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파월도 인정한 침체 우려…또 다른 걱정? 실적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우리가 의도한 결과는 아니지만, 확실히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솔직히 말해 지난 몇 달 동안 전 세계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인해 우리가 원하는 것(연착륙)을 달성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미 중앙은행(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22일(미 동부 시간) 미 상원 금융위원회 증언에서 'Fed가 너무 빨리, 너무 많이 움직이면 경기 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한 답변입니다. 그는 또 "Fed는 경기 침체를 유발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라면서 "연착륙이 우리 목표지만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설명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그러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잡을 것을 강력히 약속한다. 이를 위해 신속히 움직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증언에 앞서 공개한 연설문에서도 "앞으로 몇 달 동안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는 것과 함께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를 찾을 것"이라며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향후 인상 규모에 대해선 직접적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100bp 인상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어떤 것도 테이블에서 빼지 않겠다"라고 원론적으로 답했습니다. 75bp 인상을 옵션에서 뺐다가 6월에 인상해야 했던 데서 깨우친 것이죠.
의회 증언은 오전 9시 30분, 뉴욕 증시 출발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전날 (별 이유 없이) 크게 반등했었던 데다 밤새 열렸던 아시아, 유럽 증시가 급락한 탓에 지수 선물은 개장 전 2%까지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주요 지수는 1% 안팎의 내림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이 발언을 시작하자 하락 폭을 줄였고, 질의응답이 한창 진행되던 오전 10시 20분께 3대 지수가 모두 플러스로 전환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파월 의장의 발언은 전반적으로 매파적이었지만, 예상보다는 덜 매파적으로 해석된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경기 침체 가능성은 지금 특별히 커 보이지 않는다" "재정 상황이 이제 상당히 빡빡해졌다"라는 발언, 지난 주말 의회에 낸 반기 보고서에서 물가 회복을 '무조건적'(unconditional)이라고 했던 것을 '강력히 약속'(strongly committed)한다고 바꾼 점 등이 비둘기파적으로 지적됩니다. 에버코어ISI는 "무조건 인플레이션을 낮추겠다는 데 대한 언급이 없었다"라며 "파월의 어조가 두려워했던 것보다 덜 매파적"인 것으로 인식됐다"라고 밝혔습니다. 보케 캐피털의 짐 포레스트 설립자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가장 큰 헤드라인은 파월이 중립금리가 3%가 아니라 2.4%라고 생각하는 걸 공개했다는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그가 오버슛(과잉 인상)을 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이 "경제를 절벽으로 내밀기 전에 재고하길 바란다”라고 말했을 때도 주요 지수는 상승 폭을 확대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매파적이었다는 것입니다. 이날 발언에 나선 Fed 위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둘기파'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는 "75bp 인상은 인플레이션 지표가 생각했던 것만큼 빨리 내려가지 않는다는 우리의 우려와 일치하는 것"이라며 75bp 인상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3% 이상이 되어야 한다"라며 "몇 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것이 반드시 경기 침체라고 볼 필요는 없다. 