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또 –20% 밀린 S&P500…내년 월가 전망 '총정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27일(미 동부시간) 사흘 쉬고 다시 문을 연 뉴욕 증시는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발생한 각종 국제 뉴스를 소화해야 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다음 달 8일부터 해외 입국자에 대한 의무 격리를 중단하고 입국 후 PCR 검사를 폐지하기로 하는 등 지속해서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을 풀었습니다. 중국이 경제 부양에 나설 것이란 언론 보도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물론 대만 언론이 온라인에 유출된 중국 정부 문건을 인용해 지난 1~20일 중국 인구 18%인 2억 4800만 명이 감염됐다고 보도하는 등 봉쇄 완화가 금세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구릿값이 저점에서 25% 오르는 등 기대는 큽니다. 유럽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최종금리가 4%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습니다. ECB 정책위원이자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인 클라스 노트는 "긴축 사이클의 절반 지점을 지났을 뿐"이라며 "인플레이션을 길들이기 위해 더 오래, 더 높은 금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라며 금리를 계속 높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도 "빅스텝이 상당 기간 예상돼야 할 것"이라며 추가 긴축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금융완화의 근거인 정부와 일본은행의 공동 성명 개정과 관련해 "현 단계에서 재검토에 관해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우선은 일본은행 총재를 결정하고 나서 할 이야기"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의 임기가 내년 4월 끝나면 공동 성명 개정을 논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습니다. 일본이 긴축에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일본의 11월 소비자물가는 3.7% 올라 40년 만의 최고치에 달하고 있습니다. 구로다 총재는 26일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 변동 폭을 ±0.5로 확대한 것에 대해 "출구 전략을 향한 첫걸음이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구로다 총재는 여러 번 시장을 속인 적이 있습니다. 이런 뉴스들은 뉴욕 채권 시장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금리는 아침부터 뛰기 시작했고, 미 국채 10년물은 오후 2시 48분께 지난주보다 11bp나 급등한 3.859%에 거래됐습니다. 2년물도 10.6bp 상승한 4.425%를 기록했습니다. 각각 한 달 반 만의 최고 수준입니다. 오후 1시 발표된 미 국채 2년물 경매(420억 달러)에서 발행 금리가 4.373%로 발행 당시의 시장 금리 4.390%보다 1.7bp 낮게 낙찰됐습니다. 하지만 시장 금리는 주춤하더니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중국의 경기 회복은 글로벌 경기 침체 확률을 낮춥니다. 금리 상승 요인이죠. 또 유가 회복 등을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럽의 금리도 오늘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중국의 코로나 봉쇄 폐지가 가장 큰 영향을 준 것 같은데 그렇다고 이렇게 빨리 금리가 오를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라면서 "다들 휴가를 가서 시장이 너무 얇은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금리 급등은 주식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금리 상승에 민감한 기술주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졌습니다. 다우와 S&P500 지수는 보합 선에서 출발한 뒤 오르락내리락했지만 나스닥은 큰 폭의 내림세를 유지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0.11% 올랐지만, S&P500 지수는 0.40% 내렸고, 나스닥은 1.38%나 급락했습니다. 애플 주가는 1.69% 하락해 2021년 6월 이후 최저가로 떨어졌습니다. 