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2일(현지시간) 예상대로 오는 12월 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금리인하 전환 고려는 "매우 시기상조"라며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인 입장을 확인하면서 주요 지수들이 급락했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506.43포인트(1.55%) 내린 3만2146.77로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96.61포인트(2.51%) 내린 3759.49로, 나스닥지수는 366.05포인트(3.36%) 내린 1만524.80으로 거래를 마쳤다.

시장 투자자들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와 파월 Fed 의장의 기자회견, ADP 고용 보고서를 주목했다. Fed는 이날 사상 초유의 4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기준금리 목표치를 연 3.75%~4.00%로 인상했다. 이는 2008년 1월 이후 최고치다.

Fed는 성명에서 "목표 범위의 미래 인상 속도를 결정하는 데 있어 통화정책의 누적된 긴축과 통화정책이 경제활동과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시차, 그리고 경제 및 금융 변화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은 예상대로 금리 인상 속도조절을 시사하는 내용이 나왔다고 봤고, 지수들은 일제히 상승했다. S&P500지수는 최대 1%가량 올랐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4% 아래로 떨어지고, 달러지수는 한때 0.9%가량 하락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쏟아내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파월 의장은 "다음 회의나 그다음 회의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며 '속도 조절론'에 힘을 실어주는 듯 했지만 "최종 금리가 이전에 예상한 것보다 더 높을 수 있다"는 발언도 내놨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 중단에 대해 언급하는 것도 "시기상조"라며 "Fed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회의 이후 입수되는 자료는 최종 금리가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며 "최종 금리 수준은 이전 예상보다 더 높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Fed 위원들이 제시한 최종금리는 내년 연 4.6% 수준이다. 금리 목표치로 하면 연 4.5%~4.75%로 금리가 이보다 더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연 5%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미 금리 선물 시장은 Fed의 최종 금리가 연 5.05%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자들은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대한 Fed의 신호를 기대했지만 파월 의장이 이에 반하는 언급을 하면서 심리가 얼어붙었다. 3대 지수는 현지시간으로 오후 2시30분께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이후 갑자기 급락했다. 채권시장도 요동쳤다.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연 4.634%까지 상승했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연 4%를 넘어섰다.

미국의 민간 고용 지표는 여전히 견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ADP가 발표한 10월 민간 부문 고용은 전달보다 23만9000명 증가했다. 직전월인 9월 당시 증가분(19만2000개)보다 더 많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인 19만5000명을 웃도는 수준이었다. 10월 임금상승률은 7.7%로 전달보다 0.1%포인트 하락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개별 종목으로는 에어비앤비의 주가가 13% 이상 급락했다. 3분기 실적은 예상치를 웃돌았음지만 4분기 전망치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됐다. 전날 장 마감 후 예상을 밑도는 실적을 발표했던 AMD는 1.7%가량 떨어졌다.

기술주들도 줄줄이 내림세를 보였다. 아이폰 주력 생산지인 중국 정저우시의 폐쇄 소식에 애플 주가는 3.73% 하락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3%대의 하락률을 나타냈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플랫폼과 테슬라도 5% 안팎으로 하락했다. 마이크론, 엔비디아 등 반도체주들도 줄줄이 내리면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3% 하락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0.05포인트(0.19%) 오른 25.86을 나타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