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출렁이는 증시에서 미성년 투자자의 수익률이 부모 세대인 성인 투자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로 고른 종목은 비슷했지만 미성년 투자자들은 매매 빈도가 높지 않아 수익을 거뒀다는 평가다.

'자녀 개미'가 부모보다 낫네
4일 한국투자증권이 자사 만 18세 이하 미성년 고객 16만2987명의 투자 성과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이후 올 1분기 말까지 1.51%의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4.03%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같은 기간 30~40대 수익률은 -0.64%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압력과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에 따른 시장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률 차이는 매매 빈도에서 판가름 났다. 미성년자와 성인 투자자가 선택한 종목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성년자를 비롯해 30~40대 대부분이 삼성전자 카카오 현대자동차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을 주로 담았다. 해당 기간 미성년자의 1인당 주문 건수(체결 기준)는 19.1건에 불과했다. 반면 30~40대의 1인당 주문 건수는 164.5건에 달했다.

성인 투자자들이 잦은 매매로 수수료만 떼인 채 기대만큼 돈을 벌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미성년자 계좌는 부모가 대신 굴려주는 사례가 많고, 이 경우 부모 자신의 계좌가 아니다 보니 매매 빈도가 낮다는 설명이다. 또 미성년자 계좌는 자녀가 성인이 될 때 목돈을 마련해주기 위한 목적으로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 상당수가 장기 투자로 이어져 어느 정도 수익률을 지켜냈다는 얘기다.

실제 미성년자는 계좌 내 17.9% 비중으로 펀드를 담았는데 한국밸류10년어린이펀드,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 등 장기투자형 펀드가 주를 이룬 것으로 조사됐다.

미성년 투자자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2019년 4만8736개에 불과하던 한국투자증권의 미성년자 계좌는 지난 4월 기준 16만2987개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작년 한 해에만 9만 명이 넘는 미성년자가 새로 계좌를 개설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부모가 단순히 자녀의 계좌를 개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식을 증여하거나 함께 투자하면서 재테크 조기 교육에 나서는 사례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