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4월 1조달러 날린 FAANG…5월엔 QT 텐트럼?
29일(미 동부 시간) 뉴욕 증시는 시가총액 1, 3위 종목인 애플과 아마존이 함께 추락하자 맥없이 쓰러졌습니다. 애플은 3.66% 하락했고, 아마존은 무려 14% 폭락했습니다. 아마존의 이날 하락 폭은 2006년 이후 가장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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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10%를 차지하는 이들이 무너지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4.17% 추락했고 S&P500은 3.63%, 다우는 2.77% 내렸습니다. 나스닥은 4월에만 13.3% 떨어져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 이후 최악의 월간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S&P500 지수는 4월 8.8% 내려 팬데믹 봉쇄가 시작됐던 2020년 6월 이후 최악의 성적을 냈습니다. 컴파운드 캐피털의 찰리 비렐로 설립자는 "S&P500 지수가 올들어 4개월(82거래일) 동안 13.3% 내렸는데, 이는 미 증시 사상 세 번째로 나쁜 기록"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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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은 이제 사상 최고치에서 약 24% 떨어졌고, S&P500 14%, 다우 11% 하락했습니다. 나스닥은 약세장, 다우와 S&P500 지수는 조정장에 들어간 것입니다.

중국 지도부가 기술기업과 부동산 관련 규제 수위를 낮추는 등 경제 성장에 더 많은 지원을 약속한 덕분에 알리바바(6.8%), JD닷컴(6.66%) 등 중국 기술주가 크게 올랐지만, 장세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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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애플의 1분기 실적은 좋았습니다. 문제가 된 건 2분기 가이던스였습니다. 중국의 봉쇄 등으로 2분기 매출에서 40억~80억 달러 수준의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입니다. 월가는 2분기 실적이 좋지 않아도 중국 봉쇄에 따른 단기적 요인에 그친다면서 긍정적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아이폰, 맥북 등의 수요를 보면 애플의 사업은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공급망 문제가 완화될지 보기 위해 중국의 봉쇄 등을 면밀히 추적하겠지만 도전적 거시경제 환경에서도 애플 제품 및 서비스 생태계는 근본적 건전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JP모건도 탄탄한 제품 주기와 강한 소비자 수요를 언급하면서 애플은 안전한 피난처임을 계속해서 증명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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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7년 만에 적자를 낸 아마존의 경우 월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었지만, 애플보다는 부정적인 곳이 많았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인플레이션과 차량 유류비, 물류비와 임금 상승 등은 올해 내내 역풍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즈호증권도 매출 가이드라인이 "엄청난 둔화를 암시하고 있다. 비용은 실제 문제이며 영업 이익은 굉장히 빗나갔다. 성장성에 비해 주가는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그렇게 매력적이지는 않다"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현 주가는 클라우드 사업부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가치만을 포함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주가가 AWS의 2023년 추정 매출의 13배, 영업이익의 43배 수준이어서, 전자상거래 사업의 가치는 '0'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골드만삭스는 12개월 전망에서 아마존을 최고의 선택으로 보고 있다며 목표주가를 3700달러로 제시했습니다. 기존 4000달러보다는 낮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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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도 이날 주목받았습니다. 지난주 960만주를 팔아치웠다고 신고한 일론 머스크가 "오늘 이후 (당분간) 추가 테슬라 주식 매각 계획 없음"(No further TSLA sales planned after today)이라고 밝히면서 한때 6%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결국 0.77% 내린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지난주 매각한 건 계약금 마련을 위한 것이며, 몇 달 뒤에 잔금 마련을 위해 테슬라 주식을 더 팔 수밖에 없다"면서 "월가 은행 일부는 마진콜 가능성을 우려해 이번 거래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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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주의 실적은 전반적으로 실망스럽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이날까지 S&P500 기업의 55%가 1분기 이익을 공개했습니다. 이들 중 80%는 주당순이익(EPS)이 월가 예상을 넘었습니다. 5년 평균인 77%를 상회합니다. 다만 기업들은 추정치보다 3.4% 높은 ESP를 내놓았는데, 이는 5년 평균인 8.9%보다 낮습니다. 이는 기술주 탓입니다. 크레디스위스의 조너선 골럽 전략가는 "기술 기업의 이익은 나머지 기업들의 이익이 1분기 1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반해 1.2%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대형 기술기업의 이익도 2.3% 증가에 그쳐 나머지(8.6%)보다 낮습니다.

