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따상 원조' SK바이오팜, 한국의 길리어드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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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집중탐구
상장 직후 급등한 뒤 2년 동안 74% 하락
미 FDA 승인 신약 2개인데 내년까지 적자 전망돼
주가의 2년 내리막에 따른 매물 부담도 상당 ‘따상’이라는 단어 기억하나요. 새로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종목의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까지 치솟는 걸 말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폭락 이후 급격한 회복 국면에서 주식 시장에 진입한 종목들에서 자주 나타나던 현상으로, 그 시작은 SK바이오팜이었습니다.
코스피 상장에 나설 당시 이미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뇌전증치료제 엑스코프리(세노바메이트)의 시판승인을 받아냈던 SK바이오팜은 상장 첫날인 2020년 7월2일 따상에 이어, 2거래일 더 개장과 함께 상한가로 직행하는 ‘따상상상’을 나타냈습니다. 상장 나흘째에도 장중엔 직전 거래일 대비 25.64% 오른 26만9500원에 거래되기도 했죠.
하지만 지난 2일 종가는 7만100원으로, 2년여 전의 장중 고점 대비 73.98% 하락했습니다. 종가 기준 고점인 2020년 7월8일의 21만7000원과 비교하면 67.70% 낮은 수준이고요.
수노시는 SK바이오팜과 미국의 재즈테라퓨틱스가 공동개발해 미국과 유럽의 시판 승인을 받았지만, 엑스코프리는 후보물질 도출부터 FDA 승인까지 모두 SK바이오팜이 자체적으로 수행했습니다.
직접 FDA로부터 시판승인을 받아낸 경험은 중요합니다. 신약 승인을 받으려면 후보물질 자체의 효능과 안전성도 우수해야 하지만, 이걸 의약품당국이 납득해야 하거든요. 약의 성능이 확실하다면 결국 당국에 제출하는 서류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무리는 아닙니다. SK바이오팜은 서류를 통해 미 FDA 담당자들을 설득하는 노하우를 갖고 있는 겁니다.
이 노하우는 후속 신약 개발을 수월하게 할 수 있습니다. 현재 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의 후속 뇌전증 치료제 후보인 카리스바메이트와 SKL24741을 비롯해 진행성 고형암 치료제 후보 SKL27969, 희귀 신경계 질환 치료제 후보 렐레노프라이드, 집중력 장애 치료 후보 SKL13865, 조현병 치료제 후보 SKL20540, 조울증 치료제 후보 SKL-PSY 등 8개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입니다.
엑스코프리의 적응증을 확장하기 위한 개발도 진행 중입니다. 적응증은 해당 약물을 처방할 수 있는 의사의 진단, 즉 조건을 말합니다. 조건이 까다로우면 약이 처방될 기회가 적어지겠죠. 현재 엑스코프리는 성인 뇌전증 환자의 부분발작을 치료하는 용도로만 처방될 수 있습니다. 이를 소아 뇌전증 환자와 전신 발작을 치료하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임상 3상이 진행되고 있고요.
미 FDA로부터 시판승인을 받아낸 직후 증시에 상장해 급등한 뒤 크게 하락한 SK바이오팜의 주가 흐름은 다른 신약개발 회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임상시험 결과 발표 직전과 학회 발표 이벤트를 앞뒀을 때 주가가 치솟았다가, 이후에는 조정받는 모습을 말합니다.
임상시험 성공이 발표되기 적전에는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하지만, 이후에는 해당 신약을 팔아서 얼마나 많은 돈을 벌 수 있을지에 대한 계산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실제 코로나19 확산 사태 초기 치료제 개발에 나섰던 셀트리온의 주가도 항체치료제 렉키로나(레그단비맙)의 임상 3상 결과가 발표되기 전인 2020년 12월7일에 고점을 찍었고, 작년 2월5일 조건부허가를 받은 뒤에는 쭉 미끄러진 바 있습니다.
심지어 SK바이오팜은 신약 개발에 성공해도 당장 큰 돈을 버는 게 아니라는 점을 실적으로 확인시켜줬습니다. 이 회사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는 1184억원 적자입니다. 2019과 2020년에도 각각 793억원과 239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작년엔 950억원을 남겼지만, 이는 엑스코프리의 EMA 시판 승인에 따라 파트너사인 안젤리니파마로부터 받은 마일스톤(기술료)의 영향이 큽니다. 그나마 미국에서 엑스코프리의 매출 성장세가 가파른 점은 증권가의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SK바이오팜의 제품 매출액은 2020년 109억원, 작년 89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784억원의 매출을 올려 작년 연간 실적에 육박합니다.
