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CPI 6%대면 10% 폭등", JP모건의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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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소비자물가(CPI) 발표, 미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12일(미 동부시간) 뉴욕 증시는 보합세로 조용히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하락을 가리키는 몇 가지 뉴스가 나오면서 시간이 갈수록 상승 폭은 커졌습니다. 결국, 다우는 1.58%, S&P500 지수는 1.43%, 나스닥은 1.26% 올랐습니다.
아침부터 뉴욕 연방은행에서 반가운 뉴스가 나왔습니다. 11월 소비자 조사에서 1년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10월보다 0.7%포인트 하락한 5.2%로 떨어진 것으로 나왔습니다. 기록적인 수준의 내림 폭입니다. 3년 기대치는 0.1%포인트 내린 3%로 떨어졌고, 5년 기대치도 역시 0.1%포인트 하락한 2.3%로 나왔습니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인플레이션 기대에 대한 조사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지표는 아니지만, 이번 조사에서 가치가 있는 건 인플레이션 기대가 꽁꽁 묶여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채 입찰은 변동성이 컸습니다. 오전에 발표된 3년물 입찰의 경우 낙찰 금리가 4.093%로 발행 당시의 시장 금리(WI) 4.096%보다 0.3bp 낮게 형성됐습니다. 수요가 꽤 있었던 것이지요. 응찰률은 2.55배로 지난 6번 입찰 평균인 2.50보다 높았습니다.
하지만 오후에 나온 10년물 경매 결과는 엉망이었습니다. 발행 금리는 3.625%로 발행 당시 시장 금리(WI) 3.588%보다 무려 3.7bp나 높았습니다. 2016년 이후 가장 큰 금리 차입니다. 그만큼 수요가 없었다는 뜻입니다. 응찰률은 2.31배로 2020년 9월 이후 최저였습니다. 채권 시장 관계자는 "최근 10년물 금리가 크게 떨어지면서 오버슈팅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내일 CPI와 모레 FOMC를 앞두고 관망세도 나타났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월가에서는 채권 매수 권고가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단기물 중심입니다. 10년물은 짦은 기간에 금리가 크게 떨어졌고(채권 가격이 너무 올랐고) Fed가 기준금리를 더 올리면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이에 시장 금리도 상승했습니다. 오후 3시께 10년물 금리는 3.9bp 오른 3.622%에 거래됐고, 2년물은 4.6bp 상승한 4.407%를 기록했습니다. 오늘 시장에 가장 긍정적 소식이 있었다면 'Fed의 비공식 대변인'이라고 불리는 닉 티미라오스 기자의 기사였습니다. 오전 10시 39분에 나온 '파월은 금리를 얼마나 계속해서 올려야 할까. Fed 위원은 분열되었다'(How Long Should Powell Keep Raising Interest Rates? Fed Officials Are Divided)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Fed 위원들 사이에 향후 움직임을 놓고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파월 의장이 두 가지 어려운 질문(여기에서 얼마나 높은 금리를 올릴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오랫동안 그 수준을 유지할 것인지)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지난 1년간 통일됐던 위원들 사이에 변화가 있다는 것이죠. 비둘기파(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준 총재,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 등)는 인플레이션이 내년에 꾸준히 진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곧 금리 인상을 중단하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필요 이상으로 금리를 인상하고 불필요하게 깊은 경기 침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하지만 매파(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등)는 인플레이션이 내년에 충분히 완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으며, 기준금리를 더 높이거나 더 오랫동안 그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는 것이죠. 넷얼라이언스는 "우리가 이 기사에서 너무 많은 것을 읽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기사를 보면 Fed는 시장이 예상하던 것보다 훨씬 빨리 금리 인상을 끝낼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Fed가 분열되어 있다면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더 올리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다만 티미라오스 기자는 이 기사에 대한 반응이 걱정됐는지 트위터를 통해 "Fed 내부의 반대 의견이 구체화하였을 때 파월 의장이 통화정책 진로를 변경했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파월이 의장 재임 기간 가장 큰 내부 반대에 직면한 기간(2019년 7~10월 금리 인하)에도 (FOMC는) 파월이 추진하던 걸 막지 못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오늘 지수 상승에도 변동성 지수(VIX)가 9.51% 오른 25까지 상승해 CPI 발표와 FOMC를 앞둔 투자자 불안감을 노출했습니다. 윤제성 뉴욕생명 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누군가가 상당한 규모의 지수 콜옵션을 사들였고 그래서 VIX가 올랐다. 일부 투자자들이 CPI가 낮게 나오고 시장이 급등할 가능성을 헤지하기 위해 콜옵션을 산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말했습니다.
