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9조 자산가 권혁빈, 아내와 공동창업…'이혼'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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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게이트 창업 과정에서 30% 주주로 등재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中 텐센트에 아내 지분 매각
주식 분할 둘러싸고 법조계 의견도 갈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中 텐센트에 아내 지분 매각
주식 분할 둘러싸고 법조계 의견도 갈려
국내 5위 자산가인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의 이혼 소송이 본격화하면서 베일에 가려져 있던 권 CVO의 스마일게이트 설립 과정도 주목받고 있다. 권 CVO는 창업 과정에서 부인인 이 모씨와 공동 창업으로 스마일게이트를 설립했고, 초기 대표이사도 이 모씨가 맡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권 CVO는 대학교 4학년이었던 1999년 e러닝 기업인 '포씨소프트'를 첫 창업한 후 3년만에 투자자와의 갈등으로 회사를 접었다. 동갑내기이자 대학시절 친구였던 이 씨와는 첫 창업에 실패했던 2002년 5월 혼인했다. 권 CVO가 과거 인터뷰에서 "미국 유학을 고려했지만 아내의 설득으로 스마일게이트를 재창업했고 제 2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게 됐다"고 언급했던 시기다.
권 CVO는 혼인 1개월만인 2002년 6월 서울 방배동 한 오피스텔에 스마일게이트를 함께 창업했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권 CVO가 첫 창업에 실패하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자, 사업가 집안으로 여유가 있었던 이 씨 측이 재정적 지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권 CVO도 인터뷰에서 "창업하고 4~5년간 월급을 한 푼도 집에 가져간 적이 없다"며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 씨는 창업 과정에서 2대 주주였을 뿐 아니라 2002년 7월엔 스마일게이트의 대표이사에 올라 경영을 총괄했다. 첫째 딸을 임신하면서 그해 11월 권 CVO에게 대표이사직을 넘겼지만 그 후에도 2005년 12월까지 스마일게이트의 등기이사로 재직하며 경영에 참여해왔다.
이 씨는 출산 이후 스마일게이트를 통한 공익사업을 제안하면서 회사 복귀를 희망했다. 하지만 권 CVO가 수차례 묵살하면서 복귀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씨의 제안으로 시작된 직원 육아지원, 젊은 창업자 지원 등 스마일게이트의 공익활동은 점차 규모를 키워 2012년 스마일게이트 희망스튜디오 재단 설립으로 이어졌지만, 현재까지 이사장은 권 CVO가 단독으로 맡고 있다.
회사의 성장과 동시에 스마일게이트에선 2대 주주이자 초기 지분 30%를 보유했던 이 씨의 지분은 줄고 권 CVO 1인 체제를 확고히 하는 지배구조 개편이 이어졌다. 2005년 이 씨가 등기이사를 그만두고 가사에 전념했던 시기부터 회사가 궤도에 올랐던 2010년까지 권 CVO의 1인 지배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물밑 작업이 시작됐다. 권 CVO는 수 차례 스마일게이트의 유상증자와 유상감자를 단행해 자신의 회사 지분을 늘리기 시작했다.