중국에서의 아이폰 생산 차질, 미국 경기 둔화 등으로 인해 4분기 실적이 악화할 것이란 걱정이 큽니다. 테슬라는 경우 중국 상하이 공장이 코로나 감염 확산 여파로 생산 중단이 연장됐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또다시 11.41% 폭락했습니다. 중국의 전기차 업체 니오가 역시 공급망 차질을 이유로 4분기 인도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테슬라는 지난 11거래일 중 10거래일 동안 내렸고, 지난 7거래일 동안 31% 하락했습니다. 시가총액은 이제 3445억 달러로 시총 기준 16위까지 떨어졌습니다. 월마트, JP모건, 엔비디아보다 낮아졌습니다. 코웬의 제프리 오스본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이 정점에 도달했으며 중국 시장에 대한 이익의 과도한 의존, 공장 폐쇄 우려가 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테슬라는 대부분 국가에서 할인 프로모션을 시행하고 배송 소요 시간이 1~2주에 불과하다. 밀린 주문을 대부분 소진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러시아의 이인자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기상천외한 '2023년 예측'(미국 내전과 달러 붕괴, 유럽연합 해체, 독일과 프랑스 전쟁, 일론 머스크의 미 대통령 당선, 유가 배럴당 150달러 상승 등)을 올린 데 대해 머스크가 "대단한 글타래(Epic Thread)"라는 댓글을 남긴 것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만 그는 몇 시간 뒤 "이 글은 가장 터무니없는 예측 중 하나다. 인공지능과 신재생 에너지 발전에 대한 놀라운 인식 부족을 보여준다"라며 비꼬는 의도로 쓴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S3 파트너스에 따르면 애플과 테슬라는 현재 가장 공매도가 많은 주식 1, 2위입니다. 특히 테슬라의 경우 공매도액이 12월에 5억 달러 이상이 증가해 113억 달러가 되었습니다. 모든 유통주식의 3% 이상이 공매도 되어 있습니다. S3 파트너스는 "테슬라에 대한 공매도가 11월 약간 소강상태를 보인 후 12월 부활하는 것을 봤다"라고 밝혔습니다. 엔비디아(-7.13%), 아마존(-2.59%), 알파벳(-2.06%), 넷플릭스(-3.66%) 등도 하락 폭이 컸습니다.
반면 에너지와 산업재 업종은 각각 약 1.14%와 0.33% 상승했습니다. 중국의 코로나 봉쇄 완화로 인한 경기 회복 희망이 커진 데 따른 것입니다. 유가도 강세를 보였습니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한때 배럴당 81달러를 넘는 등 3주 내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오후 들어 상승 폭을 반납하며 오후 4시 30분께 0.33% 오른 배럴당 79.82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오늘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유가 상한제를 부과하는 국가에 대해 내년 2월 1일부터 최소 5개월간 러시아 석유 및 석유 제품 공급을 금지하는 보복 법령에 서명했습니다. 현재 러시아 원유 시세는 이미 유럽연합(EU)과 G7이 정한 배럴당 60달러 문턱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 법령은 유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케플러의 빅토르 코타나 분석가는 "법령이 너무 모호하다. 최소 가격 차를 설정하는 등 강력한 대응 조치를 포함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프레임워크 역할을 하는 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S&P500 지수는 오늘도 3835 안팎에서 오르락내리락하다가 3829.25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JP모건이 대량의 콜옵션 포지션으로 묶어놓은 수준입니다. 150억 달러 규모의 운용자산을 가진 JP모건의 뮤추얼펀드는 S&P500 지수가 오는 30일 3835선에서 마감되는 4만 건 이상의 콜옵션을 매도한 상태죠. 이런 계약은 지수가 3835에 근접할수록 가치가 높아집니다. 지수가 이 수준에 가깝거나 그 이상이면 위험을 헤지할텐데, '큰 손'인 JP모건의 이런 헷징 활동이 시장 움직임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옵션 분석업체인 스폿감마는 "이번 주 30일 대량의 옵션 만기는 S&P500 지수가 어느 쪽으로 이동하든 다시 3835~3850 영역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은 시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경제 지표는 전반적으로 혼조세를 이어갔습니다.