우리는 여전히 매우 빡빡한 노동 시장을 갖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져도 긴축을 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퍼지고 있습니다. Fed의 마이클 카일리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공개된 보고서에서 “향후 4개 분기 동안 경기 침체가 나타날 확률이 50%, 향후 2년 내 침체가 발생할 확률이 3분의 2를 약간 넘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실업률과 물가상승률, 채권 가산금리 등을 분석해 침체 위험을 측정한 결과 노동 및 상품·서비스 시장에서 불균형이 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빌 더들리 전 뉴욕 연방은행 총재는 블룸버그 칼럼에서 "향후 12~18개월 이내에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 Fed가 연착륙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면 포기하라"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Fed가 경제 지원에서 인플레이션으로 돌아선 것, 물가 안정의 필요성이 너무나 큰 것, 팬데믹 이후 경제가 갑작스러운 지원 중단에 취약한 점, 과거 역사를 보면 Fed 긴축이 경착륙을 피하지 못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씨티그룹은 세계 경기 침체 가능성이 50%에 근접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공급망 충격이 지속해서 물가상승을 부추기고 경제 성장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은 강력한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수요까지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씨티그룹은 "역사적으로 디스인플레이션, 즉 물가 하락은 종종 성장에 의미 있는 비용을 수반한다"라면서 "중앙은행들은 '연착륙'을 여전히 설계할 수는 있겠지만 침체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내년 하반기 침체가 닥치리라 전망한 도이치뱅크의 크리스천 소잉 최고경영자(CEO)는 한 콘퍼런스에서 "중국의 공급망 문제부터 식품 가격 상승에 이르기까지 세계 경제가 여러 가지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라면서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가 나타날 가능성이 최소한 50% 이상이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밝혔습니다. UBS도 "2022년이나 2023년에 미국이나 글로벌 경기 침체를 기본 사례로 예상하지 않지만, 경착륙 위험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JP모건은 이날 Fed의 금리 인상으로 냉각되고 있는 모기지 사업부 인력 1000명 이상을 해고하거나 다른 부서에 배치하기로 했습니다. JP모건은 성명에서 "모기지 시장의 주기적 변화에 따른 결과"라고 밝혔습니다. 침체 우려가 지속하자 상승하던 주가도 끝까지 버티질 못했습니다. 장 막판 경계 매물이 쏟아지면서 결국 다우와 나스닥은 각각 0.15%씩 내렸고, S&P500 지수 0.13% 하락했습니다. 전반적으로 경기 침체 걱정이 금융시장 전반을 지배했습니다. 원자재 시장에서는 국제유가가 한때 7%까지 폭락하는 등 원유와 구리 철강 등 원자재 가격이 지난주부터 폭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침체가 발생하면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서부텍사스원유는 배럴당 101.53달러까지 급락했다가 오후 3시 32분 전장보다 3.6% 떨어진 105.87달러에 거래됐습니다. 단기 급등해 조정이 필요한 점, 월말 선물의 롤오버가 진행되는 점 등도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에너지 등 원자재 가격의 하락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요인입니다. 이번 주 주가가 상승한 이유 중 하나가 원자재 하락입니다. 하지만 이런 내림세가 이어질지는 불투명합니다. RBC 캐피털 마켓의 헬리마 크로포트 에너지 전략 헤드는 "석유 생산과 정유 능력은 여전히 너무 빡빡하다. 그것이 에너지 가격에서 매우 중요한 하한선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글로벌 침체가 발생한다 해도 브렌트유의 내년 가격은 배럴당 75달러 이상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게다가 러시아가 올겨울 에너지를 무기로 쓸 것이란 관측도 강해지고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피터 비롤 사무총장은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최근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천연가스 공급이 감소하고 있는 건 유럽이 겨울을 앞두고 저장고를 채우는 걸 어렵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러시아는 올겨울 유럽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채권시장에서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오후 3시 49분께 전날보다 13bp 내린 3.153%에 거래됐고 2년물은 16.4bp나 떨어진 3.047%를 기록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고, 시장 자체가 워낙 얇은 탓에 변동성이 커졌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일본은행의 수익률 곡선 컨트롤(YCC)에 도전했던 일부 투기 세력이 포지션을 정리하고 있는 것도 금리 하락 요인으로 지적했습니다. 일본이 YCC를 포기하면 세계적으로 금리가 오를 것으로 봤는데, 일본은행이 버티자 그런 전망이 약해졌다는 것이죠. 그는 "채권 매수세가 본격화되고 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140억 달러 규모의 20년물 입찰에서는 낙찰 금리가 발행 당시 시장금리보다 0.2bp 높게 결정됐습니다. 수요가 많지는 않았던 것이지요. 