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소재업체 엔켐이 1분기 암호화폐에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장한 지 반 년도 안 돼 대규모 자금조달을 했던 기업이 사업 내용과 관련없는 암호화폐에 투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장은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 18일 엔켐이 공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엔켐은 암호화폐를 10억원어치 매수했다. 엔켐의 암호화폐 투자는 지난해 11월 상장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엔켐의 암호화폐 매수에 시장은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엔켐이 상장 이후 짧은 시간 안에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서면서 주주들의 지분을 희석시켜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1일 상장했던 엔켐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그달 말 신주인수권부사채권(BW) 900억원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이어 지난 4월에는 유상증자를 통해 또 1000억원을 조달했다. 투자를 하겠다며 주주가치 훼손이란 비판을 무릅쓰고 자금을 조달한 기업이 그 자금으로 사업과 전혀 관련 없는 암호화폐를 매수한 것이다. 암호화폐 시세가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과 루나 사태 등으로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손실을 보고 있을 것으로 시장은 추정했다.

국내 한 기관투자자는 "상장사들은 상장할 때 2~3년 자금계획을 내고 그에 맞춰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며 "상장할 땐 아무 말도 없다가 상장 직후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며 자금을 조달한 것부터가 문젠데, 심지어 그렇게 모은 자금으로 암호화폐에 투자했다니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엔켐이 적자를 내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엔켐은 26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직전년도인 2020년엔 12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또 다른 국내 기관투자자는 "엔켐은 자금조달을 하면서 목표 생산량을 허황되게 제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시장 예상 평균치를 미달하는 실적을 낸 직후에도 투자설명회(IR) 담당자가 연락이 두절되는 등 시장과의 소통도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경제신문은 암호화폐 매수와 관련해 엔켐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