장세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경쟁 약물 대비 빠른 성장세 △코로나19 확산 사태 초기에 출시돼 영업·마케팅에 차질이 빚어진 점 △뇌전증 치료제 시장 특성 등을 이유로 엑스코프리의 성장 속도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합니다. 그는 뇌전증을 치료할 때 효과가 나타난 약이 있으면 혁신적인 신약이 출시돼도 내성이 발현될 때까지 기존의 약을 유지하기에 약물을 바꾸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습니다.
둘 중에서 보통의 투자자가 꿈꾸는 신약개발기업의 성장 스토리는 약 하나로 대박을 친 애브비일 겁니다. 종양괴사인자(TNF)-알파 억제제 계열의 자가면역질환치료제 휴미라(아달리무맙) 하나로 단숨에 다국적제약사의 반열에 올랐으니까요. 휴미라는 작년 한 해 동안에만 약 26조원 어치가 팔린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이었습니다.
아쉽지만 SK바이오팜 주주들이 그려야 하는 장밋빛 미래는 다국적제약사의 반열에 오르기까지의 시간이 애브비보다 훨씬 길었던 길리어드에 가깝습니다. 허가받은 신약의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입니다. 엑스코프리가 처방될 뇌전증 치료제 시장 규모는 연간 5조~6조5000억원으로 추산됩니다. 휴미라 한 품목 연간 매출액의 5분의1 수준에 불과하죠. 길리어드도 경쟁자가 적은 간염과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분야에 집중해왔습니다. 경쟁자가 적다는 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시장이 작거나 치료제 개발 난이도가 높다는 거죠. SK바이오팜이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도 아직까지는 미지의 영역이 많은 뇌를 주로 다루는 중추신경계(CNS)입니다.
물론 길리어드의 길을 따라간다면 투자 수익률은 대박을 칠 겁니다. 1987년 설립된 길리어드의 전성기는 2010년대 중반이었습니다. 주가도 1994년엔 1.66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2015년 장중 고가는 123.37달러였습니다. 2013년 출시한 C형간염 치료제 소발디(스포스부비르)와 하보니(레디파스비르·스포스부비르)가 전성기를 이끌었죠.
C형간염이라는 병은 희귀질환에 가깝습니다. 환자 수가 작기 때문에 제약사 입장에서는 신약 개발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엄두가 나지 않죠. 대신 신약 개발에 성공하기만 하면 약값은 부르는 게 값입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할 수 있지만, 2015년 주사기 재사용으로 수천명이 C형간염에 감염된 ‘다나의원 사태’ 당시 의약계에서는 소발디와 하보니를 건강보험 보장 대상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놓고 격론이 벌어진 바 있습니다. 경쟁 약물이 없던 당시엔 두 의약품의 약값은 한 사이클 치료에 수천만원에 달했거든요. 다만 지금은 경쟁 약물의 출시로 가격이 많이 낮아진 상태입니다.
벤처기업이었던 길리어드는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오셀타미피르)’를 개발하다가 로슈에 넘기면서 대규모 자금을 확보했고, 이 돈으로 항진균제 암비솜(암포테리신)을 보유한 넥스타를 인수해 수익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전성기를 이끈 소발디와 하보니는 2012년 인수한 파마셋이 보유한 후보물질이었습니다.