CPI를 살펴보면 컨센서스는 헤드라인 전년 대비 7.3%, 전월 대비 0.3% 상승이고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는 각각 6.1%, 0.3%입니다. 10월보다 조금씩 낮아집니다. 7.3%만 보면 10월의 7.7%뿐 아니라 지난 6월 정점이던 9.1%보다 상당폭 내려온 것이죠. 모건스탠리와 바클레이스, 웰스파고 등은 7.2%를 전망하고 있고 뱅크오브아메리카, HSBC, PNC뱅크 등이 7.3%를 내다봅니다. 그리고 소시에테 제네랄, 스코시아뱅크 등은 7.4%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물가가 컨센서스보다 조금 더 내려갈 것으로 봅니다. 골드만삭스는 "11월 근원 CPI가 전월 대비 0.28%, 전년 대비 6.0%로 예상한다. 경매 가격 하락으로 중고차가 3% 하락하고 연말연시 할인 증가로 의류 가격이 1% 하락할 것으로 본다. 또 지난달 급등한 호텔 가격이 1% 하락한 것으로 가정한다. 2023년 모델 출시로 판매가는 올랐지만 증가한 인센티브가 이를 상쇄함에 따라 신차 인플레이션(+0.2% 전월 대비)도 추가로 완화될 것으로 추정한다. 새로운 임대료 둔화가 지속적 상승 압력을 상쇄하기 때문에 주거비 인플레이션의 전월 대비 상승 폭(임대료 +0.64%, 집주인의 등가임대료 +0.62% 예상)의 추가 상승을 기대하지 않는다. 반면 항공료는 2% 반등한다고 가정하고 있고 자동차 보험도 더 높은 수리 및 교체 비용으로 인한 추가 상승을 예상한다. 휘발유 가격 하락과 식료품 가격 상승을 반영하여 헤드라인 CPI는 전월 대비 0.20%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JP모건은 헤드라인 7.3%, 0.3%와 근원 수치 6.1%, 0.3% 등 컨센서스와 같은 예측을 하고 있습니다. JP모건은 헤드라인 수치를 놓고 확률을 제시했습니다.
①. 7.8% 이상(5% 확률)→ S&P500 4~5% 하락
투자자들은 일회적 이상 현상인지, 또다시 상승세가 가속화되는 것인지 묻게 될 것이다. 단기적 물가 전망은 중국의 경제 재개 확대로 흔들릴 수 있다.
② 7.5~7.7%(25%)→ S&P500 2.5~3.5% 하락
올해 CPI는 예상보다 0.1~0.3%포인트 웃돈 적이 많은데, 0.2%포인트 이상 상회할 때 평균적으로 -2.3%의 S&P500 지수 하락을 불렀다. CPI가 7.5%를 넘으면 지금의 베어마켓 랠리 상황을 고려하면 더 극적인 하락을 볼 수도 있다.
③ 7.2~7.4%(50%) →S&P500 2~3% 상승
시장 예측과 같은 수준의 발표는 현재 투자자 포지셔닝을 감안할 때 시장에 긍정적이다. 포지셔닝은 11월보다는 가볍진 않지만, 역사적 잣대에 비춰 낮다. 이는 숏커버링을 촉발해 단기적으로 트레이딩 레인지(trading range)를 3700~3900에서 3850~4150으로 높일 수 있다.
④ 7.0~7.2%(15%) →S&P500 4~5% 상승
이런 긍정적 수치는 비록 그다음 날 FOMC가 제시할 점도표에서 더 높은 최종금리가 찍혀 나올 것이란 예상에도 그 최종금리에 대한 예상을 끌어내릴 수 있다. 강세론자들을 대담하게 만들 수 있으며, 원자재 가격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더욱 그렇다.
⑤ 6.9% 이하(5%) → S&P500 지수 8~10% 상승
이는 10월부터 이어져 온 이번 랠리의 상승 폭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리면서, 기술적으로 베어마켓을 끝낼 수 있다. 논리는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내림세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논리다. 이는 2023년까지 헤드라인 CPI가 3%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에 자신감을 불어넣을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3%라면 노동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Fed가 5% 이상의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 같지 않다. 그리고 Fed의 전환은 주가를 붕 띄울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관측도 그렇고 7.2~7.4% CPI에 대해 50% 확률을 부여하고 긍정적 시장 반응을 예상한 JP모건도 그렇고 약간의 희망적입니다.
