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잭슨홀 연설, 파월이 바꿨다"…침체 오면 이렇게 투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개막을 하루 앞둔 19일(미 동부 시간) 뉴욕 증시는 짙은 관망세 속에 종일 오르락내리락했습니다. 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았습니다.

오전 8시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3.51%를 돌파해 2011년 6월 이후 11년 만에 최고에 도달했습니다. 이번 주 미국 중앙은행(Fed)의 정책 결정에 가장 큰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Fed 외에도 영국, 일본, 스위스, 노르웨이, 대만, 터키 등 세계 16개국 중앙은행이 회의를 하고 통화정책을 결정합니다. 세계적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큰 데다, Fed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면서 일본과 중국을 뺀 대부분이 큰 폭으로 금리를 인상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모두 합쳐 500bp가 넘는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런 분위기가 시장금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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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는 기준금리 75bp 인상이 예상됩니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9월 75bp를 올리고 11월에 50bp, 12월에 또다시 50bp를 올려 연말에 기준금리가 4~4.25%가 될 것으로 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전망도 같습니다) 또 내년 2월(1월 31~2월 1일)에 25bp를 한 차례 더 올려 최종금리는 4.25~4.5%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높은 금리가 2023년 내내 이어질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금리 인하는 2024년에 한 차례, 2025년에 두 차례에 그칠 것으로 봤습니다. 채권 시장은 현재 내년 4월 약 4.41%의 최종금리를 책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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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 폭만큼이나 관심이 쏠리는 곳은 경제 전망(SEP)과 점도표(Dot plot)입니다. Fed 위원들이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그리고 기준금리 전망치를 얼마나 높일지, 경제성장률은 얼마나 낮출지가 핵심입니다. ING는 내년 말 인플레이션(PCE) 전망치를 2.7%로 유지하는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하면서 2.5% 이하로 전망하면 비둘기파적, 3% 이상으로 제시하면 매파적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또 내년 실업률을 4% 이상으로 제시하면 비둘기파적이지만 경기 침체 위험을 인정하거나 혹은 침체가 필요하다고 밝힌다면 매파적일 것으로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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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퍼샌들러는 "점도표의 기준금리 예상치가 올해 4% 이상, 내년에는 더 높아질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시장에 반영된 가격보다 높겠지만 올해 이후의 점은 추측일 뿐이며 큰 변화가 있을 수 있다. Fed가 내년 이후에 뭘 할 것인가는 점도표가 아니라 인플레이션과 고용에 달려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UBS는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잭슨홀 연설에서 했던 것처럼 매우 분명한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까지 경착륙 없이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다는 낙관론을 내비쳤는데, 이번에 그런 메시지를 바꿀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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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금리가 오랜 기간 유지된다면 경기가 둔화할 것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주말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5%에서 1.1%로 0.4%포인트 낮췄습니다. 또 실업률은 올해 말 3.7%, 내년 말 4.1%로 이전 전망치보다 각각 0.1%포인트와 0.3%포인트 높였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예상보다 높은 기준금리 및 긴축적인 금융여건은 내년 성장률과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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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환경에서는 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내기 어렵죠. 골드만삭스는 S&P500 기업의 순마진이 내년에는 올해보다 25bp 줄어 12% 수준이 될 것으로 봤습니다. 특히 내년 경기침체가 오면 11%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측합니다. 현재 월가 컨센서스는 올해보다 14bp 높아져 12.4%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전략가는 "월가 컨센서스가 너무 낙관적이며 하향 조정될 것으로 믿는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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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상승 속에 투자자 불안감은 커졌습니다. 오전 9시 30분 주요 지수는 0.7~0.8% 내림세로 출발했습니다. 단기간에 너무 오른 탓인지 금리 상승세는 오전 10시가 넘자 주춤해졌습니다. 오후 3시 20분 1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2.9bp 오른 3.483%를 기록했습니다. 2년물 수익률은 7.3bp 오른 3.940%에 거래됐습니다. 10년물 금리가 2022년 최고치인 3.482%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 폭을 줄이자, 증시는 장 초반 하락 폭을 줄이고 반등했습니다. 다우는 0.64% 올랐고, S&P500 지수는 0.69%, 나스닥은 0.76% 상승해 거래를 마쳤습니다. S&P 500은 정확히 3899.89에서 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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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상승세가 꺾어졌다고 보는 관측은 많지 않습니다. Fed가 경제가 위험에 처해도 계속 긴축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주 국채 10년물 금리 전망치를 3.75%까지 높였습니다. 씨티의 윌리엄 오도넬 채권 전략가는 "3.5%를 지속해서 상회할 때 다음 지지선은 3.76%가 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2년물의 경우 4%를 넘을 수 있습니다. BMO 캐피탈 마켓의 이안 링젠 채권 전략가는 "점도표가 4.25~4.50%의 최종금리를 나타낸다고 가정할 때 4% 이상의 경로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2년물 4.25% 목표는 "장기간 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Fed의 약속을 받아들인다면 합리적 목표"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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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금리 급등은 주식에 부정적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0년물 금리가 급등하면서 S&P500 주식 가운데 10년물 금리보다 배당수익률이 높은 주식은 이제 20% 미만입니다. 2006년 이후 처음입니다. 2년물 금리에 비하면 단지 16%만이 더 높은 배당을 줍니다. 