미국의 주요 대도시 집값을 대변하는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10월 전미 주택가격지수는 지난달 보다 0.5% 떨어져 넉 달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9.2% 상승한 상태입니다. 직전 달인 9월의 연간 상승률 10.7%에 비해 또다시 낮아진 것이죠. 주택가격 상승률은 지난 6월 정점을 찍고 점차 떨어지고 있습니다. LPL 파이낸셜의 제프리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ed가 긴축함에 따라 주택 시장은 내년에 더 둔화될 것”이라면서도 "주택 시장의 낮은 재고는 주택 시장을 (폭락으로부터)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댈러스 연방은행의 담당 지역 12월 제조업 지수는 -18.8로 전월 -14.4보다 더 하락했습니다. 월가 예상은 -15였습니다. 지난 5월 마이너스(경기 위축) 영역에 진입한 뒤 8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미국의 11월 상품수지 적자는 833억 달러로 전달보다 15.6%, 155억 달러 줄었습니다. 11월 수입이 전달대비 7.6%, 208억 달러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소비재 등 상품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데 따른 것입니다. 이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에는 긍정적입니다. 골드만삭스는 무역수지 발표 직후 4분기 GDP 증가율을 0.3%포인트 높인 2.0%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최근 경제 지표들은 좋게 나오는 것도 있고 나쁘게 나오는 것도 있습니다. Fed의 긴축 효과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주택 관련, 그리고 제조업 관련 지표는 나쁘게 나오는 편이고 아직 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고용 관련 지표는 괜찮은 편입니다. 그렇다면 좋은 투자 시점을 잡기 위해 어떤 지표를 주시해야 할까요?
모건스탠리는 "시장 가격은 종종 경제 지표에 훨씬 앞서 움직인다. 일부는 시장이 미래를 내다보기 때문이며, 일부는 경제 지표 수집에 시간이 걸려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제 지표 중에 미래를 예측하는 데 가장 유용한 지표는 두 가지가 있다고 분석했는데요.
첫 번째는 채권 수익률 곡선입니다. 채권 금리를 기간 물별로 이어놓은 곡선인데요. 통상은 단기물보다 위험이 더 큰 장기물 금리가 높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단기 금리가 더 높게 형성되는, 즉 역전될 때가 있는데요. 모건스탠리는 "수익률 곡선은 채권 시장이 미래 경제와 통화정책이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지 꽤 많은 것을 알려준다"라며 "지금처럼 수익률 곡선이 역전되면 Fed가 금리 인상을 중단하는 게 증시에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는 신호"라고 분석했습니다. 즉 장기보다 단기 금리보다 낮다는 것은 향후 경제와 성장이 부정적일 것이란 예측이 반영된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Fed의 금리 인상을 중단하는 것은 잘못된 이유, 즉 경기 침체 등에 따른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증시에도 좋지 않겠지요.
두 번째는 고용 데이터입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고용 지표는 경제 상황보다 훨씬 더 뒤처지는 후행적인 경향이 있는데요. 모건스탠리는 긴축으로 인해 경제가 약화하는 초기엔 기업들은 해고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해고에 비용이 많이 들고 업무에도 지장을 주기 때문에 가능한 한 오랫동안 인력을 유지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노동 시장은 성장이 둔화하기 시작해도 나중에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는 경기 침체에서 벗어날 때도 비슷합니다. 침체에서 회복되기 시작할 때 기업들은 상황은 개선되고 있지만, 경제에 대한 신뢰가 낮으므로 신규 채용을 주저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고용 지표는 경기 회복 때도 뒤처집니다. 모건스탠리는 "돌이켜 보면 좋은 시장 전략의 하나는 노동 시장이 가장 강할 때 주식을 팔고 노동 시장이 가장 약할 때 주식을 사는 것이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임금이 대표적으로 그런 지표입니다. 임금 상승률은 현재 5%를 넘어 높은데요. 그래서 이게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Fed는 추가 긴축을 할 것이란 우려가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역사를 보면 임금 상승률이 고점일 때 투자하는 게 좋았습니다. 