컨센서스를 보면 SK바이오팜의 흑자전환 시점은 2024년입니다. 내년까지 적자가 이어진다는 거죠. 이유는 높은 비용구조에 있습니다. SK바이오팜은 미국에서 엑스코프리를 판매하기 위해 현지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설립하고 영업·마케팅 조직을 운영하는 중입니다. 파는 약은 엑스코프리 하나 뿐인데 말이죠.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향후 SK바이오팜의 추가적인 기업가치 개선을 위해서는 직접 판매를 위해 구축한 미국 마케팅 채널을 효율화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미국 마케팅 채널 효율화 방안’으로는 M&A나 품목 도입이 거론됩니다. 엑스코프리 하나가 아니라 여러개의 약을 팔아 외형을 키우면 된다는 거죠. 실제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도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CNS 분야에서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SK바이오팜의 투자는 다른 곳에서 이뤄졌습니다. 올해 5월 미국의 디지털치료제 회사 칼라헬스에 대한 공동 투자 소식을 전한 겁니다. 칼라헬스가 신경·정신질환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플랫폼 기술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SK바이오팜과의 시너지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당장 SK라이프사이언스의 매출을 늘려 고정비 부담을 줄여주지는 못할 겁니다. 또 다른 M&A 소식이 전해지더라도 단기적으로 시원스러운 주가 상승을 가로막는 요소가 있습니다. 2년 전 ‘따상 열풍’의 후유증으로, 지난 2년여동안의 주가 내리막입니다. 손실을 떠안고 ‘본전’만 회복되면 팔아치우겠다며 기다리는 주주들이 상당할 겁니다. 이 물량이 주가 상승의 저항선으로 작용하게 되죠.
SK바이오팜 상장 이후의 주가 차트에 매물대를 표시하면 10만~11만원대에서 약 2939만주가, 11만~12만원대에서 약 4253만주가 각각 거래된 것으로 나타납니다. 당장 8만~9만원에서 거래된 물량도 1559만주에 달합니다.
📂SK바이오팜 프로필(9월2일 종가기준)
현재 주가: 7만100원
PER(12개월 포워드): 해당사항 없음(N/A)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 1184억원 적자
적정주가: 14만8000원(1년 전)→11만2000원(현재)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마켓PRO가 제공하는 콘텐츠는 투자판단을 위한 참고자료 입니다. 투자판단의 최종 책임은 정보 이용자에게 있습니다.
상장 직후 급등한 뒤 2년 동안 74% 하락
미 FDA 승인 신약 2개인데 내년까지 적자 전망돼
주가의 2년 내리막에 따른 매물 부담도 상당 ‘따상’이라는 단어 기억하나요. 새로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종목의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까지 치솟는 걸 말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폭락 이후 급격한 회복 국면에서 주식 시장에 진입한 종목들에서 자주 나타나던 현상으로, 그 시작은 SK바이오팜이었습니다.
코스피 상장에 나설 당시 이미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뇌전증치료제 엑스코프리(세노바메이트)의 시판승인을 받아냈던 SK바이오팜은 상장 첫날인 2020년 7월2일 따상에 이어, 2거래일 더 개장과 함께 상한가로 직행하는 ‘따상상상’을 나타냈습니다. 상장 나흘째에도 장중엔 직전 거래일 대비 25.64% 오른 26만9500원에 거래되기도 했죠.
하지만 지난 2일 종가는 7만100원으로, 2년여 전의 장중 고점 대비 73.98% 하락했습니다. 종가 기준 고점인 2020년 7월8일의 21만7000원과 비교하면 67.70% 낮은 수준이고요.
후보물질 도출부터 FDA 승인까지 직접 한 R&D 강자
주가만 보면 거의 망해가는 회사 아니냐는 생각도 들겠지만, 연구·개발(R&D) 역량 하나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 세계에서 의약품 허가 절차가 가장 까다롭다는 미 FDA로부터 시판승인을 받은 약이 2개이니까요. 엑스코프리에 앞서 수면장애 신약 수노시(솔리암페톨)에 대한 미국 시판 허가도 받았거든요. 두 약 모두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신약 승인이 까다롭다는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도 시판승인을 받은 상태입니다.수노시는 SK바이오팜과 미국의 재즈테라퓨틱스가 공동개발해 미국과 유럽의 시판 승인을 받았지만, 엑스코프리는 후보물질 도출부터 FDA 승인까지 모두 SK바이오팜이 자체적으로 수행했습니다.
직접 FDA로부터 시판승인을 받아낸 경험은 중요합니다. 신약 승인을 받으려면 후보물질 자체의 효능과 안전성도 우수해야 하지만, 이걸 의약품당국이 납득해야 하거든요. 약의 성능이 확실하다면 결국 당국에 제출하는 서류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무리는 아닙니다. SK바이오팜은 서류를 통해 미 FDA 담당자들을 설득하는 노하우를 갖고 있는 겁니다.
이 노하우는 후속 신약 개발을 수월하게 할 수 있습니다. 현재 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의 후속 뇌전증 치료제 후보인 카리스바메이트와 SKL24741을 비롯해 진행성 고형암 치료제 후보 SKL27969, 희귀 신경계 질환 치료제 후보 렐레노프라이드, 집중력 장애 치료 후보 SKL13865, 조현병 치료제 후보 SKL20540, 조울증 치료제 후보 SKL-PSY 등 8개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입니다.
