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장세, ‘G’를 보고 투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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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세 꺾인 주식시장에서 거버넌스 우수 종목들은 힘을 발휘했다. 주주환원에 대한 개인주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지난해 분기 배당을 시행한 상장사는 전년 대비 17곳 늘었고, 현금 배당을 시행한 상장사는 556곳으로 5% 넘게 늘었다. 주주행동도 늘어나면서 거버넌스 우수 상품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경ESG] 투자 트렌드
‘G의 시대가 온다.’ 상승세가 꺾인 주식시장에서 부진한 수익률을 만회하기 위한 돌파구로 거버넌스(G) 점수가 우수한 종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테마 중 ‘E’에 밀려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G’가 하락장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주 친화적 정책과 지배구조를 갖춘 이들이 흔들리는 증시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힘 못 쓴 ESG…G는 달랐다
거스를 수 없는 전 세계 표준이 된 ESG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미미하다. 기업 입장에선 높아진 ESG 잣대에 부담감이 늘었지만, ESG 점수가 높다고 해서 주가를 당장 끌어올리긴 쉽지 않다. 금리인상, 인플레이션 우려, 러·우 전쟁 등 다양한 대외 변수가 증시를 옥죄고 있어서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ESG 투자가 그리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평가다. 펀드 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식형 ESG 펀드 52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7.56%.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이 -9%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나름 ‘선방’했다. 하지만 배당주 펀드(-2.82%), 가치주 펀드(-4.21%) 녹색성장 펀드(-6.80%) 등 다른 테마의 수익률을 밑돌았다. 인플레이션을 등에 업은 농산물 펀드(27.05%), 천연자원 펀드(26.91%), 원자재 펀드(24.68%) 등이 훨훨 나는 동안 ESG 테마는 크게 각광받지도, 수익률 방어에 두각을 나타내지도 못한 셈이다.
ESG라고 해서 모두 맥을 못 춘 것은 아니다. G에 특화된 종목은 잔뜩 움츠린 증시에서 힘을 발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해 연초 이후 ESG 전체 점수(컨센서스 기준) 상위 20종목의 누적 초과 수익률은 6.5%였다. 그중 G 부문 점수 상위 20종목은 이를 웃도는 10.9%포인트의 초과 수익을 냈다. 거버넌스(G) 상위 10개 종목은 KB금융, 신한지주, DGB금융지주,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텔레콤, OCI,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CJ제일제당 등이었다.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은행주의 경우 금리인상의 수혜를 누렸다.
이정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라 배당수익률이 높고 주가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저변동성 종목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며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할인율 급증,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원가 부담으로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현재 시장에서 고위험보다 저위험 종목으로 수익률 방어에 나서는 경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분기배당 속출, 주주들은 방긋
하락장에서 꿋꿋하게 수익률을 지켜낸 거버넌스(G) 우수 종목은 쏠쏠한 배당수익을 얻는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 올해 1분기 1조4500억원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KB금융의 경우 이사회를 통해 분기배당을 정례화하고, 주당 500원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결의했다. 지난해 최초로 분기배당을 시작한 신한금융지주 역시 보통주 1주당 400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지주도 주총을 통해 중간배당 기준일을 명시하기로 정관을 바꿨다. 금융지주뿐 아니라 주주환원에 대한 개인 주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분기배당을 시행하는 상장사들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분기배당을 한 상장사는 유가증권시장 46개, 코스닥 17개로 집계됐다. 전년과 비교하면 16개 늘었다.
적극적 주주환원 움직임에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의 배당률은 2.32%로 최근 5년 새 가장 높았다. 한국거래소가 12월 결산 법인의 배당 실적을 분석한 결과치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의 평균 시가배당률(현재 주가 대비 배당금 비율)은 보통주 2.32%, 우선주 2.65%로 집계됐다. 지난해 1년 만기 국고채 평균 수익률(0.917%)과 정기예금 금리(1.19%)를 웃도는 수준이다. 업종별로는 통신(3.70%), 금융(3.66%), 전기가스(3.35%) 등의 배당률이 높았다. 코스피 상장사의 배당 총액은 28조6107억원으로 전년(33조1638억원) 대비 13.7% 줄었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한 상장사 배당금은 26조1577억원으로 전년(20조395억원) 대비 30.5% 급증했다. 2020년 삼성전자가 특별 배당을 지급한 탓이다. 현금 배당을 시행한 상장사도 556곳이나 됐다. 전년 대비 5.1% 늘었다. 5년 연속 배당에 나선 상장기업은 432곳에 이른다.
