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달러 약세가 말하는 것'…랠리 이어져도 강세장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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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장에서 예상보다 낮게 나온 10월 소비자물가(CPI)로 인해 흥분이 이어지는 가운데 11일(미 동부시간) 뉴욕 증시 개장을 앞두고 여러 가지 긍정적 소식이 이어졌습니다.
중국 정부는 긴밀 접촉자와 입국자의 격리 기간을 종전 7일에서 5일로 이틀간 단축하는 등 몇 가지 코로나 제로 정책 완화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관련 소문이 나돈 지 열흘 만에 조금씩 구체적 조치들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중국의 감염 사례가 1만 명을 넘는 등 환자가 급증하고 있어, 이런 봉쇄 완화의 속도는 점진적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월요일 인도네시아 G20 회담에서 만난다는 소식도 긍정적이지만, 월가에서는 별다른 합의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는 크지 않습니다.)
러시아가 엊그제부터 우크라이나의 남부 핵심 거점인 헤르손에서 철수하고 있는 가운데 평화협상이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무성해지고 있습니다. 백악관의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주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타협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NBC 보도도 나왔습니다. 오늘 러시아 크렘린궁은 "우크라이나의 강경한 태도로 인해 평화회담은 불가능하다”라면서도 “특수작전 목표는 평화회담을 통해 달성할 수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지난 24시간 동안 올해 내내 증시를 끌어내료온 세 가지 가장 큰 위협 요인에 긍정적인 일이 동시에 발생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물가는 확연한 둔화 조짐을 보였고, 중국은 중국 언론이 '팬데믹이 시작된 뒤 가장 광범위한 완화'라고 부르는 코로나 완화 조치를 발표했다는 것이죠. 그는 "우크라이나는 지금부터는 러시아가 2014년부터 보유한 영토로 들어가야 하고 밀어붙이기가 훨씬 더 어려울 수 있다"이라며 "교착 상태가 예상되고 겨울도 시작되는데, 이는 잠재적 협상을 위한 요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변화는 투자자에게 시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고 지수에 대한 적절한 수준을 재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침 9시 30분 뉴욕 증시는 보합권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오전 내내 오르락내리락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어제 지수가 폭등하면서 약간 경계심이 생긴 데다, FTX의 파산 신청이 투자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오늘 채권시장은 베테랑스 데이를 맞아 휴장했습니다. 국채 선물시장은 열렸지만, 움직임은 크지 않았습니다)
FTX는 오늘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습니다. FTX뿐 아니라 마켓메이커인 알라메다 리서치 등 130여 개 계열사도 포함됐습니다. FTX는 "세계 모든 이해당사자의 이익을 위해 자발적 파산보호 절차를 시작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설립자인 샘 뱅크먼-프리드(SBF)는 어제까지도 "FTX USA는 괜찮을 것", "자본을 유치하고 있다"라고 밝혔지만, 오늘 "미안하다"라며 파산을 신청한 뒤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는 또다시 급락했습니다. 금융시장 전반에 큰 충격을 부르지는 않고 있습니다. 리처드 번스타인 리서치의 댄 스즈키 부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암호화폐는 금융시장, 금융 거래, 일자리, 소비자 지출, 기업 지출 등에서 비교적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코인 대출업체 블록파이가 고객 자금 인출 제한에 들어가고, 바이낸스의 장펑자오 최고경영자가 "FTX의 파산신청으로 관련 업계가 연쇄 타격을 입을 것이다. FTX발 위기가 전 암호화폐 생태계로 퍼질 것"이라고 밝힌 게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보도디면서 투자 심리가 일부 냉각됐습니다. 하지만 오후 들어 주요 지수는 상승세를 보이더니 시간이 갈수록 오름폭은 커졌습니다. 다우는 0.1% 오르는 데 그쳤지만, S&P500 지수는 0.92%, 나스닥은 1.88%나 상승해 거래를 마쳤습니다. 씨티그룹의 글로벌 매크로 전략팀은 그동안 유지해오던 S&P500지수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을 끝내기로 했습니다. 위험 선호 심리 회복, 중국의 경제 재개 가능성에 따른 주가 상승 가능성, 그리고 연말까지는 시장에 부정적 촉매가 거의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씨티는 “사실 지금부터 11월 고용보고서(12월 2일), 12월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 12월 13~14일), 11월 소비자물가(13일) 발표까지 그 사이에는 약세 촉매를 찾기가 어렵다"라고 밝혔습니다.