노던트러스트의 캐시 닉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많은 투자자가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없어 주식 시장에서 위험을 감수해왔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정말 그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코스틴 전략가는 "2년물 금리가 정점을 찍으면 Fed 매파 성향의 꼭지 신호가 될 것이며 자산 전반에 걸쳐 약간 안도감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2년물 금리는 Fed의 기준금리가 최고에 달하기 한 달 반 전에 더 높은 수준에서 정점을 찍었다. 우리는 아직 그런 전환점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관건은 이런 Fed가 연착륙이 아닌 경착륙을 가져올지 여부입니다. 경착륙, 즉 침체가 발생할 때까지 긴축을 밀어붙인다면 주가는 추가 하락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오늘 발표된 미국의 주택 건설업체 심리는 9개월 연속 하락했는데, 이는 1985년 이후 가장 긴 연속 하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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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의 비공식 대변인'인 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오늘 'Jerome Powell’s Inflation Whisperer: Paul Volcker'(파월 의장의 인플레이션 조련사: 폴 볼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파월 의장은 지난 8월 말 잭슨홀 연설을 앞두고 뉴욕 증시가 랠리를 벌이자 원래 연설을 폐기하고 'Fed가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대가로 경기침체를 받아들일 수 있다'라는 취지의 비정상적이고 짧은 연설을 했다고 썼습니다. 파월 의장이 일부로 짧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기로 했다는 것이죠. 실제 파월 의장은 지난 8일 카토연구소 대담에서 "매우 간결하고 강력한 메시지가 적절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구겐하임의 스콧 마이너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Fed의 금리 인상이 투자자의 ‘눈물로 끝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CNBC 인터뷰에서 Fed의 긴축이 과도할 수 있다며 ”그들은 무언가 깨질 때까지 계속 밀어붙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이너드는 "내 생각에 브레이크는 아마도 주가를 통해 올 것으로 생각하지만 신흥시장 등 다른 곳에서 올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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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는 아직은 연착륙을 믿습니다. 내년 경기침체 확률은 35%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보고서에서 "연착륙으로 가는 좁은 길은 Fed가 임금 상승과 인플레이션을 낮추기에 충분할 만큼 성장률을 잠재 성장률보다 낮추는 긴축을 요구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소비자 지출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8%를 차지하기 때문에 성장을 낮게 유지하려면 소비 성장도 완만해야 하는데, 지속적 일자리 증가와 임금 상승, 정부의 복지 프로그램 등으로 소득 성장은 내년 말까지 상당히 강할 것"이라면서 "이는 2023년 실질 소비 성장에 대한 상승 위험을 시사하며, Fed가 더 많이 인상해야 할 가능성을 높인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경착륙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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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는 경기침체가 없는 기본 시나리오(50% 확률)가 실현된다면 S&P500 지수가 3400 근처에서 바닥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침체가 닥치는 시나리오(40%)에서는 내년 1분기에 성장이 다시 가속화되는 게 가시화되기 전까지 S&P500 지수가 3000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①침체가 온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캐피털 그룹에 따르면 1950년 이후 11번의 경기침체가 발생했는데 평균 지속 기간은 10개월이었습니다. 가장 긴 침체가 18개월 지속했고, 가장 짧은 건 팬데믹 당시 2개월입니다. 이런 침체는 평균적으로 미국 GDP를 2.5% 감소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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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침체기에 주식 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경기침체와 약세장 기간은 상당 부분 겹칩니다. 주식은 통상 경기 사이클보다 6~7개월 먼저 움직입니다. 즉 경기 사이클이 정점을 찍기 전에 떨어지기 시작하고, 경기 사이클이 바닥을 찾기 전에 상승하기 시작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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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침체를 예상하는 지표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국채 수익률 곡선 역전, 실업률, 소비자 신뢰지수, 주택 착공 수치, 경기 선행 지수 등이 있습니다. 이들 중 가장 먼저 침체를 예고하는 건 수익률 곡선 역전입니다. 평균 14.5개월에 달합니다. 현재 이들 5개 지표 가운데 침체를 가리키고 있는 건 수익률 곡선과 소비자 신뢰 지수 등 두 가지입니다. 현재 2년물 수익률은 10년물보다 50bp 가까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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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침체가 온다면 주식은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요?
캐피털그룹이 1987년부터 지난 8월까지 발생한 하락률 15% 이상의 약세장 10번을 분석했더니 필수소비재(10회), 헬스케어(9회) 유틸리티(9회) 등이 S&P500 지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인 업종이었습니다. 이들 업종의 특징은 상대적으로 배당수익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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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시장에는 연착륙을 주장하는 낙관론자도 있습니다.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글로벌 헤드는 오늘 보고서에서 세 가지 이유로 주가 하락은 제한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더 매파적인 중앙은행에 대한 가격 책정과 그에 따른 실질 금리 상승이 증가가 위험 자산에 부담을 주고 있지만, ⑴예상보다 나은 기업 이익 성장 및 실적 추정치 수정 추세가 바닥을 칠 수 있다는 신호(예상보다 나은 이익 성장은 투자자들에게 주식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보호를 제공하는 자산임을 상기시킬 것) ⑵매우 낮은 소매 및 기관 투자자 포지셔닝 ⑶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의 감소 등을 고려할 때 여기에서의 어떠한 하락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나쁜 경우(경착륙)가 닥쳐도 Fed가 시장에 반영된 것보다 빨리 금리를 인하해서 주식 시장을 지지할 것으로 믿는다"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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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스파고는 "Fed의 9월 비둘기파 전환은 기대하지 않지만 75bp 인상은 선제적 금리 인상이 거의 끝났다는 신호를 보낼 것이고, 이는 긴축이 거의 끝에 달하면서 감속될 것이란 시장 기대를 부추길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주식을 포함한 위험 자산에 긍정적일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