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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집중탐구

상장 두달 만에 주가 3배 넘게 올라…폐배터리 테마 '훨훨'
투자위험 요소 살펴보니…폐배터리 물량 확보 등 우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식시장은 어느 곳보다 '테마'라는 단어에 민감합니다. 테마는 어느 날 갑자기 세상 사람들 눈을 한껏 사로잡았다가 연기처럼 사라지기도 하죠. 그렇다고 주식시장에서 테마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투자 관점에선 트렌드를 파악하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요즘 같은 급락장에선 테마주에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시장에서 가장 핫한 테마는 폐배터리 업종이죠. 오늘 소개할 종목은 대표적인 폐배터리 재활용주 성일하이텍입니다. 코스닥시장 상장 두달 만에 공모가 대비 3배 넘게 주가가 오른 종목입니다. 만약 성일하이텍 투자를 고민하고 있다면 폐배터리 시장의 특성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원자재 가격 급등하자 실적 '대박'

2000년 설립된 성일하이텍은 버려진 2차전지에서 황산코발트·황산니켈·탄산리튬·황산망간·구리 등을 추출하는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입니다. 최근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2차전지 수요 확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주목받고 있죠.

배터리 재활용 과정은 크게 전처리 공정과 습식 공정으로 나뉩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방전하고 파분쇄하면 양극활물질인 니켈·리튬·코발트·망간이 묻어있는 까만색 분말, 즉 블랙 파우더가 나오죠. 이 블랙 파우더를 분리하는 작업을 하는 게 전처리 공정입니다. 이후 습식제련 공정에서는 용매추출 기술을 통해 블랙 파우더에서 양극활물질을 뽑아냅니다.

성일하이텍은 폐배터리 전처리부터 습식제련 공정까지 모든 재활용공정이 가능한 회사입니다. 특히나 습식공정에서 큰 두각을 보이고 있죠. 습식공정은 건식 대비 초기 비용이 낮으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고, 리튬과 망간 등의 회수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성일하이텍은 후공정업계에서도 최고 수준의 회수율(95%)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성일하이텍 매출도 대폭 늘어났죠. 2019년 연결 기준 494억원이던 매출액은 2020년 659억원, 2021년에는 1472억원으로 늘어났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됩니다. 2019년과 2020년 말 120억원, 6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나 작년 168억원의 흑자를 기록하죠. 지난해 제품별 매출 비중은 코발트 49%, 니켈 39%, 리튬 6%, 구리 4%, 망간 1%, 기타 1%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폐배터리 테마 타고…주가 3배 급등

시장에서도 폐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SNE리서치 추산으론 전 세계에서 수명을 다하는 폐배터리는 2025년 42기가와트시(GWh)에서 2040년 3455기가와트시로 80배 늘어납니다. 폐차되는 전기차가 2025년 54만대(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포함)에서 2040년 4636만대로 급증할 전망이기 때문이죠.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25년 세계적으로 22억8000만 달러(약 3조1700억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한 리튬이온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규모가 2040년 310억 달러 (43조1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봤죠.

이처럼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이 미래산업으로 떠오자 성일하이텍 주가도 급등하고 있습니다. 7월 28일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성일하이텍의 최고가는 이달 14일 장중 기록한 16만9700원으로, 공모가(5만원)와 비교하면 3배 이상으로 뛰었습니다. 현재는 14만45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공모가 대비 3배 가까이 오른 수준이죠.
[마켓PRO]잘 나가는 성일하이텍…'이것'만큼은 알고 투자해야
사실 성일하이텍 흥행은 상장 전에 예견됐죠. 앞서 진행된 기관 수요예측에서 희망 공모가 밴드 상단을 뚫고 5만원에 공모가를 확정했죠. 더군다나 일반 공모 청약에서는 20조1431억원의 청약증거금이 몰리며 1207.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증시 침체로 공모주 시장마저 얼어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이례적인 성과입니다.

폐배터리 재활용 테마에 묶인 것이 주가 급등의 배경입니다. 그렇다고 회사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무작정 투자할 수는 없죠. 아무리 산업 전망이 긍정적이라도 테마에 엮일 경우 주가에 거품이 껴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

원자재 가격 따라 실적 요동친다

성일하이텍이 어떤 위험 요소를 안고 있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성일하이텍은 원자재 취급하는 곳이라고 언급했죠. 따라서 투자를 고민하고 있다면 원자재 가격 추이를 자세히 살펴봐야 합니다.

성일하이텍은 원자재 가격의 변동에 따라 매출 부침을 겪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코발트, 니켈 등의 가격이 떨어지면 제품 가격이 낮아져 매출이 줄고, 재고자산평가손실도 발생하기 때문이죠. 반대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매출이 증가합니다. 실제 코발트 등의 가격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난해 급등하면서 성일하이텍의 매출 증가에 기여했죠.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2차전지 산업에서 최후방 업종이라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2차전지 관련 각국의 정책과 수요량에 따라 실적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가 간 갈등과 제재 가능성,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칫 2차전지 산업의 성장이 둔화될 경우 성일하이텍 속한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죠.

너도나도 '폐배터리' 사업…경쟁 심화 가능성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배터리·광산·건설 업체까지 가리지 않고 배터리 재활용 시장에 뛰어드는 것도 위험 요소입니다. 당장 공급될 수 있는 폐배터리 물량이 제한돼 관련 산업에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죠. 경쟁 심화로 폐배터리 확보가 어려워지고, 판매 단가가 하락할 수 있습니다.

최근 폐배터리 산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배터리 3사뿐만 아니라 에너지·화학·건설 업체까지 폐배터리 시장에 뛰어들었죠. SK에코플랜트는 미국 어센드엘리먼츠와 5000만 달러의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했으며, GS건설도 자회사 에네르마를 통해 리튬이온 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진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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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완성차에 이어 전기차 배터리와 직접적인 사업 연관성이 없는 기업들도 폐배터리의 성장 가능성과 친환경성을 높이 평가하고 관련 산업에 선제적으로 진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죠.

문제는 이 시장에 뛰어든 모든 기업이 재활용을 사업화할 수 있을 정도의 폐배터리가 아직 없다는 점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이 설립되는 가운데 자칫 폐배터리 공급이 이들 기업의 투자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성일하이텍의 향후 실적은 원자재 가격과 폐배터리 수급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폐배터리 확보 능력에 따라 시장 점유율이 달라질 것으로 보이죠.

전기차 배터리 수명은 대략 8~10년으로, 전기차 시장과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그만큼의 시차를 두고 형성됩니다. 2013년부터 테슬라의 '모델S'를 시작으로 전기차 판매가 증가하기 시작한 만큼 올해가 태동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폐배터리 물량 확보를 위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박진형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과 관련해 "원자재 가격 급등, 2차전지 수요 증가, 환경 이슈 등에 대비하기 위해 안정적인 원료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성일하이텍 프로필(9월19일 종가기준)
현재 주가:
14만4500원
PER(16일 종가 기준): 51.08배
동종업계 PER(16일 종가 기준): 코스모화학(61.7배), 하나기술(57.88배)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 303억원
공모가: 5만원(7월28일 코스닥시장 상장)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