월가에서는 이렇게 비어있는 캘린더, 강한 연말 계절성, 물가 둔화 기대감 등으로 인해 단기 랠리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S&P500 지수 4080 수준에 있는 200일 이동평균선까지는 올라갈 수 있다고 봅니다. 오늘 S&P500 지수가 3992.93에 마감됐으니, 앞으로 3%가량 더 올라갈 것이란 뜻입니다.
'비관론자'인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CIO도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이번 랠리가 끝나지 않았으며 추수감사절(11월 24일)을 지나 12월 초까지 더 갈 길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S&P500 지수가 4081에 있는 200일 이동평균선을 돌파하면 '야성적 충동'(Animal Sprits)을 불러일으키고 패시브 펀드 자금을 더 끌어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지수는 4200~43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그는 여전히 이번 베어마켓은 Fed가 완화 정책으로 선회할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씨티도 마찬가지입니다. 씨티는 "향후 2~6주 동안은 시장은 곰(비관론자)을 고통스럽게 압박할 수 있다”라면서도 "주식이 갑자기 다시 강세장에 있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기업 이익(EPS)의 감소가 2023년 상반기의 불거질 주요 위험으로 꼽았습니다.
월가의 다수가 이처럼 연말까지 주식이 더 상승할 수 있지만 바닥은 내년 초에야 발생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물가가 둔화하고 있지만 Fed는 할 일이 더 남았고→경기는 둔화할 것이며(혹은 침체가 오거나)→기업 이익은 감소할 것이고 →이를 고려하면 지금 혹은 지금보다 높은 주가는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너무 높다는 것입니다.
▶Fed 할 일이 더 남았다
웰스파고는 "10월 CPI 둔화는 환영하지만, 인플레이션이 Fed가 수용할 수준으로 되돌아가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특히 2% 인플레이션 목표로 되돌아가는 길은 억제하기 어려운 서비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험난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10월 CPI는 12월 75bp 인상 가능성을 줄였지만, Fed는 당분간 덜 긴축하기 보다는 더 긴축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웰스파고는 "소비자들의 끈질긴 회복력과 노동 시장의 지속적 빡빡함은 단기 경제 활동이 괜찮을 것을 시사하고 Fed가 더 많은 일을 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라며 "우리는 Fed가 12월에 50bp를 인상할 것으로 보지만, 내년 2월에도 50bp를 한 차례 더 인상하고 3월 25bp를 올린 뒤 이번 인상 사이클을 끝낼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렇게 되면 최종금리는 5~5.25%가 됩니다. 웰스파고는 Fed가 2023년 남은 기간 금리를 유지하고 2024년 초에나 경기 침체에 대응하여 금리를 낮추기 시작할 것으로 봤습니다.
프린시펄 애셋 매니지먼트도 "10월 CPI에서 나타난 인플레이션의 첫 번째 하방 서프라이즈는 주식 시장에서 박수를 받겠지만 Fed가 인플레이션 방향에 대해 확신하려면 이러한 추세가 몇 달 동안 지속하여야 한다"라면서 "지금 Fed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은 긴축 속도를 낮추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프린시펄의 시마 샤 전략가는 "Fed가 12월에 75bp가 아닌 50bp를 인상할 것이 분명하지만 일련의 연속된 CPI 보고서에서 물가가 계속 완화될 때까지는 금리 인상의 중단은 거리가 멀다. 아직 100bp 정도의 추가 긴축이 남아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업 이익 감소
핌코는 "10월 CPI 보고서의 의미가 경제 전망에 보편적으로 긍정적이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인플레이션 수치가 놀라울 정도로 약하다는 것은 소비자 지출 감소와 기업 부문의 마진 압력 증가를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습니다. 핌코는 "최근 분기에 전반적인 유통 마진은 놀라울 정도로 잘 유지되었다. 그러나 실질 소비가 감소하면 이런 마진을 유지할 수 있는 기업 능력이 약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10월 CPI는 소비자 지출 전망에 하방 위험이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오늘 발표된 11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예비치)에서도 이런 상황이 감지됐습니다. 지수는 10월 59.9에서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인 54.7까지 하락했습니다. 다만 1년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5.1%, 5년 기대치는 3.0%로 각각 전월(5.0%, 2.9%)보다 0.1%포인트씩 올랐지만 치솟지는 않았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S&P500 기업의 2023년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0%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기존에 3% 증가할 것으로 봤었는데, 3분기 어닝시즌을 지켜보고 나서 전망치를 낮춘 것입니다. 에너지 업종을 빼고는 마진이 올해 86bp, 내년에는 50bp 하락할 것으로 봤습니다. 그래서 팬데믹 이전 수준인 11.3%로 돌아갈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특히 경기 침체가 오면 EPS 예측치는 11% 감소할 것으로 봤습니다.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다
