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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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주식 수가 부족한 회사의 지분을 취득한 뒤 무상증자를 요구해 주가를 끌어올려 3주만에 11억원의 차익을 실현한 '왕개미'가 등장했다. 무상증자 공시와 함께 상한가로 직행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최근 행태를 역이용한 것이다. 시세조정 혐의가 의심되는만큼 한국거래소의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표준플레이트 업체인 신진에스엠 주가는 이달 들어 43.85% 급등했다. 지지부진하던 신진에스엠의 주가 상승세는 지난 7일 한 슈퍼개미의 등장으로 시작됐다. 이날 김모씨(39)와 특수관계인 나모씨(35)는 지난달 17일과 지난 5일 신진에스엠의 주식 108만5248주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발행주식 수의 12.09%다. 김씨는 보유 목적으로 '회사의 경영권 확보 및 행사'라고 명시하며 "무상증자 및 주식거래 활성화를 위한 기타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공시가 올라오자마자 신진에스엠 주가는 천정부지로 뛰기 시작했다. 최근 공구무먼, 노터스 등 무상증자 공시와 함께 상한가로 직행하는 기업이 무더기로 등장한 데 따른 것이다. 특별한 호재가 없는 약세장에서 무상증자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타고 공시 당일인 지난 7일 신진에스엠은 29.89% 상승한 1만1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한국거래소는 신진에스엠에 현저한 시황 변동에 따른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이에대해 신진에스엠은 "무상증자를 검토 중에 있지만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무상증자 요구에 대한 공시로 주가가 폭등한 당일 김씨는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7일과 8일 각각 2만2008주, 39만8941주를 장내 매도했다. 지난 11일엔 전량을 팔아치웠다.

이 같은 매도 사실은 13일 공시를 통해 밝혀졌다. 공시가 이뤄진 오전 10시36분 직후 신진에스엠 주가는 폭락하기 시작했다. 이날 14.88% 하락한 1만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김씨 등의 주식 취득 단가는 107억1912만원, 처분 단가는 118억3877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약 3주만에 11억1964만원의 시세차익을 벌어들인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들이 지분공시 기한을 악용해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특정 기업의 주식 5% 이상을 보유하게 되면 5영업일 이내에 지분 공시를 작성해야 한다. 대주주 지분과 자기주식 등을 제외한 신진에스엠의 실질적인 유통주식 수가 약 420만주로 적다는 점도 표적이 된 이유 중 하나로 이된다.

김씨 등은 신진에스엠에 무상증자를 요구한 적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신진에스엠 관계자는 "김씨는 지분 공시 이후에도 회사 측에 전화하거나 방문해 무상증자를 요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유통 주식수가 적어 김씨의 표적이 된만큼 무상증자 단행을 통해 주식 수를 늘리는 방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는 지난 2020년말에도 케이탑리츠를 통해 수십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약세장에서 무상증자 테마주가 극성을 부리는 분위기를 악용해 시세 차익을 얻은 것으로 보이는만큼 엄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