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목 비트는 '금투세' 뒤에는 금투협…입법 과정 살펴보니
최근 논란이 되는 금융투자소득세가 처음 논의되던 2019년, 정부는 조심스런 입장을 나타내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금융투자협회가 법 제정을 밀어붙인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일이 있었나

주식에도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자는 주장은 2004년 민주노동당에서 활동하던 심상정 의원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실제 제도화에 시동을 건 것은 2019년 1월과 2월 두 차례에 걸쳐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가 금융투자협회와 간담회를 가지면서다.
개미 목 비트는 '금투세' 뒤에는 금투협…입법 과정 살펴보니
금융투자협회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증권업계의 주장을 대변하는 단체다. 여기서 당시 권용원 금투협 회장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전반적인 조세 부과체계 정비를 요구했다.

이후 민주당은 정부에 금투세를 도입하고 증권거래세를 점진적으로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세제 개편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해당 내용은 2019년 3월 민주당이 내놓은 증권거래세 인하 방안에 담겼다.

하지만 초기에 기획재정부는 이같은 세제 개편 방향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고 2019년 연말까지도 이같은 입장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2019년 12월 기재부 관계자가 연합뉴스에 밝힌 반대 근거다.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는 대신 양도소득세 부과를 확대한다면 기관투자자들에게는 이득이겠지만, 기존에 내지 않던 소액투자자들은 양도세를 추가로 내야 하게 되니 예민한 문제다"

하지만 결국 기재부는 민주당의 압박에 굴복해 2020년 여름 현재 금투세법 제정안의 골간이 되는 법 제정안을 제출했다. 당시 활동했던 전직 기재부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거래세 형식으로 주식양도세를 걷는 현행 제도 유지가 기재부의 입장이었는데, 국회가 부대의견을 달아 요구하면서 어쩔 수 없이 법안을 가져올 수 밖에 없었다. 국회의 의견을 계속 모른척 할 수 없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같은 흐름을 들어 "금투세는 정부가 견지해온 입장에 따른 것이 아니고,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와 금투협의 밀실합의의 결과물"이라고 비판했다.

증권사 등 기관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설계

그래서인지 금투세는 증권사 등 기관투자자에게 지나치게 유리하게 설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인투자자는 연 5000만원 이상의 수익에 대해 22~27.5%(지방세 포함)의 양도세가 부과되지만 기관투자자는 금투세 적용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다.

대신 금투세와 함께 이뤄지는 증권거래세 인하에 따른 수혜는 누리게 된다. 현재 0.23%인 증권거래세는 2024년 0.20%로 인하되는데 이어 2025년에는 0.15%까지 낮아질 예정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아예 증권거래세를 부과하지 않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주식을 대량으로 사고 파는 증권사는 그만큼 수익 규모가 늘어난다. 증권거래세 때문에 국내에서는 구사할 수 없었던 고빈도매매(HFT·High Frequency Trading) 등 매매 전략도 다양화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개인투자자 대비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기관투자자의 우세가 강해지는 셈이다.

이같은 세제 설계에 대해 금투협측은 "증권사 등은 법인세를 내는만큼 금투세까지 부과하면 이중 과세가 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투세 면제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동산투자법인은 법인세를 낸다고 해서 양도소득세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법인을 활용한 원룸, 다세대주택 매집을 막기 위해 과세표준 2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개인보다 2배 무거운 양도세를 부담해야 한다.

왜 이게 중요한가

민주당 내에서도 금투세 도입 유예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관련 논의는 정치적 득실만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야당이 굳이 나서서 국민들이 싫어하는 정책을 강행할 이유가 없다"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발언의 연장선에서 정치적 득실만 놓고 보면 민주당이 강행 입장을 포기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금투세 내년 시행을 도입하는 쪽에서는 "소득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원칙과 금투세 유예가 결국 일부 '왕개미'들에게만 이익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금투세 도입 과정에서 나타난 금투협의 적극적인 개입을 살펴보면 금투세 시행이 특정 업종 및 산업에 수혜로 돌아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쟁점이 되는 많은 법안들의 입법 과정을 살펴보면 특정 세력이 조직적으로 관여한 사례가 많다. 로비스트의 활동이 법적으로 금지된 한국에서는 이같은 개입이 보다 음성적으로 이뤄진다.

국회에서 벌어지는 정치가 아니라 정책 및 입법과정에 국민들이 더욱 관심을 쏟아야 할 이유다.

금투협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금투세 유예도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논의가 이뤼지고 있다"면서 "도입 역시 2020년 7월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이후 공청회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그해 말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확정했기 때문에 밀실합의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