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 연합뉴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장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주요국별 통화정책 노선이 엇갈린 영향을 받아 달러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에서다.

6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31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6.4원 오른 1306.7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 초반 1311원까지 오르면서, 13년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009년 7월13일(장중 고가 1315원) 이후 처음으로 1310원대를 돌파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1300.3원에 마감하면서, 8거래일 만에 다시 1300원대로 올라온 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 공포가 확산하면서 안전자산으로 쏠림현상이 지속된 영향이다. 러시아는 유로존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이달 중순부터 열흘 간 줄이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노르웨이해상 유전·가스전 노동자 파업 소식이 겹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달러화는 초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5일(현지시간) 달러화 지수는 106.5로, 2002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경기침체 우려에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하락했다. 5일(현지시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8월물 가격은 8.23% 급락한 배럴당 99.50달러를 기록했다. WTI가 배럴당 100달러를 하회한 것은 5월 10일(99.76달러) 이후 2개월 만이다. 영국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9월물 브렌트유도 9.45% 급락한 배럴당 112.77달러로 마감하면서, 5월 10일(102.46달러) 이후 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당분간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원·달러 환율은 상단을 열어놔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도 연고점을 경신한 상태이나, 당분간 상단을 열어놓고 제반 불확실성 해소 여부를 예의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달러화 강세가 심화하는 이유로는 미국·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 통화정책 스탠스(태도)가 차별화도 꼽힌다. 이 연구원은 "미국 중앙은행(Fed)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중립 이상의 금리인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유럽중앙은행은 7월부터 금리인상에 착수하는 그림"이라며 "일본은행은 인플레 유발을 위해 현행 통화정책 기조를 계속 고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미국과 독일, 그리고 미국과 일본의 2년물 국채 금리차를 확대시키면서 달러화의 나홀로 강세를 유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경기를 우려해 금리인상을 멈추거나 시장 기대대비 완화적인 스탠스로의 전환이 나오지 않는 이상, 경기하강 우려에서 유발되는 강달러 압력도 단기간 내 완화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국인이 주식시장에서 순매도로 나서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28일부터 전날인 4일 단 하루를 제외하고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 속에 외국인 주식 순매도를 동반한 주가 조정이 지속되고 있어 원·달러 환율이 하락 모멘텀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