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의 초대형 유조선(VLCC)./사진=연합뉴스
HMM의 초대형 유조선(VLCC)./사진=연합뉴스
한때 높은 주가 상승률 덕에 '흠슬라'라는 별명이 붙었던 HMM에 어두운 전망이 나왔다. 운임 하락으로 인한 펀더멘털(기초체력) 우려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3일 HMM은 52주 최저가인 1만7000원에 비해 27% 높은 2만1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거래일 보단 3% 하락했지만, 저점에 비해 주가를 다소 회복했다.

증권가는 최근 HMM 주가 흐름에 연말 배당 기대감, 업황 개선 전망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호실적으로 인한 연말 배당과 경기침체 국면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투자심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시장은 올해 HMM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HMM 시장 추정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91% 성장한 18조4717억원, 영업이익은 36.89% 증가한 10조993억원이다.

HMM의 민영화 가능성도 주가에 영향을 줬다. 지난달 22일 HMM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지분 20.69%를 매각하겠다는 계획이 언론에 보도된 후 HMM의 주가는 전장보다 8.52% 올랐다.

이런 상승 흐름이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HMM의 실적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와 같이 움직이는데, SCFI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관세물류협회에 따르면 이날 SCFI는 전주(16일)보다 16.2포인트 내린 1107.09로 집계됐다. 2020년 7월 말 1103.47을 기록한 후 약 2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올해 1월 7일 최고치 5109.06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SCFI가 하락했다는 건 전 세계 해상 교역량이 줄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배 연구원은 "HMM의 펀더멘털은 장기운송계약과 비정기단기운송계약(SPOT)이 결정한다"며 "운임이 비교적 높을 때 체결됐던 장기운송계약분이 실적을 방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년 연평균 SCFI는 올해 평균치보다 낮은 1600~1700 수준을 보일 것"이라며 "운임이 하락하면 내년 HMM의 이익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의 내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40.46%, 72.2%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HMM이 업황 하락기를 견딜 수 있는 재무안정성을 갖춰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달 6일 한국신용평가는 HMM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높여 잡았다. 한국신용평가측은 HMM이 올해 9월 기준 순현금 9조원을 보유한 점과 2021년 말 72.6%였던 부채비율을 36.9%로 낮춘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