엑스코프리의 적응증을 확장하기 위한 개발도 진행 중입니다. 적응증은 해당 약물을 처방할 수 있는 의사의 진단, 즉 조건을 말합니다. 조건이 까다로우면 약이 처방될 기회가 적어지겠죠. 현재 엑스코프리는 성인 뇌전증 환자의 부분발작을 치료하는 용도로만 처방될 수 있습니다. 이를 소아 뇌전증 환자와 전신 발작을 치료하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임상 3상이 진행되고 있고요.
신약 출시 3년차에도 적자…“매출 성장 속도는 긍정적”
하지만 R&D 역량만 보고 주식을 매수하기는 뭔가 부족하죠. 특히 엑스코프리와 수노시의 FDA 승인 시점은 SK바이오팜이 상장하기 전입니다. 이 회사의 R&D 역량이 출중하다는 게 이미 알려졌다는 겁니다.미 FDA로부터 시판승인을 받아낸 직후 증시에 상장해 급등한 뒤 크게 하락한 SK바이오팜의 주가 흐름은 다른 신약개발 회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임상시험 결과 발표 직전과 학회 발표 이벤트를 앞뒀을 때 주가가 치솟았다가, 이후에는 조정받는 모습을 말합니다.
임상시험 성공이 발표되기 적전에는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하지만, 이후에는 해당 신약을 팔아서 얼마나 많은 돈을 벌 수 있을지에 대한 계산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실제 코로나19 확산 사태 초기 치료제 개발에 나섰던 셀트리온의 주가도 항체치료제 렉키로나(레그단비맙)의 임상 3상 결과가 발표되기 전인 2020년 12월7일에 고점을 찍었고, 작년 2월5일 조건부허가를 받은 뒤에는 쭉 미끄러진 바 있습니다.
심지어 SK바이오팜은 신약 개발에 성공해도 당장 큰 돈을 버는 게 아니라는 점을 실적으로 확인시켜줬습니다. 이 회사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는 1184억원 적자입니다. 2019과 2020년에도 각각 793억원과 239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작년엔 950억원을 남겼지만, 이는 엑스코프리의 EMA 시판 승인에 따라 파트너사인 안젤리니파마로부터 받은 마일스톤(기술료)의 영향이 큽니다. 그나마 미국에서 엑스코프리의 매출 성장세가 가파른 점은 증권가의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SK바이오팜의 제품 매출액은 2020년 109억원, 작년 89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784억원의 매출을 올려 작년 연간 실적에 육박합니다.
장세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경쟁 약물 대비 빠른 성장세 △코로나19 확산 사태 초기에 출시돼 영업·마케팅에 차질이 빚어진 점 △뇌전증 치료제 시장 특성 등을 이유로 엑스코프리의 성장 속도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합니다. 그는 뇌전증을 치료할 때 효과가 나타난 약이 있으면 혁신적인 신약이 출시돼도 내성이 발현될 때까지 기존의 약을 유지하기에 약물을 바꾸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랫동안 ‘니치마켓’ 공략한 길리어드 모델과 비슷
신약 개발에 나선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이 성장 스토리를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성공사례는 길리어드사이언스와 애브비입니다.둘 중에서 보통의 투자자가 꿈꾸는 신약개발기업의 성장 스토리는 약 하나로 대박을 친 애브비일 겁니다. 종양괴사인자(TNF)-알파 억제제 계열의 자가면역질환치료제 휴미라(아달리무맙) 하나로 단숨에 다국적제약사의 반열에 올랐으니까요. 휴미라는 작년 한 해 동안에만 약 26조원 어치가 팔린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이었습니다.
아쉽지만 SK바이오팜 주주들이 그려야 하는 장밋빛 미래는 다국적제약사의 반열에 오르기까지의 시간이 애브비보다 훨씬 길었던 길리어드에 가깝습니다. 허가받은 신약의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입니다. 엑스코프리가 처방될 뇌전증 치료제 시장 규모는 연간 5조~6조5000억원으로 추산됩니다. 휴미라 한 품목 연간 매출액의 5분의1 수준에 불과하죠. 길리어드도 경쟁자가 적은 간염과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분야에 집중해왔습니다. 경쟁자가 적다는 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시장이 작거나 치료제 개발 난이도가 높다는 거죠. SK바이오팜이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도 아직까지는 미지의 영역이 많은 뇌를 주로 다루는 중추신경계(CNS)입니다.