경기 침체가 올지 안 올지는 아무도 명확히 알지 못합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경기 침체가 닥칠지에 대한 답은 앞으로 서너 달 사이엔 명확히 알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경기 침체 외에 단기적으로 시장이 걱정하는 게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2분기 어닝시즌입니다. 2분기 어닝시즌은 20여 일 뒤인 7월 14일 JP모건의 실적 발표로 시작됩니다. 데이터트랙 리서치는 "현재 S&P500 지수는 우리가 계산한 최상의 경우(4100)와 최악의 경우(3300)의 딱 중간 시점에 있다. 관건은 기업 이익이다. 가장 좋은 경우는 올해 10% 성장하는 것이고, 나쁜 경우 10% 줄어드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닉 콜라스 설립자는 "미국 주식을 시소와 같다고 생각하라. 지금의 주가는 본질적으로 기업 이익이 10% 증가하거나, 혹은 감소하는 걸 같은 확률을 반영하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이익 추정치는 매우 낙관적입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2분기 S&P500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는 55.36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5% 이상 증가합니다. 또 2022년 추정치는 229.49달러, 2023년 추정치는 251.53달러입니다. 지난해 208.53달러에 비해 크게 성장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2분기 어닝시즌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1분기에는 기업들이 예상보다 잘 버텼지만, 2분기 실적은 그렇지 못하리라는 것이죠. 인플레이션이 치솟고 임금과 물류비용이 급증하고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경기까지 둔화하고 있는 탓입니다. 일부에선 그동안 주가수익비율(P/E) 하락 원인은 금리 상승에 따른 멀티플 압박이었는데, 이제부터는 ESP가 떨어지면서 주가가 한 번 더 내릴 것으로 분석합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CIO는 "경기 침체의 위험이 시장의 기본 사례가 될 정도로 증가하면 기업들의 EPS도 훨씬 낮아질 것"이라며 "경기 침체가 오면 S&P500 지수가 우리의 기본 사례인 3400까지 떨어지는 게 아니라 약 3000으로 훨씬 더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경기 침체가 발생하면 향후 12개월 EPS 추정치는 14%(중앙값) 내려갑니다. 댄 나일스 사토리 펀드 설립자도 앞으로 부진한 기업 실적이 주가를 추가로 끌어내릴 것으로 봅니다. 나일스는 "완전히 끔찍한 2분기 실적과 3분기 가이던스를 보게 될 것"이라며 "기업이 성장 둔화와 동시에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인플레에 맞서 싸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타겟 등의 2분기 가이던스 하향 조정이 뉴욕증시에 충격을 줬던 사례를 제시하면서 이런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크리스 하이지 CIO도 "앞으로 몇 주 동안 볼 수 있는 것은 2분기 실적 및 3분기와 4분기, 2023년 실적 가이던스 발표와 관련된 포트폴리오 재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달러화 강세, 마진 축소, 인건비 등 자본비용 증가, 생산비용 증가 등이 실적에 영향을 미치면서 EPS가 낮게 재설정될 것으로 봤습니다. 그는 일단 기업 실적이 낮게 재설정되면서 주가가 하향된 뒤에야 뉴욕증시가 안정될 것으로 봤습니다. 그래야 장기 투자자들에게 더 매력적인 가격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지금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EPS 추정치는 왜 이리 높을까요? 모건스탠리 자산운용의 리사 샬럿 CIO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작년 4분기부터 우리가 주장해온 것 중 하나가 기업 마진이 지속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S&P500 기업의 영업 마진이 두 자릿수까지 올라가는 것을 보고 기록적 영업 레버리지라고 느꼈다. 경제 재개 초기에 기업이 가지고 있던 가격 결정력과 실제 투입된 비용 사이 불일치의 결과였다. 즉 판매 가격은 올렸지만, 실제 생산에는 이전에 낮은 가격에 사들인 재고를 투입한 결과였다. 실제 비용은 더 많이 들어갔으며, 이제 우리는 따라잡기 단계에 있다. 그래서 마진은 실제로 취약해질 것이다. 이는 큰 미스터리 중 하나였다. 제 생각에 일부 이유는 애널리스트들이 기존 수익 추정치에 너무 안주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애널리스트들은 뭔가 닥치기 전에는 계속 그 자리에서 머문다. 기업 경영진이나 Fed 관료들이 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그저 듣는다. 투자자들은 그들보다는 똑똑하다. 그래서 주가에는 월가 추정보다 더 많은 기업 실적에 대한 실망이 반영되어 있다. 앞으로 실적 추정치는 깎여나갈 것이고 우리는 진정한 P/E가 어떻게 될지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월가의 한 애널리스트에게 이에 관해 물어봤습니다. 그는 "개별 기업 실적을 분석할 때 인플레이션 등 거시경제 변화를 그리 많이 따지지 않는다"라며 "통상 분기별로 기업이 실적을 발표하면 그걸 듣고 추정치를 바꾸는데 지난 1분기 이익은 예상보다 좋았기 때문에 다들 추정치를 낮추지 않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과연 2분기 어닝시즌은 어떤 결과로 나타날까요?
