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 20년만에 최저…"오히려 좋다 vs 큰 위기" 격론 [이슬기의 주식오마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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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지정가매입이 뭐길래
BOJ '지정가매입 오퍼레이션'에 엔화값 급락
금리상단 낮춰 디플레 가능성 차단하기 위함
일본 내에도 급격한 엔저에 찬반 여론 부딪쳐
BOJ '지정가매입 오퍼레이션'에 엔화값 급락
금리상단 낮춰 디플레 가능성 차단하기 위함
일본 내에도 급격한 엔저에 찬반 여론 부딪쳐
※이슬기의 주식오마카세에서는 매주 한 가지 일본증시 이슈나 종목을 엄선해 분석합니다. 이번주에는 일본은행(BOJ)의 지정가매입 오퍼레이션과 엔저현상을 다룹니다.
28일 엔화환율이 달러당 130엔대까지 상승하며 엔화 가치가 20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본은행(BOJ)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 특히 '지정가 매입 오퍼레이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탓이다. 지정가 매입 오퍼레이션은 무엇이고 또 어떤 영향을 미치기에 엔화 가치를 이렇게 낮추는 것일까.
현재 일본 10년물 국채는 제로금리에 가깝다. 반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인플레이션 급등에 미국 중앙은행(Fed)이 큰 폭의 금리인상을 시사하면서 3%를 목전에 두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투자해봐야 이자도 거의 붙지 않는 일본 국채를 사는 것보다 미국 국채를 사는 것이 더 낫다. 글로벌 자금이 일본에서 빠져나가는 한편 미국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엔화값은 싸지고 달러값은 비싸진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20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이유다.
엔화값 폭락에도 BOJ가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는 건 디플레이션 우려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장기금리 상승을 용인할 경우 기업들이 빚을 내 설비 투자에 나서는 등의 경제행동을 꺼린다. 그만큼 이자 부담이 늘기 때문이다. BOJ는 현재 시중금리가 오르는 건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겹쳐 공급불안 문제로 인해 일시적으로 물가가 오른 데 따른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즉 곧 해결될 문제이기 때문에 섣불리 금리를 올렸다간 향후 경기침체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그만한 근거가 있다. 일본 내각부는 국내총생산(GDP)에서 잠재GDP를 빼서 실제 경제의 수요와 공급 능력의 차이를 추계한 '수급갭'을 공표한다. 지난해 10~12월 일본의 수급갭은 -3.1%로 공급보다 수요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미국 의회예산국과 상무부의 데이터로 미국의 수급갭을 추산한결과 같은 기간 미국은 -0.5%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마이너스 부근이긴 하지만 2020년 3분기를 기점으로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같은 기간 일본 수급갭이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반대다. 미국의 경우 일본과 달리 공급 뿐 아니라 수요 측면에서도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일본은 금융완화와 더불어 수요부족을 메울 수 있도록 재정지출 확대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다만 2010년대 이후 엔고현상이 이어지자 일본 기업들은 해외에 공장을 더 많이 짓게됐고, 결과적으로 해외에서 생산하고 해외에서 돈을 벌어들이는 기업이 더 많아져 엔저 수혜를 입는 기업이 이전에 비해 줄어들게 됐다. 반면 엔저가 수입물가를 올리기 때문에 기름값 상승 등으로 가계와 기업에 부담이 돼 부정적 효과만 부른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엔저에도 불구하고 수출기업이 포진한 니케이225지수는 요지부동이다. 올 들어 28일까지 니케이225지수는 6.75% 떨어졌다. 해당 기간 달러·엔 환율은 약 11% 뛰었다. 한편 일본은 29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골든위크 연휴로 휴장을 이어간다. 외환시장 거래가 뜸해져 환율이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디플레 우려에 금리 상단 낮추는 日銀
지정가매입 오퍼레이션(指し値オペ)이란 BOJ가 무제한으로 국채를 지정가에 매입해 강제적으로 장기금리를 누르는 정책을 말한다. 만약 A주식을 중앙은행이 무조건 1주당 1000엔에 산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A기업 공장에 불이 나거나 횡령이 일어나도 중앙은행이 무조건 1000엔에 사주므로 A주식의 가격은 1000엔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즉 가격 하단이 1000엔으로 고정되는 셈이다. 국채도 마찬가지다. 28일 BOJ는 10년물 국채를 0.25% 금리에 무제한으로 사는 지정가매입 오퍼레이션을 매영업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원래대로라면 인플레이션으로 국채금리도 같이 올라야(국채가격 하락)하지만, 0.25%에 BOJ가 무제한으로 국채를 매입하기 때문에 금리가 해당 수준 이상으로 오르지(국채가격이 하락하지) 못한다.현재 일본 10년물 국채는 제로금리에 가깝다. 반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인플레이션 급등에 미국 중앙은행(Fed)이 큰 폭의 금리인상을 시사하면서 3%를 목전에 두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투자해봐야 이자도 거의 붙지 않는 일본 국채를 사는 것보다 미국 국채를 사는 것이 더 낫다. 글로벌 자금이 일본에서 빠져나가는 한편 미국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엔화값은 싸지고 달러값은 비싸진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20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이유다.
엔화값 폭락에도 BOJ가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는 건 디플레이션 우려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장기금리 상승을 용인할 경우 기업들이 빚을 내 설비 투자에 나서는 등의 경제행동을 꺼린다. 그만큼 이자 부담이 늘기 때문이다. BOJ는 현재 시중금리가 오르는 건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겹쳐 공급불안 문제로 인해 일시적으로 물가가 오른 데 따른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즉 곧 해결될 문제이기 때문에 섣불리 금리를 올렸다간 향후 경기침체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그만한 근거가 있다. 일본 내각부는 국내총생산(GDP)에서 잠재GDP를 빼서 실제 경제의 수요와 공급 능력의 차이를 추계한 '수급갭'을 공표한다. 지난해 10~12월 일본의 수급갭은 -3.1%로 공급보다 수요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미국 의회예산국과 상무부의 데이터로 미국의 수급갭을 추산한결과 같은 기간 미국은 -0.5%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마이너스 부근이긴 하지만 2020년 3분기를 기점으로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같은 기간 일본 수급갭이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반대다. 미국의 경우 일본과 달리 공급 뿐 아니라 수요 측면에서도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일본은 금융완화와 더불어 수요부족을 메울 수 있도록 재정지출 확대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좋은 엔저? 나쁜 엔저? 일본서도 격론
다만 엔화값이 지나치게 폭락하자 일본 내에서도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거엔 엔저가 도요타 등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높이기 때문에 긍정적이란 인식이 많았다. 같은 자동차를 팔더라도 달러값이 비싸진 덕에 더 많은 엔화로 바꿀 수 있어 실적이 좋아지고, 더 나아가 국내 생산과 고용 확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다만 2010년대 이후 엔고현상이 이어지자 일본 기업들은 해외에 공장을 더 많이 짓게됐고, 결과적으로 해외에서 생산하고 해외에서 돈을 벌어들이는 기업이 더 많아져 엔저 수혜를 입는 기업이 이전에 비해 줄어들게 됐다. 반면 엔저가 수입물가를 올리기 때문에 기름값 상승 등으로 가계와 기업에 부담이 돼 부정적 효과만 부른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엔저에도 불구하고 수출기업이 포진한 니케이225지수는 요지부동이다. 올 들어 28일까지 니케이225지수는 6.75% 떨어졌다. 해당 기간 달러·엔 환율은 약 11% 뛰었다. 한편 일본은 29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골든위크 연휴로 휴장을 이어간다. 외환시장 거래가 뜸해져 환율이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