다만 클리블랜드 연방은행에서 내놓는 인플레이션 나우캐스팅은 헤드라인 7.5%를 보고 있습니다. CPI는 지난 9번 연속으로 나우캐스팅 수치보다 살짝 높게 나오다가 지난 10월에 처음으로 낮게 발표됐었습니다. 이번에도 그럴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채권 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높다. 그리고 심지어 원자재 가격에 약간의 디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서도 물가 내림세가 둔화하고 있다"라고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월가 관계자가 지적한 대로 내일 아침 8시 30분 CPI 물가가 나오고 나면 모든 가정은 바뀔 것입니다. 파월 의장 등 Fed 멤버들도 이 수치를 들고 오전 9시 30분부터 열리는 FOMC 회의에 들어갈 것입니다. 어쨌든 기준금리 50bp 인상 예상은 유효합니다. 골드만삭스는 "널리 예상되는 기준금리 50bp 인상 외에 12월 FOMC의 핵심 이벤트는 2023년 기준금리의 예상 최고점이 얼마나 높아지는 것이냐 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이 예측의 중앙값이 지난 9월보다 50bp 상승해 5~5.25%의 새로운 최고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골드만은 "2월 위험은 50bp 인상으로 기울어져 있다. 최종금리 예상외에는 12월 회의에서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시장 예상보다 살짝 높습니다. 블룸버그가 지난 2~7일 사이 이코노미스트 44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Fed의 2023년 최종금리는 9월의 4.6%보다 높아진 4.9%(4.75~5.0%)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CPI가 나오면 달라질 수는 있지만, 월가는 전반적으로 FOMC가 '매파적 50bp 인상'을 할 것으로 봅니다. 50bp를 올리되 전반적 어조나 최종금리 예상은 매파적일 것이란 것이죠. 파이퍼 샌들러는 "기본 사례는 FOMC가 인플레이션에 계속 초점을 맞추고 지속해서 매파적 기조를 보일 것이라는 점"이라고 밝혔습니다. 코너스톤 웰스의 클리프 하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달 발표된 10월 CPI 수치 이후 금융여건이 극적으로 완화됐기 때문에 Fed는 12월 FOMC 회의를 통해 이를 되돌릴 가능성이 높다"라며 "시장은 1분기 이후 금리에 너무 낙관적이라고 생각한다. 파월 의장이 더 매파적인 어조를 취하고 현재 Fed 워치 시장에 반영된 것보다 더 오랫동안 더 높은 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Fed 워치 시장이나 인플레이션 스왑 시장 상황을 보면 내년 하반기 7월께부터는 Fed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오늘 팟캐스트에서 "내년은 아마도 경기 침체의 해가 될 것"이라며 "2023년에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75%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8~9개월 우리가 지켜본 엄청난 금리 인상 영향으로 역경이 찾아오고 Fed는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찰스 슈왑에 따르면 지난 6번의 금리 인상 주기에 있어 최종금리, 즉 가장 높은 금리를 유지했던 기간은 평균 9.5개월에 달합니다. 가장 길었던 것은 1995~1998년 구간으로 무려 18.4개월이나 최종금리가 지속했습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파월 의장이 계속해서 높은 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이전 6개 금리 인상 주기 때보다 더 높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최종금리를 높이고 오랫동안 유지한다면 경제는 악화하고 시장도 그리 좋은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미국 주식 수석 전략가는 "최근 고객들과 많은 대화를 나눠본 결과 많은 투자자들은 우리가 가진 것보다 훨씬 더 비관적인 증시 전망을 갖고 있다"라며 "경기 침체 위험, 마진 축소, 완고한 인플레이션 속에서 2023년 S&P500 지수를 상당히 상승시킬 시나리오를 설명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기업 이익(EPS) 증가율이 제로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S&P500 지수가 2023년 상반기 3600으로 지금보다 약 8% 하락한 후 연말까지 11% 상승해 4000이 되리라 전망했습니다. 또 경제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 S&P500 지수는 3150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코스틴 전략가는 침체가 없더라도 이전 예상보다 더 많은 마진 압축이 나타나 내년 EPS가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3분기 보고서에서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마진 감소가 나타났다고 덧붙였습니다. 주식 밸류에이션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코스틴 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Fed가 예상보다 더 많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면 밸류에이션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낮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에버코어ISI는 "이번 약세장에는 1970년대 이후 모든 약세장이 끝날 때 나타났던 '카타르시스'적인 변동성의 스파이크(spike), 즉 치솟음이 없다며 바닥이 아닌 '진 바닥'은 경제와 이익 침체 예측이 현실화하면서 내년 중반쯤 더 낮은 저점에 도달한 뒤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역시 에버코어도 월가 컨센서스와 같이 내년 하반기 증시 회복을 예상하는데요. 에버코어는 "2023년 중반에는 변동성이 치솟으면서 과거 약세장과 길이와 폭이 비슷한 수준에서 이번 약세장은 끝날 것이고, 내년 하반기 S&P500 지수는 4150까지 회복될 것이다. 기업 이익이 감소할 때도 증시가 올랐던 전례는 여러 번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미국 경기가 향후 10~12주 이내에 침체에 빠질 위험이 있다며 다섯 가지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내년 3월 이전에도 침체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① 채권 수익률 곡선이 1981년 이후 가장 크게 역전됐다=미 국채 10년물과 2년물 금리가 최근 약 80bp 가까이 역전됐다. 이는 투자자가 신뢰하는 경기 침체 선행 지표다.
