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나이키 빼면 엉망…1월 실적시즌 불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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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미 동부시간) 뉴욕 맨해튼은 전반적으로 한산한 분위기였습니다. 차량 통행량도 평소보다 크게 줄었습니다. 오는 26일까지 이어지는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많은 시장 참여자가 휴가를 떠났기 때문입니다. 유동성이 얇은 가운데, 쏟아지는 부정적인 기업 실적과 경제 지표에 시장은 크게 흔들렸습니다. 오전 9시 30분 -0.4~-1% 수준의 내림세로 출발한 주요 지수는 하락세를 가속했습니다. 오후 1시 35분께 S&P500 지수는 2.94%, 나스닥은 3.7%까지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장 막판 한 시간 동안 하락 폭을 크게 만회해 다우는 10.5%, S&P500 지수는 1.45%, 나스닥은 2.18% 내린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시장 하락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나이키 빼면 엉망인 실적
내년 1월 중순 시작되는 4분기 어닝시즌을 앞두고 이번 주 중요한 기업들이 전초전 격으로 실적을 발표한다고 말씀드렸었는데요. 지난 화요일 장 마감 뒤 나이키는 좋았습니다. 매출과 이익 모두에서 월가 예상을 크게 넘었습니다. 하지만 페덱스의 실적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강력한 비용 절감을 약속한 덕분에 그나마 시장 반응이 나쁘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런데 어제 장 마감 뒤 실적을 내놓은 마이크론이 분위기를 망쳤습니다. 지난 분기(~12월 1일)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47% 감소한 40억900만 달러, 주당순손실은 -4센트였습니다. 월가는 41억3000만 달러 매출과 주당 1센트의 손실을 예상했었습니다. 다음 분기 가이던스는 더 나빴습니다. 매출 전망은 38억 달러(예상 38억8000만 달러), 주당순손실 전망은 -62센트(예상 -29센트)로 제시됐습니다. 마이크론의 산제이 메로트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몇 달간 수요의 극적인 감소를 겪고 있다"라며 "공급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단호한 비용 절감 조치를 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바클레이스는 마이크론의 회복이 예상보다 오래 걸리고 2024년까지 연장될 수 있다며 수요 및 투자 전망을 낮췄습니다. 도이체방크도 마이크론의 고통이 계속 악화하고 있다며 2023년 주당순이익 추정치를 하향 조정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새벽 대형 중고차 업체인 카맥스가 실적을 내놓았는데 이것도 예상보다 훨씬 좋지 않았습니다. "재앙이다", "끔찍하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지난 분기(~11월 30일)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3.7% 감소한 65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월가는 71억 6000만 달러를 예상했습니다. 순이익은 주당 24센트로 전년 동기 1.63달러보다 80% 이상 감소했고 월가 예상 65센트보다 크게 낮았습니다. 이는 도소매 판매 대수가 28%나 급감한 탓입니다. 카맥스의 빌 내시 CEO는 광범위한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 낮은 소비자 신뢰 등을 거론하면서 소비자의 자동차 구매 능력에 문제가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카맥스도 강력한 비용 절감을 약속했지만, 개장과 함께 10%까지 주가가 폭락했습니다. 나이키 외에는 실적이 좋지 못한 것이죠.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 주 "주요 거시경제 지표는 계속 약세를 보인다. 우리는 2023년 S&P500 기업의 주당순이익(EPS) 195달러 예측에 대해 점점 더 자신감을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월가 애널리스트 컨센서스 231달러나 전략가들의 컨센서스 215달러를 훨씬 밑도는 것입니다. 그는 "일부에선 내년 EPS 추정치가 너무 높다는 걸 모두 알고 있으므로 주가에 이미 반영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의 어닝 모델과 월가 컨센서스가 지금처럼 차이가 컸던 지난 2008년 8월 금융위기 때에도 그런 말을 들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윌슨은 "지금 주가에 부정적 이익 하락 가능성이 모두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우리 예측이 정확하다면 주가 하락은 대부분 투자자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상반기 S&P500 지수의 새로운 저점이 3000~3300선에서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② 경기선행지수 폭락→경기 침체
