 대성공을 거뒀다. 용 대표는 "요식업에서 B2B와 B2C를 통합한 회사는 우리뿐"이라며 "150조원 넘는 요식업 시장을 거머쥐기 위해 이제 본격적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미국 해군 장교 제임스 스톡데일은 베트남전쟁 때 8년간 포로 생활을 했지만 살아 돌아왔다. 다른 동료들은 ‘이번 크리스마스엔 풀려나겠지, 다음 추수감사절엔 풀려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었다가 꿈이 좌절될 때마다 희망을 잃고 죽어갔다.
창업가가 가져야 할 자질도 이와 같다는 설명이다. 용 대표는 "이상적인 낙관주의에 기대 현실을 간과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최근 5년간 수많은 창업가를 만났는데, 지금까지 성공 가도를 달리는 이들의 공통점은 '현실을 직시한 사람'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캐치테이블 앱 출시 후 1년 안에 예약 건수를 10배로 늘리는 게 초기 목표였다. 회사 내부에서도 '너무 허황한 목표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바다 위에서 머리를 쥐어짜던 그는 영업 태스크포스(TF) 결성을 고안해냈다. B2B 고객들을 B2C로 더 많이 끌어오는 전략을 취하기로 한 것이다. 매장 관리 솔루션만 이용하고, 예약 플랫폼엔 입점하지 않는 고객들이 타깃이었다.
이를테면 연말에 크리스마스 기념 특별 메뉴를 선보이는 레스토랑이 있다. 이 식당이 B2C 플랫폼에 입점하지 않은 상태에선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일일이 바뀐 메뉴를 설명해야 했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다고 TF가 적극 어필하는 전략이다. 이와 비슷하게 일일이 가게 문 앞에 붙여놔야 할 문의 사항을 앱 내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과는 12배의 예약 건수 증가로 돌아왔다.
요식업계 '핫'한 스타트업답게 사내 복지도 눈에 띈다. 전 직원은 캐치테이블에서 쓸 수 있는 100만원 상당의 포인트를 받는다. 미식 생활을 즐기는 자가 미식 문화를 선도할 수 있다는 회사의 배려다. 또 매월 다른 팀끼리 짝지어 점심을 먹는 '랜덤 런치데이'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다른 팀원들과의 소통 기회가 줄어들 것에 대비해 만든 복지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인력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9월 40명 정도였던 직원 수가 어느새 80명까지 늘었다. 올 상반기 안에 100명 안팎까지 인원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용 대표는 "데이터 엔지니어부터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서버(JAVA) 개발자, UI·UX 디자이너, 서비스 기획자, 마케팅 등 전 직군에 걸쳐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캐치테이블의 다음 목표는 해외 고객 유치다. 우선 코로나19 상황이 끝나면 국내로 들어올 외국인 관광객 소비자들을 기대하고 있다. 음식 관련 콘텐츠를 만들어 해외 소비자에게 국내 식문화를 알릴 예정이다. 용 대표는 "향후 외식문화가 발달한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이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식당을 찾으려면 포털 사이트에서 '강남역 한우 회식' 같은 키워드를 넣어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 리뷰를 뒤져보거나, 식당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확인해야 했다. 회식 장소 예약을 '빠릿빠릿'하게 해야 하는 막내 신세라면, 시간이 흘러갈수록 팀장님의 따가운 눈초리를 견뎌야 할 게 뻔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한 앱이 있다. 3000여 개 레스토랑이 입점한 캐치테이블이다. 지역, 메뉴, 매장 이름을 선택해 식당을 예약할 수 있다. 기존 예약 서비스들은 이용자가 예약하면 앱 내 직원이 매장에 전화를 걸어 예약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아날로그'적인 시스템이었다. 캐치테이블에선 매장에 구축된 데이터베이스(DB)와 연동해 실시간으로 예약을 확정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예약 실패 사례를 확 줄였다.
캐치테이블은 2020년 9월 출시 이후 폭발적으로 이용자가 늘었다. 월간 이용자 수(MAU)는 128만 명에 달한다. 벤처캐피털(VC)의 러브콜도 잇따랐다. 케치테이블 운영사 와드는 최근 300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금은 425억원이 됐다.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벌써 2000억원에 육박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면서 다시 찾아온 '외식 열풍'의 중심에 서 있다는 평가다.