2010년엔 자신이 100% 지분을 보유한 특수목적회사(SPC)인 SG홀딩스(현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중심의 지주사전환 절차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조력자는 '텐센트'였다. 대부분의 매출을 중국에서 벌던 권 CVO에겐 현지 퍼블리셔인 텐센트와의 관계에 사업 명운이 달렸던 상황이었다. 2010년 권 CVO는 자신의 지분 일부와 이 씨 몫의 스마일게이트 지분 전량을 텐센트에 매각했다. 업계에선 일방적인 권 CVO의 지분확보 과정에서 공동창업자인 이 씨에겐 이와 관련한 통지 및 상법이 보장한 신주인수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권 CVO는 이후 2년만인 2012년에 텐센트로부터 주식 전량을 다시 인수해왔는 데, 이 때 주체는 SG홀딩스였다. 이를 통해 권 CVO는 100%지분을 개인회사를 통해 계열사를 100% 보유한 지금의 지배구조를 완성하게 됐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당시 스마일게이트의 성장세를 볼 때 텐센트와의 풋옵션 등 일종의 계약이 있었을 것이란 이야기가 파다했다”고 말했다. 스마일게이트 측은 권 CVO의 지배구조 확장 과정에 대해 “모든 프로세스는 적법한 절차에 의해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 씨 측 요구대로 절반 이상의 재산 분할이 성립될지 여부를 두고선 법조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부부가 결혼 후에 창업한 회사를 분할하는 자수성가형 재벌의 첫 이혼 사례인 데다 공동창업자인 권 CVO가 회사 주식 전량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별도 합의가 없었던 점이 재판부에서 인정될 경우 이 씨 측이 절반에 달하는 지분을 분할받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주식에 대한 재산분할이 쟁점이 되었던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나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벌들의 이혼소송 사례와는 달리 두 부부가 결혼 이후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이라는 점에서 법조계에서도 "전례없는 일"이라 입을 모은다.
이은정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이미 이 씨가 20년 혼인기간 동안 전업주부로 가사노동과 육아를 통해 배우자를 내조했더라도 결혼 후에 형성된 재산에 관해서는 절반 수준의 재산분할 기여도를 인정받을 수 있다"며 "여기에 스마일게이트그룹의 공동창업자라는 사실까지 더하면 이론상 이 씨의 재산분할 기여도는 전업주부 이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현금, 부동산 등 일반적인 재산과 달리 회사 주식을 분할하는 결정을 두곤 재판부가 신중한 판단을 내릴 것이란 시각도 있다. 재산 분할 규모가 역대 최대규모로 큰 데다 스마일게이트의 성장 과정에서 경영자인 권 CVO 능력이 반영된 점을 재판부가 고려할 것이란 시각이다.
이정현 법률사무소 율평 변호사는 "기업가치가 수백억 이상 심지어 수조원에 달할 정도로 큰 회사의 경우 단순히 배우자의 내조로 회사가 컸다기보단 주식 보유자의 경영 능력과 구성원들의 노력이 반영됐을 것"이라며 "부인이 자본금을 댈 당시 권 CVO에겐 굉장히 중요한 투자금이었는지 부분들이 고려 되겠지만 20년이 지난 데다 회사가 당시 대비 급속히 커진만큼 절반 지분을 내주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권 CVO는 스마일게이트그룹의 주식을 전부 자신이 소유할만큼 결벽적으로 외부에 지분이 희석되는 걸 피해온 인물로 알려져있다. 2011년 VC인 MVP창업투자로부터 한 차례 자금을 받았지만 2년여만에 전부 상환하고 아예 MVP창업투자 지분 전량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텐센트에 내어준 지분도 2년이 채 안돼 모두 찾아오기도 했다. 판교 내 1세대 창업자 중 유일하게 직원에게 주식을 분배하지 않고 100% 독점하고 있는 경영자였지만 재산분할 결과에 따라 권 CVO 1인 주주 체제에서, 2대 주주가 생기는 지배구조 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권 CVO가 주식 대신 현금으로 재산을 분할하면 자금마련을 위해 회사로부터 배당을 받아야하지만, 이 과정에서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할 상황”이라며 “권 CVO 재산 대부분이 주식인 데다 배당을 늘리는 과정에서 회사에 재무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만큼 현물 분배로 소송이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가정주부? 권 CVO와 스마일게이트 공동창업한 부인
28일 한국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권 CVO는 2002년 5월 결혼한 직후인 6월 스마일게이트(현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를 아내인 이 씨와 공동으로 창업했다. 지분은 권 CVO가 70%, 이 씨가 30%씩 나눠서 보유했다. 이 씨는 창업 초기 대표이사도 맡았다.권 CVO는 대학교 4학년이었던 1999년 e러닝 기업인 '포씨소프트'를 첫 창업한 후 3년만에 투자자와의 갈등으로 회사를 접었다. 동갑내기이자 대학시절 친구였던 이 씨와는 첫 창업에 실패했던 2002년 5월 혼인했다. 권 CVO가 과거 인터뷰에서 "미국 유학을 고려했지만 아내의 설득으로 스마일게이트를 재창업했고 제 2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게 됐다"고 언급했던 시기다.