바이털 날리지의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지난달부터 연말 랠리가 있을 것이고, S&P500 지수는 39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어제 S&P 500지수가 이를 넘었습니다. 그는 "S&P500 지수가 순식간에 3900에 달했고 이제는 밸류에이션 문제가 있다. 내년 기업 EPS 추정치 230달러에 17배 멀티플을 곱한 수준이다. 적정수준이거나 조금 높다. 게다가 3분기 어닝시즌을 보면 기업 이익은 최소한 5달러 이상 내려갈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그는 "사람들은 편안하게 17배가 넘는 멀티플을 얘기하고 있고 나는 이성적으로는 이를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계절적으로 증시에 유리한 시기이고 그동안 시장을 짓눌러온 미국의 물가와 금리, 중국의 봉쇄,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모두 방향을 바꾸고 있어 4000선을 위협할 수 있다. 게다가 투자자 포지셔닝의 문제가 있다. 사람들은 뜨거운 랠리에 대비하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주식 비중이 적다). 이건 오버슈팅(과열)을 부를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도 EPS 하락이 내년 주가 하락을 이끌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내년 1월 말 시작되는 4분기 어닝시즌에서 실적이 하락하기 전까지 시장은 꿈을 꿀 수 있고, 금리가 하락하면 멀티플도 오를 수 있다"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주가수익비율(P/E)에서 분모가 되는 이익이 감소하기 시작하면 멀티플은 치솟을 것입니다. 그러면 주가가 다시 하락할 것이란 논리입니다.
메릴의 크리스 하이지 CIO는 시장이 안정되려면 결국 W-I-R-E-D가 안정되는지 잘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W는 경제 성장이 약화(Weak)하는 것을 뜻합니다. 성장이 극단적으로 악화하는 게 아니라 적당히 둔화하여야 연착륙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I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감속을 말합니다. 지금까지의 긴축이 충분하다는 걸 보여줘야 Fed가 지나치게 긴축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R은 금리(Rates), 즉 미 국채 2년물 금리가 정점을 찍었는지 여부입니다. 기준금리를 추적하는 2년물이 정점을 찍었다는 건 Fed의 긴축이 정점을 지났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이지 CIO는 "2년물이 급락했지만 단지 하루의 단기적 움직임일 뿐"이라며 "정말 정점을 봐야 긴축이 끝날지를 알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E는 어닝(Earnings)입니다. 예상되는 기업 이익의 하락이 충분히 주가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D는 달러(Dollar)를 말합니다. 역시 Fed의 기준금리를 좇는 자산이죠. 하이지 CIO는 "W-I-R-E-D가 안정되었는지를 찾는 게 시장 바닥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내년 1분기 이들의 안정을 기대하고 내년 하반기 주식에서 새 강세장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이지 CIO가 제기한 요인 중 달러는 최근 가장 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어제 2%가 넘게 내렸던 달러는 오늘도 1.67% 추가 하락해 8월 말 이후 최저로 떨어졌습니다. 중국의 코로나 봉쇄 완화가 큰 영향을 줬습니다. 또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 안정도 달러를 낮추는 요인입니다. 하지만 달러가 계속 큰 폭의 약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은 별로 없습니다. ING는 "아직 광범위한 약달러 내러티브에 뛰어드는 것을 꺼린다"라며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① Fed가 인플레이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너무 이르고 빡빡한 노동 시장에서 더 많은 완화 증거를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야 완화적 통화정책을 전환할 수 있다.
② 달러를 대신할 투자 대안이 아직 부족하다는 겁니다. 유로화는 낮은 천연가스 가격의 혜택을 받고 있지만, 이는 온화한 날씨 때문이며 이번 겨울과 다음 겨울 에너지 위기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잠재되어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중국의 경우 봉쇄 완화는 환영하지만, 코로나 감염 건수는 증가하고 백신 접종률이 낮으므로 이런 규제를 완전히 없애기까지는 멀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③ 위험 자산의 하방 위험이 여전히 크다는 것입니다. 기업 이익 하락에서 주택 시장 불황, 최근에는 암호화폐 시장 혼란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불안 요인이 있다는 지적이지요.