아침 10시에 발표된 콘퍼런스보드의 11월 경기선행지표(LEI)는 전월 대비 1.0%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월가 예상(0.5% 하락)보다 내림 폭이 컸을 뿐 아니라 지난 5월부터 6개월 연속 내리면서 3.7%나 떨어졌습니다. 또 지난 11개월 중 10개월 동안 내렸습니다. 이런 연속 하락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 여름~2009년 3월 이후 처음입니다. 콘퍼런스보드는 “LEI는 Fed의 긴축이 경제 활동, 특히 주택 측면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시사한다. 그 결과 경기 침체가 2023년 초에 시작되어 중반까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모트캐피털의 마이클 크레이머 설립자는 "LEI가 -1% 밑으로 떨어졌을 때 경기 침체를 피한 것은 딱 한 번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어제 오전 10시 콘퍼런스보드의 12월 소비자신뢰지수가 크게 상승해 전날 증시 반등을 이끌었었는데, 오늘 LEI는 정반대 결과를 낳은 것이지요. 사실 12월 신뢰지수 상승에 대해서도 부정적 평가가 있었습니다. BMO는 "콘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 설문조사는 고용에 중심을 두고 있다"라며 "이는 좋은 소식이지만, 나쁜 소식이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조사에서 일자리가 ‘풍부하다’라고 답한 비중은 47.8%로 전달보다 더 늘었고, 향후 6개월 내 더 많은 일자리를 기대하는 사람 비율도 증가했습니다. BMO는 이는 실업률이 더 낮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뜨거운 노동 시장을 식히려는 미 중앙은행(Fed)은 더 강력하게 긴축해야 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③ 강력한 3분기 성장→추가 긴축 필요성→침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최종적으로 연율 3.2%로 집계됐습니다. 지난달 발표한 잠정치(2.9%)보다 0.3%포인트 상향 조정됐습니다. 미국의 성장률은 속보치, 잠정치, 확정치 등 3차례로 나눠 발표됩니다. 지난 1∼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미 경제는 3분기 큰 폭으로 성장해 연간으로도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했습니다.
3분기 개인 소비도 더 강력한 서비스 지출을 반영해 잠정치(1.7% 증가)보다 높은 2.3% 증가로 상향 수정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3분기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도 잠정치(4.6% 상승)보다 올라간 4.7%로 높아졌습니다. 또 전주(~12월 17일)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그 전주보다 2000건 증가한 21만6000건으로 발표되었습니다. 소폭 늘었지만,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입니다. 노동 시장이 강했던 2019년 평균이 21만8000건입니다. 심지어 계속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167만 건으로 소폭 줄었습니다. 10월 초 이래로 첫 감소입니다.
모두 Fed가 싫어할 만한 수치들입니다. PNC파이낸셜의 거스 파우처 이코노미스트는 "Fed의 관점에서 보면 노동 시장은 여전히 너무 뜨겁다. 주택과 같이 금리 민감한 산업은 둔화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성장은 충분히 식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Fed의 추가 금리 인상이 2023년 미국 경제를 완만한 불황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기준금리 움직임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오후 3시 44분께 3.3bp 오른 4.261%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성장, 물가에 더 영향을 받는 10년물 금리는 종일 오르락내리락하더니 0.5bp 상승한 3.679%에 거래됐습니다. 지금은 강한 경기(물가)→예상되는 추가 긴축→다가오는 침체를 모두 소화한 결과입니다. 오늘 시장에 영향을 준 요인 중 하나는 유명 투자자인 아팔루사 캐피털의 데이비드 태퍼 설립자의 CNBC 인터뷰(개장 전)였습니다. 그는 "중앙은행의 말을 믿어야 한다"라며 "나는 아마도 주식에 대해 공매도하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테퍼는 "우리는 훨씬 더 많은 긴축을 겪게 될 것이다. 가끔 중앙은행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말하는데, 그럴 때 당신은 그들을 믿어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주식뿐 아니라 2년물 채권에 대해서도 공매도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한다면 2년물 수익률이 더 높아질 것(채권 가격이 더 낮아질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오늘 종목별 움직임을 보면 실적에 대한 민감함이 드러났습니다.