권 CVO는 혼인 1개월만인 2002년 6월 서울 방배동 한 오피스텔에 스마일게이트를 함께 창업했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권 CVO가 첫 창업에 실패하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자, 사업가 집안으로 여유가 있었던 이 씨 측이 재정적 지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권 CVO도 인터뷰에서 "창업하고 4~5년간 월급을 한 푼도 집에 가져간 적이 없다"며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 씨는 창업 과정에서 2대 주주였을 뿐 아니라 2002년 7월엔 스마일게이트의 대표이사에 올라 경영을 총괄했다. 첫째 딸을 임신하면서 그해 11월 권 CVO에게 대표이사직을 넘겼지만 그 후에도 2005년 12월까지 스마일게이트의 등기이사로 재직하며 경영에 참여해왔다.
이 씨는 출산 이후 스마일게이트를 통한 공익사업을 제안하면서 회사 복귀를 희망했다. 하지만 권 CVO가 수차례 묵살하면서 복귀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씨의 제안으로 시작된 직원 육아지원, 젊은 창업자 지원 등 스마일게이트의 공익활동은 점차 규모를 키워 2012년 스마일게이트 희망스튜디오 재단 설립으로 이어졌지만, 현재까지 이사장은 권 CVO가 단독으로 맡고 있다.
권혁빈 CVO의 1인 지배구조 구축
스마일게이트는 설립 이후 핸드폰 게임을 만들던 중소 게임사로 명맥을 이어오다 2005년 첫 1인칭 액션게임(FPS)인 '헤드샷 온라인'을 개발했다. 국내 포털인 야후 코리아와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야후코리아가 게임 사업을 접으면서 국내 출시에 실패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이듬해 헤드샷온라인을 전신으로 한 크로스파이어 개발에 착수했지만 게임업계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국내에선 글로벌 게임인 카운터스트라이크, 넥슨의 서든어택 등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며 FPS시장이 포화됐기 때문이었다. 스마일게이트는 결국 시장이 포화된 국내 대신 베트남 시장에 먼저 진출하는 전략을 구상했다. 결과는 적중했다. 베트남 흥행에 힘입어 2008년엔 중국에서도 현지 게임사인 텐센트를 통해 게임을 출시했다. 1년이 채 안돼 전세계 동시접속자수 60만명의 초대박 게임으로 급부상했다. 2007년 매출 8억원의 회사는 이듬해 48억원, 2010년엔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급성장했다.회사의 성장과 동시에 스마일게이트에선 2대 주주이자 초기 지분 30%를 보유했던 이 씨의 지분은 줄고 권 CVO 1인 체제를 확고히 하는 지배구조 개편이 이어졌다. 2005년 이 씨가 등기이사를 그만두고 가사에 전념했던 시기부터 회사가 궤도에 올랐던 2010년까지 권 CVO의 1인 지배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물밑 작업이 시작됐다. 권 CVO는 수 차례 스마일게이트의 유상증자와 유상감자를 단행해 자신의 회사 지분을 늘리기 시작했다.
2010년엔 자신이 100% 지분을 보유한 특수목적회사(SPC)인 SG홀딩스(현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중심의 지주사전환 절차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조력자는 '텐센트'였다. 대부분의 매출을 중국에서 벌던 권 CVO에겐 현지 퍼블리셔인 텐센트와의 관계에 사업 명운이 달렸던 상황이었다. 2010년 권 CVO는 자신의 지분 일부와 이 씨 몫의 스마일게이트 지분 전량을 텐센트에 매각했다. 업계에선 일방적인 권 CVO의 지분확보 과정에서 공동창업자인 이 씨에겐 이와 관련한 통지 및 상법이 보장한 신주인수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권 CVO는 이후 2년만인 2012년에 텐센트로부터 주식 전량을 다시 인수해왔는 데, 이 때 주체는 SG홀딩스였다. 이를 통해 권 CVO는 100%지분을 개인회사를 통해 계열사를 100% 보유한 지금의 지배구조를 완성하게 됐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당시 스마일게이트의 성장세를 볼 때 텐센트와의 풋옵션 등 일종의 계약이 있었을 것이란 이야기가 파다했다”고 말했다. 스마일게이트 측은 권 CVO의 지배구조 확장 과정에 대해 “모든 프로세스는 적법한 절차에 의해 진행됐다”고 밝혔다.