뉴욕=김현석 특파원
미 중앙은행(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22일(미 동부 시간) 미 상원 금융위원회 증언에서 'Fed가 너무 빨리, 너무 많이 움직이면 경기 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한 답변입니다. 그는 또 "Fed는 경기 침체를 유발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라면서 "연착륙이 우리 목표지만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설명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그러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잡을 것을 강력히 약속한다. 이를 위해 신속히 움직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증언에 앞서 공개한 연설문에서도 "앞으로 몇 달 동안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는 것과 함께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를 찾을 것"이라며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향후 인상 규모에 대해선 직접적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100bp 인상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어떤 것도 테이블에서 빼지 않겠다"라고 원론적으로 답했습니다. 75bp 인상을 옵션에서 뺐다가 6월에 인상해야 했던 데서 깨우친 것이죠.
의회 증언은 오전 9시 30분, 뉴욕 증시 출발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전날 (별 이유 없이) 크게 반등했었던 데다 밤새 열렸던 아시아, 유럽 증시가 급락한 탓에 지수 선물은 개장 전 2%까지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주요 지수는 1% 안팎의 내림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이 발언을 시작하자 하락 폭을 줄였고, 질의응답이 한창 진행되던 오전 10시 20분께 3대 지수가 모두 플러스로 전환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파월 의장의 발언은 전반적으로 매파적이었지만, 예상보다는 덜 매파적으로 해석된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경기 침체 가능성은 지금 특별히 커 보이지 않는다" "재정 상황이 이제 상당히 빡빡해졌다"라는 발언, 지난 주말 의회에 낸 반기 보고서에서 물가 회복을 '무조건적'(unconditional)이라고 했던 것을 '강력히 약속'(strongly committed)한다고 바꾼 점 등이 비둘기파적으로 지적됩니다. 에버코어ISI는 "무조건 인플레이션을 낮추겠다는 데 대한 언급이 없었다"라며 "파월의 어조가 두려워했던 것보다 덜 매파적"인 것으로 인식됐다"라고 밝혔습니다. 보케 캐피털의 짐 포레스트 설립자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가장 큰 헤드라인은 파월이 중립금리가 3%가 아니라 2.4%라고 생각하는 걸 공개했다는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그가 오버슛(과잉 인상)을 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이 "경제를 절벽으로 내밀기 전에 재고하길 바란다”라고 말했을 때도 주요 지수는 상승 폭을 확대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매파적이었다는 것입니다. 이날 발언에 나선 Fed 위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둘기파'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는 "75bp 인상은 인플레이션 지표가 생각했던 것만큼 빨리 내려가지 않는다는 우리의 우려와 일치하는 것"이라며 75bp 인상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3% 이상이 되어야 한다"라며 "몇 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것이 반드시 경기 침체라고 볼 필요는 없다. 우리는 여전히 매우 빡빡한 노동 시장을 갖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져도 긴축을 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퍼지고 있습니다. Fed의 마이클 카일리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공개된 보고서에서 “향후 4개 분기 동안 경기 침체가 나타날 확률이 50%, 향후 2년 내 침체가 발생할 확률이 3분의 2를 약간 넘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실업률과 물가상승률, 채권 가산금리 등을 분석해 침체 위험을 측정한 결과 노동 및 상품·서비스 시장에서 불균형이 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빌 더들리 전 뉴욕 연방은행 총재는 블룸버그 칼럼에서 "향후 12~18개월 이내에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 Fed가 연착륙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면 포기하라"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Fed가 경제 지원에서 인플레이션으로 