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바다 기업에 돈 몰린다…투자 트렌드 된 리사이클링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플라스틱과 배터리 재활용이 각광을 받으면서 리사이클링이 투자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재활용과 연관된 다양한 상품들이 ETF로 속속 나오고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 폐기물 시장에 투자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한경ESG] 투자 트렌드
‘아나바다’. 외환위기 당시 전 국민에게 퍼진 절약 슬로건이다.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는 뜻에서 앞글자를 본뜬 것이다. 아나바다 정신은 절약에 국한하지 않는다. 무작정 아끼자는 뜻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 적재적소에 사용하고 재활용을 통해 효율을 극대화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이 같은 개념은 환경 분야에도 통용된다. 바꿔 쓰고 다시 쓰는 기업이 각광받는 시대다. 리사이클링(recycling, 재활용)이 새로운 투자 키워드로 부상한 이유다. JP모건이 9월 초 새롭게 상장한 JP모건 지속가능소비 상장지수펀드(ETF, 티커명 CIRC)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다. 자원 사용을 줄이거나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을 추려 ETF를 만들었다. 아나바다 기업이 투자 대상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핵심 요소인 환경(E) 분야에서 리사이클링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뜨고 있는리사이클링 투자법에 대해 살펴봤다.
주목받는 플라스틱과 배터리 시장
최근 들어 가장 각광받는 분야는 플라스틱과 배터리 재활용이다. 사용량이 늘어난 만큼 쓰고 남은 플라스틱과 수명이 다한 배터리 시장이 정부와 해당 기업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실제 9월 초 우리 정부는 경제 규제 혁신 TF를 통해 플라스틱 열분해 및 사용 후 배터리 산업을 중심으로 한 순환경제 활성화 방안을 공개했다. 환경규제 강화, ESG 경영 등에 따라 순환경제 산업이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시장규모 및 성장성을 고려하면 다양한 순환경제 품목 중 플라스틱과 배터리가 미래 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PWC에 따르면 글로벌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오는 2027년까지 연평균 7.4%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EU를 비롯해 미국, 중국 등 주요국도 이 같은 유망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재활용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거나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다만 아직 관련된 투자자들이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은 분야다.
폐배터리 시장은 상황이 다르다. 이 분야는 플라스틱보다 커지는 속도가 더욱 가파를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27년까지 글로벌 사용 후 배터리 시장이 연평균 31.8% 급성장할 것이란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 성장세가 가파른 배터리 리사이클 분야에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도 새빛켐, 성일하이텍, 코스모화학 등 관련 기업이 주목받는 이유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의 대폭적 증가에 따라 폐배터리 처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2차전지 소재에 사용하는 금속의 매장량이 희귀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기차 배터리 전체 밸류체인에서 배터리 순환경제가 부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선 폐배터리 시장이 단순 테마가 아니라 새로운 사업 분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기준 배터리 생산에 따라 발생한 온실가스는 연간 3800만 톤 이상으로 ESG의 중요성이 나날이 증가하는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 요구에 따라 리사이클링 사업에 지속적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오현진 키움증권 연구원은 “SNE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폐배터리 발생량은 2021년 71GWh에서 2025년 290GWh까지 늘어날 전망”이라며 “원재료 가격 증가 및 원재료 유치 경쟁이 강화됨에 따라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산업의 고성장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각 운용사마다 리사이클링과 관련한 유망 종목을 찾기 위해 펀드매니저들이 분주하게 시장을 살펴보고 있다”며 “조만간 관련 투자상품도 속속 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JP모건이 내놓은 지속가능소비 ETF 외에도 이미 시장에는 재활용과 관련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글로벌희토류전략자원기업MV’는 전기차의 구동모터, 2차전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에 들어가는 희토류와 희소금속을 채굴·정제·재활용하는 전 세계 기업에 투자한다. 폐기물에서 희토류 같은 광물을 회수해 재사용할 경우 미래산업의 핵심 연료인 희토류 수급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다.
미국 자산운용사 뉴데이임팩트는 해양생태계 회복에 투자하는 ‘뉴데이 해양생태계 ETF(Newday Ocean Health ETF)’를 내놓았다. 해양 탄소배출저감,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 등 해양 보존에 기여하는 기업에 투자한다. 소재나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기업으로 각각의 상품 포트폴리오 일부를 채우고 있다.
여전히 쓰레기가 돈이 된다?
리사이클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버려지는 쓰레기양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폐기물 시장도 점차 커지고 있다. 세계은행은 2016년 대비 2050년 전 세계 폐기물 배출량이 7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2016년 20억 톤에서 오는 2030년 25.9억 톤, 2050년에는 34억 톤까지 지속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화투자증권은 “경기회복에 따른 폐기물 증가, 친환경 이슈가 대두됨에 따라 폐기물 사업 영역 확장이 기대되는 만큼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폐기물 배출 국가인 미국 폐기물 시장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대표적 폐기물 ETF로는 반에이크 벡터스 환경 서비스 ETF(VanEck Vectors Environmental Services ETF, 티커명 EVX)가 있다. 폐기물 수집, 이송 및 처리 서비스, 재활용 서비스, 토양 재처리, 폐수 관리 및 환경 컨설팅 서비스를 진행하는 기업을 종목으로 편입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친환경이라는 큰 테마가 아닌 폐기물 시장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싶다면 EVX에 투자하는 것이 맞다”며 “국가별 투자 비중을 확인해보면 미국 폐기물 시장에 94%가량 투자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처럼 소득이 높은 선진국일수록 폐기물 배출량이 많고, 폐기물 처리 방법이 다양하며, 투자할 만한 기업도 미국, 캐나다, 유럽에 집중되어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다만 아직까지 상품 규모, 거래량이 크지 않은 만큼 위험 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유동성에 대한 리스크를 확인한 채 긴 호흡으로 장기투자를 고려해볼 만하다는 설명이다.