다우 30개 종목 중 상승한 종목은 4개에 그쳤습니다. 나이키(0.8%)가 이틀째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장 중 어느 시점에는 30개 종목 중 나이키 홀로 오르고 있었습니다.
마이크론(-3.44%) 충격을 얻어맞은 반도체 업종은 폭락했습니다. 엔비디아(-7.04%)와 AMD(-5.64%) 램리서치(-8.65%) 등 줄줄이 급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4.2% 하락했습니다. 카맥스는 3.66% 폭락하면서 카바나(-4.4%) 등 중고차 업체뿐 아니라 테슬라(-8.88%) GM(-6.6%) 등 자동차 관련주를 함께 끌어내렸습니다. 테슬라는 한때 10% 넘게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가 상당한 가운데 북미에서 연말까지 배송되는 모델3, 모델Y에 대해 7500달러 할인과 무료 충전(1만 마일)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하자 걱정이 더 커진 탓입니다. S&P500지수는 오후 1시 35분 3764.49까지 폭락하면서 지난 11월 초부터 지켜온 3800선 밑으로 추락하는가 했지만 이후 하락 폭을 만회, 3822.60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중요한 기술적 지지선을 지켜낸 것입니다. 미 상원이 오후에 1조7000억 달러 규모의 내년 연방정부 예산안을 통과시킨 게 반등 계기가 됐습니다. 찬성 68표, 반대 29로 승인했습니다. 민주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만큼 하원은 내일 오전 이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란 관측입니다. 이 예산이 통과되지 않으면 정부 폐쇄가 불가피했습니다. 국방예산은 9.7% 늘어난 8580억 달러, 일반예산은 5.5% 늘어난 7725억 달러를 편성했습니다. 정부 폐쇄 위험을 덜었을 뿐 아니라, 내년 경기 연착륙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시장에는 여전히 낙관론을 펴는 이들이 있습니다. 소수이긴 하지만요. 펀드스트랫의 톰 리 설립자가 대표적입니다. 리는 오늘 CNBC 인터뷰에서 “23일 나오는 11월 PCE 물가와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시장 예상보다 좋은 숫자를 보여줄 것”이라며 산타 랠리를 예상했습니다.
그는 최근 2023년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제목은 "위기보다는 훨씬 더 많은 기회"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올해 위기가 내년에는 10% 이상의 수익률을 안겨줄 매우 높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인플레이션이 끈적끈적(sticky)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10월, 11월 소비자물가(CPI)를 보면 인플레이션은 거의 멈췄으며 돌덩이처럼 떨어지고 있다. 이는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도 계속될 것이다.
▶Fed는 내년에 크게 바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면 더 적은 금리 인상 및 더 낮은 최종금리를 택하게 될 것이다. 2년물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게 형성되고 있는 데서 보듯이 채권시장은 이를 예상하고 있다.
▶미국 경제는 빠른 Fed의 긴축에도 끈질긴 힘을 보여주고 있다. 다수 투자자는 Fed가 뭔가 부러질 때까지 금리를 올려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하지만 위의 예상들이 맞다면 연착륙 가능성이 매우 크다.
▶미 증시가 2년 연속 하락하는 것은 매우 드물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하락한 해는 21번 있었는데, 2년 연속 하락은 딱 세 번(1974년, 2001년, 2002년)에 불과하다. 기업이익(EPS)이 감소하거나 늘지 않아도 두 자릿수대 수익률을 보인 해도 많다. 월가 컨센서스(EPS 감소)가 반드시 주가 상승 제약요인은 아니다. ▶2023년에는 EPS를 위한 순풍(달러 약세와 구매관리자지수 PM)의 바닥 다지기, 공급망 정상화, 중국의 경제 재개 등)이 많다. 그래서 EPS는 2023년에 완만히 성장한 뒤 2024년에는 250달러를 넘을 것이다.