법원 30% 가처분 인정한 배경으로도
법원은 권 CVO가 보유중인 스마일게이트 그룹의 지주사인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주식 등 재산의 3분의 1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처분신청을 지난 7일 인용했다. 투자업계와 법조계에선 법원이 우선적으로 33.3%의 지분에 대한 가처분을 인용한 데도 초기 창업시점에서 이 씨의 기여를 인정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짙다.이 씨 측 요구대로 절반 이상의 재산 분할이 성립될지 여부를 두고선 법조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부부가 결혼 후에 창업한 회사를 분할하는 자수성가형 재벌의 첫 이혼 사례인 데다 공동창업자인 권 CVO가 회사 주식 전량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별도 합의가 없었던 점이 재판부에서 인정될 경우 이 씨 측이 절반에 달하는 지분을 분할받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주식에 대한 재산분할이 쟁점이 되었던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나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벌들의 이혼소송 사례와는 달리 두 부부가 결혼 이후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이라는 점에서 법조계에서도 "전례없는 일"이라 입을 모은다.
이은정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이미 이 씨가 20년 혼인기간 동안 전업주부로 가사노동과 육아를 통해 배우자를 내조했더라도 결혼 후에 형성된 재산에 관해서는 절반 수준의 재산분할 기여도를 인정받을 수 있다"며 "여기에 스마일게이트그룹의 공동창업자라는 사실까지 더하면 이론상 이 씨의 재산분할 기여도는 전업주부 이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현금, 부동산 등 일반적인 재산과 달리 회사 주식을 분할하는 결정을 두곤 재판부가 신중한 판단을 내릴 것이란 시각도 있다. 재산 분할 규모가 역대 최대규모로 큰 데다 스마일게이트의 성장 과정에서 경영자인 권 CVO 능력이 반영된 점을 재판부가 고려할 것이란 시각이다.
이정현 법률사무소 율평 변호사는 "기업가치가 수백억 이상 심지어 수조원에 달할 정도로 큰 회사의 경우 단순히 배우자의 내조로 회사가 컸다기보단 주식 보유자의 경영 능력과 구성원들의 노력이 반영됐을 것"이라며 "부인이 자본금을 댈 당시 권 CVO에겐 굉장히 중요한 투자금이었는지 부분들이 고려 되겠지만 20년이 지난 데다 회사가 당시 대비 급속히 커진만큼 절반 지분을 내주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권 CVO는 스마일게이트그룹의 주식을 전부 자신이 소유할만큼 결벽적으로 외부에 지분이 희석되는 걸 피해온 인물로 알려져있다. 2011년 VC인 MVP창업투자로부터 한 차례 자금을 받았지만 2년여만에 전부 상환하고 아예 MVP창업투자 지분 전량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텐센트에 내어준 지분도 2년이 채 안돼 모두 찾아오기도 했다. 판교 내 1세대 창업자 중 유일하게 직원에게 주식을 분배하지 않고 100% 독점하고 있는 경영자였지만 재산분할 결과에 따라 권 CVO 1인 주주 체제에서, 2대 주주가 생기는 지배구조 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권 CVO가 주식 대신 현금으로 재산을 분할하면 자금마련을 위해 회사로부터 배당을 받아야하지만, 이 과정에서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할 상황”이라며 “권 CVO 재산 대부분이 주식인 데다 배당을 늘리는 과정에서 회사에 재무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만큼 현물 분배로 소송이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