② 유가가 급락했다= 지난 6개월간 40%가량 급락했다. 중국의 경제 재개와 러시아 원유에 대한 유가 상한제, 미국의 전략 비축유 고갈, OPEC의 공급 제약 등에도 유가는 추락하고 있다. 이는 침체로 인한 수요 약화의 신호일 수 있다.
③ 은행주가 폭락했다=지난 4거래일간 10% 하락했다. 이는 투자자가 성장 둔화를 예상한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은행주는 흔히 '탄광 속 카나리아'로 불리며 다른 업종보다 먼저 경기 침체로 타격을 받는다.
④ 미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신규 수주가 3개월 연속 감소했다= 기업이 고객 주문의 둔화를 예상하거나 이미 경험하고 있다는 잠재적인 신호다.
⑤ 미 주택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주택 매매지수가 전년 대비 37% 급락하는 등 주요국 주택 시장이 일제히 둔화하고 있다. 주택 경기 침체는 소비자 지출을 크게 해칠 수 있는 요인이다.
너무 부정적 관측만을 전해드린 것 같습니다. 월가에는 여전히 몇몇 강세론자들이 있습니다. 오펜하이머의 존 스톨츠퍼스 전략가가 그 중 한 명입니다.
스톨츠퍼스는 오늘 보고서에서 "최근 기억나는 가장 힘든 한 해를 보낸 후 2023년은 긍정적 속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라며 내년 말 S&P500 지수 목표치로 4400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S&P500 기업 EPS가 내년 230달러로 올해, 그리고 월가 예상과 비슷할 것으로 봤습니다. 여기에 멀티플 19배를 곱했습니다. 그는 △Fed의 긴축 노력이 긍정적 효과를 발휘하면서 인플레이션이 계속 낮아진다 △Fed가 금리를 너무 많이 인상하지 않으면서 연착륙 가능성이 커진다 △중국이 경제 재개를 통해 살아난다 △시장 참가자 사이에 약세 정서가 널리 퍼져있다(반등하면 반등폭이 클 수 있다) △내년 EPS에 대한 컨센서스는 이미 적절히 하향 조정이 되었을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주가 밸류에이션(17.1배)은 5년 평균보다 낮은 배수에 거래되고 있다 등의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목표 지수가 상방, 하방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방 위험으로는 △중국 러시아에서 비롯되는 지정학적 및 글로벌 경제 위험 확대 △미국 기업들이 여전히 겪고 있는 공급망 혼란과 악화된 무역 환경 △미 연방정부의 상당한 규모의 추가 재정 정책 부양책 △Fed가 지나친 긴축으로 경제를 얕은 침체 이상으로 몰고 가는 경우 △글로벌 공급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지정학: 중국의 코로나 재봉쇄, 중국의 대만 침공,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 악화, OPEC+의 감산 △세계 경제 회복에 따른 원자재 가격의 극적이고 지속가능한 재상승 등이 있다고 봤습니다.
