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공평동 종로타워. 한경DB
서울 종로구 공평동 종로타워. 한경DB
SK그룹이 강북 도심의 랜드마크인 ‘종로타워’를 인수한다. SK그룹은 이 건물을 사들여 곳곳에 흩어진 그룹 계열사 인력을 한곳으로 모을 계획이다. 종로타워와 SK서린빌딩이 몰린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일대를 SK그룹의 사업 근거지로 삼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몸값’이 6000억원대로 평가받는 종로타워는 과거 삼성증권 본사와 국세청이 입주한 데다 독특한 외관으로 눈길을 끌었다.

종각역, SK 사업 근거지로 삼는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그룹 자산관리(AMC) 계열사인 SK리츠운용은 이날 매물로 등장한 종로타워의 우선매수권(콜옵션)을 행사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현 종로타워 소유주 KB자산운용에 통보했다. 우선매수권 행사에 따라 SK리츠운용은 매입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다. SK리츠운용 관계자는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기로 가닥을 잡았지만, 매입 시기와 방식 등 구체적인 것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KB자산운용은 이 건물을 매각하기 위한 입찰을 지난달 진행해 예비 인수 후보를 선정했다. 예비 인수 후보 가운데 우선협상자를 선정하기에 앞서 SK리츠운용에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문의했다. SK그룹은 지난해 말 KB자산운용과 종로타워 10여개 층에 대한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계약 체결 과정에서 SK리츠운용이 향후 종로타워를 인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획득했다. SK리츠운용은 SK그룹이 세운 자산관리회사로, SK㈜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SK서린빌딩과 SK에너지 주유소 116곳을 보유한 SK리츠의 운용사다.

SK그룹 계열사 일부는 이미 종로타워에 자리를 잡았다. 올해 5월 30일부터 지난달 3일까지 SK E&S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온 SK임업 SK에코플랜트 등 SK그룹 계열사 6곳의 임직원 1200명가량이 종로타워에 마련된 '그린 캠퍼스'에 입주했다. 여기저기 흩어진 계열사를 한곳으로 모아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경영진 의지가 반영됐다.

본사인 SK서린빌딩과 SK머티리얼즈가 입주한 종로구 청진동 그랑서울, SKC가 입주한 더케이트윈타워 등이 종각역 인근에 자리를 잡고 있다. 종로타워까지 인수하면서 종각역 일대가 SK 비즈니스 타운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매매가 6000억원대

종로타워는 삼성생명이 1999년 옛 화신백화점 터에 지은 건물이다. 연면적 6만652㎡ 규모의 오피스 빌딩이다. 지하 6층~지상 33층에 높이 133m 건물로 건물 하부와 떨어진 건물 최상부를 기둥 3개가 떠받친 독특한 형태로 주목받았다. 건물 하부와 최상부 사이에 22~33층은 텅 빈 구조라 풍수지리학적으로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리기도 했다. 바람이 건물을 관통하며 소음을 내고, 좋은 기운이 빠져나간다는 평가 때문이다. 하지만 종로타워 뒤편에 지상 26층 센트로폴리스 건물이 들어서자, 종로타워 기둥 사이를 관통하는 바람이 막혔고 그만큼 안정감을 되찾았다는 후문이다.

삼성생명은 이 건물을 2016년 이지스자산운용의 부동산 펀드에 3840억원에 매각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KB자산운용에 이 건물을 4640억원에 되팔았다. SK그룹이 매입을 마무리하면 종로타워 네 번째 주인이 되는 것이다.

도심권역(CBD) 오피스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랜드마크 빌딩인 만큼 매각가에도 관심이 쏠린다. SK그룹은 지난해 7월 SK서린빌딩을 3.3㎡당 3955만원에 인수한 바 있다. 역대 CBD 오피스 거래가(3.3㎡ 기준)로 역대 최고가다. SK서린빌딩의 매입가를 바탕으로 단순 추정해보면 종로타워 매입가격은 7270억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종로타워는 6000억원대로 평가받고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SK서린빌딩의 경우 여러 차례 리모델링을 추진하면서 '몸값'이 많이 뛰었다"며 "종로타워 매각가는 이보다 낮은 6000억원대에 거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남정민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