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더 매파적인 FOMC, 더는 믿지 않겠다는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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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금융시장은 14일(미 동부시간) 온종일 오후 2시만 기다렸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의 12월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발표되는 시간입니다.
보합세로 출발한 주요 지수는 오후 2시가 다가올수록 조금씩 상승 폭을 키웠습니다. 전날 발표된 11월 소비자물가(CPI)로 인해 비둘기파적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희망이 커진 덕분입니다. 10월, 11월 두 달 연속 예상보다 개선된 인플레이션이라면 점도표(dot plot)에서 2023년 최종금리가 5% 밑으로 찍혀 나올 것이란 관측이 강해졌습니다. FOMC 발표 전 시카고상품거래소의 Fed워치 시장에서의 최종금리 예상은 4.81%까지 낮아졌습니다. 지난주 5%를 웃돌던 것에 비하면 큰 폭 하락한 것이죠. 국채 시장에서 미 국채 2년물 금리도 3~4bp 내린 4.18%대에 거래됐습니다.
오후 2시 FOMC 결과가 나왔습니다. 예상대로 기준금리는 50bp가 인상되어 4.25~4.5%가 됐습니다(만장일치). 하지만 통화정책 성명서와 경제전망(SEP), 점도표는 모두 매파적이었습니다.
① 매파적 성명서
Fed가 예상보다 기준금리를 덜 올리고 빨리 금리 인상을 중단하려는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통화정책 성명서에 힌트를 넣을 것이란 관측(모건스탠리, 파이퍼 샌들러)이 있었습니다. 기존 성명서에는 "위원회가 기준금리 목표 범위의 지속적 증가가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The Committee anticipates that ongoing increases in the target range will be appropriate)라는 문구가 들어 있는데요.' 지속적 증가'(ongoing increases)라는 기존 문구 대신 '일부 증가'(some further increases)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2005년 12월과 2018년12월에 Fed가 향후 두 차례의 금리 인상이 남아 있다고 생각했을 때 성명서에 'some further'이라는 표현을 넣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성명서에는 "지속적 증가가 적절하다"라는 문구가 그대로 살아있었습니다. 그 외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물론 골드만삭스, 웰스파고 등은 그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봤습니다. ② 매파적 점도표
점도표 상의 2023년 기준금리 중앙값은 5.1%(5.00~5.25%)에 달했습니다. 오늘 이후 내년에도 75bp 추가 인상을 한다는 얘기입니다. 시장 예상 4.8%를 크게 상회합니다. 특히 점도표 작성에 참여한 Fed 멤버 19명 가운데 17명이 5% 이상을 제시했습니다. 나머지 두 명도 4.9%를 찍었습니다. 지난 9월 점도표에서는 한 명도 5% 이상을 내다보지 않았습니다. 블룸버그는 "점도표 역사상 가장 극적인 매파적 변화"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는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합니다. 먼저 점도표는 내년 12월 말을 기준으로 작성합니다. 내년에는 아무도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Fed 위원들이 '매파적으로' 똘똘 뭉쳐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2024년 말 기준금리 예상은 3.9~4.9%(중앙값 4.1%)로 분산됐습니다. 일부는 금리를 별로 내리지 않겠다는 생각이고, 일부는 많이 인하해야 한다고 엇갈린 것이죠.
③ 매파적 경제전망(SEP)
Fed 위원들은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023년 0.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지난 9월 1.2%보다 0.7%포인트나 낮춘 것입니다. 월가 예상치 0.8%를 밑돕니다. Fed의 예상대로 올해 0.5%, 내년 0.5% 성장한다면 사실상 '경기 침체'가 있을 수 있음을 뜻합니다. 그중 몇 개 분기는 마이너스 성장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성장률이기 때문입니다. 또 내년 실업률 전망치는 4.6%(9월 4.4%)로 높였습니다. 실업률은 현재 3.7%인데, 미국은 과거 실업률이 0.5%포인트 이상 높아졌을 때 경기 침체를 피한 적이 없습니다. Fed는 또 내년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을 3.5%(9월 3.1%)로 제시했습니다. 그런 뒤 2024년 말에나 2.5%로 돌아갈 것으로 봤습니다. Fed는 근원 PCE 물가를 기준으로 2%대 물가를 목표로 합니다. 내년 말까지도 3.5%를 유지한다면 내년에는 계속 긴축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언스트앤드영의 그레고리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높인 것은 Fed가 끈질긴 인플레이션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실업률 전망치를 올린 것이다. 과도한 긴축에 따른 위험이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④ 매파적 기자회견
통상 성명서, 경제전망 등이 매파적이면 의장의 기자회견에서 비둘기파적 발언으로 균형을 맞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도 전반적으로 매파적이었습니다.