즉 2001년, 2007년, 2019년에 임금 상승의 정점은 Fed의 금리 인하 시작과 거의 동시에 발생했습니다. 즉, 임금 상승이 절정에 달했을 때 경제의 다른 부분은 이미 충분히 둔화 조짐을 보였고, Fed는 완화를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최근 시장 금리가 계속 상승하면서 시장의 최종금리에 대한 예상도 덩달아 슬금슬금 올라가 다시 5% 이상으로 높아졌습니다. Fed가 지난 12월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매파적 점도표를 내놓았어도 4.8% 선에 꿈쩍도 하지 않던 게 다시 상승한 것입니다. 월가의 내년 뉴욕 증시 전망은 전반적으로 우울합니다. 적어도 상반기에는 약세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연간으로 봐도 2022년 말 수준을 유지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란 게 컨센서스입니다. 골드만삭스와 씨티,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은 2023년 말 S&P500 지수 목표치를 4000으로 제시하고 있고 모건스탠리와 UBS는 3900, JP모건과 웰스파고 제프리스는 4200으로 관측합니다. 바클레이스(3750)와 소시에테 제네랄(3800) 등은 추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이는 Fed가 지난 3월부터 4.5%포인트나 올린 기준금리로 인해 경기 둔화, 혹은 경기 침체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는 데 따른 것입니다.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 웰스파고 등 대다수는 내년 중 경기 침체를 예상합니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는 침체를 피할 것으로 보지만, 성장률은 0%를 살짝 웃도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봅니다. 사실상 침체나 마찬가지지요. 게다가 인플레이션이 정점은 지났지만, 아직 높은 상태(11월 소비자물가 7.1%)여서 Fed는 몇 차례 금리 추가 인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처럼 인플레이션 하락으로 Fed가 내년 2월에 마지막으로 25bp를 올린 뒤 금리 인상 주기를 끝낼 것으로 예상하는 곳도 있지만,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등 다수는 오는 3월까지는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관측합니다. 또 골드만삭스와 씨티는 5월까지도 금리를 계속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하반기엔 Fed가 돌아서면서 증시는 좀 개선될 것이란 관측입니다. 제롬 파월 의장이 지속해서 "하반기 금리 인하는 없다"라고 밝혔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곳은 JP모건과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씨티 등에 그칩니다. 모건스탠리와 바클레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도이치뱅크, TD뱅크 등은 모두 4분기 기준금리 첫 인하를 예측합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중국 정부는 다음 달 8일부터 해외 입국자에 대한 의무 격리를 중단하고 입국 후 PCR 검사를 폐지하기로 하는 등 지속해서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을 풀었습니다. 중국이 경제 부양에 나설 것이란 언론 보도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물론 대만 언론이 온라인에 유출된 중국 정부 문건을 인용해 지난 1~20일 중국 인구 18%인 2억 4800만 명이 감염됐다고 보도하는 등 봉쇄 완화가 금세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구릿값이 저점에서 25% 오르는 등 기대는 큽니다. 유럽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최종금리가 4%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습니다. ECB 정책위원이자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인 클라스 노트는 "긴축 사이클의 절반 지점을 지났을 뿐"이라며 "인플레이션을 길들이기 위해 더 오래, 더 높은 금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라며 금리를 계속 높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도 "빅스텝이 상당 기간 예상돼야 할 것"이라며 추가 긴축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금융완화의 근거인 정부와 일본은행의 공동 성명 개정과 관련해 "현 단계에서 재검토에 관해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우선은 일본은행 총재를 결정하고 나서 할 이야기"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의 임기가 내년 4월 끝나면 공동 성명 개정을 논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습니다. 