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40% 폭등, 폭발한 밈주식…관망세 탓 or 랠리 변곡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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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미 동부 시간) 뉴욕 증시의 출발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지난 금요일 뜨거운 7월 고용으로 인해 미 중앙은행(Fed)의 더 강한 긴축 가능성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지수는 0.6~0.7%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S&P500 지수는 오전 10시께 지난 6월 고점(4176.82)을 넘어 4186.62까지 올랐습니다. 월가 일부에서는 새로운 강세장을 향한 신호로 해석했습니다. 새로운 저점이 아니라 새 고점을 만든 것이니까요.
장 초반에는 지난 주말 상원을 통과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의 영향이 컸습니다. 이 법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기 위해 에너지 및 기후 변화 대응에 3690억 달러를 투자하고 그 재원 마련을 위해 기업에 최소 15%의 법인세를 부과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하원은 오는 금요일 이 법을 투표에 부칠 예정입니다. 민주당이 435석 중 222석을 차지하고 있어 무난히 통과될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장 초반 테슬라 등 전기차와 퍼스트솔라 선런 등 태양광 관련주가 급등하면서 기술주 전반이 상승했습니다. 전기차 구매에 차량당 7500달러 세액 공제 혜택을 연장하고, 신재생 에너지 투자에 30% 세액 공제를 해주는 내용 덕분입니다. 이들 업계가 필요로 하는 구리, 리튬 등 자원업체도 줄줄이 급등했습니다.
하지만 오전 11시가 넘자 상승세가 흔들리더니 오후 12시가 넘자 마이너스권으로 떨어졌습니다. 이후 보합권에서 오르락내리락했습니다. 태양광 관련주 등에선 금세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습니다. 결국, 다우는 0.09% 강보합세로 장을 마쳤습니다만, S&P500 지수는 -0.12% 나스닥은 -0.10% 내림세를 나타냈습니다. 상승세가 흔들린 건 엔비디아의 실적 경고 탓이 큰 영향을 줬습니다. 오는 24일 실적 발표를 앞둔 엔비디아는 이날 아침 2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내놓고 매출 예비치가 67억 달러로 이전 가이던스(81억 달러)보다 17%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전 분기 대비 19% 줄어든 것입니다. 게임 수요가 줄어등 탓입니다. 특히 신성장동력인 데이터센터 매출은 전 분기 대비 1%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전년 동기에 비해선 61% 증가한 것이긴 합니다. 회사 측은 "데이터센터 매출은 기록적이지만 공급망 중단 영향으로 기대에 다소 못 미쳤다"라고 밝혔습니다. 엔비디아는 6.3% 하락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런 엔비디아의 경고는 시간이 흐르자 기술주 전반으로 퍼졌습니다. AMD와 램리서치가 2% 이상 떨어지는 등 반도체 주와 장비 주 하락 폭이 컸고, 애플 등 빅테크 주식까지 장 초반 상승 폭을 반납하고 내림세로 돌아섰습니다. 거대기술주의 경우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가장 큰 피해자로 꼽히기도 합니다. 이익에 대해 최소 15%는 법인세를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아마존, 알파벳, 메타 등은 투자 세액 공제 등을 통해 낮은 법인세만을 부담해왔습니다. 이날 시장 특징 중 하나는 AMC, 게임스톱, 베드배스앤드비욘드 등 밈주식이 폭등했다는 것입니다. 베드배스앤드비욘드의 주가는 39.83% 치솟았습니다. 거래량도 1억2050만 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30일 평균 1426만 주를 9배가량 웃도는 수치입니다. 지난 5일간 97% 올랐습니다. AMC도 지난 5일 18% 상승에 이어 이날 8% 이상 올랐고 게임스톱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는 개인 투자자가 이번 랠리를 주도하고 있다는 증거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빅테크를 밀어 올리던 개인들이 빅테크 상승세가 주춤하자 밈주식으로 다시 몰리고 있다는 것이죠. 