ING는 "달러의 정점은 지나갔을 수 있지만, 하락 추세는 자리 잡은 게 아니다. 연말까지 달러가 완만한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중국 정부는 긴밀 접촉자와 입국자의 격리 기간을 종전 7일에서 5일로 이틀간 단축하는 등 몇 가지 코로나 제로 정책 완화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관련 소문이 나돈 지 열흘 만에 조금씩 구체적 조치들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중국의 감염 사례가 1만 명을 넘는 등 환자가 급증하고 있어, 이런 봉쇄 완화의 속도는 점진적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월요일 인도네시아 G20 회담에서 만난다는 소식도 긍정적이지만, 월가에서는 별다른 합의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는 크지 않습니다.)
러시아가 엊그제부터 우크라이나의 남부 핵심 거점인 헤르손에서 철수하고 있는 가운데 평화협상이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무성해지고 있습니다. 백악관의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주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타협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NBC 보도도 나왔습니다. 오늘 러시아 크렘린궁은 "우크라이나의 강경한 태도로 인해 평화회담은 불가능하다”라면서도 “특수작전 목표는 평화회담을 통해 달성할 수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지난 24시간 동안 올해 내내 증시를 끌어내료온 세 가지 가장 큰 위협 요인에 긍정적인 일이 동시에 발생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물가는 확연한 둔화 조짐을 보였고, 중국은 중국 언론이 '팬데믹이 시작된 뒤 가장 광범위한 완화'라고 부르는 코로나 완화 조치를 발표했다는 것이죠. 그는 "우크라이나는 지금부터는 러시아가 2014년부터 보유한 영토로 들어가야 하고 밀어붙이기가 훨씬 더 어려울 수 있다"이라며 "교착 상태가 예상되고 겨울도 시작되는데, 이는 잠재적 협상을 위한 요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변화는 투자자에게 시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고 지수에 대한 적절한 수준을 재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침 9시 30분 뉴욕 증시는 보합권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오전 내내 오르락내리락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어제 지수가 폭등하면서 약간 경계심이 생긴 데다, FTX의 파산 신청이 투자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오늘 채권시장은 베테랑스 데이를 맞아 휴장했습니다. 국채 선물시장은 열렸지만, 움직임은 크지 않았습니다)
FTX는 오늘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습니다. FTX뿐 아니라 마켓메이커인 알라메다 리서치 등 130여 개 계열사도 포함됐습니다. FTX는 "세계 모든 이해당사자의 이익을 위해 자발적 파산보호 절차를 시작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설립자인 샘 뱅크먼-프리드(SBF)는 어제까지도 "FTX USA는 괜찮을 것", "자본을 유치하고 있다"라고 밝혔지만, 오늘 "미안하다"라며 파산을 신청한 뒤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는 또다시 급락했습니다. 금융시장 전반에 큰 충격을 부르지는 않고 있습니다. 리처드 번스타인 리서치의 댄 스즈키 부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암호화폐는 금융시장, 금융 거래, 일자리, 소비자 지출, 기업 지출 등에서 비교적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코인 대출업체 블록파이가 고객 자금 인출 제한에 들어가고, 바이낸스의 장펑자오 최고경영자가 "FTX의 파산신청으로 관련 업계가 연쇄 타격을 입을 것이다. FTX발 위기가 전 암호화폐 생태계로 퍼질 것"이라고 밝힌 게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보도디면서 투자 심리가 일부 냉각됐습니다. 하지만 오후 들어 주요 지수는 상승세를 보이더니 시간이 갈수록 오름폭은 커졌습니다. 다우는 0.1% 오르는 데 그쳤지만, S&P500 지수는 0.92%, 나스닥은 1.88%나 상승해 거래를 마쳤습니다. 씨티그룹의 글로벌 매크로 전략팀은 그동안 유지해오던 S&P500지수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을 끝내기로 했습니다. 위험 선호 심리 회복, 중국의 경제 재개 가능성에 따른 주가 상승 가능성, 그리고 연말까지는 시장에 부정적 촉매가 거의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씨티는 “사실 지금부터 11월 고용보고서(12월 2일), 12월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 12월 13~14일), 11월 소비자물가(13일) 발표까지 그 사이에는 약세 촉매를 찾기가 어렵다"라고 밝혔습니다.