박재원 한국경제 기자 wonderful@hankyung.com
‘아나바다’. 외환위기 당시 전 국민에게 퍼진 절약 슬로건이다.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는 뜻에서 앞글자를 본뜬 것이다. 아나바다 정신은 절약에 국한하지 않는다. 무작정 아끼자는 뜻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 적재적소에 사용하고 재활용을 통해 효율을 극대화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이 같은 개념은 환경 분야에도 통용된다. 바꿔 쓰고 다시 쓰는 기업이 각광받는 시대다. 리사이클링(recycling, 재활용)이 새로운 투자 키워드로 부상한 이유다. JP모건이 9월 초 새롭게 상장한 JP모건 지속가능소비 상장지수펀드(ETF, 티커명 CIRC)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다. 자원 사용을 줄이거나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을 추려 ETF를 만들었다. 아나바다 기업이 투자 대상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핵심 요소인 환경(E) 분야에서 리사이클링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뜨고 있는리사이클링 투자법에 대해 살펴봤다.
주목받는 플라스틱과 배터리 시장
최근 들어 가장 각광받는 분야는 플라스틱과 배터리 재활용이다. 사용량이 늘어난 만큼 쓰고 남은 플라스틱과 수명이 다한 배터리 시장이 정부와 해당 기업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실제 9월 초 우리 정부는 경제 규제 혁신 TF를 통해 플라스틱 열분해 및 사용 후 배터리 산업을 중심으로 한 순환경제 활성화 방안을 공개했다. 환경규제 강화, ESG 경영 등에 따라 순환경제 산업이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시장규모 및 성장성을 고려하면 다양한 순환경제 품목 중 플라스틱과 배터리가 미래 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PWC에 따르면 글로벌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오는 2027년까지 연평균 7.4%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EU를 비롯해 미국, 중국 등 주요국도 이 같은 유망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재활용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거나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다만 아직 관련된 투자자들이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은 분야다.
폐배터리 시장은 상황이 다르다. 이 분야는 플라스틱보다 커지는 속도가 더욱 가파를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27년까지 글로벌 사용 후 배터리 시장이 연평균 31.8% 급성장할 것이란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 성장세가 가파른 배터리 리사이클 분야에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도 새빛켐, 성일하이텍, 코스모화학 등 관련 기업이 주목받는 이유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의 대폭적 증가에 따라 폐배터리 처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2차전지 소재에 사용하는 금속의 매장량이 희귀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기차 배터리 전체 밸류체인에서 배터리 순환경제가 부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선 폐배터리 시장이 단순 테마가 아니라 새로운 사업 분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기준 배터리 생산에 따라 발생한 온실가스는 연간 3800만 톤 이상으로 ESG의 중요성이 나날이 증가하는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 요구에 따라 리사이클링 사업에 지속적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오현진 키움증권 연구원은 “SNE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폐배터리 발생량은 2021년 71GWh에서 2025년 290GWh까지 늘어날 전망”이라며 “원재료 가격 증가 및 원재료 유치 경쟁이 강화됨에 따라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산업의 고성장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각 운용사마다 리사이클링과 관련한 유망 종목을 찾기 위해 펀드매니저들이 분주하게 시장을 살펴보고 있다”며 “조만간 관련 투자상품도 속속 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JP모건이 내놓은 지속가능소비 ETF 외에도 이미 시장에는 재활용과 관련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글로벌희토류전략자원기업MV’는 전기차의 구동모터, 2차전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에 들어가는 희토류와 희소금속을 채굴·정제·재활용하는 전 세계 기업에 투자한다. 폐기물에서 희토류 같은 광물을 회수해 재사용할 경우 미래산업의 핵심 연료인 희토류 수급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다.
미국 자산운용사 뉴데이임팩트는 해양생태계 회복에 투자하는 ‘뉴데이 해양생태계 ETF(Newday Ocean Health ETF)’를 내놓았다. 해양 탄소배출저감,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 등 해양 보존에 기여하는 기업에 투자한다. 소재나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기업으로 각각의 상품 포트폴리오 일부를 채우고 있다.
여전히 쓰레기가 돈이 된다?
리사이클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버려지는 쓰레기양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폐기물 시장도 점차 커지고 있다. 세계은행은 2016년 대비 2050년 전 세계 폐기물 배출량이 7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2016년 20억 톤에서 오는 2030년 25.9억 톤, 2050년에는 34억 톤까지 지속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화투자증권은 “경기회복에 따른 폐기물 증가, 친환경 이슈가 대두됨에 따라 폐기물 사업 영역 확장이 기대되는 만큼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폐기물 배출 국가인 미국 폐기물 시장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대표적 폐기물 ETF로는 반에이크 벡터스 환경 서비스 ETF(VanEck Vectors Environmental Services ETF, 티커명 EVX)가 있다. 폐기물 수집, 이송 및 처리 서비스, 재활용 서비스, 토양 재처리, 폐수 관리 및 환경 컨설팅 서비스를 진행하는 기업을 종목으로 편입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친환경이라는 큰 테마가 아닌 폐기물 시장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싶다면 EVX에 투자하는 것이 맞다”며 “국가별 투자 비중을 확인해보면 미국 폐기물 시장에 94%가량 투자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처럼 소득이 높은 선진국일수록 폐기물 배출량이 많고, 폐기물 처리 방법이 다양하며, 투자할 만한 기업도 미국, 캐나다, 유럽에 집중되어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다만 아직까지 상품 규모, 거래량이 크지 않은 만큼 위험 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유동성에 대한 리스크를 확인한 채 긴 호흡으로 장기투자를 고려해볼 만하다는 설명이다.
박재원 한국경제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