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표 전자기업인 도시바 인수전이 일본계 자금과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4파전으로 압축됐다.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시바는 전날 이사회를 열어 일본산업파트너스(JIP)와 미국 PEF인 베인캐피털, 영국 CVC캐피털파트너스, 캐나다 인프라 전문 펀드인 브룩필드 등 네 곳을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로 선정했다.

적격인수후보에 선정된 네 곳은 정밀실사를 거쳐 최종 입찰에 참여할지를 결정한다. 지난 5월 말 시행한 예비입찰에는 열 곳의 인수후보가 참여했다. 유력 인수후보로 꼽히던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블랙스톤, MBK파트너스 등은 적격인수후보에 포함되지 못했다.

JIP는 일본 3위 금융그룹인 미즈호파이낸셜그룹과 일본 최대 통신회사인 NTT의 자회사 NTT데이터, 컨설팅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재팬이 공동 설립한 일본계 PEF다. 2014년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이 보유 지분을 매각하면서 독립 PEF가 됐다. 일본 국부펀드인 일본투자공사(JIC)와 컨소시엄을 이뤄 도시바 인수전에 참여했다.

베인캐피털은 2018년 SK하이닉스와 공동으로 도시바의 메모리반도체사업부인 도시바메모리(현 키오시아홀딩스)를 인수했다.

원자력발전소 등 경제안보 관련 사업을 운영하는 도시바를 인수하려면 일본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도시바는 회사 지분 25% 이상을 보유한 외국계 행동주의펀드와의 분쟁을 마무리하기 위해 지난해 회사 분할을 추진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자 분할안을 철회하고 공개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인수후보들은 대주주의 보유 지분을 인수하면 잔여 지분의 공개매수를 실시해 도시바를 상장폐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의 현재 시가총액은 2조3500억엔(약 22조3614억원) 수준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한 전체 인수가격은 3조엔에 달할 전망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