또 상방 위험으로는 △미 연방정부의 정책 전환에 따른 미국 내 석유 생산 증가 △일관성 있게 낮아지는 인플레이션 △지속해서 예상보다 나은 기업 이익과 성장 전망 △긴축 환경에서도 과거보다 탄력적인 주택 시장 △기업들의 정상화 노력에 따른 공급망 혼란 완화 △원자재 가격의 하락 안정화(경기 침체를 신호할 정도는 아닌) △지정학적 위험 감소에 따른 달러화의 하락 △저축 감소에 따라 노동시장으로 복귀하는 근로자 증가 등을 제시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Fed의 인플레이션 목표를 3~4%대로 높이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2%대를 고집하다가는 경기 침체가 올 때까지 긴축을 해야 할 가능성이 크며 2%대로 놔둘 과학적 근거도 부족하다는 것이죠. 또 3%대로 올리면 향후 경기 침체가 왔을 때 Fed가 경기 회복을 위해 낮출 수 있는 기준금리 범위가 더 커진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중앙은행이 지금 2% 목표를 포기하는 것은 재앙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중앙은행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파국에 이르는 길'(a slippery slope)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시장에서는△인플레이션이 높아졌다고 목표를 바꾼다면 목표는 무슨 소용이 있는가 △2% 목표를 지키지 않는다면 새로운 목표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 △인플레이션을 4%에서 2%로 되돌리기 위해 지불해야할 댓가가 너무 크다면 인플레이션을 6%에서 4%로 낮출 때도 왜 같은 생각이 적용될 수 없느냐는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 이어질 것이란 얘기입니다. 또 물가 목표 4%는 완전고용을 초과한 미국 같은 국가에서는 과열을 의미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하지만 오후에 나온 10년물 경매 결과는 엉망이었습니다. 발행 금리는 3.625%로 발행 당시 시장 금리(WI) 3.588%보다 무려 3.7bp나 높았습니다. 2016년 이후 가장 큰 금리 차입니다. 그만큼 수요가 없었다는 뜻입니다. 응찰률은 2.31배로 2020년 9월 이후 최저였습니다. 채권 시장 관계자는 "최근 10년물 금리가 크게 떨어지면서 오버슈팅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내일 CPI와 모레 FOMC를 앞두고 관망세도 나타났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월가에서는 채권 매수 권고가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단기물 중심입니다. 10년물은 짦은 기간에 금리가 크게 떨어졌고(채권 가격이 너무 올랐고) Fed가 기준금리를 더 올리면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이에 시장 금리도 상승했습니다. 오후 3시께 10년물 금리는 3.9bp 오른 3.622%에 거래됐고, 2년물은 4.6bp 상승한 4.407%를 기록했습니다. 오늘 시장에 가장 긍정적 소식이 있었다면 'Fed의 비공식 대변인'이라고 불리는 닉 티미라오스 기자의 기사였습니다. 오전 10시 39분에 나온 '파월은 금리를 얼마나 계속해서 올려야 할까. Fed 위원은 분열되었다'(How Long Should Powell Keep Raising Interest Rates? Fed Officials Are Divided)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Fed 위원들 사이에 향후 움직임을 놓고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파월 의장이 두 가지 어려운 질문(여기에서 얼마나 높은 금리를 올릴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오랫동안 그 수준을 유지할 것인지)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지난 1년간 통일됐던 위원들 사이에 변화가 있다는 것이죠. 비둘기파(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준 총재,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 등)는 인플레이션이 내년에 꾸준히 진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곧 금리 인상을 중단하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필요 이상으로 금리를 인상하고 불필요하게 깊은 경기 침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하지만 매파(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등)는 인플레이션이 내년에 충분히 완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으며, 기준금리를 더 높이거나 더 오랫동안 그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는 것이죠. 넷얼라이언스는 "우리가 이 기사에서 너무 많은 것을 읽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기사를 보면 Fed는 시장이 예상하던 것보다 훨씬 빨리 금리 인상을 끝낼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Fed가 분열되어 있다면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더 올리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다만 티미라오스 기자는 이 기사에 대한 반응이 걱정됐는지 트위터를 통해 "Fed 내부의 반대 의견이 구체화하였을 때 파월 의장이 통화정책 진로를 변경했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파월이 의장 재임 기간 가장 큰 내부 반대에 직면한 기간(2019년 7~10월 금리 인하)에도 (FOMC는) 파월이 추진하던 걸 막지 못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오늘 지수 상승에도 변동성 지수(VIX)가 9.51% 오른 25까지 상승해 CPI 발표와 FOMC를 앞둔 투자자 불안감을 노출했습니다. 윤제성 뉴욕생명 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누군가가 상당한 규모의 지수 콜옵션을 사들였고 그래서 VIX가 올랐다. 일부 투자자들이 CPI가 낮게 나오고 시장이 급등할 가능성을 헤지하기 위해 콜옵션을 산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말했습니다.
