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호재도 없이 주가가 급등하는 중소형 지주회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약세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투기성 자금이 거래량과 시가총액이 비교적 적은 중소형 지주사로 몰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기초체력이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고 주가가 뛰었기 때문에 이들 종목들에 대한 추격 매수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성홀딩스 14배 급등

왜 오르지?…중소 지주사 '이유없는 급등'
7일 항만 물류업체 선광은 0.71% 오른 12만6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인 작년 8월 20일(1만4900원) 대비 8배 넘게 상승했다. 도시가스 관련 업체 대성홀딩스는 2020년 4월 8000원대였던 주가가 11만4500원으로 14배 상승했다.

산업용 배터리, 항만 등의 사업을 하는 세방은 지난 7월 저점 대비 주가가 3배 넘게 올랐다. 키움그룹 지주사인 다우데이타도 7월 저점 대비 3배 상승했다. 두 종목의 최근 한 달 상승률만 2배에 육박한다.

주가가 급등하는 동안 특별한 호재는 없었다는 게 증권업계 분석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주사가 오르려면 자회사 주가가 상승하거나 배당금 확대, 실적 개선 등의 이벤트가 있어야 하지만 이들 종목은 별다른 호재 없이 급등세를 타고 있다”고 설명했다.

“펀더멘털 변화는 없다”

이들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동안 기초체력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선광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다우데이타 영업이익은 6257억원으로 40% 감소했다. 대성홀딩스 영업이익도 122억원으로 4.3% 줄었다.

일부 종목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절대적 고평가 영역에 진입했다. 최근 1년 실적 기준 대성홀딩스와 선광의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115배, 43배다. 동종 업계 기업과 비교해도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도시가스 관련주 삼천리의 PER은 19.7배로 대성홀딩스의 5분의 1 수준이다. 선광 경쟁사인 KCTC의 PER은 4.7배다.

‘만년 저평가’ 종목이었던 중소 지주사가 본격적으로 재평가받기 시작한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다우데이타와 세방은 주가가 급등했음에도 PER이 12배로 높은 편이 아니다. 두 종목은 자체 사업이 탄탄하고 과거 가치투자 자산운용사들이 저평가 종목으로 꼽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승계가 사실상 끝나면서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두 기업의 가치가 다시 평가받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승계가 끝나면 인수합병(M&A), 신사업 확장 등 밀렸던 호재들이 나올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눌렸던 주가가 오르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가는 4개 종목 모두 단기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차트 흐름을 보면 주가가 과도하게 오른 흔적이 보인다”며 “최근 급등세를 고려할 경우 언제든 주가가 급락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추격 매수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