"아직 할 일이 남았다"라며 말문을 연 파월 의장의 주요 발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CPI 하락, 충분치 않다
"월간 물가 상승 속도의 감속을 환영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려면 훨씬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할 것이다."
"FOMC 참가자들은 계속해서 인플레이션의 상방 위험을 보고 있다."
"회의 첫날에 들어온 중요한 데이터를 경제전망에 반영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
▶기준금리 계속 올린다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기에 충분히 제약적인 통화정책을 달성하기 위해 기준금리의 지속적 인상이 적절할 것으로 계속 예상한다."
"아직 충분히 제약적인 금리에 오지 않았다. 경제전망을 보면 최종금리가 어디(5.1%)에 도달해야 할지 가리키고 있다. 17명의 위원이 5% 이상을 지목했다."
▶2월 25bp 인상?
"어떤 규모로 올릴지 결정하지 않았다. 지금은 '더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오늘 50bp 인상은 이전 4번 회의에서의 75bp 인상보다 낮은 것이다. 물론 50bp는 여전히 역사적으로 큰 인상이다."
"금리를 425bp를 올렸고 제약적 영역에 진입했다. 이제 얼마나 빨리 올리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최종금리가 얼마인지, 그리고 얼마나 오랫동안 제약적 수준을 유지해야 할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경기 침체 보는 건 아니다
"(2023년 0.5% 성장 전망) 경제전망이 침체를 가정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는 말라. 긍정적 성장이기 때문에 침체가 아니다."
"연착륙이 불가능하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우리가 침체를 겪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침체를 겪는다면 심각할지 아닐지도 알 수 없다."
▶내년 금리 인하 없다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금리를 인하하는 것을 보지 못할 것이다."
"역사적 기록은 조기 완화에 대해 강력히 경고한다. 경제전망에 2023년 금리 인하는 없다."
▶노동시장 여전히 빡빡하다
"임금 상승이 보다 지속할 수 있는 수준으로 둔화하기를 바란다."
"기준금리를 4%로 높였는데 노동시장이 여전히 강하다. 여전히 균형 밖에 있다."
▶물가 목표 2% 유지
"인플레이션 목표 변경을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 목표를 2%로 유지하고 도구를 사용해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릴 것이다."
사실 “2월에도 금리 인상 속도를 낮추는 게 적절하다”(즉 25bp 인상)라고 말한 것 외에는 대부분 매파적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월가 은행이 예상했던 대로였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Fed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경기 침체 위험을 무릅쓰고 있으며, 12월 경제전망은 인플레이션 위험이 감소한 것이 아니라 증가했음을 시사한다. 우리는 계속해서 2023년 상반기 경기 침체를 예상하며, Fed의 경제전망에 동의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오후 2시 성명서와 점도표가 발표된 뒤 주가지수는 급락했습니다. 주요 지수는 1% 안팎까지 떨어졌습니다. 2년물 금리도 10bp가량 올라 4.3%대로 올라섰습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으레 그랬던 것처럼) 주가지수는 회복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내년 2월 FOMC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또다시 낮추는 게 적절하다고 밝힌 뒤 S&P500 지수는 한때 플러스 전환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매파적인 FOMC 결과에 투자자들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다우는 0.42%, S&P500 지수는 0.61% 내렸고 나스닥은 0.76%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채권 시장에서는 2년물 금리는 오후 4시 반께 0.4bp 오른 4.222%, 10년물은 2.6bp 내린 3.482%를 기록했습니다. 채권 시장 관계자는 "점도표 등은 매파적이었지만 파월이 예상보다는 매파적이지는 않았다. 해오던 말을 반복하던 수준이었다고 본다. 또 경제전망에서 성장률을 낮춘 것은 사실상 침체가 온다고 인정한 것이란 분석이다. 그래서 장기물 금리가 내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시장 움직임은 혼란스럽습니다. 기준금리를 잘 반영하는 달러화의 경우 ICE 달러 인덱스가 오르다가 결국 0.35% 내린 103.6까지 떨어져 마감됐습니다. Fed가 완화적으로 돌아선 것으로 본 것일까요? 월가 관계자는 "내일이 되면 다시 가격들이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시장이 더는 Fed의 말을 믿지 않는다”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즉 인플레이션은 앞으로 내려갈 것이고 금리를 그렇게 올리지 못할 것이란 것입니다. 파월 의장은 오늘 경제전망(SEP)이 '현재까지는'(as of today) 가장 최선의 추정이고 데이터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데이터에 따라 지금의 Fed 예측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뜻이란 지적(르네상스 매크로)이 나왔습니다. 모건스탠리 인베스트먼트의 짐 카슨은 "Fed의 최종금리 전망치가 9월 4.6%에서 5.1%로 오른 것이 매파적 큰 이슈다. 