월가 관계자는 "수요일 7월 소비자물가(CPI) 발표를 앞두고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시장에 약간의 힘의 공백 상태가 발생했다. 그 와중에 활발한 종목 장세가 펼쳐 졌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랠리는 'Fed의 비둘기파 전환'에 대한 기대가 커진 게 큰 몫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지난주 꺾어졌습니다. Fed 인사들이 줄줄이 그 가능성을 부인했지요. 그리고 뜨거운 7월 고용보고서는 그런 희망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주말 사이 미셸 보먼 이사는 “물가가 꾸준히 의미 있는 방식으로 하락하는 것을 보기 전까지는 (이전과) 비슷한 규모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라며 75bp 인상안을 지지했습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는 기준금리의 50bp 인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인플레가 잡히기까지는 아직 멀었다. 빅스텝(50bp 인상)이 바뀔 수 없는 선택지는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시카고상품거래소의 Fed워치 시장에서는 75bp 인상 가능성에 대한 베팅이 68.5%에 달합니다. 일주일 전에는 29%에 불과했죠. 이날 뉴욕 채권 시장에서는 미 국채 10년물 국채 금리가 오후 4시 40분께 전장보다 8.3bp 떨어진 2.751%에 거래됐습니다. Fed 보먼 이사 등의 매파적 발언이 이어진 탓입니다. 하지만 2년물 금리는 1.6bp 하락해 3.201%에 머물렀습니다. 이에 따라 수익률 곡선의 역전 폭은 45bp까지 벌어졌습니다. 조금만 더 벌어지면 1980년대 초 폴 볼커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됩니다. 하지만 증시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건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치고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인플레이션이 낮아진다면 Fed도 결국 돌아설 것이란 기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월가는 오는 10일 발표될 7월 소비자물가(CPI)부터 이런 기대가 확인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급락한 덕분입니다. 6월 CPI가 9.1%나 올랐을 때 에너지는 상승에 3% 포인트 이바지했지요. 이에 따라 월가는 7월 헤드라인 수치가 전년 대비 8.7%(6월 9.1%) 전월 대비 0.2%(1.3%)로 6월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다만 에너지와 음식물을 제외한 근원 물가는 전년 대비 6.1%(5.9%) 전월 대비 0.5%(0.7%) 오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근원 물가에서 40%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탓입니다. UBS의 앨런 뎃마이스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렌트 상승에 대한 빠른 안도는 없다. 아마도 내년 초 정점을 찍거나 내년 초 이후에 너무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임대료 상승세의 길고 느린 하락 속도는 적어도 2024년 말까지 렌트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걸 예고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뉴욕 증시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도이치뱅크 짐 리드 전략가
"월가 예상과 같은 수치가 나온다면 뉴욕 증시가 헤드라인 물가가 정점을 찍고 하락을 시작할 걸이란 걸 환호할지, 아니면 근원 물가가 계속 상승하는 것을 우려할지 흥미로울 것이다. Fed에게는 근원 물가가 더 중요하겠지만, 시장은 지난 7월 고용지표처럼 최근 지표가 나올 때면 비둘기파적 해석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T3라이브닷컴의 스콧 레들러 파트너
"오늘 S&P500 지수가 새로운 고점을 지키지 못했지만, 수요일 CPI가 기대에 부합하거나 조금 더 낮아진다면 또다시 도전할 것으로 예상한다. 중요한 지수 수준은 처음에는 종종 정복에 실패한다. CPI는 매우 중요하다. 뜨거운 CPI 보고서를 받으면 시장이 꽤 빨리 후퇴하리라 생각한다."