물론 길리어드의 길을 따라간다면 투자 수익률은 대박을 칠 겁니다. 1987년 설립된 길리어드의 전성기는 2010년대 중반이었습니다. 주가도 1994년엔 1.66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2015년 장중 고가는 123.37달러였습니다. 2013년 출시한 C형간염 치료제 소발디(스포스부비르)와 하보니(레디파스비르·스포스부비르)가 전성기를 이끌었죠.
C형간염이라는 병은 희귀질환에 가깝습니다. 환자 수가 작기 때문에 제약사 입장에서는 신약 개발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엄두가 나지 않죠. 대신 신약 개발에 성공하기만 하면 약값은 부르는 게 값입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할 수 있지만, 2015년 주사기 재사용으로 수천명이 C형간염에 감염된 ‘다나의원 사태’ 당시 의약계에서는 소발디와 하보니를 건강보험 보장 대상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놓고 격론이 벌어진 바 있습니다. 경쟁 약물이 없던 당시엔 두 의약품의 약값은 한 사이클 치료에 수천만원에 달했거든요. 다만 지금은 경쟁 약물의 출시로 가격이 많이 낮아진 상태입니다.
“미국 채널 효율화 필요”…‘따상’ 후유증 극복할까
SK바이오팜이 길리어드의 길을 따라가려면 우선 적자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길리어드는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한 회사니까요.벤처기업이었던 길리어드는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오셀타미피르)’를 개발하다가 로슈에 넘기면서 대규모 자금을 확보했고, 이 돈으로 항진균제 암비솜(암포테리신)을 보유한 넥스타를 인수해 수익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전성기를 이끈 소발디와 하보니는 2012년 인수한 파마셋이 보유한 후보물질이었습니다.
컨센서스를 보면 SK바이오팜의 흑자전환 시점은 2024년입니다. 내년까지 적자가 이어진다는 거죠. 이유는 높은 비용구조에 있습니다. SK바이오팜은 미국에서 엑스코프리를 판매하기 위해 현지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설립하고 영업·마케팅 조직을 운영하는 중입니다. 파는 약은 엑스코프리 하나 뿐인데 말이죠.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향후 SK바이오팜의 추가적인 기업가치 개선을 위해서는 직접 판매를 위해 구축한 미국 마케팅 채널을 효율화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미국 마케팅 채널 효율화 방안’으로는 M&A나 품목 도입이 거론됩니다. 엑스코프리 하나가 아니라 여러개의 약을 팔아 외형을 키우면 된다는 거죠. 실제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도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CNS 분야에서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SK바이오팜의 투자는 다른 곳에서 이뤄졌습니다. 올해 5월 미국의 디지털치료제 회사 칼라헬스에 대한 공동 투자 소식을 전한 겁니다. 칼라헬스가 신경·정신질환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플랫폼 기술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SK바이오팜과의 시너지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당장 SK라이프사이언스의 매출을 늘려 고정비 부담을 줄여주지는 못할 겁니다. 또 다른 M&A 소식이 전해지더라도 단기적으로 시원스러운 주가 상승을 가로막는 요소가 있습니다. 2년 전 ‘따상 열풍’의 후유증으로, 지난 2년여동안의 주가 내리막입니다. 손실을 떠안고 ‘본전’만 회복되면 팔아치우겠다며 기다리는 주주들이 상당할 겁니다. 이 물량이 주가 상승의 저항선으로 작용하게 되죠.
SK바이오팜 상장 이후의 주가 차트에 매물대를 표시하면 10만~11만원대에서 약 2939만주가, 11만~12만원대에서 약 4253만주가 각각 거래된 것으로 나타납니다. 당장 8만~9만원에서 거래된 물량도 1559만주에 달합니다.
📂SK바이오팜 프로필(9월2일 종가기준)
현재 주가: 7만100원
PER(12개월 포워드): 해당사항 없음(N/A)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 1184억원 적자
적정주가: 14만8000원(1년 전)→11만2000원(현재)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마켓PRO가 제공하는 콘텐츠는 투자판단을 위한 참고자료 입니다. 투자판단의 최종 책임은 정보 이용자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