일본이 긴축에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일본의 11월 소비자물가는 3.7% 올라 40년 만의 최고치에 달하고 있습니다. 구로다 총재는 26일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 변동 폭을 ±0.5로 확대한 것에 대해 "출구 전략을 향한 첫걸음이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구로다 총재는 여러 번 시장을 속인 적이 있습니다. 이런 뉴스들은 뉴욕 채권 시장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금리는 아침부터 뛰기 시작했고, 미 국채 10년물은 오후 2시 48분께 지난주보다 11bp나 급등한 3.859%에 거래됐습니다. 2년물도 10.6bp 상승한 4.425%를 기록했습니다. 각각 한 달 반 만의 최고 수준입니다. 오후 1시 발표된 미 국채 2년물 경매(420억 달러)에서 발행 금리가 4.373%로 발행 당시의 시장 금리 4.390%보다 1.7bp 낮게 낙찰됐습니다. 하지만 시장 금리는 주춤하더니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중국의 경기 회복은 글로벌 경기 침체 확률을 낮춥니다. 금리 상승 요인이죠. 또 유가 회복 등을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럽의 금리도 오늘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중국의 코로나 봉쇄 폐지가 가장 큰 영향을 준 것 같은데 그렇다고 이렇게 빨리 금리가 오를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라면서 "다들 휴가를 가서 시장이 너무 얇은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금리 급등은 주식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금리 상승에 민감한 기술주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졌습니다. 다우와 S&P500 지수는 보합 선에서 출발한 뒤 오르락내리락했지만 나스닥은 큰 폭의 내림세를 유지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0.11% 올랐지만, S&P500 지수는 0.40% 내렸고, 나스닥은 1.38%나 급락했습니다. 애플 주가는 1.69% 하락해 2021년 6월 이후 최저가로 떨어졌습니다. 중국에서의 아이폰 생산 차질, 미국 경기 둔화 등으로 인해 4분기 실적이 악화할 것이란 걱정이 큽니다. 테슬라는 경우 중국 상하이 공장이 코로나 감염 확산 여파로 생산 중단이 연장됐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또다시 11.41% 폭락했습니다. 중국의 전기차 업체 니오가 역시 공급망 차질을 이유로 4분기 인도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테슬라는 지난 11거래일 중 10거래일 동안 내렸고, 지난 7거래일 동안 31% 하락했습니다. 시가총액은 이제 3445억 달러로 시총 기준 16위까지 떨어졌습니다. 월마트, JP모건, 엔비디아보다 낮아졌습니다. 코웬의 제프리 오스본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이 정점에 도달했으며 중국 시장에 대한 이익의 과도한 의존, 공장 폐쇄 우려가 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테슬라는 대부분 국가에서 할인 프로모션을 시행하고 배송 소요 시간이 1~2주에 불과하다. 밀린 주문을 대부분 소진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러시아의 이인자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기상천외한 '2023년 예측'(미국 내전과 달러 붕괴, 유럽연합 해체, 독일과 프랑스 전쟁, 일론 머스크의 미 대통령 당선, 유가 배럴당 150달러 상승 등)을 올린 데 대해 머스크가 "대단한 글타래(Epic Thread)"라는 댓글을 남긴 것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만 그는 몇 시간 뒤 "이 글은 가장 터무니없는 예측 중 하나다. 인공지능과 신재생 에너지 발전에 대한 놀라운 인식 부족을 보여준다"라며 비꼬는 의도로 쓴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S3 파트너스에 따르면 애플과 테슬라는 현재 가장 공매도가 많은 주식 1, 2위입니다. 특히 테슬라의 경우 공매도액이 12월에 5억 달러 이상이 증가해 113억 달러가 되었습니다. 모든 유통주식의 3% 이상이 공매도 되어 있습니다. S3 파트너스는 "테슬라에 대한 공매도가 11월 약간 소강상태를 보인 후 12월 부활하는 것을 봤다"라고 밝혔습니다. 엔비디아(-7.13%), 아마존(-2.59%), 알파벳(-2.06%), 넷플릭스(-3.66%) 등도 하락 폭이 컸습니다.