CPI를 살펴보면 컨센서스는 헤드라인 전년 대비 7.3%, 전월 대비 0.3% 상승이고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는 각각 6.1%, 0.3%입니다. 10월보다 조금씩 낮아집니다. 7.3%만 보면 10월의 7.7%뿐 아니라 지난 6월 정점이던 9.1%보다 상당폭 내려온 것이죠. 모건스탠리와 바클레이스, 웰스파고 등은 7.2%를 전망하고 있고 뱅크오브아메리카, HSBC, PNC뱅크 등이 7.3%를 내다봅니다. 그리고 소시에테 제네랄, 스코시아뱅크 등은 7.4%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물가가 컨센서스보다 조금 더 내려갈 것으로 봅니다. 골드만삭스는 "11월 근원 CPI가 전월 대비 0.28%, 전년 대비 6.0%로 예상한다. 경매 가격 하락으로 중고차가 3% 하락하고 연말연시 할인 증가로 의류 가격이 1% 하락할 것으로 본다. 또 지난달 급등한 호텔 가격이 1% 하락한 것으로 가정한다. 2023년 모델 출시로 판매가는 올랐지만 증가한 인센티브가 이를 상쇄함에 따라 신차 인플레이션(+0.2% 전월 대비)도 추가로 완화될 것으로 추정한다. 새로운 임대료 둔화가 지속적 상승 압력을 상쇄하기 때문에 주거비 인플레이션의 전월 대비 상승 폭(임대료 +0.64%, 집주인의 등가임대료 +0.62% 예상)의 추가 상승을 기대하지 않는다. 반면 항공료는 2% 반등한다고 가정하고 있고 자동차 보험도 더 높은 수리 및 교체 비용으로 인한 추가 상승을 예상한다. 휘발유 가격 하락과 식료품 가격 상승을 반영하여 헤드라인 CPI는 전월 대비 0.20%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JP모건은 헤드라인 7.3%, 0.3%와 근원 수치 6.1%, 0.3% 등 컨센서스와 같은 예측을 하고 있습니다. JP모건은 헤드라인 수치를 놓고 확률을 제시했습니다.
①. 7.8% 이상(5% 확률)→ S&P500 4~5% 하락
투자자들은 일회적 이상 현상인지, 또다시 상승세가 가속화되는 것인지 묻게 될 것이다. 단기적 물가 전망은 중국의 경제 재개 확대로 흔들릴 수 있다.
② 7.5~7.7%(25%)→ S&P500 2.5~3.5% 하락
올해 CPI는 예상보다 0.1~0.3%포인트 웃돈 적이 많은데, 0.2%포인트 이상 상회할 때 평균적으로 -2.3%의 S&P500 지수 하락을 불렀다. CPI가 7.5%를 넘으면 지금의 베어마켓 랠리 상황을 고려하면 더 극적인 하락을 볼 수도 있다.
③ 7.2~7.4%(50%) →S&P500 2~3% 상승
시장 예측과 같은 수준의 발표는 현재 투자자 포지셔닝을 감안할 때 시장에 긍정적이다. 포지셔닝은 11월보다는 가볍진 않지만, 역사적 잣대에 비춰 낮다. 이는 숏커버링을 촉발해 단기적으로 트레이딩 레인지(trading range)를 3700~3900에서 3850~4150으로 높일 수 있다.
④ 7.0~7.2%(15%) →S&P500 4~5% 상승
이런 긍정적 수치는 비록 그다음 날 FOMC가 제시할 점도표에서 더 높은 최종금리가 찍혀 나올 것이란 예상에도 그 최종금리에 대한 예상을 끌어내릴 수 있다. 강세론자들을 대담하게 만들 수 있으며, 원자재 가격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더욱 그렇다.
⑤ 6.9% 이하(5%) → S&P500 지수 8~10% 상승
이는 10월부터 이어져 온 이번 랠리의 상승 폭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리면서, 기술적으로 베어마켓을 끝낼 수 있다. 논리는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내림세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논리다. 이는 2023년까지 헤드라인 CPI가 3%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에 자신감을 불어넣을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3%라면 노동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Fed가 5% 이상의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 같지 않다. 그리고 Fed의 전환은 주가를 붕 띄울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관측도 그렇고 7.2~7.4% CPI에 대해 50% 확률을 부여하고 긍정적 시장 반응을 예상한 JP모건도 그렇고 약간의 희망적입니다.