여가 분야 장악한 야놀자처럼... 요식업계 슈퍼앱 꿈꾼다
19일 기자와 만난 용태순 와드 대표(사진)는 캐치테이블을 요식업계의 '슈퍼 앱'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숙박 앱에서 시작한 야놀자가 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 이상 비상장사) 기업을 넘보는 종합 여가 플랫폼으로 성장한 것처럼, 캐치테이블도 외식할 때 떠올리는 '넘버 원'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 대표가 야놀자를 예시로 든 건 기업 간 거래(B2B)와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를 모두 장악하는 게 목표이기 때문이다. 야놀자가 호텔자산관리시스템(PMS) 같은 B2B 서비스를 통해 고객 서비스를 확대한 것처럼 캐치테이블도 B2B와 B2C를 아우르는 플랫폼이 되기 위한 길목에 서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캐치테이블은 레스토랑에 고객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B2B 서비스를 구독 모델로 내놓은 게 첫 출발이었다. 각 매장에 고객들의 예약 현황이나 방문 횟수·노쇼 여부와 같은 고객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와 연결해주는 식이다. 예약 건수에 따라 매월 3만3000~9만9000원을 받는다. 이를 통해 방대한 매장 DB를 확보했다.
용 대표는 "DB가 없는 채 예약이 진행되면 이 지점에서 고객의 '경험'이 줄줄 새게 된다"며 "DB를 먼저 확보하고 소비자를 공략하는 게 올바른 접근법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B2B 데이터를 쌓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던 용 대표의 판단은 적중했다. 기껏 예약했더니 실시간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30분 뒤 '예약 거절'이라는 알림이 오는 경우가 사라졌다. 입소문을 탄 앱은 매월 12만 건의 예약이 이뤄질 만큼 인기를 끌게 됐다. 그는 "DB를 모은 덕에 B2C 이용자가 많이 유입됐고, 늘어난 이용자는 DB를 더 많이 확보하게 하는 일종의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다리' 일손 돕다 디지털 혁신 눈 떠
용 대표는 1990년대 서울 면목동에서 호프집 '투다리'를 운영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종종 가게 일을 돕곤 했다. 요식업을 하는 어머니를 보며 자연스럽게 '나도 사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어왔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가 출근 후 항상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노트를 펴는 것이었다. 일자로 선을 긋고, 테이블 번호를 적어넣었다. 손님이 떠난 뒤 술값을 계산할 땐 '쌀집 계산기'를 이용했다. 귀찮고 주문 정보를 빠뜨리기 일쑤였지만, 당시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포스기(POS)'라는 신문물을 접하게 됐다. "우리도 포스기를 놓자"는 어머니의 말에 처음엔 시큰둥했다. 하지만 막상 써보니 '이렇게 편할 수가 있나'란 생각이 들었다. 용 대표는 그때 요식업계에 디지털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는 "포스기 하나로 삶의 질이 확 달라진 걸 보고 디지털 요식업 시장이 엄청나게 커지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영화감독 꿈꿨지만, 불혹에 창업가로
창업가 DNA는 학창 시절에도 꿈틀대고 있었다. 원래 용 대표의 장래 희망은 영화감독이었다. 영화광으로 지내며 고등학교 1학년 땐 반에서 35등을 하는 '낭만주의자'였다. 부모님의 타박 속에 꾸역꾸역 공부를 시작한 그는 수능에서 상위 0.3%의 성적표를 받았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영화학과를 가고 싶었던 그는 치과대학을 가라는 어머니와 대판 싸우기도 했다. 결국 합의 끝에 중앙대 신문방송학부에 입학했다.신방과 연극 동아리에도 들어갔다. 하지만 이내 꿈을 접었다. 30명의 연극부원은 하나같이 '나보다 더 영화에 미쳐있는 사람'이었다는 게 용 대표의 회상이다.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접고 고민하던 그는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게 됐다. 그는 "돌이켜보면 영화감독처럼 무언가를 기획하고 창의적으로 만들어내는 게 내 적성이라고 생각했다"며 "내가 해야 할 건 결국 창업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스쳤다"고 말했다.
스물일곱, 대학 졸업을 앞둔 그는 어머니를 따라 투다리를 창업하려 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를 막았다. 투다리는 몇 년 뒤에도 할 수 있다며, 더 큰 세상을 경험하고 오라고 했다.
그는 딱 마흔 살이 되기 전 창업을 하겠다 다짐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광고, 게임 회사를 거쳐 NHN으로 이직했다. 창업이라는 '빅 픽처'를 그렸던 그는 사업에 도움이 될 만한 모든 직무를 경험했다. 사업 프로젝트매니저(PM), 데이터 분석, 기획 등을 거쳤다.