반면 에너지와 산업재 업종은 각각 약 1.14%와 0.33% 상승했습니다. 중국의 코로나 봉쇄 완화로 인한 경기 회복 희망이 커진 데 따른 것입니다. 유가도 강세를 보였습니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한때 배럴당 81달러를 넘는 등 3주 내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오후 들어 상승 폭을 반납하며 오후 4시 30분께 0.33% 오른 배럴당 79.82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오늘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유가 상한제를 부과하는 국가에 대해 내년 2월 1일부터 최소 5개월간 러시아 석유 및 석유 제품 공급을 금지하는 보복 법령에 서명했습니다. 현재 러시아 원유 시세는 이미 유럽연합(EU)과 G7이 정한 배럴당 60달러 문턱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 법령은 유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케플러의 빅토르 코타나 분석가는 "법령이 너무 모호하다. 최소 가격 차를 설정하는 등 강력한 대응 조치를 포함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프레임워크 역할을 하는 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S&P500 지수는 오늘도 3835 안팎에서 오르락내리락하다가 3829.25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JP모건이 대량의 콜옵션 포지션으로 묶어놓은 수준입니다. 150억 달러 규모의 운용자산을 가진 JP모건의 뮤추얼펀드는 S&P500 지수가 오는 30일 3835선에서 마감되는 4만 건 이상의 콜옵션을 매도한 상태죠. 이런 계약은 지수가 3835에 근접할수록 가치가 높아집니다. 지수가 이 수준에 가깝거나 그 이상이면 위험을 헤지할텐데, '큰 손'인 JP모건의 이런 헷징 활동이 시장 움직임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옵션 분석업체인 스폿감마는 "이번 주 30일 대량의 옵션 만기는 S&P500 지수가 어느 쪽으로 이동하든 다시 3835~3850 영역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은 시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경제 지표는 전반적으로 혼조세를 이어갔습니다.
미국의 주요 대도시 집값을 대변하는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10월 전미 주택가격지수는 지난달 보다 0.5% 떨어져 넉 달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9.2% 상승한 상태입니다. 직전 달인 9월의 연간 상승률 10.7%에 비해 또다시 낮아진 것이죠. 주택가격 상승률은 지난 6월 정점을 찍고 점차 떨어지고 있습니다. LPL 파이낸셜의 제프리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ed가 긴축함에 따라 주택 시장은 내년에 더 둔화될 것”이라면서도 "주택 시장의 낮은 재고는 주택 시장을 (폭락으로부터)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댈러스 연방은행의 담당 지역 12월 제조업 지수는 -18.8로 전월 -14.4보다 더 하락했습니다. 월가 예상은 -15였습니다. 지난 5월 마이너스(경기 위축) 영역에 진입한 뒤 8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미국의 11월 상품수지 적자는 833억 달러로 전달보다 15.6%, 155억 달러 줄었습니다. 11월 수입이 전달대비 7.6%, 208억 달러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소비재 등 상품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데 따른 것입니다. 이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에는 긍정적입니다. 골드만삭스는 무역수지 발표 직후 4분기 GDP 증가율을 0.3%포인트 높인 2.0%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최근 경제 지표들은 좋게 나오는 것도 있고 나쁘게 나오는 것도 있습니다. Fed의 긴축 효과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주택 관련, 그리고 제조업 관련 지표는 나쁘게 나오는 편이고 아직 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고용 관련 지표는 괜찮은 편입니다. 그렇다면 좋은 투자 시점을 잡기 위해 어떤 지표를 주시해야 할까요?
모건스탠리는 "시장 가격은 종종 경제 지표에 훨씬 앞서 움직인다. 일부는 시장이 미래를 내다보기 때문이며, 일부는 경제 지표 수집에 시간이 걸려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제 지표 중에 미래를 예측하는 데 가장 유용한 지표는 두 가지가 있다고 분석했는데요.
첫 번째는 채권 수익률 곡선입니다. 채권 금리를 기간 물별로 이어놓은 곡선인데요. 통상은 단기물보다 위험이 더 큰 장기물 금리가 높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단기 금리가 더 높게 형성되는, 즉 역전될 때가 있는데요. 모건스탠리는 "수익률 곡선은 채권 시장이 미래 경제와 통화정책이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지 꽤 많은 것을 알려준다"라며 "지금처럼 수익률 곡선이 역전되면 Fed가 금리 인상을 중단하는 게 증시에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는 신호"라고 분석했습니다. 즉 장기보다 단기 금리보다 낮다는 것은 향후 경제와 성장이 부정적일 것이란 예측이 반영된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Fed의 금리 인상을 중단하는 것은 잘못된 이유, 즉 경기 침체 등에 따른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증시에도 좋지 않겠지요.
