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지은 LNG운반선. /사진=연합뉴스
현대중공업이 지은 LNG운반선. /사진=연합뉴스
조선사가 과거에 맺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 계약이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지만, 오히려 호재로 평가되고 있다. 신조선가가 오르는 추세라 선박 건조 계약이 취소되면, 더 비싼 값에 해당 선박 계약을 다시 맺을 수 있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 한국조선해양은 1900원(2.13%) 오른 9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이 아시아 소재 선사로부터 LNG운반선 2척을 5724억원에 수주했다고 공시한 영향이다.

이 회사는 직전 거래일인 지난 2일 장 마감 이후 아프리카 소재 선사로부터 지난 2월8일 수주한 LNG운반선 2척의 계약을 1차 선수급 미지급을 이유로 해지했다고 공시했다. 이 수주건의 계약금액은 5347억원이었다.

새로 맺은 LNG운반선 수주 건의 계약 규모가 해지된 수주 건보다 377억원 더 많다.

또 두 계약의 계약 종료일이 모두 2025년 2월28일로 동일한 점에 미뤄 다른 선주가 해당 선박 건조 계약을 더 비싼 가격에 승계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대삼호중공업은 선주사 측 요구를 이유로 두 건의 계약이 동일한지 여부에 대해 확인해주지 않았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삼호중공업의 새로운 수주 공시가 나오기 전에 낸 보고서를 통해 “취소된 계약은 나이지리아의 에너지트레이드인 보노(Bono)가 자국 선사 NNPC와 체결한 계약으로 추정된다”며 “나이지리아 발주처 LNG운반선 2척이 계약 취소 후 리세일 매각이 진행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지난 주말에 알려졌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통상의 개념과 달리 이번의 계약 취소는 오히려 호재”라고 평가했다. 현재 LNG운반선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 연구원은 “최근 신조선가 상승세가 가팔라 더 비싼 선가에 계약 갱신이 가능할 것”이라고 추정했고, 이는 곧바로 현실화됐다.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가 집계한 지난 4월 기준 17만4000㎥급 LNG운반선 선가는 2억2400만달러다. 2020년 말의 1억8600만달러 대비 20.43% 오른 수준이다.

앞서 대우조선해양도 2020년 10월12일 러시아 선주로부터 수주한 LNG운반선 3척 중 1척에 대한 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역시 선주 측이 대금 지급 기한을 어기자 계약을 대우조선 측이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 계약이 맺어질 당시는 선박 발주 시황이 최악에서 회복돼가는 국면이었기에 조선사들은 부족한 일감을 채우기 급급한 상황이었다. 이에 작년 상반기에는 조선업계가 저가 수주를 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지금은 상황이 정반대다. 조선소의 선박 건조 슬롯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리스 선주사들이 투기적 발주에 나서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 연구원은 올해 한국 조선사들이 사상 최대치였던 연간 LNG운반선 수주량 65척을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한국 조선사들은 올해 들어 39척의 LNG운반선을 수주했고, 조만간 대규모 가스전 프로젝트에 나선 카타르로부터 16척의 발주가 나올 예정으로, 둘을 더하면 누적 수주량은 55척이다.
앞서 카타르는 2020년 6월 가스전 프로젝트에 투입할 LNG선 100여척에 대한 건조 슬롯을 국내 조선사들에 예약한 바 있다.

선가도 계속 오를 전망이다. 최 연구원은 “카타르 가스전에 투입될 LNG운반선에 대한 본 계약이 체결될 경우 한국 조선 빅3의 LNG운반선 백로그(슬롯)은 2026년까지도 완판”이라며 “향후 LNG운반선 신조선가는 2000년대의 고점 2억5000만달러도 돌파할 기세”라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