▶세븐스리포트의 톰 에세이 설립자
"시장은 Fed의 전환 기대에 강하게 랠리를 펼쳤다. 하지만 7월 고용보고서는 그런 희망을 받쳐주지 못했고 오히려 Fed의 긴축 의지만 더 단호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제 인플레이션은 정점과 하락의 신호를 명확하게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시장은 단기적 희망의 일부를 포기할 것이고 변동성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아카데미 증권의 피터 치르 전략가
"누구나 예상보다 훨씬 낮은 CPI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원자재 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그런 수치가 나오면 Fed의 긴축 압박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 예상보다 낮은 CPI 수치가 나오면 주식과 채권 가격이 랠리를 벌일까? 그렇다. 하지만 그런 희망은 상당 부분 지금 가격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즈호의 피터 맥컬럼 전략가
"7월 고용지표는 인플레이션 논쟁을 다시 촉발하고 투자자들이 CPI 지표에 다시 초점을 맞출 만큼 충분히 놀라웠다. Fed가 더 많은 조치를 멈춰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유지되려면 큰 폭의 예상치 못한 CPI 하락이 필요하다."
▶웰스파고
"7월 CPI 둔화는 주로 에너지 가격 하락에 기인할 것이다. 인플레의 모멘텀을 통제하기가 어렵다는 점은 근원 물가가 7월에 지난해보다 최대 6.2%까지 상승하고 3분기까지 계속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상기될 것이다. 소비자 지출이 서비스로 옮겨가고 공급망 혼란이 완화되면서 상품에 대한 물가 압력은 완화되고 있지만,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둔화할 조짐이 거의 없다. 임대료 상승은 냉각되기 시작했지만, 주거비는 향후 몇 개월 동안 더욱강력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다. 인건비는 계속해서 높은 속도로 오르고 있다. 물가 하락은 분명히 환영할 일이지만 인플레이션은 Fed 목표(2%)에서 아주 멀 뿐 아니라 이를 낮추기 위한 상당한 작업이 남아 있다. 결론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목표치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는 몇 달 후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
"7월 CPI는 의미 있게 완화될 것이다. 러시아의 침공, 전염병이 다시 인플레이션을 높일 수 있지만, 공급 충격의 최악은 우리 뒤에 있을 가능성이 더 크다. 직선적으로는 아니겠지만 내년 이맘때 인플레이션은 훨씬 편안해질 것이다. 이 전망은 Fed가 올바른 정책을 펴느냐에 달려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고정하고 고용 및 임금 성장을 억제할 수 있을 만큼 아주 빠르게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 그러나 너무 높거나 너무 빠르면 수요가 무너지고 경기 침체가 발생한다. 해야 할 일이 더 많지만, 지금까지는 좋다." 이날 인플레이션 하락에 대한 기대가 또다시 커졌습니다. 뉴욕 연방은행의 소비자 기대 조사(Survey of Consumer Expectations)에서 7월 기대 인플레이션이 큰 폭으로 낮아진 것입니다. 향후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6월 6.8%에서 7월 6.2%로 떨어졌습니다. 또 3년 기대 인플레이션도 6월 3.6%에서 3.2%로 감소했고, 5년 인플레이션 전망 또한 2.8%에서 2.3%로 하락했습니다. 식료품 휘발유 등 생활필수품의 폭등세도 잦아들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였습니다. 뉴욕 증시가 버티는 또 하나의 배경은 강력한 기업 실적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분석을 보면 지난주까지 거의 90%의 S&P500 기업이 실적을 발표했는데요. 이들의 주당순이익(EPS)은 전년 동기보다 10% 늘어난 57.74달러 수준으로 월가 컨센서스인 55.35달러를 4% 이상 상회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 중 EPS에서 추정치를 상회한 기업이 68%, 매출은 66%, 둘 다 넘은 곳이 51%인데요. 이는 각각 58%, 58%, 40%인 역사적 평균을 훨씬 웃도는 것입니다. 다만 주의할 게 있습니다. 월가는 현재 2분기 EPS가 전년 동기보다 6.6%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에너지 기업을 빼면 -3.5%, 즉 감소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또 기업들의 정서가 이번 분기 2008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고, 이런 정서는 향후 실적과 상관관계가 높다고 밝혔습니다. 즉 실적 하락이 예상된다는 것이죠. 컨퍼런스콜에서 "약한 수요"라는 언급이 평균 0.5회 이상이 나왔다며 이것도 과거 경기 침체 수준에 육박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들어 현재까지 월가 애널리스트의 향후 12개월 ESP 추정치는 7% 높아졌습니다. 