“적절한 ESG 믹스 전략 필요”
적극적 주주행동이 새로운 증시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G 항목에 대한 점수가 높은 종목과 이런 종목이 포함된 상품의 매력도가 더욱 높아진 상태다. 실제 올 들어 진행된 주총에서 안다자산운용은 ▲이사 선임 및 보수 한도 승인 반대 ▲배당 확대 ▲집중 투표제 도입을 제안했다. 해외 투자자의 경우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매각 후 주주환원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주총 2주 전부터 주총 이후 고점까지 주가가 약 14.2% 올랐다.
금호석유 역시 ▲배당 확대 ▲사외이사 선임 등의 제안을 받아들이진 않았지만,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신탁 계약을 발표했다. 주주행동 펀드 성격의 얼라인파트너스도 에스엠을 상대로 주주제안에 나섰다. 이들은 ▲감사위원 선임 ▲에스엠 자회사인 라이크기획에 대한 의혹과 논란에 대해 경영진이 입장 표명을 하면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주제안이 통과되면서 감사위원 선임에도 성공했다”며 “이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 상장 후 처음 배당을 결정하는 결실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에스엠 주가도 주총 당일 2.5%, 주총 10일 전부터 주총까지 10.4%나 뛰었다.
전문가들은 금리인상 등 악재가 산적한 증시에서 ESG 테마에 대한 투자만으로 만족스러운 수익률을 기록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물가, 금리, 유가상승 구간에서는 ESG 성과가 악화된다는 분석도 있다. 이정빈 연구원은 “매크로 상황에 맞추고 스타일과 ESG를 적절하게 믹스한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며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 등 불확실성 구간이 길어짐에 따라 거버넌스(G)에 집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조언했다.
박재원 한국경제 기자 wonderful@hankyung.com
‘G의 시대가 온다.’ 상승세가 꺾인 주식시장에서 부진한 수익률을 만회하기 위한 돌파구로 거버넌스(G) 점수가 우수한 종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테마 중 ‘E’에 밀려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G’가 하락장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주 친화적 정책과 지배구조를 갖춘 이들이 흔들리는 증시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힘 못 쓴 ESG…G는 달랐다
거스를 수 없는 전 세계 표준이 된 ESG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미미하다. 기업 입장에선 높아진 ESG 잣대에 부담감이 늘었지만, ESG 점수가 높다고 해서 주가를 당장 끌어올리긴 쉽지 않다. 금리인상, 인플레이션 우려, 러·우 전쟁 등 다양한 대외 변수가 증시를 옥죄고 있어서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ESG 투자가 그리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평가다. 펀드 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식형 ESG 펀드 52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7.56%.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이 -9%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나름 ‘선방’했다. 하지만 배당주 펀드(-2.82%), 가치주 펀드(-4.21%) 녹색성장 펀드(-6.80%) 등 다른 테마의 수익률을 밑돌았다. 인플레이션을 등에 업은 농산물 펀드(27.05%), 천연자원 펀드(26.91%), 원자재 펀드(24.68%) 등이 훨훨 나는 동안 ESG 테마는 크게 각광받지도, 수익률 방어에 두각을 나타내지도 못한 셈이다.
ESG라고 해서 모두 맥을 못 춘 것은 아니다. G에 특화된 종목은 잔뜩 움츠린 증시에서 힘을 발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해 연초 이후 ESG 전체 점수(컨센서스 기준) 상위 20종목의 누적 초과 수익률은 6.5%였다. 그중 G 부문 점수 상위 20종목은 이를 웃도는 10.9%포인트의 초과 수익을 냈다. 거버넌스(G) 상위 10개 종목은 KB금융, 신한지주, DGB금융지주,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텔레콤, OCI,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CJ제일제당 등이었다.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은행주의 경우 금리인상의 수혜를 누렸다.