게다가 인플레이션 속도가 둔화하기 시작했다는 데 대한 얘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은 완전히 (인플레 둔화를) 무시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는 "시장 기반의 Fed 긴축 전망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국채 금리도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Fed의 신뢰도는 변화하는 데이터(디스인플레이션 가속화)에 비추어 볼 때 완고한 매파에 의해 서서히 침식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경기 침체가 오면서 내년 말이면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MPP의 줄리아 코로나도 설립자는 "내년 성장률은 낮추고 실업률은 높이고 기준금리를 높이는데 인플레이션도 3%대로 유지된다고? 그건 시차를 감안해도 Fed의 긴축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말 아닌가"라고 반문했습니다. 그러면서 "매파적 점도표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이를 믿지 않고 있다. 시장의 최종금리 예상은 5%를 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장의 2023년 최종금리 예상은 FOMC 직전 4.81%에서 이후 4.86%로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유명 헤지펀드 투자자인 빌 에커먼의 경우 "Fed의 2% 물가 목표는 더는 신뢰할 수 없다. 탈세계화, 신재생에너지 전환, 인력난으로 더 많은 임금을 지불할 필요성, 위험이 적고 짧은 공급망 등은 모두 인플레이션 요인이다. Fed는 지금 목표를 변경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월가에는 에커먼의 지적대로 탈세계화 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2%대로 떨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하워드 막스도 엊그제 장문의 글에서 역전된 세계화 등을 지적하면서 향후 수년간 기준금리가 지난 10년처럼 0~2%가 아닌 2~4%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파월 의장이 매파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 않나 합니다. Fed가 지난 3월 긴축을 시작한 뒤 시장은 FOMC 날마다 요동치고 있습니다. 성명서 발표 때와 기자회견 때가 다릅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도 마찬가지입니다. 칼슨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지난 6번의 FOMC 다음날 S&P500 지수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습니다. 최대 3.6%까지 떨어지는가 하면 1.2% 오르기도 했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변동성은 매우 크다는 것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Fed에 대한 신뢰를 잃으면 시장 변동성이 커지게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내일 뉴욕 증시의 변동성은 어떤 쪽으로 작용할까요.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보합세로 출발한 주요 지수는 오후 2시가 다가올수록 조금씩 상승 폭을 키웠습니다. 전날 발표된 11월 소비자물가(CPI)로 인해 비둘기파적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희망이 커진 덕분입니다. 10월, 11월 두 달 연속 예상보다 개선된 인플레이션이라면 점도표(dot plot)에서 2023년 최종금리가 5% 밑으로 찍혀 나올 것이란 관측이 강해졌습니다. FOMC 발표 전 시카고상품거래소의 Fed워치 시장에서의 최종금리 예상은 4.81%까지 낮아졌습니다. 지난주 5%를 웃돌던 것에 비하면 큰 폭 하락한 것이죠. 국채 시장에서 미 국채 2년물 금리도 3~4bp 내린 4.18%대에 거래됐습니다.
오후 2시 FOMC 결과가 나왔습니다. 예상대로 기준금리는 50bp가 인상되어 4.25~4.5%가 됐습니다(만장일치). 하지만 통화정책 성명서와 경제전망(SEP), 점도표는 모두 매파적이었습니다.
① 매파적 성명서
Fed가 예상보다 기준금리를 덜 올리고 빨리 금리 인상을 중단하려는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통화정책 성명서에 힌트를 넣을 것이란 관측(모건스탠리, 파이퍼 샌들러)이 있었습니다. 기존 성명서에는 "위원회가 기준금리 목표 범위의 지속적 증가가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The Committee anticipates that ongoing increases in the target range will be appropriate)라는 문구가 들어 있는데요.' 지속적 증가'(ongoing increases)라는 기존 문구 대신 '일부 증가'(some further increases)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2005년 12월과 2018년12월에 Fed가 향후 두 차례의 금리 인상이 남아 있다고 생각했을 때 성명서에 'some further'이라는 표현을 넣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성명서에는 "지속적 증가가 적절하다"라는 문구가 그대로 살아있었습니다. 그 외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물론 골드만삭스, 웰스파고 등은 그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봤습니다. ② 매파적 점도표
점도표 상의 2023년 기준금리 중앙값은 5.1%(5.00~5.25%)에 달했습니다. 오늘 이후 내년에도 75bp 추가 인상을 한다는 얘기입니다. 시장 예상 4.8%를 크게 상회합니다. 특히 점도표 작성에 참여한 Fed 멤버 19명 가운데 17명이 5% 이상을 제시했습니다. 나머지 두 명도 4.9%를 찍었습니다. 지난 9월 점도표에서는 한 명도 5% 이상을 내다보지 않았습니다. 블룸버그는 "점도표 역사상 가장 극적인 매파적 변화"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는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합니다. 먼저 점도표는 내년 12월 말을 기준으로 작성합니다. 내년에는 아무도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Fed 위원들이 '매파적으로' 똘똘 뭉쳐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2024년 말 기준금리 예상은 3.9~4.9%(중앙값 4.1%)로 분산됐습니다. 일부는 금리를 별로 내리지 않겠다는 생각이고, 일부는 많이 인하해야 한다고 엇갈린 것이죠.
