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국내 개인투자자의 해외파생상품 거래금액이 5000조원을 넘어섰다. 국내외 증시가 일제히 급락하면서 변동성이 커지자 높은 위험을 감수하고 고수익을 얻고자 하는 투기적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국내 개인투자자의 해외파생상품 거래금액은 3조8561억달러(약 5009조원)에 달했다. 지난해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2.4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해 1~5월 거래금액(2조8408억달러)보다 35.7% 늘었고, 2020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62.3% 급증했다.

국내 개인들이 주로 거래하는 해외파생상품은 나스닥100 선물, 크루드오일WTI 선물, S&P500 선물, 금 선물, 항셍 선물, 2년 만기 미국 국채 선물 등이다.

개인의 해외파생상품 거래금액은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기관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올해 1~5월 국내 전체 해외파생상품 거래금액은 4조8925억달러(약 6353조원)였는데, 이 가운데 개인 거래금액 비중이 78.8%에 달했다.

나스닥100 선물 등 해외파생상품은 상품에 따라 최대 수십 배의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다. 단타 거래가 대부분이고 기초자산의 변동성도 매우 높다. 해외파생상품 거래금액이 수천조원에 달하는 이유다. 다만 차액결제 거래가 대부분인 파생상품 거래 특성상 실제 거래금액(현금 유출입 기준)은 명목 거래액보다 작다.

전문가들은 선물·옵션 투자로 단기간에 큰 손실을 볼 수 있는 만큼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2016년 이후 매년 해외파생상품 거래에서 수천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개인은 지난해에만 해외파생상품 투자를 통해 4000억원의 손실을 냈다. 올해는 주식 채권 원자재 등의 변동성이 더 커진 만큼 손실 규모가 작년보다 더 확대됐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형교/고재연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