돌아선 것, 물가 안정의 필요성이 너무나 큰 것, 팬데믹 이후 경제가 갑작스러운 지원 중단에 취약한 점, 과거 역사를 보면 Fed 긴축이 경착륙을 피하지 못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씨티그룹은 세계 경기 침체 가능성이 50%에 근접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공급망 충격이 지속해서 물가상승을 부추기고 경제 성장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은 강력한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수요까지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씨티그룹은 "역사적으로 디스인플레이션, 즉 물가 하락은 종종 성장에 의미 있는 비용을 수반한다"라면서 "중앙은행들은 '연착륙'을 여전히 설계할 수는 있겠지만 침체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내년 하반기 침체가 닥치리라 전망한 도이치뱅크의 크리스천 소잉 최고경영자(CEO)는 한 콘퍼런스에서 "중국의 공급망 문제부터 식품 가격 상승에 이르기까지 세계 경제가 여러 가지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라면서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가 나타날 가능성이 최소한 50% 이상이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밝혔습니다. UBS도 "2022년이나 2023년에 미국이나 글로벌 경기 침체를 기본 사례로 예상하지 않지만, 경착륙 위험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JP모건은 이날 Fed의 금리 인상으로 냉각되고 있는 모기지 사업부 인력 1000명 이상을 해고하거나 다른 부서에 배치하기로 했습니다. JP모건은 성명에서 "모기지 시장의 주기적 변화에 따른 결과"라고 밝혔습니다. 침체 우려가 지속하자 상승하던 주가도 끝까지 버티질 못했습니다. 장 막판 경계 매물이 쏟아지면서 결국 다우와 나스닥은 각각 0.15%씩 내렸고, S&P500 지수 0.13% 하락했습니다. 전반적으로 경기 침체 걱정이 금융시장 전반을 지배했습니다. 원자재 시장에서는 국제유가가 한때 7%까지 폭락하는 등 원유와 구리 철강 등 원자재 가격이 지난주부터 폭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침체가 발생하면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서부텍사스원유는 배럴당 101.53달러까지 급락했다가 오후 3시 32분 전장보다 3.6% 떨어진 105.87달러에 거래됐습니다. 단기 급등해 조정이 필요한 점, 월말 선물의 롤오버가 진행되는 점 등도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에너지 등 원자재 가격의 하락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요인입니다. 이번 주 주가가 상승한 이유 중 하나가 원자재 하락입니다. 하지만 이런 내림세가 이어질지는 불투명합니다. RBC 캐피털 마켓의 헬리마 크로포트 에너지 전략 헤드는 "석유 생산과 정유 능력은 여전히 너무 빡빡하다. 그것이 에너지 가격에서 매우 중요한 하한선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글로벌 침체가 발생한다 해도 브렌트유의 내년 가격은 배럴당 75달러 이상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게다가 러시아가 올겨울 에너지를 무기로 쓸 것이란 관측도 강해지고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피터 비롤 사무총장은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최근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천연가스 공급이 감소하고 있는 건 유럽이 겨울을 앞두고 저장고를 채우는 걸 어렵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러시아는 올겨울 유럽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채권시장에서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오후 3시 49분께 전날보다 13bp 내린 3.153%에 거래됐고 2년물은 16.4bp나 떨어진 3.047%를 기록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고, 시장 자체가 워낙 얇은 탓에 변동성이 커졌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일본은행의 수익률 곡선 컨트롤(YCC)에 도전했던 일부 투기 세력이 포지션을 정리하고 있는 것도 금리 하락 요인으로 지적했습니다. 일본이 YCC를 포기하면 세계적으로 금리가 오를 것으로 봤는데, 일본은행이 버티자 그런 전망이 약해졌다는 것이죠. 그는 "채권 매수세가 본격화되고 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140억 달러 규모의 20년물 입찰에서는 낙찰 금리가 발행 당시 시장금리보다 0.2bp 높게 결정됐습니다. 수요가 많지는 않았던 것이지요. 경기 침체가 올지 안 올지는 아무도 명확히 알지 못합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경기 침체가 닥칠지에 대한 답은 앞으로 서너 달 사이엔 명확히 알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경기 침체 외에 단기적으로 시장이 걱정하는 게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2분기 어닝시즌입니다. 