③ 매파적 경제전망(SEP)
Fed 위원들은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023년 0.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지난 9월 1.2%보다 0.7%포인트나 낮춘 것입니다. 월가 예상치 0.8%를 밑돕니다. Fed의 예상대로 올해 0.5%, 내년 0.5% 성장한다면 사실상 '경기 침체'가 있을 수 있음을 뜻합니다. 그중 몇 개 분기는 마이너스 성장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성장률이기 때문입니다. 또 내년 실업률 전망치는 4.6%(9월 4.4%)로 높였습니다. 실업률은 현재 3.7%인데, 미국은 과거 실업률이 0.5%포인트 이상 높아졌을 때 경기 침체를 피한 적이 없습니다. Fed는 또 내년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을 3.5%(9월 3.1%)로 제시했습니다. 그런 뒤 2024년 말에나 2.5%로 돌아갈 것으로 봤습니다. Fed는 근원 PCE 물가를 기준으로 2%대 물가를 목표로 합니다. 내년 말까지도 3.5%를 유지한다면 내년에는 계속 긴축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언스트앤드영의 그레고리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높인 것은 Fed가 끈질긴 인플레이션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실업률 전망치를 올린 것이다. 과도한 긴축에 따른 위험이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④ 매파적 기자회견
통상 성명서, 경제전망 등이 매파적이면 의장의 기자회견에서 비둘기파적 발언으로 균형을 맞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도 전반적으로 매파적이었습니다.
"아직 할 일이 남았다"라며 말문을 연 파월 의장의 주요 발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CPI 하락, 충분치 않다
"월간 물가 상승 속도의 감속을 환영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려면 훨씬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할 것이다."
"FOMC 참가자들은 계속해서 인플레이션의 상방 위험을 보고 있다."
"회의 첫날에 들어온 중요한 데이터를 경제전망에 반영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
▶기준금리 계속 올린다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기에 충분히 제약적인 통화정책을 달성하기 위해 기준금리의 지속적 인상이 적절할 것으로 계속 예상한다."
"아직 충분히 제약적인 금리에 오지 않았다. 경제전망을 보면 최종금리가 어디(5.1%)에 도달해야 할지 가리키고 있다. 17명의 위원이 5% 이상을 지목했다."
▶2월 25bp 인상?
"어떤 규모로 올릴지 결정하지 않았다. 지금은 '더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오늘 50bp 인상은 이전 4번 회의에서의 75bp 인상보다 낮은 것이다. 물론 50bp는 여전히 역사적으로 큰 인상이다."
"금리를 425bp를 올렸고 제약적 영역에 진입했다. 이제 얼마나 빨리 올리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최종금리가 얼마인지, 그리고 얼마나 오랫동안 제약적 수준을 유지해야 할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경기 침체 보는 건 아니다
"(2023년 0.5% 성장 전망) 경제전망이 침체를 가정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는 말라. 긍정적 성장이기 때문에 침체가 아니다."
"연착륙이 불가능하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우리가 침체를 겪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침체를 겪는다면 심각할지 아닐지도 알 수 없다."
▶내년 금리 인하 없다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금리를 인하하는 것을 보지 못할 것이다."
"역사적 기록은 조기 완화에 대해 강력히 경고한다. 경제전망에 2023년 금리 인하는 없다."
▶노동시장 여전히 빡빡하다
"임금 상승이 보다 지속할 수 있는 수준으로 둔화하기를 바란다."
"기준금리를 4%로 높였는데 노동시장이 여전히 강하다. 여전히 균형 밖에 있다."
▶물가 목표 2% 유지
"인플레이션 목표 변경을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 목표를 2%로 유지하고 도구를 사용해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릴 것이다."