월가에서는 이렇게 비어있는 캘린더, 강한 연말 계절성, 물가 둔화 기대감 등으로 인해 단기 랠리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S&P500 지수 4080 수준에 있는 200일 이동평균선까지는 올라갈 수 있다고 봅니다. 오늘 S&P500 지수가 3992.93에 마감됐으니, 앞으로 3%가량 더 올라갈 것이란 뜻입니다.
'비관론자'인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CIO도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이번 랠리가 끝나지 않았으며 추수감사절(11월 24일)을 지나 12월 초까지 더 갈 길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S&P500 지수가 4081에 있는 200일 이동평균선을 돌파하면 '야성적 충동'(Animal Sprits)을 불러일으키고 패시브 펀드 자금을 더 끌어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지수는 4200~43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그는 여전히 이번 베어마켓은 Fed가 완화 정책으로 선회할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씨티도 마찬가지입니다. 씨티는 "향후 2~6주 동안은 시장은 곰(비관론자)을 고통스럽게 압박할 수 있다”라면서도 "주식이 갑자기 다시 강세장에 있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기업 이익(EPS)의 감소가 2023년 상반기의 불거질 주요 위험으로 꼽았습니다.
월가의 다수가 이처럼 연말까지 주식이 더 상승할 수 있지만 바닥은 내년 초에야 발생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물가가 둔화하고 있지만 Fed는 할 일이 더 남았고→경기는 둔화할 것이며(혹은 침체가 오거나)→기업 이익은 감소할 것이고 →이를 고려하면 지금 혹은 지금보다 높은 주가는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너무 높다는 것입니다.
▶Fed 할 일이 더 남았다
웰스파고는 "10월 CPI 둔화는 환영하지만, 인플레이션이 Fed가 수용할 수준으로 되돌아가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특히 2% 인플레이션 목표로 되돌아가는 길은 억제하기 어려운 서비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험난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10월 CPI는 12월 75bp 인상 가능성을 줄였지만, Fed는 당분간 덜 긴축하기 보다는 더 긴축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웰스파고는 "소비자들의 끈질긴 회복력과 노동 시장의 지속적 빡빡함은 단기 경제 활동이 괜찮을 것을 시사하고 Fed가 더 많은 일을 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라며 "우리는 Fed가 12월에 50bp를 인상할 것으로 보지만, 내년 2월에도 50bp를 한 차례 더 인상하고 3월 25bp를 올린 뒤 이번 인상 사이클을 끝낼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렇게 되면 최종금리는 5~5.25%가 됩니다. 웰스파고는 Fed가 2023년 남은 기간 금리를 유지하고 2024년 초에나 경기 침체에 대응하여 금리를 낮추기 시작할 것으로 봤습니다.
프린시펄 애셋 매니지먼트도 "10월 CPI에서 나타난 인플레이션의 첫 번째 하방 서프라이즈는 주식 시장에서 박수를 받겠지만 Fed가 인플레이션 방향에 대해 확신하려면 이러한 추세가 몇 달 동안 지속하여야 한다"라면서 "지금 Fed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은 긴축 속도를 낮추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프린시펄의 시마 샤 전략가는 "Fed가 12월에 75bp가 아닌 50bp를 인상할 것이 분명하지만 일련의 연속된 CPI 보고서에서 물가가 계속 완화될 때까지는 금리 인상의 중단은 거리가 멀다. 아직 100bp 정도의 추가 긴축이 남아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업 이익 감소
핌코는 "10월 CPI 보고서의 의미가 경제 전망에 보편적으로 긍정적이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인플레이션 수치가 놀라울 정도로 약하다는 것은 소비자 지출 감소와 기업 부문의 마진 압력 증가를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습니다. 핌코는 "최근 분기에 전반적인 유통 마진은 놀라울 정도로 잘 유지되었다. 그러나 실질 소비가 감소하면 이런 마진을 유지할 수 있는 기업 능력이 약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10월 CPI는 소비자 지출 전망에 하방 위험이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오늘 발표된 11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예비치)에서도 이런 상황이 감지됐습니다. 지수는 10월 59.9에서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인 54.7까지 하락했습니다. 다만 1년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5.1%, 5년 기대치는 3.0%로 각각 전월(5.0%, 2.9%)보다 0.1%포인트씩 올랐지만 치솟지는 않았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S&P500 기업의 2023년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0%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기존에 3% 증가할 것으로 봤었는데, 3분기 어닝시즌을 지켜보고 나서 전망치를 낮춘 것입니다. 에너지 업종을 빼고는 마진이 올해 86bp, 내년에는 50bp 하락할 것으로 봤습니다. 그래서 팬데믹 이전 수준인 11.3%로 돌아갈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특히 경기 침체가 오면 EPS 예측치는 11% 감소할 것으로 봤습니다.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다