2분기 어닝시즌은 20여 일 뒤인 7월 14일 JP모건의 실적 발표로 시작됩니다. 데이터트랙 리서치는 "현재 S&P500 지수는 우리가 계산한 최상의 경우(4100)와 최악의 경우(3300)의 딱 중간 시점에 있다. 관건은 기업 이익이다. 가장 좋은 경우는 올해 10% 성장하는 것이고, 나쁜 경우 10% 줄어드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닉 콜라스 설립자는 "미국 주식을 시소와 같다고 생각하라. 지금의 주가는 본질적으로 기업 이익이 10% 증가하거나, 혹은 감소하는 걸 같은 확률을 반영하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이익 추정치는 매우 낙관적입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2분기 S&P500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는 55.36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5% 이상 증가합니다. 또 2022년 추정치는 229.49달러, 2023년 추정치는 251.53달러입니다. 지난해 208.53달러에 비해 크게 성장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2분기 어닝시즌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1분기에는 기업들이 예상보다 잘 버텼지만, 2분기 실적은 그렇지 못하리라는 것이죠. 인플레이션이 치솟고 임금과 물류비용이 급증하고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경기까지 둔화하고 있는 탓입니다. 일부에선 그동안 주가수익비율(P/E) 하락 원인은 금리 상승에 따른 멀티플 압박이었는데, 이제부터는 ESP가 떨어지면서 주가가 한 번 더 내릴 것으로 분석합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CIO는 "경기 침체의 위험이 시장의 기본 사례가 될 정도로 증가하면 기업들의 EPS도 훨씬 낮아질 것"이라며 "경기 침체가 오면 S&P500 지수가 우리의 기본 사례인 3400까지 떨어지는 게 아니라 약 3000으로 훨씬 더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경기 침체가 발생하면 향후 12개월 EPS 추정치는 14%(중앙값) 내려갑니다. 댄 나일스 사토리 펀드 설립자도 앞으로 부진한 기업 실적이 주가를 추가로 끌어내릴 것으로 봅니다. 나일스는 "완전히 끔찍한 2분기 실적과 3분기 가이던스를 보게 될 것"이라며 "기업이 성장 둔화와 동시에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인플레에 맞서 싸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타겟 등의 2분기 가이던스 하향 조정이 뉴욕증시에 충격을 줬던 사례를 제시하면서 이런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크리스 하이지 CIO도 "앞으로 몇 주 동안 볼 수 있는 것은 2분기 실적 및 3분기와 4분기, 2023년 실적 가이던스 발표와 관련된 포트폴리오 재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달러화 강세, 마진 축소, 인건비 등 자본비용 증가, 생산비용 증가 등이 실적에 영향을 미치면서 EPS가 낮게 재설정될 것으로 봤습니다. 그는 일단 기업 실적이 낮게 재설정되면서 주가가 하향된 뒤에야 뉴욕증시가 안정될 것으로 봤습니다. 그래야 장기 투자자들에게 더 매력적인 가격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지금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EPS 추정치는 왜 이리 높을까요? 모건스탠리 자산운용의 리사 샬럿 CIO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작년 4분기부터 우리가 주장해온 것 중 하나가 기업 마진이 지속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S&P500 기업의 영업 마진이 두 자릿수까지 올라가는 것을 보고 기록적 영업 레버리지라고 느꼈다. 경제 재개 초기에 기업이 가지고 있던 가격 결정력과 실제 투입된 비용 사이 불일치의 결과였다. 즉 판매 가격은 올렸지만, 실제 생산에는 이전에 낮은 가격에 사들인 재고를 투입한 결과였다. 실제 비용은 더 많이 들어갔으며, 이제 우리는 따라잡기 단계에 있다. 그래서 마진은 실제로 취약해질 것이다. 이는 큰 미스터리 중 하나였다. 제 생각에 일부 이유는 애널리스트들이 기존 수익 추정치에 너무 안주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애널리스트들은 뭔가 닥치기 전에는 계속 그 자리에서 머문다. 기업 경영진이나 Fed 관료들이 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그저 듣는다. 투자자들은 그들보다는 똑똑하다. 그래서 주가에는 월가 추정보다 더 많은 기업 실적에 대한 실망이 반영되어 있다. 앞으로 실적 추정치는 깎여나갈 것이고 우리는 진정한 P/E가 어떻게 될지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월가의 한 애널리스트에게 이에 관해 물어봤습니다. 그는 "개별 기업 실적을 분석할 때 인플레이션 등 거시경제 변화를 그리 많이 따지지 않는다"라며 "통상 분기별로 기업이 실적을 발표하면 그걸 듣고 추정치를 바꾸는데 지난 1분기 이익은 예상보다 좋았기 때문에 다들 추정치를 낮추지 않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과연 2분기 어닝시즌은 어떤 결과로 나타날까요?
뉴욕=김현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