사실 “2월에도 금리 인상 속도를 낮추는 게 적절하다”(즉 25bp 인상)라고 말한 것 외에는 대부분 매파적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월가 은행이 예상했던 대로였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Fed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경기 침체 위험을 무릅쓰고 있으며, 12월 경제전망은 인플레이션 위험이 감소한 것이 아니라 증가했음을 시사한다. 우리는 계속해서 2023년 상반기 경기 침체를 예상하며, Fed의 경제전망에 동의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오후 2시 성명서와 점도표가 발표된 뒤 주가지수는 급락했습니다. 주요 지수는 1% 안팎까지 떨어졌습니다. 2년물 금리도 10bp가량 올라 4.3%대로 올라섰습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으레 그랬던 것처럼) 주가지수는 회복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내년 2월 FOMC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또다시 낮추는 게 적절하다고 밝힌 뒤 S&P500 지수는 한때 플러스 전환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매파적인 FOMC 결과에 투자자들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다우는 0.42%, S&P500 지수는 0.61% 내렸고 나스닥은 0.76%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채권 시장에서는 2년물 금리는 오후 4시 반께 0.4bp 오른 4.222%, 10년물은 2.6bp 내린 3.482%를 기록했습니다. 채권 시장 관계자는 "점도표 등은 매파적이었지만 파월이 예상보다는 매파적이지는 않았다. 해오던 말을 반복하던 수준이었다고 본다. 또 경제전망에서 성장률을 낮춘 것은 사실상 침체가 온다고 인정한 것이란 분석이다. 그래서 장기물 금리가 내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시장 움직임은 혼란스럽습니다. 기준금리를 잘 반영하는 달러화의 경우 ICE 달러 인덱스가 오르다가 결국 0.35% 내린 103.6까지 떨어져 마감됐습니다. Fed가 완화적으로 돌아선 것으로 본 것일까요? 월가 관계자는 "내일이 되면 다시 가격들이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시장이 더는 Fed의 말을 믿지 않는다”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즉 인플레이션은 앞으로 내려갈 것이고 금리를 그렇게 올리지 못할 것이란 것입니다. 파월 의장은 오늘 경제전망(SEP)이 '현재까지는'(as of today) 가장 최선의 추정이고 데이터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데이터에 따라 지금의 Fed 예측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뜻이란 지적(르네상스 매크로)이 나왔습니다. 모건스탠리 인베스트먼트의 짐 카슨은 "Fed의 최종금리 전망치가 9월 4.6%에서 5.1%로 오른 것이 매파적 큰 이슈다. 게다가 인플레이션 속도가 둔화하기 시작했다는 데 대한 얘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은 완전히 (인플레 둔화를) 무시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는 "시장 기반의 Fed 긴축 전망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국채 금리도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Fed의 신뢰도는 변화하는 데이터(디스인플레이션 가속화)에 비추어 볼 때 완고한 매파에 의해 서서히 침식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경기 침체가 오면서 내년 말이면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MPP의 줄리아 코로나도 설립자는 "내년 성장률은 낮추고 실업률은 높이고 기준금리를 높이는데 인플레이션도 3%대로 유지된다고? 그건 시차를 감안해도 Fed의 긴축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말 아닌가"라고 반문했습니다. 그러면서 "매파적 점도표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이를 믿지 않고 있다. 시장의 최종금리 예상은 5%를 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장의 2023년 최종금리 예상은 FOMC 직전 4.81%에서 이후 4.86%로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유명 헤지펀드 투자자인 빌 에커먼의 경우 "Fed의 2% 물가 목표는 더는 신뢰할 수 없다. 탈세계화, 신재생에너지 전환, 인력난으로 더 많은 임금을 지불할 필요성, 위험이 적고 짧은 공급망 등은 모두 인플레이션 요인이다. Fed는 지금 목표를 변경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월가에는 에커먼의 지적대로 탈세계화 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2%대로 떨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하워드 막스도 엊그제 장문의 글에서 역전된 세계화 등을 지적하면서 향후 수년간 기준금리가 지난 10년처럼 0~2%가 아닌 2~4%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파월 의장이 매파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 않나 합니다. Fed가 지난 3월 긴축을 시작한 뒤 시장은 FOMC 날마다 요동치고 있습니다. 성명서 발표 때와 기자회견 때가 다릅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도 마찬가지입니다. 칼슨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지난 6번의 FOMC 다음날 S&P500 지수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습니다. 최대 3.6%까지 떨어지는가 하면 1.2% 오르기도 했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변동성은 매우 크다는 것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Fed에 대한 신뢰를 잃으면 시장 변동성이 커지게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내일 뉴욕 증시의 변동성은 어떤 쪽으로 작용할까요.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