다만 클리블랜드 연방은행에서 내놓는 인플레이션 나우캐스팅은 헤드라인 7.5%를 보고 있습니다. CPI는 지난 9번 연속으로 나우캐스팅 수치보다 살짝 높게 나오다가 지난 10월에 처음으로 낮게 발표됐었습니다. 이번에도 그럴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채권 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높다. 그리고 심지어 원자재 가격에 약간의 디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서도 물가 내림세가 둔화하고 있다"라고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월가 관계자가 지적한 대로 내일 아침 8시 30분 CPI 물가가 나오고 나면 모든 가정은 바뀔 것입니다. 파월 의장 등 Fed 멤버들도 이 수치를 들고 오전 9시 30분부터 열리는 FOMC 회의에 들어갈 것입니다. 어쨌든 기준금리 50bp 인상 예상은 유효합니다. 골드만삭스는 "널리 예상되는 기준금리 50bp 인상 외에 12월 FOMC의 핵심 이벤트는 2023년 기준금리의 예상 최고점이 얼마나 높아지는 것이냐 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이 예측의 중앙값이 지난 9월보다 50bp 상승해 5~5.25%의 새로운 최고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골드만은 "2월 위험은 50bp 인상으로 기울어져 있다. 최종금리 예상외에는 12월 회의에서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시장 예상보다 살짝 높습니다. 블룸버그가 지난 2~7일 사이 이코노미스트 44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Fed의 2023년 최종금리는 9월의 4.6%보다 높아진 4.9%(4.75~5.0%)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CPI가 나오면 달라질 수는 있지만, 월가는 전반적으로 FOMC가 '매파적 50bp 인상'을 할 것으로 봅니다. 50bp를 올리되 전반적 어조나 최종금리 예상은 매파적일 것이란 것이죠. 파이퍼 샌들러는 "기본 사례는 FOMC가 인플레이션에 계속 초점을 맞추고 지속해서 매파적 기조를 보일 것이라는 점"이라고 밝혔습니다. 코너스톤 웰스의 클리프 하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달 발표된 10월 CPI 수치 이후 금융여건이 극적으로 완화됐기 때문에 Fed는 12월 FOMC 회의를 통해 이를 되돌릴 가능성이 높다"라며 "시장은 1분기 이후 금리에 너무 낙관적이라고 생각한다. 파월 의장이 더 매파적인 어조를 취하고 현재 Fed 워치 시장에 반영된 것보다 더 오랫동안 더 높은 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Fed 워치 시장이나 인플레이션 스왑 시장 상황을 보면 내년 하반기 7월께부터는 Fed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오늘 팟캐스트에서 "내년은 아마도 경기 침체의 해가 될 것"이라며 "2023년에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75%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8~9개월 우리가 지켜본 엄청난 금리 인상 영향으로 역경이 찾아오고 Fed는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찰스 슈왑에 따르면 지난 6번의 금리 인상 주기에 있어 최종금리, 즉 가장 높은 금리를 유지했던 기간은 평균 9.5개월에 달합니다. 가장 길었던 것은 1995~1998년 구간으로 무려 18.4개월이나 최종금리가 지속했습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파월 의장이 계속해서 높은 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이전 6개 금리 인상 주기 때보다 더 높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최종금리를 높이고 오랫동안 유지한다면 경제는 악화하고 시장도 그리 좋은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미국 주식 수석 전략가는 "최근 고객들과 많은 대화를 나눠본 결과 많은 투자자들은 우리가 가진 것보다 훨씬 더 비관적인 증시 전망을 갖고 있다"라며 "경기 침체 위험, 마진 축소, 완고한 인플레이션 속에서 2023년 S&P500 지수를 상당히 상승시킬 시나리오를 설명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기업 이익(EPS) 증가율이 제로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S&P500 지수가 2023년 상반기 3600으로 지금보다 약 8% 하락한 후 연말까지 11% 상승해 4000이 되리라 전망했습니다. 또 경제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 S&P500 지수는 3150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코스틴 전략가는 침체가 없더라도 이전 예상보다 더 많은 마진 압축이 나타나 내년 EPS가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3분기 보고서에서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마진 감소가 나타났다고 덧붙였습니다. 주식 밸류에이션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코스틴 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Fed가 예상보다 더 많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면 밸류에이션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낮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에버코어ISI는 "이번 약세장에는 1970년대 이후 모든 약세장이 끝날 때 나타났던 '카타르시스'적인 변동성의 스파이크(spike), 즉 치솟음이 없다며 바닥이 아닌 '진 바닥'은 경제와 이익 침체 예측이 현실화하면서 내년 중반쯤 더 낮은 저점에 도달한 뒤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역시 에버코어도 월가 컨센서스와 같이 내년 하반기 증시 회복을 예상하는데요. 에버코어는 "2023년 중반에는 변동성이 치솟으면서 과거 약세장과 길이와 폭이 비슷한 수준에서 이번 약세장은 끝날 것이고, 내년 하반기 S&P500 지수는 4150까지 회복될 것이다. 기업 이익이 감소할 때도 증시가 올랐던 전례는 여러 번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미국 경기가 향후 10~12주 이내에 침체에 빠질 위험이 있다며 다섯 가지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내년 3월 이전에도 침체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① 채권 수익률 곡선이 1981년 이후 가장 크게 역전됐다=미 국채 10년물과 2년물 금리가 최근 약 80bp 가까이 역전됐다. 이는 투자자가 신뢰하는 경기 침체 선행 지표다.