창작 이전 마지막 2년은 크래프톤에 인수된 지노게임즈에 몸담았다. 그곳에서 당시 PD였던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 밑에서 기업가 정신을 배웠다. 이후 지노게임즈가 매각되고 마흔 살이 되던 해 퇴사했다. 2016년 NHN 출신 3명이 손을 맞잡고 매장용 고객관리 솔루션 '테이블노트'를 창업했다. 캐치테이블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소금 맞으며 모은 식당 데이터가 자산으로
창업 초기 온갖 시련을 겪었다. 우선 B2B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발로 뛰어야 했다. 판교 식당들을 이 잡듯 찾아다녔지만 가진 것 없는 이들을 환영해주는 식당은 찾기 어려웠다. 열이면 열 퇴짜 놓기 일쑤였다. 한여름 무더위 속 땀에 절어 있거나, 비를 쫄딱 맞아 생쥐 꼴이 된 그들을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반겨줄 리 만무했다. 용 대표는 "잡상인 취급에 욕먹는 건 기본이고, 재수 없다며 소금을 뿌려대는 매장도 있었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매장 고객들을 유치하자, 가능성을 눈여겨보는 VC들이 속속 생겨났다. B2B와 B2C를 아우르겠다는 용 대표의 비전에 공감하기 시작했다. 2년 동안 모은 B2B 데이터는 캐치테이블의 자산이 됐다. 시리즈A부터 시리즈C 라운드까지 VC들은 이 지점에 캐치테이블의 승부수가 담겼다고 봤다.
DB를 모은 뒤 내놓은 소비자를 위한 식당 예약 플랫폼은 대성공을 거뒀다. 용 대표는 "요식업에서 B2B와 B2C를 통합한 회사는 우리뿐"이라며 "150조원 넘는 요식업 시장을 거머쥐기 위해 이제 본격적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스톡데일 역설' 합리적 낙관주의자
용 대표는 경영 철학으로 '스톡데일 역설'을 내세웠다. 이는 비관적인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면서 현재의 난관을 극복하고 장래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는 합리적 낙관주의를 말한다.미국 해군 장교 제임스 스톡데일은 베트남전쟁 때 8년간 포로 생활을 했지만 살아 돌아왔다. 다른 동료들은 ‘이번 크리스마스엔 풀려나겠지, 다음 추수감사절엔 풀려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었다가 꿈이 좌절될 때마다 희망을 잃고 죽어갔다.
창업가가 가져야 할 자질도 이와 같다는 설명이다. 용 대표는 "이상적인 낙관주의에 기대 현실을 간과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최근 5년간 수많은 창업가를 만났는데, 지금까지 성공 가도를 달리는 이들의 공통점은 '현실을 직시한 사람'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 위에서 생각해 낸 10배 성장 전략
그의 취미는 스쿠버다이빙이다. 1년에 최소 한 번은 9박 10일간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배에서 먹고 자는 '리브 어 보드'를 즐긴다. 인터넷도,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바다 한 가운데에서 사색을 즐기다가 곧 노트북을 펴 생각을 정리하곤 한다. 현실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장밋빛 미래를 그리곤 했다. 이 배 위에서 캐치테이블의 성장 전략도 탄생했다.캐치테이블 앱 출시 후 1년 안에 예약 건수를 10배로 늘리는 게 초기 목표였다. 회사 내부에서도 '너무 허황한 목표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바다 위에서 머리를 쥐어짜던 그는 영업 태스크포스(TF) 결성을 고안해냈다. B2B 고객들을 B2C로 더 많이 끌어오는 전략을 취하기로 한 것이다. 매장 관리 솔루션만 이용하고, 예약 플랫폼엔 입점하지 않는 고객들이 타깃이었다.
이를테면 연말에 크리스마스 기념 특별 메뉴를 선보이는 레스토랑이 있다. 이 식당이 B2C 플랫폼에 입점하지 않은 상태에선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일일이 바뀐 메뉴를 설명해야 했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다고 TF가 적극 어필하는 전략이다. 이와 비슷하게 일일이 가게 문 앞에 붙여놔야 할 문의 사항을 앱 내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과는 12배의 예약 건수 증가로 돌아왔다.
다음 목표는 해외 이용자 공략
요식업계 '핫'한 스타트업답게 사내 복지도 눈에 띈다. 전 직원은 캐치테이블에서 쓸 수 있는 100만원 상당의 포인트를 받는다. 미식 생활을 즐기는 자가 미식 문화를 선도할 수 있다는 회사의 배려다. 또 매월 다른 팀끼리 짝지어 점심을 먹는 '랜덤 런치데이'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다른 팀원들과의 소통 기회가 줄어들 것에 대비해 만든 복지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인력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9월 40명 정도였던 직원 수가 어느새 80명까지 늘었다. 올 상반기 안에 100명 안팎까지 인원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용 대표는 "데이터 엔지니어부터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서버(JAVA) 개발자, UI·UX 디자이너, 서비스 기획자, 마케팅 등 전 직군에 걸쳐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캐치테이블의 다음 목표는 해외 고객 유치다. 우선 코로나19 상황이 끝나면 국내로 들어올 외국인 관광객 소비자들을 기대하고 있다. 음식 관련 콘텐츠를 만들어 해외 소비자에게 국내 식문화를 알릴 예정이다. 용 대표는 "향후 외식문화가 발달한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