바이털 날리지의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지난달부터 연말 랠리가 있을 것이고, S&P500 지수는 39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어제 S&P 500지수가 이를 넘었습니다. 그는 "S&P500 지수가 순식간에 3900에 달했고 이제는 밸류에이션 문제가 있다. 내년 기업 EPS 추정치 230달러에 17배 멀티플을 곱한 수준이다. 적정수준이거나 조금 높다. 게다가 3분기 어닝시즌을 보면 기업 이익은 최소한 5달러 이상 내려갈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그는 "사람들은 편안하게 17배가 넘는 멀티플을 얘기하고 있고 나는 이성적으로는 이를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계절적으로 증시에 유리한 시기이고 그동안 시장을 짓눌러온 미국의 물가와 금리, 중국의 봉쇄,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모두 방향을 바꾸고 있어 4000선을 위협할 수 있다. 게다가 투자자 포지셔닝의 문제가 있다. 사람들은 뜨거운 랠리에 대비하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주식 비중이 적다). 이건 오버슈팅(과열)을 부를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도 EPS 하락이 내년 주가 하락을 이끌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내년 1월 말 시작되는 4분기 어닝시즌에서 실적이 하락하기 전까지 시장은 꿈을 꿀 수 있고, 금리가 하락하면 멀티플도 오를 수 있다"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주가수익비율(P/E)에서 분모가 되는 이익이 감소하기 시작하면 멀티플은 치솟을 것입니다. 그러면 주가가 다시 하락할 것이란 논리입니다.
메릴의 크리스 하이지 CIO는 시장이 안정되려면 결국 W-I-R-E-D가 안정되는지 잘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W는 경제 성장이 약화(Weak)하는 것을 뜻합니다. 성장이 극단적으로 악화하는 게 아니라 적당히 둔화하여야 연착륙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I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감속을 말합니다. 지금까지의 긴축이 충분하다는 걸 보여줘야 Fed가 지나치게 긴축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R은 금리(Rates), 즉 미 국채 2년물 금리가 정점을 찍었는지 여부입니다. 기준금리를 추적하는 2년물이 정점을 찍었다는 건 Fed의 긴축이 정점을 지났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이지 CIO는 "2년물이 급락했지만 단지 하루의 단기적 움직임일 뿐"이라며 "정말 정점을 봐야 긴축이 끝날지를 알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E는 어닝(Earnings)입니다. 예상되는 기업 이익의 하락이 충분히 주가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D는 달러(Dollar)를 말합니다. 역시 Fed의 기준금리를 좇는 자산이죠. 하이지 CIO는 "W-I-R-E-D가 안정되었는지를 찾는 게 시장 바닥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내년 1분기 이들의 안정을 기대하고 내년 하반기 주식에서 새 강세장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이지 CIO가 제기한 요인 중 달러는 최근 가장 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어제 2%가 넘게 내렸던 달러는 오늘도 1.67% 추가 하락해 8월 말 이후 최저로 떨어졌습니다. 중국의 코로나 봉쇄 완화가 큰 영향을 줬습니다. 또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 안정도 달러를 낮추는 요인입니다. 하지만 달러가 계속 큰 폭의 약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은 별로 없습니다. ING는 "아직 광범위한 약달러 내러티브에 뛰어드는 것을 꺼린다"라며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① Fed가 인플레이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너무 이르고 빡빡한 노동 시장에서 더 많은 완화 증거를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야 완화적 통화정책을 전환할 수 있다.
② 달러를 대신할 투자 대안이 아직 부족하다는 겁니다. 유로화는 낮은 천연가스 가격의 혜택을 받고 있지만, 이는 온화한 날씨 때문이며 이번 겨울과 다음 겨울 에너지 위기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잠재되어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중국의 경우 봉쇄 완화는 환영하지만, 코로나 감염 건수는 증가하고 백신 접종률이 낮으므로 이런 규제를 완전히 없애기까지는 멀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③ 위험 자산의 하방 위험이 여전히 크다는 것입니다. 기업 이익 하락에서 주택 시장 불황, 최근에는 암호화폐 시장 혼란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불안 요인이 있다는 지적이지요.
ING는 "달러의 정점은 지나갔을 수 있지만, 하락 추세는 자리 잡은 게 아니다. 연말까지 달러가 완만한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