이정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라 배당수익률이 높고 주가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저변동성 종목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며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할인율 급증,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원가 부담으로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현재 시장에서 고위험보다 저위험 종목으로 수익률 방어에 나서는 경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분기배당 속출, 주주들은 방긋
하락장에서 꿋꿋하게 수익률을 지켜낸 거버넌스(G) 우수 종목은 쏠쏠한 배당수익을 얻는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 올해 1분기 1조4500억원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KB금융의 경우 이사회를 통해 분기배당을 정례화하고, 주당 500원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결의했다. 지난해 최초로 분기배당을 시작한 신한금융지주 역시 보통주 1주당 400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지주도 주총을 통해 중간배당 기준일을 명시하기로 정관을 바꿨다. 금융지주뿐 아니라 주주환원에 대한 개인 주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분기배당을 시행하는 상장사들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분기배당을 한 상장사는 유가증권시장 46개, 코스닥 17개로 집계됐다. 전년과 비교하면 16개 늘었다.
적극적 주주환원 움직임에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의 배당률은 2.32%로 최근 5년 새 가장 높았다. 한국거래소가 12월 결산 법인의 배당 실적을 분석한 결과치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의 평균 시가배당률(현재 주가 대비 배당금 비율)은 보통주 2.32%, 우선주 2.65%로 집계됐다. 지난해 1년 만기 국고채 평균 수익률(0.917%)과 정기예금 금리(1.19%)를 웃도는 수준이다. 업종별로는 통신(3.70%), 금융(3.66%), 전기가스(3.35%) 등의 배당률이 높았다. 코스피 상장사의 배당 총액은 28조6107억원으로 전년(33조1638억원) 대비 13.7% 줄었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한 상장사 배당금은 26조1577억원으로 전년(20조395억원) 대비 30.5% 급증했다. 2020년 삼성전자가 특별 배당을 지급한 탓이다. 현금 배당을 시행한 상장사도 556곳이나 됐다. 전년 대비 5.1% 늘었다. 5년 연속 배당에 나선 상장기업은 432곳에 이른다.
“적절한 ESG 믹스 전략 필요”
적극적 주주행동이 새로운 증시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G 항목에 대한 점수가 높은 종목과 이런 종목이 포함된 상품의 매력도가 더욱 높아진 상태다. 실제 올 들어 진행된 주총에서 안다자산운용은 ▲이사 선임 및 보수 한도 승인 반대 ▲배당 확대 ▲집중 투표제 도입을 제안했다. 해외 투자자의 경우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매각 후 주주환원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주총 2주 전부터 주총 이후 고점까지 주가가 약 14.2% 올랐다.
금호석유 역시 ▲배당 확대 ▲사외이사 선임 등의 제안을 받아들이진 않았지만,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신탁 계약을 발표했다. 주주행동 펀드 성격의 얼라인파트너스도 에스엠을 상대로 주주제안에 나섰다. 이들은 ▲감사위원 선임 ▲에스엠 자회사인 라이크기획에 대한 의혹과 논란에 대해 경영진이 입장 표명을 하면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주제안이 통과되면서 감사위원 선임에도 성공했다”며 “이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 상장 후 처음 배당을 결정하는 결실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에스엠 주가도 주총 당일 2.5%, 주총 10일 전부터 주총까지 10.4%나 뛰었다.
전문가들은 금리인상 등 악재가 산적한 증시에서 ESG 테마에 대한 투자만으로 만족스러운 수익률을 기록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물가, 금리, 유가상승 구간에서는 ESG 성과가 악화된다는 분석도 있다. 이정빈 연구원은 “매크로 상황에 맞추고 스타일과 ESG를 적절하게 믹스한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며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 등 불확실성 구간이 길어짐에 따라 거버넌스(G)에 집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조언했다.
박재원 한국경제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