실적뿐이 아닙니다. 기술주들은 금리 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압박을 겪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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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는 다시 치솟았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움직임을 반영하는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오후 4시 40분께 전장보다 15.9bp 급등한 2.731%에 거래됐습니다. 지난 화요일 2.496%까지 떨어졌었는데, 그새 다시 올라간 것이죠. 10년물 금리는 12.1bp 오른 2.933%에 거래됐습니다. 2년물 수익률이 10년물보다 더 올라가 수익률 곡선이 더 평탄화됐습니다. Fed의 공격적 긴축과 그로 인한 경기 둔화 가능성이 반영된 것이죠. 월가 관계자는 "열흘 정도 잠잠했던 금리 사이클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다시 상승하기 시작한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상무부가 이날 발표한 3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인플레이션 정점 징후를 보였습니다. 헤드라인 수치는 전년 대비 6.6%로 2월보다 0.3%포인트 증가했고, 전월 대비로는 0.9% 올라 2월의 0.5% 증가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그러나 Fed가 중시하는 근원 PCE 물가(에너지, 음식료 제외)의 경우 전년 대비 5.2%, 전월 대비 0.3% 상승한 것으로 집계되어 월가 예상(5.4%, 0.4% 증가)보다 낮았으며, 지난 2월(5.3%, 0.3%)보다도 개선됐습니다. 작년 10월부터 올 1월까지는 전월 대비 0.5%씩 올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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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스트앤드영의 그레고리 다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근원 물가의 연속적 상승 모멘텀은 감소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바이털 날리지는 "물가 최악의 상승 시기는 이제 지나갔다고 말할 수 있다. 문제는 진정한 디스인플레이션이 시작될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머무르는 것인지 여부다. 우리는 디스인플레이션 시작을 기대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정점 징후는 나타났지만, 얼마나 빨리 그리고 많이 떨어질지는 불투명합니다. 끈적끈적한 요인인 주거비와 임금이 자꾸 상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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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임금 상승세를 대변하는 1분기 미국의 고용비용지수(ECI)가 나왔는데, 전분기보다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984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월가 컨센서스 1.1% 증가를 상회했고 작년 4분기 1.0%보다 높았습니다. Fed의 제롬 파월 의장은 작년 12월에 3분기 ECI가 높아진 게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기로 한 자신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르네상스 매크로는 "1분기 고용비용지수 1.4%는 연율 5.6% 속도에 달한다"라며 "이는 생산성 향상 속도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랜드손튼의 다이앤 스웽크 이코노미스트는 "고용비용지수는 3월에 거의 3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가속화되었다"라며 "이는 Fed가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높이고 향후 두 달 내에 대차대조표 감축을 시작하기로 한 결정을 지원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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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관계자는 "국채 금리가 치솟은 건 PCE 물가가 아니라 EC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 영향이 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Fed는 다음 주 3~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카고선물거래소(CME)의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는 이날 5월 50bp 인상 가능성을 99.1%로 보고 있습니다. 또 6월에는 75bp 올릴 확률을 90.6%로 전망했고 7월, 9월에도 연속해서 50bp씩 인상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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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JP모건 등 월가 대부분이 Fed가 5월 4일 FOMC에서 기준금리 50bp를 올릴 것으로 봅니다. 파월 의장이 강한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죠. 그리고 6월 회의에서 75bp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멘트가 나올 수 있다고 관측합니다.

하지만 월가가 주시하는 건 기준금리 인상이 아닙니다. 양적 긴축(QT)입니다. 3월 FOMC 회의록에 따르면 “모든 참가자가 다음 회의에서 대차대조표 감축 개시를 발표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문제는 이번 회의에서 바로 시행할지 아니면 6월부터 시행할지 여부, 그리고 얼마 규모로 시작해서 오는 9월 월 최대한도인 950억 달러에 도달할지 등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시장에서 유동성을 직접 제거하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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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가 월가 이코노미스트 47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를 보면 Fed는 5월, 6월 연속으로 50bp를 올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12월까지는 2.25%에서 2.5%까지 인상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자산감축의 경우 5월부터 국채 200억 달러, 모기지 증권 150억 달러 규모로 시작해서 3개월 뒤 최대한도인 월 950억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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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일부에서는 '긴축 텐트럼'(tightening tantrum)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테이퍼링 텐트럼에 빗댄 말이죠. 아카데미증권의 피터 치르 전략가는 "QT를 역풍으로 간주하는 더 많은 보고서를 목격하고 있다. FOMC 회의가 가까워짐에 따라 더 많은 사람이 그것에 대해 논의하는 것 같다. 나는 QT 시점에 매우 가까워졌지만, 이게 완전히 시장 가격이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022년의 가장 큰 이야기는 아직 QT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자산 가격 대학살(carnage)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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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미 시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CNBC 인터뷰에서 "다음 주 수요일(5월 4일) 파월 의장은 매파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장은 그것을 소화해야 할 것이다. 조금 더 항복(capitualtion)해야 할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동안의 과대평가를 없애기 위해 하루나 이틀 동안 변동성지수(VIX)가 40 이상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싶다. 우리는 바닥에 가깝다. 하지만 아직 거기 도달하지 않았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VIX 이날 3.41포인트(11.37%) 오른 33.40을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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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걸 교수는 파월 의장이 매파적일 이유로 "Fed는 인플레이션에 너무 뒤처져 있다. 그는 '내 약이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고 말하며 단호한 표정을 지어야 한다.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려면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앞으로 6~12개월 이내에 해결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지금보다는 낮아질 수 있지만 상당한 기간 5~6%대 물가를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경기 침체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시걸 교수는 "팬데믹 때처럼 VIX가 80까지 오르고 S&P500 지수가 35%씩 떨어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작년에 나스닥은 약세장(고점에서 20% 이상 하락)에 들어갈 것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하지만 S&P500 지수는 약세장 범위에 들어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추가로 4~5% 정도 떨어질 것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4월 1조달러 날린 FAANG…5월엔 QT 텐트럼?
다음 주에는 3~4일 FOMC뿐 아니라 6일 4월 고용보고서 발표가 있습니다. 매우 중요한 지표지만, FOMC가 끝난 이후여서 관심이 좀 떨어집니다. 주간 실업급여 청구 건수 등을 보면 고용은 너무나 뜨겁기 때문입니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 성장한 것으로 나온 뒤 "확인이 필요하다"는 사람들이 조금 늘었지만, 사실 오는 2일 발표되는 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에 대한 관심이 더 큽니다. 어닝시즌도 이어집니다. S&P500 기업 중 화이자, 스타벅스, 우버 등 160개 기업이 1분기 실적을 발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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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