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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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주식에 투자 대가들이 줄줄이 물려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개인 투자자들이 ‘바닥 매수’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쿠팡의 바닥’이 어디냐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쿠팡은 10.32% 내린 11.99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상장 1년 2개월 만에 공모가(35달러)의 3분의 1로 폭락했습니다. 100조원을 넘었던 시가총액도 26조원대로 감소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앞자리가 바뀌는 쿠팡 주가. 자료=뉴욕증권거래소
자고 일어나면 앞자리가 바뀌는 쿠팡 주가. 자료=뉴욕증권거래소
최근 2주간 국내 투자자들은 쿠팡을 1553만달러(약 197억원)어치 순매수했습니다. 해외주식 순매수 종목 17위입니다. 각종 주식 커뮤니티에서는 “이 정도면 바겐세일로 나온 것 아니냐”는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사자마자 주가는 폭락했습니다. 쿠팡을 14.5달러에 500주 샀다는 한 투자자는 “벌써 손실이 150만원이 넘는다”고 말했습니다. 평단 29달러에 1619만여 주(5939억원어치)를 사들인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는 손실이 35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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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를 둘러싼 의견은 팽팽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하락론자들은 시가총액(26조원)이 이마트(3조5263억원)와 비교해 과도하게 높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상승론자들은 로켓배송의 가치를 절대적인 수치로 평가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논란은 쿠팡 직원들이 회사 내부 사정을 익명 커뮤니티에 공유하면서 더욱 거세졌습니다. 한 쿠팡 직원은 “흑자로 돌아설 사업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며 “올해 말 주가를 8달러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쿠팡의 비젼은 ‘쿠팡 없이 못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자료=쿠팡
쿠팡의 비젼은 ‘쿠팡 없이 못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자료=쿠팡
다른 쿠팡 직원은 “쿠세권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충성 고객이 안정화됐다”며 회사 존속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오는 11일(현지시간) 예정된 1분기 실적 발표로 향하고 있습니다. 멤버십 회비를 월 2900원에서 4900원으로 인상하는 등 수익성 개선에 나선 쿠팡이 얼마나 손실폭을 축소할지가 초미의 관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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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는 쿠팡이 ‘한국의 아마존’이 될지, 아니면 ‘제2의 놀부보쌈’이 될지 주시하고 있습니다. 놀부보쌈은 외국인들이 한국 현지 사정을 읽지 못해 투자에 실패한 대표적 사례로 꼽힙니다.

2011년 미국 모건스탠리PE는 놀부보쌈을 12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하지만 적자가 누적되고 코로나19까지 겹치자 작년 10월 인수금액의 절반 가격에 회사를 내놨습니다.

쿠팡 주식에는 베일리기포드, 골드만삭스 등 수많은 기관과 투자 대가들이 물려있습니다. 대부분 50~60%의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대가들이 이유 없이 쿠팡에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고, 주가가 급락한 지금이 매수기회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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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