② 유가가 급락했다= 지난 6개월간 40%가량 급락했다. 중국의 경제 재개와 러시아 원유에 대한 유가 상한제, 미국의 전략 비축유 고갈, OPEC의 공급 제약 등에도 유가는 추락하고 있다. 이는 침체로 인한 수요 약화의 신호일 수 있다.
③ 은행주가 폭락했다=지난 4거래일간 10% 하락했다. 이는 투자자가 성장 둔화를 예상한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은행주는 흔히 '탄광 속 카나리아'로 불리며 다른 업종보다 먼저 경기 침체로 타격을 받는다.
④ 미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신규 수주가 3개월 연속 감소했다= 기업이 고객 주문의 둔화를 예상하거나 이미 경험하고 있다는 잠재적인 신호다.
⑤ 미 주택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주택 매매지수가 전년 대비 37% 급락하는 등 주요국 주택 시장이 일제히 둔화하고 있다. 주택 경기 침체는 소비자 지출을 크게 해칠 수 있는 요인이다.
너무 부정적 관측만을 전해드린 것 같습니다. 월가에는 여전히 몇몇 강세론자들이 있습니다. 오펜하이머의 존 스톨츠퍼스 전략가가 그 중 한 명입니다.
스톨츠퍼스는 오늘 보고서에서 "최근 기억나는 가장 힘든 한 해를 보낸 후 2023년은 긍정적 속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라며 내년 말 S&P500 지수 목표치로 4400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S&P500 기업 EPS가 내년 230달러로 올해, 그리고 월가 예상과 비슷할 것으로 봤습니다. 여기에 멀티플 19배를 곱했습니다. 그는 △Fed의 긴축 노력이 긍정적 효과를 발휘하면서 인플레이션이 계속 낮아진다 △Fed가 금리를 너무 많이 인상하지 않으면서 연착륙 가능성이 커진다 △중국이 경제 재개를 통해 살아난다 △시장 참가자 사이에 약세 정서가 널리 퍼져있다(반등하면 반등폭이 클 수 있다) △내년 EPS에 대한 컨센서스는 이미 적절히 하향 조정이 되었을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주가 밸류에이션(17.1배)은 5년 평균보다 낮은 배수에 거래되고 있다 등의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목표 지수가 상방, 하방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방 위험으로는 △중국 러시아에서 비롯되는 지정학적 및 글로벌 경제 위험 확대 △미국 기업들이 여전히 겪고 있는 공급망 혼란과 악화된 무역 환경 △미 연방정부의 상당한 규모의 추가 재정 정책 부양책 △Fed가 지나친 긴축으로 경제를 얕은 침체 이상으로 몰고 가는 경우 △글로벌 공급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지정학: 중국의 코로나 재봉쇄, 중국의 대만 침공,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 악화, OPEC+의 감산 △세계 경제 회복에 따른 원자재 가격의 극적이고 지속가능한 재상승 등이 있다고 봤습니다.
또 상방 위험으로는 △미 연방정부의 정책 전환에 따른 미국 내 석유 생산 증가 △일관성 있게 낮아지는 인플레이션 △지속해서 예상보다 나은 기업 이익과 성장 전망 △긴축 환경에서도 과거보다 탄력적인 주택 시장 △기업들의 정상화 노력에 따른 공급망 혼란 완화 △원자재 가격의 하락 안정화(경기 침체를 신호할 정도는 아닌) △지정학적 위험 감소에 따른 달러화의 하락 △저축 감소에 따라 노동시장으로 복귀하는 근로자 증가 등을 제시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Fed의 인플레이션 목표를 3~4%대로 높이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2%대를 고집하다가는 경기 침체가 올 때까지 긴축을 해야 할 가능성이 크며 2%대로 놔둘 과학적 근거도 부족하다는 것이죠. 또 3%대로 올리면 향후 경기 침체가 왔을 때 Fed가 경기 회복을 위해 낮출 수 있는 기준금리 범위가 더 커진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중앙은행이 지금 2% 목표를 포기하는 것은 재앙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중앙은행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파국에 이르는 길'(a slippery slope)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시장에서는△인플레이션이 높아졌다고 목표를 바꾼다면 목표는 무슨 소용이 있는가 △2% 목표를 지키지 않는다면 새로운 목표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 △인플레이션을 4%에서 2%로 되돌리기 위해 지불해야할 댓가가 너무 크다면 인플레이션을 6%에서 4%로 낮출 때도 왜 같은 생각이 적용될 수 없느냐는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 이어질 것이란 얘기입니다. 또 물가 목표 4%는 완전고용을 초과한 미국 같은 국가에서는 과열을 의미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