이에 대해 뱅크오브아메리카는 "6월 저점은 진 바닥이 아니다"라면서 "앞으로 EPS 예상치 하락이 계속될 것이고, 통상 경기 침체 시기의 증시 진 바닥은 이런 EPS 추정치 내림세가 발생한 뒤에야 나타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는 "최종 소비자에 대한 가격은 여전히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지만, 생산자를 위한 가격은 두 배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라면서 "2023년까지 기업 마진 확대가 이어질 것이라는 월가 애널리스트의 기대는 고착되고 있는 비용 압박과 수요 감소로 인해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렀을 수 있음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렀기 때문에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고 보는 건 시기상조"라며 "9월이 되면 영업 레버리지의 마이너스 영향이 이익 추정에 더 많이 반영되면서 또 다른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윌슨은 ”밸류에이션이 확장되면서 랠리의 가장 좋은 부분은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미국 주식 수석 전략가도 "더 낮은 속도이긴 하겠지만 매출이 계속 증가하더라도 더 높은 투입 비용이 내년에 기업 마진을 감소시킬 것"이라며 "순마진이 2023년에 25bp 하락하여 재료, 에너지 및 헬스케어 등을 포함해 대부분 업종에서 EPS 위축을 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도 기업에 긍정적이지는 않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법이 현 상태로 통과된다면 S&P500 기업은 이익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봤습니다. △15% 최소 법인세= 2023년에 S&P500 주당순이익(EPS) 1% 감소 예상. 유효 세율이 낮은 헬스케어, 테크 기업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 △자사주 매입에 대한 1% 세금= 자사주 매입 속도가 지금과 같이 유지된다면 S&P500 이익은 0.5% 감소 예상 △ 2017년 감세 관련 변경 사항= 2017년 감세법으로 기업들은 연구개발비를 그해 모두 상각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5년에 걸쳐 상각해야 함. 또 자본 지출 및 이자 비용에 대한 공제 감소 등으로 인해 2023년 S&P500 이익은 3% 감소 예상된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씨티는 법인세 인상이 주식 투자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으리라고 봤습니다. 씨티는 "15%의 최소 법인세와 자사주 매입에 대한 세금이 모두 S&P500 기업의 EPS에 1% 미만의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Fed 정책과 인플레이션 결과, 경제 둔화 및 금리 영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기업 이익 성장 논의와 더 큰 관계가 있음이 증명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월가 일부에서는 기업 이익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펀드스트랫의 톰 리 설립자가 대표적입니다. 리 설립자는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해 기업들의 투입 비용이 낮아질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인상한 제품 가격은 낮아지지 않는다. 이는 기업 이익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하지만 오전 11시가 넘자 상승세가 흔들리더니 오후 12시가 넘자 마이너스권으로 떨어졌습니다. 이후 보합권에서 오르락내리락했습니다. 태양광 관련주 등에선 금세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습니다. 결국, 다우는 0.09% 강보합세로 장을 마쳤습니다만, S&P500 지수는 -0.12% 나스닥은 -0.10% 내림세를 나타냈습니다. 상승세가 흔들린 건 엔비디아의 실적 경고 탓이 큰 영향을 줬습니다. 오는 24일 실적 발표를 앞둔 엔비디아는 이날 아침 2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내놓고 매출 예비치가 67억 달러로 이전 가이던스(81억 달러)보다 17%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전 분기 대비 19% 줄어든 것입니다. 게임 수요가 줄어등 탓입니다. 특히 신성장동력인 데이터센터 매출은 전 분기 대비 1%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전년 동기에 비해선 61% 증가한 것이긴 합니다. 회사 측은 "데이터센터 매출은 기록적이지만 공급망 중단 영향으로 기대에 다소 못 미쳤다"라고 밝혔습니다. 엔비디아는 6.3% 하락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런 엔비디아의 경고는 시간이 흐르자 기술주 전반으로 퍼졌습니다. AMD와 램리서치가 2% 이상 떨어지는 등 반도체 주와 장비 주 하락 폭이 컸고, 애플 등 빅테크 주식까지 장 초반 상승 폭을 반납하고 내림세로 돌아섰습니다. 거대기술주의 경우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가장 큰 피해자로 꼽히기도 합니다. 