▶1930년 이후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3.5~4.5% 사이일 때 주가수익비율(P/E)은 18.5~19.75배에 달했다. 250달러에 19배를 곱하면 S&P500 지수의 공정가치는 4750 수준이다.
▶2023년 최고의 업종은 기술, 에너지, 그리고 산업이다. 필수소비재에 대한 투자 의견은 낮춘다.
사실 이렇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한 달 뒤를 알 수 없는데, 1년을 내다본다는 건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다들 2023년 1년 치 전망을 하는데, 메릴은 '향후 몇 달 전망'(What does the CIO expect in the coming few months?)을 내놓았습니다. 이를 옮깁니다. ▶2023년의 가장 큰 놀라움은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급격히 떨어지며 연초 채권이 어느 정도 랠리를 펼치는가 하는 게 될 것이다.
▶채권은 경기 침체를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한다.
▶달러는 정점에 도달했으며 미묘한 약세를 겪고 있다.
▶2년물 금리가 기준금리와 균형을 이루면서 장기 금리는 정점에 도달했다.
▶12월 소폭의 안도 랠리가 지속하였으나, 전반적인 기업 실적 및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새해에는 상승분을 토해내게 된다.
▶투자 심리는 기록적으로 저조한 수준이어서 매도 압력이 낮고 긍정적 놀라움에 취약하다. 이는 대규모 급락 가능성과 균형을 맞추는 데(가능성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경제 데이터, 주택, 고용 통계 및 인플레이션이 모두 약세를 나타내며 Fed는 1분기에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다.
▶상반기에는 채권, 하반기에는 주식을 선호한다. 우리는 여전히 펀드매니저들이 성장주보다 가치주에 더 많이 투자하는 것을 본다.
▶소형주가 향후 수년 동안 시장 주도주가 될 수 있지만 지속해서 대형주를 능가하려면 2023년 초 안정성이 필요하다.
▶국제 주식은 달러의 정점이 더 나은 밸류에이션 및 주가를 지원하므로 미국 주식보다 수익률이 나을 가능성이 있다.
▶2023년 주기적 약세장이 끝나고 강세장이 다시 시작된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① 나이키 빼면 엉망인 실적
내년 1월 중순 시작되는 4분기 어닝시즌을 앞두고 이번 주 중요한 기업들이 전초전 격으로 실적을 발표한다고 말씀드렸었는데요. 지난 화요일 장 마감 뒤 나이키는 좋았습니다. 매출과 이익 모두에서 월가 예상을 크게 넘었습니다. 하지만 페덱스의 실적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강력한 비용 절감을 약속한 덕분에 그나마 시장 반응이 나쁘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런데 어제 장 마감 뒤 실적을 내놓은 마이크론이 분위기를 망쳤습니다. 지난 분기(~12월 1일)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47% 감소한 40억900만 달러, 주당순손실은 -4센트였습니다. 월가는 41억3000만 달러 매출과 주당 1센트의 손실을 예상했었습니다. 다음 분기 가이던스는 더 나빴습니다. 매출 전망은 38억 달러(예상 38억8000만 달러), 주당순손실 전망은 -62센트(예상 -29센트)로 제시됐습니다. 마이크론의 산제이 메로트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몇 달간 수요의 극적인 감소를 겪고 있다"라며 "공급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단호한 비용 절감 조치를 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바클레이스는 마이크론의 회복이 예상보다 오래 걸리고 2024년까지 연장될 수 있다며 수요 및 투자 전망을 낮췄습니다. 도이체방크도 마이크론의 고통이 계속 악화하고 있다며 2023년 주당순이익 추정치를 하향 조정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새벽 대형 중고차 업체인 카맥스가 실적을 내놓았는데 이것도 예상보다 훨씬 좋지 않았습니다. "재앙이다", "끔찍하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지난 분기(~11월 30일)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3.7% 감소한 65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월가는 71억 6000만 달러를 예상했습니다. 