두 번째는 고용 데이터입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고용 지표는 경제 상황보다 훨씬 더 뒤처지는 후행적인 경향이 있는데요. 모건스탠리는 긴축으로 인해 경제가 약화하는 초기엔 기업들은 해고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해고에 비용이 많이 들고 업무에도 지장을 주기 때문에 가능한 한 오랫동안 인력을 유지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노동 시장은 성장이 둔화하기 시작해도 나중에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는 경기 침체에서 벗어날 때도 비슷합니다. 침체에서 회복되기 시작할 때 기업들은 상황은 개선되고 있지만, 경제에 대한 신뢰가 낮으므로 신규 채용을 주저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고용 지표는 경기 회복 때도 뒤처집니다. 모건스탠리는 "돌이켜 보면 좋은 시장 전략의 하나는 노동 시장이 가장 강할 때 주식을 팔고 노동 시장이 가장 약할 때 주식을 사는 것이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임금이 대표적으로 그런 지표입니다. 임금 상승률은 현재 5%를 넘어 높은데요. 그래서 이게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Fed는 추가 긴축을 할 것이란 우려가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역사를 보면 임금 상승률이 고점일 때 투자하는 게 좋았습니다. 즉 2001년, 2007년, 2019년에 임금 상승의 정점은 Fed의 금리 인하 시작과 거의 동시에 발생했습니다. 즉, 임금 상승이 절정에 달했을 때 경제의 다른 부분은 이미 충분히 둔화 조짐을 보였고, Fed는 완화를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최근 시장 금리가 계속 상승하면서 시장의 최종금리에 대한 예상도 덩달아 슬금슬금 올라가 다시 5% 이상으로 높아졌습니다. Fed가 지난 12월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매파적 점도표를 내놓았어도 4.8% 선에 꿈쩍도 하지 않던 게 다시 상승한 것입니다. 월가의 내년 뉴욕 증시 전망은 전반적으로 우울합니다. 적어도 상반기에는 약세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연간으로 봐도 2022년 말 수준을 유지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란 게 컨센서스입니다. 골드만삭스와 씨티,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은 2023년 말 S&P500 지수 목표치를 4000으로 제시하고 있고 모건스탠리와 UBS는 3900, JP모건과 웰스파고 제프리스는 4200으로 관측합니다. 바클레이스(3750)와 소시에테 제네랄(3800) 등은 추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이는 Fed가 지난 3월부터 4.5%포인트나 올린 기준금리로 인해 경기 둔화, 혹은 경기 침체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는 데 따른 것입니다.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 웰스파고 등 대다수는 내년 중 경기 침체를 예상합니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는 침체를 피할 것으로 보지만, 성장률은 0%를 살짝 웃도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봅니다. 사실상 침체나 마찬가지지요. 게다가 인플레이션이 정점은 지났지만, 아직 높은 상태(11월 소비자물가 7.1%)여서 Fed는 몇 차례 금리 추가 인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처럼 인플레이션 하락으로 Fed가 내년 2월에 마지막으로 25bp를 올린 뒤 금리 인상 주기를 끝낼 것으로 예상하는 곳도 있지만,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등 다수는 오는 3월까지는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관측합니다. 또 골드만삭스와 씨티는 5월까지도 금리를 계속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하반기엔 Fed가 돌아서면서 증시는 좀 개선될 것이란 관측입니다. 제롬 파월 의장이 지속해서 "하반기 금리 인하는 없다"라고 밝혔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곳은 JP모건과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씨티 등에 그칩니다. 모건스탠리와 바클레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도이치뱅크, TD뱅크 등은 모두 4분기 기준금리 첫 인하를 예측합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