이익에 대해 최소 15%는 법인세를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아마존, 알파벳, 메타 등은 투자 세액 공제 등을 통해 낮은 법인세만을 부담해왔습니다. 이날 시장 특징 중 하나는 AMC, 게임스톱, 베드배스앤드비욘드 등 밈주식이 폭등했다는 것입니다. 베드배스앤드비욘드의 주가는 39.83% 치솟았습니다. 거래량도 1억2050만 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30일 평균 1426만 주를 9배가량 웃도는 수치입니다. 지난 5일간 97% 올랐습니다. AMC도 지난 5일 18% 상승에 이어 이날 8% 이상 올랐고 게임스톱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는 개인 투자자가 이번 랠리를 주도하고 있다는 증거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빅테크를 밀어 올리던 개인들이 빅테크 상승세가 주춤하자 밈주식으로 다시 몰리고 있다는 것이죠. 월가 관계자는 "수요일 7월 소비자물가(CPI) 발표를 앞두고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시장에 약간의 힘의 공백 상태가 발생했다. 그 와중에 활발한 종목 장세가 펼쳐 졌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랠리는 'Fed의 비둘기파 전환'에 대한 기대가 커진 게 큰 몫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지난주 꺾어졌습니다. Fed 인사들이 줄줄이 그 가능성을 부인했지요. 그리고 뜨거운 7월 고용보고서는 그런 희망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주말 사이 미셸 보먼 이사는 “물가가 꾸준히 의미 있는 방식으로 하락하는 것을 보기 전까지는 (이전과) 비슷한 규모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라며 75bp 인상안을 지지했습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는 기준금리의 50bp 인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인플레가 잡히기까지는 아직 멀었다. 빅스텝(50bp 인상)이 바뀔 수 없는 선택지는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시카고상품거래소의 Fed워치 시장에서는 75bp 인상 가능성에 대한 베팅이 68.5%에 달합니다. 일주일 전에는 29%에 불과했죠. 이날 뉴욕 채권 시장에서는 미 국채 10년물 국채 금리가 오후 4시 40분께 전장보다 8.3bp 떨어진 2.751%에 거래됐습니다. Fed 보먼 이사 등의 매파적 발언이 이어진 탓입니다. 하지만 2년물 금리는 1.6bp 하락해 3.201%에 머물렀습니다. 이에 따라 수익률 곡선의 역전 폭은 45bp까지 벌어졌습니다. 조금만 더 벌어지면 1980년대 초 폴 볼커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됩니다. 하지만 증시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건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치고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인플레이션이 낮아진다면 Fed도 결국 돌아설 것이란 기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월가는 오는 10일 발표될 7월 소비자물가(CPI)부터 이런 기대가 확인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급락한 덕분입니다. 6월 CPI가 9.1%나 올랐을 때 에너지는 상승에 3% 포인트 이바지했지요. 이에 따라 월가는 7월 헤드라인 수치가 전년 대비 8.7%(6월 9.1%) 전월 대비 0.2%(1.3%)로 6월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다만 에너지와 음식물을 제외한 근원 물가는 전년 대비 6.1%(5.9%) 전월 대비 0.5%(0.7%) 오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근원 물가에서 40%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탓입니다. UBS의 앨런 뎃마이스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렌트 상승에 대한 빠른 안도는 없다. 아마도 내년 초 정점을 찍거나 내년 초 이후에 너무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임대료 상승세의 길고 느린 하락 속도는 적어도 2024년 말까지 렌트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걸 예고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뉴욕 증시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도이치뱅크 짐 리드 전략가
"월가 예상과 같은 수치가 나온다면 뉴욕 증시가 헤드라인 물가가 정점을 찍고 하락을 시작할 걸이란 걸 환호할지, 아니면 근원 물가가 계속 상승하는 것을 우려할지 흥미로울 것이다. Fed에게는 근원 물가가 더 중요하겠지만, 시장은 지난 7월 고용지표처럼 최근 지표가 나올 때면 비둘기파적 해석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T3라이브닷컴의 스콧 레들러 파트너
"오늘 S&P500 지수가 새로운 고점을 지키지 못했지만, 수요일 CPI가 기대에 부합하거나 조금 더 낮아진다면 또다시 도전할 것으로 예상한다. 중요한 지수 수준은 처음에는 종종 정복에 실패한다. CPI는 매우 중요하다. 뜨거운 CPI 보고서를 받으면 시장이 꽤 빨리 후퇴하리라 생각한다."
