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메모리반도체 기업 삼성전자가 하반기 반도체 매출 전망을 기존 대비 ‘30% 이상’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경기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위축됐기 때문이다. 산업계에선 반도체 업황이 본격적인 빙하기에 접어든 만큼 반도체 재고가 해소되는 내년 상반기까지 침체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단독] 삼성, 반도체 매출 전망 32% 낮췄다
30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 고위 관계자는 지난 28일 열린 직원 간담회에서 “올 하반기 매출 가이던스(회사 내부 전망치)를 4월 전망치 대비 32% 낮췄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삼성전자의 하반기 반도체 매출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67조294억원이었다. 이 관계자가 언급한 감소폭 32%를 시장 컨센서스에 적용하면 하반기 반도체 매출 전망치는 45조원 안팎으로 줄어든다.

삼성전자의 보수적인 전망은 최근 하락세를 보이는 메모리반도체 가격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 고정거래가격(기업 간 대량거래 때 가격)은 직전 고점인 지난해 7월 4.10달러에서 올 9월 2.85달러로 30.5% 급락했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같은 기간 4.81달러에서 4.30달러로 10.6% 떨어졌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PC 수요가 감소하고 중국 상하이 봉쇄 등으로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메모리반도체 주문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업체와 고객사 모두 너무 많은 반도체 재고를 들고 있다”며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반도체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며 메모리반도체 하락 사이클에 대응하고 있다. 이날 세계 3위 D램 생산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의 산제이 메로트라 최고경영자(CEO)는 “2023회계연도(2022년 9월~2023년 8월) 반도체 웨이퍼 투자 규모를 전년 대비 50%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감산까지는 아니더라도 반도체 생산량 증가폭을 줄여 ‘공급 과잉’ 상황에 대비하겠다는 뜻이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국내 반도체 기업도 일정 기간 공급량을 조절하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벌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