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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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쇼크로 전 세계 주요국 증시가 비틀거리는 가운데 중국 증시가 나홀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중국당국 정책의 무게중심이 방역에서 경제 안정화로 옮겨가면서다. 이에 따라 중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의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26일 투자정보업체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 24일 전통 산업 중심의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0.89% 오른 3349.75에 마감했다. 기술 기업 중심의 심천성분지수는 1.37% 상승한 12686.03에 장을 끝냈다. 현지 기관 투자자들과 외국인의 매수세가 확대되며 주요 지수가 상승했다.

최근 중국 증시는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려왔다. 상하이종합지수와 심천성분지수는 지난 4월 26일 저점 이후 이달 24일까지 각각 16.05%, 24.29% 뛰었다. 두 지수는 6월에만 5.123%, 10.05% 올랐는데, 이달 들어 지수가 상승세인 곳은 우리나라와 미국, 영국, 인도 등 세계 주요국을 통틀어 중국뿐이다. 이 기간 우리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유가증권시장의 코스피지수는 11.89% 빠졌다.

해외 펀드 설정액 83%가 '중국펀드'

중국 증시만 끄떡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증권가는 중국 정부가 이달 들어 '전면적 정상화'를 발표하고 상하이와 베이지 등 주요 도시에 대한 봉쇄 조치를 푼 영향이라고 짚는다. 봉쇄와 함께 중국 국무원은 경제 안정을 위해 6개 분야에 걸쳐 33개 조치에 나서겠다는 '6방면 33종 경제안정조치'를 발표했다. 이 일환으로 코로나19 충격 극복을 위해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에 8000억위안(약 150조원)을 지원한다고 밝힌 상태다. 이런 봉쇄 조치와 경기 부양책이 소비회복을 이끌어내 국가 경제 정상화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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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중국 관련 펀드도 투자자들의 뭉칫돈을 빠르게 흡수하는 모습이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23일까지 국내 해외주식형 펀드 중 '중국펀드' 191개에 1조5208억원이 신규 유입됐다. 이에 따라 총 설정액은 9조1221억원으로 늘어났다. 국가별 전체 해외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이 10조9528억원인데 이 가운데 중국 펀드의 비중이 무려 83%에 달하는 셈이다.

특히 대표 분산투자 상품인 ETF의 수익률이 두드러진다. 이달 2일부터 24일까지의 수익률을 조회하면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36.02%)와 'KODEX 차이나2차전지MSCI(합성)'(28.18%)이 각각 1, 2위로 집계된다. 불황장 인기 종목인 인버스나 곱버스(곱하기+인버스) ETF마저 앞지른 것이다.

이 밖에 'KINDEX 중국본토CSI300레버리지'(25.91%), 'TIGER 차이나CSI300레버리지'(25.8%), 'SOL 차이나태양광CSI(합성)'(23.92%), 'KODEX 차이나심천ChiNext(합성)'(22.54%), 'TIGER 차이나바이오테크SOLACTIVE'(20.68%) 등도 큰 폭 오르며 수익률 상위권을 휩쓸었다.

"中 종목 강세, 당분간은 지속된다"

중국의 여러 테마 중 유독 전기차와 2차전지 부문이 강세를 나타내는 것은 중국이 발표한 경기 부양책과 관련 있어서다. 중국이 지난달 말 발표한 '6방면 33종 경제안정조치'에는 에너지 안보 부문에 대한 지원책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올해 만료될 신에너지차(전기차·하이브리드차·수소차) 취득세 면제 정책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지난 23일 인민일보 등 복수의 현지 매체는 최근 리커창 총리가 주재 상무회의를 열고 이같은 자동차 소비 확대 방안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중국당국의 부양책이 '현재진행형'인 만큼 증권가 전문가들은 중국 펀드의 강세가 당분간은 이어지리라고 전망했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디지털리서치 팀장은 "글로벌 시장은 긴축 강도를 높여가는데 중국은 막 봉쇄가 풀렸으니 상반된 상황이 나오는 것이다. 특히 중국 경기부양책의 주된 내용이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와 전기차 보조금 지원 연장 등이어서 관련 테마의 종목들이 더 치솟은 것"이라며 "경기부양책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앞으로도 중국 시장이 다른 해외 지수 대비 안정적이고 아웃퍼폼(시장수익률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