▶세븐스리포트의 톰 에세이 설립자
"시장은 Fed의 전환 기대에 강하게 랠리를 펼쳤다. 하지만 7월 고용보고서는 그런 희망을 받쳐주지 못했고 오히려 Fed의 긴축 의지만 더 단호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제 인플레이션은 정점과 하락의 신호를 명확하게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시장은 단기적 희망의 일부를 포기할 것이고 변동성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아카데미 증권의 피터 치르 전략가
"누구나 예상보다 훨씬 낮은 CPI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원자재 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그런 수치가 나오면 Fed의 긴축 압박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 예상보다 낮은 CPI 수치가 나오면 주식과 채권 가격이 랠리를 벌일까? 그렇다. 하지만 그런 희망은 상당 부분 지금 가격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즈호의 피터 맥컬럼 전략가
"7월 고용지표는 인플레이션 논쟁을 다시 촉발하고 투자자들이 CPI 지표에 다시 초점을 맞출 만큼 충분히 놀라웠다. Fed가 더 많은 조치를 멈춰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유지되려면 큰 폭의 예상치 못한 CPI 하락이 필요하다."
▶웰스파고
"7월 CPI 둔화는 주로 에너지 가격 하락에 기인할 것이다. 인플레의 모멘텀을 통제하기가 어렵다는 점은 근원 물가가 7월에 지난해보다 최대 6.2%까지 상승하고 3분기까지 계속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상기될 것이다. 소비자 지출이 서비스로 옮겨가고 공급망 혼란이 완화되면서 상품에 대한 물가 압력은 완화되고 있지만,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둔화할 조짐이 거의 없다. 임대료 상승은 냉각되기 시작했지만, 주거비는 향후 몇 개월 동안 더욱강력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다. 인건비는 계속해서 높은 속도로 오르고 있다. 물가 하락은 분명히 환영할 일이지만 인플레이션은 Fed 목표(2%)에서 아주 멀 뿐 아니라 이를 낮추기 위한 상당한 작업이 남아 있다. 결론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목표치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는 몇 달 후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
"7월 CPI는 의미 있게 완화될 것이다. 러시아의 침공, 전염병이 다시 인플레이션을 높일 수 있지만, 공급 충격의 최악은 우리 뒤에 있을 가능성이 더 크다. 직선적으로는 아니겠지만 내년 이맘때 인플레이션은 훨씬 편안해질 것이다. 이 전망은 Fed가 올바른 정책을 펴느냐에 달려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고정하고 고용 및 임금 성장을 억제할 수 있을 만큼 아주 빠르게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 그러나 너무 높거나 너무 빠르면 수요가 무너지고 경기 침체가 발생한다. 해야 할 일이 더 많지만, 지금까지는 좋다." 이날 인플레이션 하락에 대한 기대가 또다시 커졌습니다. 뉴욕 연방은행의 소비자 기대 조사(Survey of Consumer Expectations)에서 7월 기대 인플레이션이 큰 폭으로 낮아진 것입니다. 향후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6월 6.8%에서 7월 6.2%로 떨어졌습니다. 또 3년 기대 인플레이션도 6월 3.6%에서 3.2%로 감소했고, 5년 인플레이션 전망 또한 2.8%에서 2.3%로 하락했습니다. 식료품 휘발유 등 생활필수품의 폭등세도 잦아들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였습니다. 뉴욕 증시가 버티는 또 하나의 배경은 강력한 기업 실적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분석을 보면 지난주까지 거의 90%의 S&P500 기업이 실적을 발표했는데요. 이들의 주당순이익(EPS)은 전년 동기보다 10% 늘어난 57.74달러 수준으로 월가 컨센서스인 55.35달러를 4% 이상 상회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 중 EPS에서 추정치를 상회한 기업이 68%, 매출은 66%, 둘 다 넘은 곳이 51%인데요. 이는 각각 58%, 58%, 40%인 역사적 평균을 훨씬 웃도는 것입니다. 다만 주의할 게 있습니다. 