순이익은 주당 24센트로 전년 동기 1.63달러보다 80% 이상 감소했고 월가 예상 65센트보다 크게 낮았습니다. 이는 도소매 판매 대수가 28%나 급감한 탓입니다. 카맥스의 빌 내시 CEO는 광범위한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 낮은 소비자 신뢰 등을 거론하면서 소비자의 자동차 구매 능력에 문제가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카맥스도 강력한 비용 절감을 약속했지만, 개장과 함께 10%까지 주가가 폭락했습니다. 나이키 외에는 실적이 좋지 못한 것이죠.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 주 "주요 거시경제 지표는 계속 약세를 보인다. 우리는 2023년 S&P500 기업의 주당순이익(EPS) 195달러 예측에 대해 점점 더 자신감을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월가 애널리스트 컨센서스 231달러나 전략가들의 컨센서스 215달러를 훨씬 밑도는 것입니다. 그는 "일부에선 내년 EPS 추정치가 너무 높다는 걸 모두 알고 있으므로 주가에 이미 반영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의 어닝 모델과 월가 컨센서스가 지금처럼 차이가 컸던 지난 2008년 8월 금융위기 때에도 그런 말을 들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윌슨은 "지금 주가에 부정적 이익 하락 가능성이 모두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우리 예측이 정확하다면 주가 하락은 대부분 투자자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상반기 S&P500 지수의 새로운 저점이 3000~3300선에서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② 경기선행지수 폭락→경기 침체
아침 10시에 발표된 콘퍼런스보드의 11월 경기선행지표(LEI)는 전월 대비 1.0%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월가 예상(0.5% 하락)보다 내림 폭이 컸을 뿐 아니라 지난 5월부터 6개월 연속 내리면서 3.7%나 떨어졌습니다. 또 지난 11개월 중 10개월 동안 내렸습니다. 이런 연속 하락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 여름~2009년 3월 이후 처음입니다. 콘퍼런스보드는 “LEI는 Fed의 긴축이 경제 활동, 특히 주택 측면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시사한다. 그 결과 경기 침체가 2023년 초에 시작되어 중반까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모트캐피털의 마이클 크레이머 설립자는 "LEI가 -1% 밑으로 떨어졌을 때 경기 침체를 피한 것은 딱 한 번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어제 오전 10시 콘퍼런스보드의 12월 소비자신뢰지수가 크게 상승해 전날 증시 반등을 이끌었었는데, 오늘 LEI는 정반대 결과를 낳은 것이지요. 사실 12월 신뢰지수 상승에 대해서도 부정적 평가가 있었습니다. BMO는 "콘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 설문조사는 고용에 중심을 두고 있다"라며 "이는 좋은 소식이지만, 나쁜 소식이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조사에서 일자리가 ‘풍부하다’라고 답한 비중은 47.8%로 전달보다 더 늘었고, 향후 6개월 내 더 많은 일자리를 기대하는 사람 비율도 증가했습니다. BMO는 이는 실업률이 더 낮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뜨거운 노동 시장을 식히려는 미 중앙은행(Fed)은 더 강력하게 긴축해야 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③ 강력한 3분기 성장→추가 긴축 필요성→침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최종적으로 연율 3.2%로 집계됐습니다. 지난달 발표한 잠정치(2.9%)보다 0.3%포인트 상향 조정됐습니다. 미국의 성장률은 속보치, 잠정치, 확정치 등 3차례로 나눠 발표됩니다. 지난 1∼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미 경제는 3분기 큰 폭으로 성장해 연간으로도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했습니다.
