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가 지급 보증을 약속한 춘천 레고랜드 조성 사업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이 부도 처리되면서 단기자금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신뢰를 거둬들인 투자자들이 PF 유동화증권(ABCP·ABSTB)을 외면하면서다. 증권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차환 발행 물량을 떠안으면서 유동성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PF 유동화시장에 '강원도發 충격'…유동성 위기 커지는 증권사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특수목적회사(SPC)인 비아이티리치제일차는 565억원어치 ABSTB를 지난 12일 차환 발행했다. ‘천안 북부 BIT 일반산업단지 개발사업’의 자금 조달을 위해 설립한 SPC다. 천안시의 지급 보증을 통해 ‘A1’ 등급의 높은 신용도를 확보했다. 하지만 마땅한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주관사인 교보증권이 자체 자금으로 이 ABSTB를 직접 사들였다.

‘경산 지식산업지구 조성사업’을 위해 발행된 ABCP(530억원)도 차환 발행 과정에서 애를 먹고 있다. 주관을 맡은 한국투자증권은 ABCP를 인수해 차환 발행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F 유동화증권의 신뢰가 훼손된 것은 강원도가 지급 보증한 ABCP가 부도 처리되면서다. 그간 PF 유동화증권은 지방자치단체·증권사·건설사의 매입 약정이나 확약을 통해 신용을 보강해왔다. 하지만 강원도의 ABCP에서 파산 사태가 발생하면서 투자자의 불신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차환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증권사의 유동성이 압박받고 있다는 점이다. 증권사들이 만기가 다가온 PF 유동화증권을 떠안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자체·증권사 등에서 신용보강을 받은 PF 유동화증권 발행 잔액은 총 62조6600억원(상반기 기준)에 달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A1등급 PF 유동화증권 금리가 기존 3~4%대에서 6%대까지 치솟았다”며 “통상 3개월인 만기를 1주일 단위까지 줄여가면서 급한 불을 끄고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