월가는 현재 2분기 EPS가 전년 동기보다 6.6%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에너지 기업을 빼면 -3.5%, 즉 감소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또 기업들의 정서가 이번 분기 2008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고, 이런 정서는 향후 실적과 상관관계가 높다고 밝혔습니다. 즉 실적 하락이 예상된다는 것이죠. 컨퍼런스콜에서 "약한 수요"라는 언급이 평균 0.5회 이상이 나왔다며 이것도 과거 경기 침체 수준에 육박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들어 현재까지 월가 애널리스트의 향후 12개월 ESP 추정치는 7% 높아졌습니다. 이에 대해 뱅크오브아메리카는 "6월 저점은 진 바닥이 아니다"라면서 "앞으로 EPS 예상치 하락이 계속될 것이고, 통상 경기 침체 시기의 증시 진 바닥은 이런 EPS 추정치 내림세가 발생한 뒤에야 나타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는 "최종 소비자에 대한 가격은 여전히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지만, 생산자를 위한 가격은 두 배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라면서 "2023년까지 기업 마진 확대가 이어질 것이라는 월가 애널리스트의 기대는 고착되고 있는 비용 압박과 수요 감소로 인해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렀을 수 있음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렀기 때문에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고 보는 건 시기상조"라며 "9월이 되면 영업 레버리지의 마이너스 영향이 이익 추정에 더 많이 반영되면서 또 다른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윌슨은 ”밸류에이션이 확장되면서 랠리의 가장 좋은 부분은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미국 주식 수석 전략가도 "더 낮은 속도이긴 하겠지만 매출이 계속 증가하더라도 더 높은 투입 비용이 내년에 기업 마진을 감소시킬 것"이라며 "순마진이 2023년에 25bp 하락하여 재료, 에너지 및 헬스케어 등을 포함해 대부분 업종에서 EPS 위축을 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도 기업에 긍정적이지는 않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법이 현 상태로 통과된다면 S&P500 기업은 이익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봤습니다. △15% 최소 법인세= 2023년에 S&P500 주당순이익(EPS) 1% 감소 예상. 유효 세율이 낮은 헬스케어, 테크 기업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 △자사주 매입에 대한 1% 세금= 자사주 매입 속도가 지금과 같이 유지된다면 S&P500 이익은 0.5% 감소 예상 △ 2017년 감세 관련 변경 사항= 2017년 감세법으로 기업들은 연구개발비를 그해 모두 상각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5년에 걸쳐 상각해야 함. 또 자본 지출 및 이자 비용에 대한 공제 감소 등으로 인해 2023년 S&P500 이익은 3% 감소 예상된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씨티는 법인세 인상이 주식 투자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으리라고 봤습니다. 씨티는 "15%의 최소 법인세와 자사주 매입에 대한 세금이 모두 S&P500 기업의 EPS에 1% 미만의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Fed 정책과 인플레이션 결과, 경제 둔화 및 금리 영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기업 이익 성장 논의와 더 큰 관계가 있음이 증명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월가 일부에서는 기업 이익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펀드스트랫의 톰 리 설립자가 대표적입니다. 리 설립자는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해 기업들의 투입 비용이 낮아질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인상한 제품 가격은 낮아지지 않는다. 이는 기업 이익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