3분기 개인 소비도 더 강력한 서비스 지출을 반영해 잠정치(1.7% 증가)보다 높은 2.3% 증가로 상향 수정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3분기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도 잠정치(4.6% 상승)보다 올라간 4.7%로 높아졌습니다. 또 전주(~12월 17일)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그 전주보다 2000건 증가한 21만6000건으로 발표되었습니다. 소폭 늘었지만,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입니다. 노동 시장이 강했던 2019년 평균이 21만8000건입니다. 심지어 계속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167만 건으로 소폭 줄었습니다. 10월 초 이래로 첫 감소입니다.
모두 Fed가 싫어할 만한 수치들입니다. PNC파이낸셜의 거스 파우처 이코노미스트는 "Fed의 관점에서 보면 노동 시장은 여전히 너무 뜨겁다. 주택과 같이 금리 민감한 산업은 둔화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성장은 충분히 식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Fed의 추가 금리 인상이 2023년 미국 경제를 완만한 불황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기준금리 움직임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오후 3시 44분께 3.3bp 오른 4.261%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성장, 물가에 더 영향을 받는 10년물 금리는 종일 오르락내리락하더니 0.5bp 상승한 3.679%에 거래됐습니다. 지금은 강한 경기(물가)→예상되는 추가 긴축→다가오는 침체를 모두 소화한 결과입니다. 오늘 시장에 영향을 준 요인 중 하나는 유명 투자자인 아팔루사 캐피털의 데이비드 태퍼 설립자의 CNBC 인터뷰(개장 전)였습니다. 그는 "중앙은행의 말을 믿어야 한다"라며 "나는 아마도 주식에 대해 공매도하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테퍼는 "우리는 훨씬 더 많은 긴축을 겪게 될 것이다. 가끔 중앙은행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말하는데, 그럴 때 당신은 그들을 믿어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주식뿐 아니라 2년물 채권에 대해서도 공매도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한다면 2년물 수익률이 더 높아질 것(채권 가격이 더 낮아질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오늘 종목별 움직임을 보면 실적에 대한 민감함이 드러났습니다.
다우 30개 종목 중 상승한 종목은 4개에 그쳤습니다. 나이키(0.8%)가 이틀째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장 중 어느 시점에는 30개 종목 중 나이키 홀로 오르고 있었습니다.
마이크론(-3.44%) 충격을 얻어맞은 반도체 업종은 폭락했습니다. 엔비디아(-7.04%)와 AMD(-5.64%) 램리서치(-8.65%) 등 줄줄이 급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4.2% 하락했습니다. 카맥스는 3.66% 폭락하면서 카바나(-4.4%) 등 중고차 업체뿐 아니라 테슬라(-8.88%) GM(-6.6%) 등 자동차 관련주를 함께 끌어내렸습니다. 테슬라는 한때 10% 넘게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가 상당한 가운데 북미에서 연말까지 배송되는 모델3, 모델Y에 대해 7500달러 할인과 무료 충전(1만 마일)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하자 걱정이 더 커진 탓입니다. S&P500지수는 오후 1시 35분 3764.49까지 폭락하면서 지난 11월 초부터 지켜온 3800선 밑으로 추락하는가 했지만 이후 하락 폭을 만회, 3822.60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중요한 기술적 지지선을 지켜낸 것입니다. 미 상원이 오후에 1조7000억 달러 규모의 내년 연방정부 예산안을 통과시킨 게 반등 계기가 됐습니다. 찬성 68표, 반대 29로 승인했습니다. 민주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만큼 하원은 내일 오전 이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란 관측입니다. 이 예산이 통과되지 않으면 정부 폐쇄가 불가피했습니다. 국방예산은 9.7% 늘어난 8580억 달러, 일반예산은 5.5% 늘어난 7725억 달러를 편성했습니다. 정부 폐쇄 위험을 덜었을 뿐 아니라, 내년 경기 연착륙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시장에는 여전히 낙관론을 펴는 이들이 있습니다. 소수이긴 하지만요. 펀드스트랫의 톰 리 설립자가 대표적입니다. 리는 오늘 CNBC 인터뷰에서 “23일 나오는 11월 PCE 물가와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시장 예상보다 좋은 숫자를 보여줄 것”이라며 산타 랠리를 예상했습니다.
그는 최근 2023년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제목은 "위기보다는 훨씬 더 많은 기회"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올해 위기가 내년에는 10% 이상의 수익률을 안겨줄 매우 높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인플레이션이 끈적끈적(sticky)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10월, 11월 소비자물가(CPI)를 보면 인플레이션은 거의 멈췄으며 돌덩이처럼 떨어지고 있다. 이는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도 계속될 것이다.
▶Fed는 내년에 크게 바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면 더 적은 금리 인상 및 더 낮은 최종금리를 택하게 될 것이다. 2년물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게 형성되고 있는 데서 보듯이 채권시장은 이를 예상하고 있다.
▶미국 경제는 빠른 Fed의 긴축에도 끈질긴 힘을 보여주고 있다. 다수 투자자는 Fed가 뭔가 부러질 때까지 금리를 올려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하지만 위의 예상들이 맞다면 연착륙 가능성이 매우 크다.
▶미 증시가 2년 연속 하락하는 것은 매우 드물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하락한 해는 21번 있었는데, 2년 연속 하락은 딱 세 번(1974년, 2001년, 2002년)에 불과하다. 기업이익(EPS)이 감소하거나 늘지 않아도 두 자릿수대 수익률을 보인 해도 많다. 월가 컨센서스(EPS 감소)가 반드시 주가 상승 제약요인은 아니다. ▶2023년에는 EPS를 위한 순풍(달러 약세와 구매관리자지수 PM)의 바닥 다지기, 공급망 정상화, 중국의 경제 재개 등)이 많다. 그래서 EPS는 2023년에 완만히 성장한 뒤 2024년에는 250달러를 넘을 것이다.
▶1930년 이후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3.5~4.5% 사이일 때 주가수익비율(P/E)은 18.5~19.75배에 달했다. 250달러에 19배를 곱하면 S&P500 지수의 공정가치는 4750 수준이다.
▶2023년 최고의 업종은 기술, 에너지, 그리고 산업이다. 필수소비재에 대한 투자 의견은 낮춘다.
사실 이렇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한 달 뒤를 알 수 없는데, 1년을 내다본다는 건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다들 2023년 1년 치 전망을 하는데, 메릴은 '향후 몇 달 전망'(What does the CIO expect in the coming few months?)을 내놓았습니다. 이를 옮깁니다. ▶2023년의 가장 큰 놀라움은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급격히 떨어지며 연초 채권이 어느 정도 랠리를 펼치는가 하는 게 될 것이다.
▶채권은 경기 침체를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한다.
▶달러는 정점에 도달했으며 미묘한 약세를 겪고 있다.
▶2년물 금리가 기준금리와 균형을 이루면서 장기 금리는 정점에 도달했다.
▶12월 소폭의 안도 랠리가 지속하였으나, 전반적인 기업 실적 및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새해에는 상승분을 토해내게 된다.
▶투자 심리는 기록적으로 저조한 수준이어서 매도 압력이 낮고 긍정적 놀라움에 취약하다. 이는 대규모 급락 가능성과 균형을 맞추는 데(가능성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경제 데이터, 주택, 고용 통계 및 인플레이션이 모두 약세를 나타내며 Fed는 1분기에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다.
▶상반기에는 채권, 하반기에는 주식을 선호한다. 우리는 여전히 펀드매니저들이 성장주보다 가치주에 더 많이 투자하는 것을 본다.
▶소형주가 향후 수년 동안 시장 주도주가 될 수 있지만 지속해서 대형주를 능가하려면 2023년 초 안정성이 필요하다.
▶국제 주식은 달러의 정점이 더 나은 밸류에이션 및 주가를 지원하므로 미국 주식보다 수익률이 나을 가능성이 있다.
▶2023년 주기적 약세장이 끝나고 강세장이 다시 시작된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